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73회 초인들의 세계 Ch 30. 진실 게임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0.10 | 회차평점 0 |
(이전 회차에서 계속)
“이건 뇌와 정신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자백제다. 물론 보통의 화학 분자 버전 약물도 뇌에 이상을 일으켜 진실을 털어놓게 할 수는 있지. 하지만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이건 나노머신을 기반으로 한 물건이지.”
형제간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섬뜩해졌다.
“입자 하나하나에 거짓말 탐지 기능이 있다. 참고로 나노머신마다 인공지능이 천 개씩 달려 있어. 정확도 역시 압도적이라 통상의 거짓말 탐지기의 백만 배를 넘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지녔다. 게다가 서로 온전한 네트워크 체계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자아내지.”
곧장 그 병을 딴 그는 동생과 자신의 잔에 약을 털어 넣었다.
“그, 그런 약이 있었나요?”
아무리 봐도 시제품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발명할 이유도 없을 터인데.
“심심해서 어제 한 번 발명해보았다. 오늘 쓰게 될 줄은 몰랐군.”
천연덕스러운 카이젤의 대꾸에 윤혁은 기가 찼다.
“복용 시에는 1분 이내에 빠르게 전신으로 이동하여 뇌와 신경계를 감지하지. 그리고 거짓말을 감지할 시에는 극렬한 고통을 일으킨다. 기능을 마치면 1시간 이내에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되고 기능도 정지하지.”
낭패였다. 초인들의 사고방식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간과했다. 윤혁은 진실 게임이니 뭐니 괜히 쓸데없는 말을 꺼낸 몇 분 전의 자신을 속으로 힐난했다. 게다가 상대는 일반 초인도 아니고 초인들의 왕인 3대째 위버멘쉬. 덫에 제 발로 걸려들어도 아주 확실하게 걸려든 꼴이었다.
‘아니지. 발상을 전환해보자.’
일말의 희망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거꾸로 생각하면 어쨌건 형 역시도 저것을 복용할 텐데.’
어쩌면 그에게서 비밀을 파헤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의혹이 자리 잡았다. 저 사람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설령 저 약이 그러한 효과를 지녔다 해도 자신과 형에게 다르게 작용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그는 불로불사의 힘마저 자력으로 완성한 사람이다. 그의 신체에는 모든 독과 병리 작용을 막는 방비책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역으로 자신만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냥 버리기에는 이 기회가 너무 아쉬웠다.
고심하는 아우의 모습을 바라본 형은 피식거렸다.
“이런. 동생에게조차도 신용이 없어서야.”
그는 재빨리 자신의 잔을 빠르게 비웠다.
“네 신용을 얻기 위해서라면 고육지책이라도 써야겠군.”
정확히 1분이 지난 뒤 그는 윤혁에게 질문을 시켰다.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는데, 카이젤은 고의로 정반대의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곧 그의 표정이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산통 겪는 산모처럼 몸을 움켜쥐었다. 초인적 의지로 겨우 버티고는 있었지만 팽팽한 근육들은 바르르 떨렸고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연기로 만들어낼 수 없는 실제 고통. 그 광경을 본 윤혁은 기겁할 뻔했다.
“괘, 괜찮으세요?”
“하아, 이젠 좀 낫군.”
카이젤은 한참을 쉰 뒤에야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기막힐 노릇이었다. 자신이 먼저 매를 맞음으로써 공정을 향한 진지한 의지를 입증함과 동시에 동생으로 하여금 깊은 죄책감이 들도록 하여 쉽사리 게임으로부터 도망치지 못 하게 하는 책략. 혀를 내두를만한 교활함이었다.
“두려운가? 겁을 먹었으면 도망쳐도 돼.”
그는 여전히 고통의 여파로 몸을 미약하게 떨면서도 의미심장한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가히 사람을 압도하는 위압이 있었다. 고통에 떠는 쪽은 분명 카이젤이건만, 위압감에 휘말린 건 윤혁이었다.
“아니요. 해볼게요.”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야 겨우 결정을 내린 윤혁. 반쯤은 충동, 반쯤은 용기에서 비롯된 도박 같은 결정이었다. 윤혁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치기를 맹렬히 꾸짖은 뒤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다. 그 뒤 잠시 심호흡을 들이킴으로써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내 그는 자신 앞에 할당된 잔을 비웠다.
*****
윤혁은 신중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고민했다. 처음 몇 번은 가벼운 질문을 주고받았다. 큰 의미 없는 턴이 몇 번 교환되었다. 게임에 익숙해지자 윤혁은 슬슬 강도를 높여보았다. 어차피 정직함이 뿌리 박혀온 자신보다는 숨길 것이 많은 형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자존심을 매우 크게 훼손할 신체적 약점이 있나요?”
이에 형이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 곧장 보였다. 사실 윤혁으로선 그리 궁금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저 형이 정말 솔직하고 진지하게 임하는지 시험해보는 셈 치고 던져본 질문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검증이 나오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저런 완벽한 자가 불완전함을 지닐 리는 없잖는가.
“있다.”
그런데 의외로 기대치도 않던 유의미한 성과가 얻어졌다.
형은 정말 자존심이 많이 구긴 것인지 미간에 주름이 새겨졌다.
“구체적인 대답까지 필요한가?”
캐물으면 당장 주먹으로 얻어맞을 것 같은 기세였다.
“네, 다음으로 넘어가죠.”
윤혁은 황급히 회피했다.
‘동생 녀석. 계시라도 받은 건가?’
사실 카이젤은 외적 조건만 보면 누구든 인정할 만큼 완벽한 존재였지만, 늘 마음의 충만이 없이 굶주려 있었다. 끝없이 더 높은 곳만 추구하는 야심가였다. 그것이 그의 본성이기도 했지만, 채우지 못할 치명적인 결함 몇 가지가 그런 굶주림을 더욱 부추겼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근본적인 열등감. 그 보상 심리 때문에 야심과 사명감은 더더욱 배증하였고 끝내 지금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엔 내 차례군.”
의외로 복수할 줄 알았건만 카이젤은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어릴 적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나?”
“흐음, 네, 있었습니다.”
저번부터 느꼈지만, 형은 은근 남의 속마음을 읽는 데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윤혁은 바짝 긴장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지금이야 넘치도록 건장한 윤혁도 열 살 전까진 상당한 병치레가 제법 있었다.
그는 형에게 어릴 적에 자신이 아팠었던 이야기를 구구절절 들려주었다.
“지금은 건강해져서 다행이군. 앞으로는 아프지 말아라.”
“그럴게요.”
왠지 형이 동생인 자신을 걱정해주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무서운 와중에도 자상하다는 착각이 들게 만드네.’
하지만 원래 이 질문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초인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에게 유전되는 성질은 아닌 모양이군.’
과거에 3세대 초인들은 자신들의 능력 중 유전에서 기인한 부분이 얼마나 큰지 종종 의문을 품곤 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명료한 데이터나 근거가 없었다. 3세대 인원수가 이전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부모 중 초인이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또한 초인의 능력을 평가해서 나눈 클래스도 해당 초인의 부모의 능력치와는 그리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물론 유전 법칙의 영향을 받는 것은 초인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각성으로 얻어지는 ‘초월적인 지능’과 ‘불로에 근접한 신체’만은 유전적 기전과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어떤 가설도 반증이나 증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카이젤은 홀로 연구하여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원리를 많이 발견하긴 했으나 그가 알아낸 지식 중에도 ‘유전적인 영향’과 관련된 부분은 상당히 미미했다.
‘어머니의 프로젝트는 요행에 불과했겠지?’
자신을 만들기 전 어머니가 깨달은 불명확한 ‘계시’를 구체적 이론으로 정립해내고 실체까지 발견해낸 그조차도 동일 과정을 재현해내지 못한 것을 보건대 앞으로도 자신의 탄생 과정은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 자명했다.
‘그래도 내 신체 특성은 아버지와 상당히 유사하던데?’
그나마 초인의 신체는 초인의 지혜보다는 좀 더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버지인 성한은 유독 2세대 중에서도 단단하고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었고 카이젤 본인도 단연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동생에게는 그런 특징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많이 힘들었겠군.’
이어서 턴은 계속되었다.
윤혁은 경계심을 허물어 볼 생각에 나름 진지함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
“연애나 사랑을 해보셨던 적이 있습니까?”
외적 조건만 보면 형을 보고서 혹하지 않을 여자가 존재하기나 할까? 물론 워낙 냉정해 보이고 타인을 자신과 동격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니 누군가에게 연정 같은 감정을 품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갔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애매한 질문이군. 난 항상 일이 더 우선이라서 연애는 잘 몰라.”
그 말을 하며 그는 몹시 씁쓸해하는 표정을 그렸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게 생각한 상대는 있었다.”
짝사랑하던 상대였을까? 윤혁의 궁금증이 커져갔다.
“나와 격이 맞는 사람. 내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었지.”
그는 오래전 친구 하나를 떠올렸다. 자웅을 겨룰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소수의 경쟁자. 인품에서도 능력에서도 모두 완벽했던 그녀. 카이젤이 자신과 대등한 자격으로 누군가를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연정이라⋯⋯, 그건 잘 모르겠군.’
마음 한켠이 무너질 듯이 아려왔다.
이번에는 다시 순서가 바뀌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원망해본 적이 있나?”
윤혁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갈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몇 번 혼나면서 서운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체로는 윤혁의 마음이 미숙했기 때문이었지 부모님의 잘못이었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아예 서운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훌륭한 양육자들이세요.”
카이젤은 그 말을 듣고 불편한 옛일을 회상했다.
“제게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신 건 물론이고요.”
동생과 달리 그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양육자가 아예 없었다.
“아이들은 보통 한 가지 이상은 부모에게서 원망할 거리를 찾던데?”
왜 만족할 만큼 부유하지 않은가, 왜 성격이 저런가, 왜 자신을 들볶는가.
말하자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 수 있다.
“너는 그만큼 공경할 만한 훌륭한 부모에게서 자란 건가?”
“적어도 저는 그렇게 판단해요.”
“이해심이 많은 효자로군.”
윤혁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정직한 태도, 뚜렷한 신념, 하나님을 향한 올곧은 신앙의 자세를 행동으로써 보여주었었다. 본래 자녀는 부모의 언행일치 여부, 양심의 떳떳함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바라보는 법이다. 그렇게 부모에게 감동하여 믿음의 자녀가 된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모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반면 카이젤은 자신의 생물학적 어머니에게 기대나 실망은커녕 아무런 감정조차 없었다. 그는 일찍이 어머니의 능력과 한계를 뛰어넘었다. 진즉에 그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존경의 대상조차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롤 모델로 참고하여 본뜰만한 어른이 없었다. 이전 세대 중 어느 누구도, 심지어 전대 위버멘쉬들조차도 자신과 동격으로 두지 않았다. 그나마 한 명은 조금 다른 의미로 존경하긴 했으나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다른 한 명은 경쟁심을 품고 질투하긴 했으나 시대가 달라 비교할 방도가 없었다.
여하튼 그는 비정상적이고 결핍된 가정환경 때문인지 ‘애착 관계’라는 개념과는 백만 광년쯤 멀었다. 자연히 누군가를 진정에서 우러나온 존경심으로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을 꺾을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었고 모방하고 베끼고픈 대상이라고는 전능하신 분 외에는 없었다.
이제 다시 윤혁이 질문할 차례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난이도를 높여보았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사람을 죽인 적이 있습니까?”
“있다."
표정의 미동조차 없는 답변이었다. 윤혁처럼 동물 한 마리 해친 적이 없는 순한 소시민의 시선에서 보면 매우 잔혹하게 보였다. 하지만 카이젤이 속해 있던 세계, 곧 그가 맹활약했던 시대상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나는 세계의 전쟁과 혼란을 모조리 종결시킨 주역이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피를 묻혀야만 했지. 세계와 인류를 경영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네.”
윤혁은 무거운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그래.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
그는 새 시대를 개막한 신세대 초인들의 지도자.
당연히 경쟁 세력들을 자신의 밑에 굴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고상한 명예와 명분으로 움직였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강한 적을 꺾기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도 불사했으리라. 폭도와 반동 세력의 진압, 상대방의 획책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라면 폭력이 불가피했겠지. 한두 명을 죽인 자는 살인자이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혁명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윤혁은 그 사실에 기분이 씁쓸했다.
“내 차례군.”
형은 동생이 가슴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이어받았다.
“너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카이젤이라는 인간을 세상 사람들과 자기 자신이 인식하는 관점 중 하나였다. 악해서가 아니라 강하고 두려워서. 초인이라는 족속은 단순히 ‘보다 더 우수한 인간’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 보통 이에게는 극히 위험하고 두려울 것이다. 하물며 초인들의 왕이라면 누구라도 괴물로 느끼지 않겠는가.
일반인들은 매우 강력한 동족 개체를 볼 때면 크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경외감 아니면 배척. 초인을 향한 시선은 두 가지 모두를 함유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우러러보고 섬기면서도 그들을 무서워한다.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공포인 셈이다. 그런 감정이 담긴 눈빛을 수없이 보아온 카이젤은 어느덧 그 자신도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인식해버리고야 말았다.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생의 뚜렷하고 당돌한 대답.
“흥미롭군.”
약간의 떨림은 담겨 있었으나 동생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래,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너는 내 눈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지.”
사실 형에게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통상의 인간들과는 사고방식도, 능력도, 카리스마도 완전히 다른 차원에 속한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는 끊임없이 과학 문명을 창조해내는 바벨탑 건설자였다. 그토록 위험해 보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두려움이나 경계심과는 별개로 형이라는 한 개인을 경멸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다. 피를 나눠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동정심과 연민을 느낀 적도 많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성실함과 재주들을 순수하게 인정하고 동경했던 적도 있었다. 그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그런 마음을 느낄 리가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괴물이 아닌 사람이었다.
“이런!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아니면 무시당해서 기분 나빠 해야 하려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름 본인도 기분은 괜찮아 보였다.
‘다행인 건가.’
(다음 회차에 계속)
이전회
72회 초인들의 세계 Ch 30. 진실 게임 (1) |
다음회
74회 초인들의 세계 Ch 30. 진실 게임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