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76회 초인들의 세계 Ch 31. 영화관과 수영장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0.12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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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치열한 고민 후 윤혁은 새로운 해답을 찾았다.
‘좋았어. 이거면 되겠다.’
그는 이번에는 영화를 택했다.
‘영상은 빨리 감기가 불가능하니까 형도 천천히 감상할 수 있겠지?’
카이젤은 동생의 제안을 듣더니 잠시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노력하는 동생이 기특했기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여 동감해주었다. 그는 여유 시간이 생기자마자 동생을 데리고 집 안의 커다란 영화관으로 향했다.
“저, 저렇게까지 거대한 건 필요 없는데요?”
엄청나게 웅장하다고 말할 수준마저 넘어서는 영화관.
“고작해야 5차원 홀로그래피 아닌가?”
너무 스케일이 큰 것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친교를 위해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각자 하나씩 영화를 골랐다.
먼저 윤혁이 고른 영화는 조금 오래된 것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가족 드라마였다. 장르는 적당한 진지함을 담은 코미디로 잔잔한 감동이 섞여 있었다. 주제도 좋고 진실한 마음의 울림을 전달해주는 내용이었다. 개봉 당시에 평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는 보고 울었던 기억도 났다.
줄거리는 각기 다른 곳에서 자라난, 아버지가 다르고 어머니만 같은 형제가 우연히 만나 같이 지내게 되면서 서로 투덕거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그분이 평소 품으셨던 소원을 이뤄드리려고 협동하면서 점점 마음을 열고 친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식상하고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정선, 그리고 적절한 표현 구도 때문인지 높은 완성도로 승화된 영화였다.
“재미있지 않았나요?”
“글쎄?”
두 번 봐도 감회가 새로운 윤혁과는 달리 카이젤은 다소 무덤덤해 보였다.
‘별로 공감되는 게 없다 이건가?’
형의 눈물을 쏟아내는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너무 반응이 없으니 조금 무안하고 아쉬웠다. 나름대로 회심의 선택이었건만. 그래도 윤혁은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공상과학이나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형도 좋아해 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에서 혹시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세요.”
동생이 나열한 최신 개봉작 몇몇을 카이젤이 가볍게 훑어보았다.
“이걸로 하지.”
셀레스티언의 습격. 10부작 장편 시리즈로 요새 인기몰이하는 대작이었다.
평범한 상업 오락 영화 같지만, 그 실상은 대단히 깊은 철학적 주제와 인간 군상의 처절한 모습을 그려낸 비극영화였다. 소재 자체는 흔히 떠올릴만한 것이었다. 하늘의 별들이 인격을 얻어 탄생한 ‘셀레스티언’ 종족, 그리고 물리학에 대한 이치를 깨달아 초능력을 획득한 인간 ‘에스퍼’ 종족, 그 두 종족의 피 튀는 기나긴 전쟁을 그려낸 거대 서사시였다.
“저는 이 시리즈 처음 봐요.”
“잘 됐군. 그럼 오늘은 1편만 보도록 하지.”
영화의 기본 플롯은 종족들의 존속과 멸종을 가르는 치열한 전쟁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세부 주제들도 있었다. 같은 종족 내부에서의 내분과 투쟁,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지도자들의 대립과 파멸 등이 곁들여져 있었다. 가볍게 보면 단순히 오락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깊이 씹을수록 온갖 의문점이 떠오르게 되는, 철학적이고 복잡한 영화였다. 아까와는 달리 카이젤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는 있긴 하지만, 뭐랄까,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적인 느낌이네요.”
윤혁의 솔직한 감상평은 이랬다. 형도 동생의 말에 조금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에 깊이 잠긴 모습을 보아 그는 뱁새들은 알지 못할 훨씬 더 심오한 시각으로 새로이 영화를 고찰한 모양이었다.
“영화 감상도 감상이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
그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심리와 상호작용을 할 좋은 수단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때의 윤혁은 형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형은 영화 제작도 많이 참여해보신 모양이네요.”
“찍어내다시피 했었지.”
“출시된 것도 있나요.”
“영화 비슷한 것은 자주 배출해봤다. 물론 이곳 말고 다른 곳에.”
‘영화 비슷한 것? 다른 곳?’
의미를 알 듯 모를 듯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바쁘실 텐데 문화 창작 활동을 하실 여건은 되시나 보네요?”
“인공지능과 그래픽 기술이 있으니 쉬운 일이지.”
“배우나 감독도 고용하시나요?”
“풋, 그런 게 필요할 리가.”
카이젤은 손가락을 까딱 흔들더니 모종의 정신파와 텔레파시 신호를 보내 영화관 내부의 전체 구조를 변형시켰다. 이윽고 수만 개의 천체 급 양자컴퓨터가 거미줄처럼 짜여 있는 네트워크가 나타났다. 아울러 거대한 홀로그램 영상이 프랙털처럼 겹쳐진 광활한 기하학적 형태로 온 공간이 재편되었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도 영화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어.”
그는 즉석에서 뇌파로 텍스트를 조작하여 소설 한 시리즈를 생성했다. 그 뒤, 눈 깜빡할 찰나에 내용 전체를 눈 속에 담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이어서 곧바로 수많은 인공지능을 수족처럼 조작해 작업을 개시했다. 그의 몸은 미동조차 없었다. 오로지 눈동자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에 반응하여 수많은 홀로그램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자아내었다.
곧 인물의 뼈대들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여러 패턴으로 움직이면서 배경과 융화되었다. 마치 생기가 그 뼈대 속에 불어 넣어지는 듯하더니 점점 구체화하여서 마침내 현실의 인물이나 배경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영상만 보면 누구든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정말⋯⋯, 순식간에 끝나네요.”
경악하는 동생의 모습에 형은 싱겁다는 듯 웃었다.
“뭐, 이 정도까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긴 하지. 하지만 작정하면 하루에도 이런 식으로 공장처럼 뽑아낼 수도 있어. 영상 예술이건 극이건 문학이건 말이지. 사실 난 그보다도 더한 것도 많이 해봤으니까.”
카이젤은 그새 가까워졌다고 동생 앞에서 은근한 자랑이 많아졌다.
‘평소 얼마나 생각이 많이 떠오르기에 저러지?’
문득 윤혁은 양극성 장애, 즉 조증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너무도 빠르게 솟구치는 질병.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생각을 도저히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카이젤에겐 그들과는 달리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그는 무한에 가까운 생각의 폭포를 완벽하게 질서정연한 형태로 제련하여 생산적으로, 능숙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아마 그의 큰 사고 용량에는 ‘생각 장애’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그보다 더한 것이라니요?”
“바깥 세계 사람들을 위해서 만드는 작품들이지.”
지구권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 듯했다. 윤혁은 잠시 멈칫했다. 돌고 돌아 마침내 그가 찾던 주제에 가까이 접근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형이 마치 미끼를 내미는 낚시꾼이고 자신은 거기에 이끌린 물고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좀 더 묻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형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아직은 조심해야겠어.’
“예술 작품과 문학에는 두 가지 유용성이 있지.”
고민하던 윤혁을 카이젤의 목소리가 깨웠다.
“첫 번째는 대중과의 상호작용.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 그들을 특정 방향으로 견인하고 유도할 수 있어. 애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때로는 제법 유용하지.”
눈빛의 방향을 보아 딱히 동생에게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두 번째,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는 수단이 돼. 공상과학이 특히 그런 측면이 강하지만, 다른 것도 마찬가지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다양한 상상도를 자아내면 결국 그 속에서는 현실 세계로 챙겨올 만한 유용한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지.”
카이젤은 약간 넋을 잃은 듯 화면을 바라보면서 반쯤 혼잣말로 떠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정치인이나 경영자, 혹은 과학자의 면모였다면, 지금의 모습은 흡사 자기 세계에 심취한 예술가 그 자체였다.
“첫 번째 유익이 극의에 도달하면 다중 정신 간섭.”
그 순간, 그는 일종의 황홀경에 빠진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유익의 절정이 담긴 꽃이 바로 시뮬레이션 우주.”
윤혁은 형에게 쉽사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물론 둘 다 매우 감미로운 예술이지.”
조금 전에 형이 내뱉은 말들은 하나같이 의미심장했다.
‘다중 정신 간섭이라고?’
설마 어르신이 경고했던 그것인가? 아니면 그것과는 다른 종류인가? 카이젤 자신도 몇 차례나 정신 기술의 존재를 넌지시 암시하긴 했는데, 그것과 이 말이 관련이 있는 건가? 대중을 상대로 예술을 활용하는 것과 ‘다중 정신 간섭’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게다가 다른 한 마디는 더욱 의문스러웠다.
“시뮬레이션 우주라고요?”
과학 서적에서 언뜻 비슷한 개념의 단어를 본 기억은 있었다. 우리 우주가 사실은 어떤 컴퓨터 속에 구현된 가상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마이너한 이론. 개인적으로는 허황된 망상으로 치부하는 이론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는 윤혁 자신의 신앙관과도 상충하는 이론인 탓도 있었고.
“미안하다. 내가 또 쓸데없는 소리를 떠들어댔군.”
카이젤은 조용히 손가락을 입가에 대면서 싱긋 웃었다.
“신경 쓸 것 없으니 걱정 마라.”
그의 천연덕스러움이 순간적으로 얄미워진 윤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튼 사람 염려하도록 만드는 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친해지려고 하면 꼭 저렇게 본색을 슬쩍 드러내어 잘 맺어진 정을 떨어트린다. 능구렁이 같으니. 그 와중에 쓸데없이 잘생긴 미소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니 괜히 더 얄궂었다.
*****
지난번 방문처럼 저녁 여가 시간마다 두 형제는 체육관에서 가벼운 스포츠 혹은 운동을 즐겼다. 간혹 구기 종목처럼 같이 호흡을 맞춰 경기를 해야 할 때면 형은 일부러 스스로의 실력을 감추고 살살 동생에게 맞춰 놀아주었다. 영락없이 네 살짜리 아들과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 꼴이었다.
몸이 지쳐서 피곤한 날에는 바닥에 주저앉아 형이 혼자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동생이 간간이 농땡이를 부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리는 것과 달리 형은 지독하리만큼 철저했다. 그는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완벽히 소화한 날조차도 어김없이 막대한 운동 분량을 채웠다. 보통의 사람 같았으면 앓아누웠겠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빠르게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초인의 육체도 이럴 때 보면 부럽다기보단 불쌍하네.’
그러던 어느 날.
“오늘은 수영장에 갈 생각인데 따라올 건가?”
형이 뜻밖의 반가운 제안을 했다.
“잘됐네요. 저도 물놀이 좋아하거든요.”
마침 수영장을 마지막으로 가본 지도 꽤 오래되었던 참이었다. 윤혁은 나름 기분 전환도 할 겸 기꺼이 형의 초대에 동참했다. 집안에 영화관까지 있으니 수영장까지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순진하게도 그렇게 여겼다.
그리고 불과 몇 분 만에 그 안일한 생각을 후회하게 되었다.
“이, 이건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잖아요.”
승강기 문이 열리자마자 거대한 해변의 모습이 펼쳐졌다. 맞은편 벽조차도 보이지 않는,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실제 바다였다.
“실내 수영장 맞는데?”
“그러니까 저걸 직접 만드셨다고요.”
“물론. 여기는 지하인데 이곳에 바다가 있다면 곤란하겠지?”
“제 생각엔 저런 걸 건축했다는 사실이 더 곤란해 보이는데요?”
“녀석도 참.”
카이젤은 입을 못 다무는 촌뜨기 동생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저런 걸 어떻게 만들죠?”
“친선 경기 때 내가 공간 조작 기술도 보여줬는데 까먹은 거냐?”
공간 배경을 조작하던 허상 실체화, 그리고 거울상이 반복되던 무한 공간. 그 기억이 떠오르자 아주 조금은 납득이 갔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적응했다 여겼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형제는 각자 따로 탈의실에 들어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합류했다.
카이젤은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특수 재질로 된 옷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바람에 근육의 선이 뚜렷이 돋보였다. 윤혁도 보통 사람치곤 건장한 편이었지만 역시나 형 옆에서 비교되자 주눅이 들었다. 연약한 어린 동물을 바라보는 어미 같은 형의 보호 본능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그렇게 약한 건 아닌데.’
가볍게 준비 운동을 마친 둘은 물에 들어갔다. 깊이 가늠이 안 되었기에 윤혁은 얕은 물가에서만 몸을 담그고 놀았다. 반면 카이젤은 아예 작정한 듯 깊은 바다까지 헤엄을 쳤다. 그는 인간 고래인 양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간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재빨리 돌아왔다.
“넌 수영 안 하나?”
“형처럼 파도치는 바다를 가로지를 만큼 잘하는 건 아니라서요.”
“내가 옆에서 좀 봐주지.”
윤혁은 사양했으나 카이젤이 곁에서 지긋한 눈빛으로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 마지못해 윤혁은 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미 이것저것 신세 졌으니 조금 더 져도 상관은 없겠지. 고맙게도 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덕분에 초보자에 가까웠던 실력이 단기간에 일취월장 개선되었다.
한참의 연습 후 형제는 잠시 쉬는 김에 먼바다 쪽을 구경하였다.
그때 저 멀리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지느러미?’
생긴 모양은 영락없이 상어의 지느러미를 연상시켰지만, 개수가 훨씬 더 많았고 크기는 고래의 그것보다 더욱 거대한 지느러미들이었다. 바다를 엄청난 속도로 가르고 있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최소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저것들 설마……, 상어인가요?”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고 그렇다고 기계도 아니지. 그 중간쯤?”
예상 반경을 벗어난 대답이 나왔다.
“네?”
정작 그것들을 보는 카이젤의 시선은 점심 요깃거리를 보는 기색이었다.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위험해 보이는데요?”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거다.”
카이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보증하였다.
“정확히는 나와 내 아군은 절대로 공격하지는 않아.”
적이라면 얼마든지 공격하리라는 건가?
“네가 내 옆에만 붙어 있으면 아무 이상 없을 거다.”
그렇게 카이젤은 끝까지 신경 쓰이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지느러미들의 정체에 관해서는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다행히 그의 말이 맞긴 하는지 상어들은 살풍경한 분위기만 조성할 뿐 윤혁 곁에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좀 더 깊은 바다 쪽을 볼 생각은 없나?”
“괜찮을까요?”
“우리 수영복에 추진, 방수, 호흡 보조 기능도 있고 방어 기능도 있지. 그 기능이면 안전할 거다. 너만 원한다면 심해 쪽으로 들어가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탐험도 즐겨볼 겸 말이지.”
약간은 걱정도 들었지만, 호기심이 그것을 눌렀다. 윤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 두 사람의 수영복은 슈트처럼 변형되었다. 눈과 귀를 보호하면서 산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압과 수압과 온도를 포함한 물리적 조건마저 조율할 수 있는 최첨단 장치였다.
“조금 전 그 상어처럼 위험한 동물은 없겠죠?”
형이라면 별의별 심해 동물을 들여놓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뭔가 있긴 하지만 다들 내 명령에 복종하는 것들이니 염려하지 마라.”
아니나 다를까 평범한 모험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생명체도 아니면서 기계도 아니라고요? 그것들이 대체 뭐죠?”
“아, 그것들 말이군.”
동생의 호기심이 이끌리는 게 형은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미래에 유용하게 쓰일 샘플들이지. 궁금한가?”
“일단 그렇게만 말씀하시니 더 궁금해지네요.”
“심해로 내려가 보자. 기회가 되면 곧 찬찬히 설명해주지.”
윤혁은 의아한 단서만 뿌려대는 형이 조금 못마땅했지만, 우선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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