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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75회 초인들의 세계 Ch 31. 영화관과 수영장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0.11 | 회차평점 0 0

 

 

 

 

 

Chapter 31. 영화관과 수영장

 

 

 

 

 

 

  인류 존망과 미래를 주제로 한 대규모 회의가 아엘브론에서 개최되었다.

  초인 3세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국제회의가 거의 없었다. 혼돈의 시대 때는 제대로 된 인류 통합이 안 되어있었기에 회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시대 들어 질서가 공고하게 확립된 이후에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국제회의는 형식적이지만 필수적인 절차였다. 대중에게 인류연합의 재건, 대륙 내의 분쟁 종결, 국경선의 해체, 새로운 체계의 확립, 국가 무력의 원천 거세 같은 중대한 이슈를 선포하려다 보니 공식적인 명분의 모양새를 갖추려면 회의가 필요했다. 물론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지구 인류는 초인 정치에 익숙해지지 못했으니 그들 눈높이에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국제회의란 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세계 리더가 만든 잘 짜인 각본일 뿐이었다. 그 각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듬는 것은 최고 부관의 역할이었다. 다른 부관들은 실감 나게 연극을 승화시켜 줄 주연 배우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권을 챙기는 경쟁이나 비공식적 협업도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물론 그런 사적인 놀음 자체가 그들의 본 목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반면 나머지 회의 구성원들은 그저 역사의 큰 흐름을 대중을 대신해 목격하고자 반강제적으로 동참하는 입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초인 출신은 조금이라도 의견을 내세울 수 있었지만, 일반 국가 수장들은 그저 처음부터 병풍이었다. 어디까지나 각국에 인류연합의 명령을 전달하는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건 이러한 계급 차가 비공식적인 등급이 아닌, 백주대낮에 드러나는 공식적인 질서라는 점이었다. 인류연합은 이를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

  이러한 계급의 차이는 가면이란 물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모든 회의 참석자는 특수 기능을 담은 가면을 착용하도록 명령 받았다. 하지만 낮은 지위의 참석자들은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반대로 높은 쪽에서는 자신보다 낮거나 동격인 참석자의 얼굴을 맑고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듯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목소리에 대해서도 동일 규정이 적용되어 있다. 높은 계급끼리는 자신들만의 비밀 토의가 허락되었고 그때마다 목소리에 보안 코드가 걸려 방음까지 이뤄졌다.

  한마디로 이 국제회의는 민주주의적 토론과는 전혀 무관했다. 아니 애당초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영구 삭제된 세상이니 당연한 이치였다. 작곡자는 카이젤이었고 부대표 에녹은 정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회의는 카이젤이 작곡한 교향곡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카이젤이나 에녹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주 작은 합리성이라도 띤 의견이라면 아무리 낮은 자의 의견이라도 충분히 숙고하고 또 숙고해주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윗선에 있었다. 워낙 지혜로운 지성들이라 아랫사람의 의견까지 다 고려한 최선의 해답을 도출해내는 데 실패한 적 없었고 항상 그 성과는 결과로서 입증되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특별했다. 지구, 그리고 곧 식민지가 될 차기 거주용 행성들의 행정권에 대한 논의였다. (다만, 현재 운용되는 우주 유인 식민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도시 단위로 지표면의 땅을 나누었다면, 이제부터는 행성 단위로 행정 구역이 재편될 것이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더불어 영토 나눠 먹기 싸움의 안정적인 조율이 절실했다.

  앞으로는 강력한 인공지능이 대다수의 행정관리를 맡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 행성 주민 중에서도 자치를 할 자를 선별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유사 의회 시스템을 어떻게 그 제도와 조화시키느냐 역시 문제였다. 기존의 은하계 총독부를 재구성하는 방법, 수도 행성 지구와 나머지 행성들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방법 등 고려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회의는 하루 최소 열 시간씩 삼 일을 꼬박 채워 진행되었다.

  모든 부분이 순조로웠지만, 바깥에서 소환된 칼리드와 지구의 실력가들인 엠페러들 간의 대립 구도가 손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들 모두 연합 대표 카이젤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 내부에서의 정치적 대립은 존재했다. 물론 사리사욕 경쟁이 아닌 의견 대립 쪽에 가까웠고 그마저도 대개는 건전하고 건설적인 산물을 자아내는 토론이었다.

  일곱 명의 철인왕 중 칼리드는 제1번이었다. 그는 정치에 누구보다 특화된 자로 제왕의 자질을 전수받은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동격인 일곱 명의 정적을 상대로도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부분적으로는 도리어 그들을 긴장케 했다. 의중을 찌르는 화법, 강한 압박감과 카리스마, 그에게는 그런 자질이 넘쳤다.

  이에 성운이 나서서 칼리드가 지구의 군주들과 너무 큰 갈등을 빚지 않도록 조율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은 계속 열을 띠었다. 이런 열기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 의식의 탓도 제법 있었다. 식민지 주민은 아무래도 대대손손 물려받는 ‘표식’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우주 출신 초인은 표식의 종속을 해제 받고 자유민이 된 지금까지도 지구 출신들에게 은근한 차별의 시선을 받곤 했다. 칼리드는 이러한 차별의 시선을 고까워했다.

  물론 칼리드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혼자서 동급 여섯을 상대로 대립하는 건 무리였다. 성운의 조율이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만큼은 균형이 나름 잘 맞았다. 이 균형 조절의 배후에는 회의 의장인 부대표가 있었다. 그는 미리 엠페러들과 칼리드의 대립 시나리오를 예측하고는 조율을 위한 알고리즘들을 마련해놓은 상태였다.

  “과연 그 증오스러운 그녀의 씨앗답게 출중하군.”

  로스트엠페러 중 유일하게 2세대 출신이었다 3세대로 재각성한 샤오 윤윤.

  그녀는 가장 상석에 앉은 가면 쓴 흑발의 남자를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윤윤은 혼돈의 시대 때에 이벨리아 아담즈를 상대로 대립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윤윤의 패배로 끝났다. 그녀는 인공 공중 도시에서 벌어진 최종 격전에서 패한 후 세력을 잃은 채로 앞날을 기약해야만 했었다. 이후 카이젤 밑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그녀는 두고두고 이벨리아에게 이를 갈곤 했다.

  ‘이젠 죽어버려서 다시 겨룰 수도 없게 되었지만.’

  지금 회의를 지휘하는 저 체격 좋은 가면 쓴 남자.

  그는 이브가 낳은 친아들이었다. 이브가 다른 초인들의 숭배를 내던져가면서 평범한 남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 에녹 아담즈. 그는 카이젤이 소꿉장난 시절에 최초로 얻은 충신이었다. 현재까지 에녹은 카이젤의 가장 탁월한 부하로서 주군의 대행을 꾸준히 맡아오곤 했다.

  그가 자아낸 철저한 질서 덕분인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된 회의는 어느덧 많은 성과와 함께 결론에 도달했다. 각 행성 정부를 어떤 식으로 세우고 통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토콜이 제시되었다. 주민 자치, 왕과 일체화된 무인 시스템, 그리고 초인 사회에서 파견한 총독부를 기반으로 한 외교 장치. 이 세 가지를 적절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 하는 청사진들이 채택되었다.

 

 

 

 

 

 

*****

 

 

 

  윤혁은 형이 전보다 부쩍 다정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다. 친선 경기나 진실 게임 같은 짓궂은 짓을 벌였던 행적 때문에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런 것일까? 성격을 보아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고 구워삶는 것일까? 뜯어낼 것이 존재나 할지 의문이었다.

  그도 아니면 정말로 단지 형제라는 이유로 살갑게 대하는 것일까? 보통의 형제자매들은 티격태격 남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던데? 둘 다 외동으로 자란 터라 일반적 형제 관계가 어떤지는 알 턱이 없었다. 단순히 형제라는 이유로 온갖 심리적인 거리감들을 자연스럽게 뛰어넘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일까?

  ‘아니야, 차라리 잘 됐지.’

  아예 처음부터 좋은 관계의 반석을 다져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한쪽에서라도 편견을 버리고 마음을 조금 연다면 다른 쪽에서도 반응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었다. 형도 기계는 아닐 테니까. 비록 사고방식이 너무 다르고 영적, 정신적 거리는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떻게든 통할 길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게다가 형더러 ‘괴물이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언행일치조차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윤혁은 형에게 어머니가 준비한 반찬을 건네주었다. 의외로 형은 선물을 받더니 고맙다며 대답하며 안부 전해 주라고 부탁했다. 둘은 저녁 식사 때마다 종종 그것을 꺼내 정식 코스와 같이 먹었다. 휘황찬란한 요리들과 평범한 집밥은 기묘한 조합이긴 했다.

  한 번은 형이 자신도 동생처럼 할 수 있다며 직접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워낙 바빠 직접 요리해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는 능력자답게 최상의 요리사 이상의 솜씨를 선보였다. 그 덕분에 윤혁까지도 뜻밖의 호식을 하게 되었다.

  같이 지내다 보니 카이젤에게서도 아주 조금씩은 변화가 느껴졌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다정함을 자주 비춰주었다. 친절함, 상냥함, 인간다움도 자주 드러났다. 언제든 동생을 배려해주는 기색이 뚜렷했다. 또한 그의 의외인 면모도 많이 발견했다. 투철한 정의 의식, 공정해지려는 태도, 기본적으로 공공을 위해 헌신하는 태도, 잔혹하지만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판단력까지.

  물론 그런 그의 얼굴에 드리운 깊고 어두운 그림자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본질의 일부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찬란히 빛날 것 같은 사람이 어떤 무저갱보다도 깊은 심안(深眼)을 지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설령 그가 괴물이 맞을지라도 구태여 그를 경계하는 생각에 함몰되고 싶지는 않았다. 도리어 도움을 주고 싶어졌다.

  여전히 윤혁은 형이 추구하는 방향에 동감하지는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여전히 그는 세상적으로든 영적으로든 위험성이 느껴지는 존재였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윤혁도 하나뿐인 육신의 형제 관계에 대한 인식만은 확고해졌다. 언제까지 같이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미워하느라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윤혁은 일부러 하루에 한 번씩 형과 평범한 일생의 체험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보통의 친구, 형제자매, 가족이 나누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을 나눠보자. 훗날 돌이킬 수 없는 틈새가 생겨 둘의 길이 영영 엇갈리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추억할 기억 몇 가지 정도는 각자에게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큰 다짐을 하고 형과의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했건만.

  ‘역시나 어렵네.’

  성격이 물과 기름처럼 달라서 공통분모가 될 소재가 별로 없었다.

  게임 같은 건 카이젤이 너무 시시하게 여겼다. 한 번은 윤혁도 형이 인공지능들을 상대로 체스 놀이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참고로 100차원 홀로그램 체스판이었고, 말의 개수는 열 자릿수가 넘었다) 너무 손쉽게 형이 이겨버리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머리 쓰는 게임은 어떤 것이든 무의미할 듯했다.

  “아니, 인간의 머리로 저런 것까지 연산할 수 있나요?”

  “난 쉽게 되던데?”

  카이젤 본인도 신은 아니기에 완벽하게 ‘초인의 정신’의 구동 원리를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인의 본질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한 사람이라 그런지 단편적인 원리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초인이 왜 그토록 정신력이 엄청난지, 몇 가지 단서를 가르쳐주었다.

  “물리적 정신 중추인 뇌와는 별개인, ‘초 물질적 정신력’과 관련이 있지.”

  제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인간의 두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두뇌란 것도 제한된 질량의 물질에 불과하니까. 그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피코머신을 이용한 신개념 뇌 신경 구축이나 양자 두뇌 이식과 같은 강화 방법을 쓰던지, 아니면 물질계 너머의 정신력을 끌어올려 단련시켜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초인은 본능적으로 가능하지. 보통 사람들은 안 되지만.”

  일반인은 초지능 강화체를 이식해 물리적 정신력 한계를 상향시켜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며 온전한 자아 속에 융화시키지도 못한단다(단, 카이젤은 ‘아직까지는’이라는 의미심장한 단서를 달았다). 반면 초인은 과학기술력 없이도 물질계 너머의 정신력을 부분적으로나마 견출해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분적이나마 외부 지능체나 양자 두뇌나 피코머신 시냅스를 자신의 정신에 온전히 합칠 수 있단다. 한계치는 있긴 했지만.

  윤혁은 형의 가르침을 듣고 나름대로 상상을 펼쳐 추측해보았다.

  ‘일반인과 초인의 정신 차이는⋯⋯, 단순한 뇌 구조 차이가 아닐지도?’

  어쩌면 영혼과 육체가 상호작용하는 기동 원리와 더 관련이 깊으리라.

  참고로 사실 윤혁이 추측해낸 내용은 최강 개체인 카이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초인들도 어느 정도는 경험과 자기 성찰을 통해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그들은 비물질적 영역인 ‘혼’과 그 너머의 ‘초자연적’ 부분을 알고 있었다. 일정 부분은 실험적 관측과 이론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이해했고 나머지 부분은 관념적으로, 상상력으로, 직감적으로 알았다.

  여하튼 게임을 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놀이로는 같이 즐길만한 게 없겠네요.”

  “아쉽지만 그렇군.”

 

  다음 날, 윤혁은 형에게 같이 만화나 소설을 읽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걸림돌에 걸렸다. 카이젤의 속독 능력 탓이었다. 그는 찰나에 모든 정보를 인식하는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소유자였다. 그는 윤혁이 평생 즐겨 읽었던 책들을 몇 초 지나지 않아 전부 입력해버렸다. 단순히 정보만 얻는 것이 아니라 음미나 내재화의 과정까지도 그 찰나에 처리해버렸다. 그에겐 권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저런 속도로 보면 감동을 느끼는 건 무리겠지.’

  게다가 그가 권태감을 느끼는 데는 속독 실력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작가의 생각과 결말이 너무 빤히 보이는군.”

  해 아래에서 새로운 것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 세상 작가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의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학습해버린 카이젤에게는 어떤 작품이든 식상하게만 느껴졌다. 시작을 보면 세부 결말까지 모든 내용이 샅샅이 예측되었다. 그의 예측 반경을 벗어날 창조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건 문학도 무수히 읽어보셨다는 뜻이네요.”

  윤혁은 형의 뜻밖의 소양에 긍정적 반응을 보냈다.

  “뭐, 그렇긴 하지. 예술 또한 내가 섭렵한 영역 중 하나니까.”

  “의외네요. 논문만 읽으실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문화를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문학인데.”

  사실 카이젤은 문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보통의 사람과는 달리 감상과 창조가 아닌 분석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차이점은 있었지만. 여하튼 그는 문학과 예술의 습득에도 열성적이었고 창작에도 능숙했다. 자기 손으로 쓴 희곡, 연극 대본, 오페라, 다양한 장편 문학, 영상 예술, 영화, 시도 산더미처럼 많았다.

  ‘정작 중요한 작품들은 지구보다는 우주 식민지들에 배포했었지만.’

  독자적인 다양한 문화가 싹트던 만큼 실험장으로서는 최적이었던 그곳들.

  다만, 그곳들에 관해서는 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잠자코 침묵하였다.

  “보통 예술가는 무언가에 심취하거나 영감을 받아야 한다던데 나는 도통 모르겠군. 인간의 심리라는 게 너무 뻔하고 분석하기 쉽거든. 굳이 창조성을 쥐어 짜내지 않아도 인간의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 예술성은 숨 쉬듯 만들어낼 수 있지.”

  마치 인간의 그릇이 못 감당할 예술도 만들 수 있다는 투였다

  “재능을 마음대로 흡수할 수 있다면 확실히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형제는 창작의 고통을 겪는 작가들이 들으면 분노할 발언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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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시리즈 전체에 걸쳐 중요한 비중과 의미를 차지하는 인물이 하나 더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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