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80회 초인들의 세계 Ch 32. 신수(神獸)와 정신지배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0.16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

 

 

 

 

 

  이윽고 형제는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수압이 증가하고 수온은 차가워졌지만, 슈트에 특수한 처리가 되었기에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나 불편은 없었다. 심해 이상의 세계임에도 놀이터처럼 편안했다.

  깊은 곳에 도달하니 더욱 다양한 유형의 신수들이 보였다.

  어떤 것들은 용처럼 상상의 동물의 모습을 닮았고 형태를 시시각각 바꾸는 것들도 있었다. 거대한 신수의 몸에 빨판상어들처럼 기생하는 작은 신수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입을 통해서 대규모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모체의 몸속으로 회귀했다. 윤혁은 그것을 보고 항공모함 같다고 상상했다. 이곳이 우주였다면 실제로 항공모함 이상 크기의 신수도 보았으리라.

  “저것들도 별도의 에너지 섭취 없이도 운용할 수 있겠죠?”

  마치 바이오닉 솔져들처럼. 그 생각에 구역질이 잠깐 솟았다.

  “잘된 작품은 대개 그렇지. 무제한으로 가능한 건 아니지만. 크기가 많이 큰 경우에는 자체적 에너지 생성력만으로는 힘을 충당하기 어려워서 작은 행성의 맨틀이나 핵에서 에너지를 빼앗아 먹도록 설계된 경우도 있어. 촉수를 나무뿌리처럼 길게 늘어뜨려서 별을 침식하지.”

  “어떤 의미에선 징그럽네요.”

  “신수왕이 만들어서 그래. 내가 만든 건 자체 충당이 능히 가능하지.”

  신수중에 어떤 것들은 모습이 아주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반대로 괴물처럼 흉악무도한 외양을 지닌 것들도 있었다. 형태뿐 아니라 색채, 존재 양태, 투명함, 지능, 활동 양상, 무리 짓는 방식도 제각기 각양각색이었다.

  ‘저것들도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공기나 물도 필요 없는 저런 이종족 개체들이 자체적 증식까지 가능하다면 대단히 섬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다면 필히 어떤 방식으로든 재생산 알고리즘이 있을 터. 상상하자니 무서웠다.

  “저들에게 진화와 자체 발전의 기회까지 준 건 나름 위험한 도박이었어. 신수왕의 선택은 무리수였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승인해주었고 그걸 넘어 기술까지도 완성해줬다. 위험을 무작정 피하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으니까.”

  형의 말을 가만히 듣자 하니 정말 모종의 ‘재생산’ 방법이 있는 듯했다. 진화라는 낱말을 썼다는 자체가 어찌 됐건 신수가 신수를 개량하거나 복제할 방도가 있다는 뜻이니까. 물론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자연적 진화가 아니라 인위적인 프로그램 혹은 인간 지성에 의한 개조겠지만.

  “그래서 강력한 족쇄가 필요했지. 기계들에도 율법이란 족쇄가 있는 것처럼.”

  ‘족쇄?’

  그가 말한 족쇄는 대화 맥락으로 보아 정신지배 기술과 관련이 있을 듯했다.

 

  그때였다. 윤혁의 뇌리로 직접 어떤 소리가 전달되었다. 처음에는 물속에서 들리는 음파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귀에는 진동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언뜻 뇌파 통신이나 뇌파 공명 기계 조종과 비슷해 보였지만 기계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뭐지?’

  그것은 돌고래나 박쥐가 만들어내는 초음파 같은 느낌의 기묘한 소리였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소리 혹은 영혼의 메아리 같았다. 소리마다 의미는 알 수 없어도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으며 서로서로 복합적으로 얽혀 특유의 네트워크를 자아내고 있었다.  

  “들리세요?”

  “텔레파시. 신수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이야.”

  카이젤의 음성이 같은 방식으로 윤혁의 뇌리에 전달되었다.

  “뇌파 기술, 확률 관측, 양자 통신, 상위 통신 기술과 유사점이 있지만 조금 유형이 다른 기술이지. 저들에겐 동물, 인간,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정신 체계가 있어. 그리고 그 정신 체계끼리 직접적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지. 그게 바로 텔레파시 통신이다. 의사소통의 수단, 명령과 제어의 수단, 동시에 의지를 발현시키는 수단이지.”

  신수를 발명해낸 건 다른 사람이지만 그들의 소프트웨어인 텔레파시 기술은 카이젤 자기 손으로 직접 고안해낸 작품이었다. 참고로 이 기술은 비단 신수들에서만 응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는 온갖 다양한 이종족이 제각기 다른 패러다임의 텔레파시를 운용하는 중이었다.

  “신수만의 채널? 저도 이 소리가 들리는데요?”

  “저들의 뇌는 우리들의 것을 모방했으니까. 신수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일종의 나노 머신이지만 그것들이 정신을 재현하는 원리는 인간의 뇌를 본떴다. 저들은 영혼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인간 영혼의 통로가 되는 뇌를 모방했기에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니야.”

  그래서 기계와 인간 양쪽 모두와 어느 정도는 공명할 수 있단다.

  “신수 말고도 많은 이종족이 이와 유사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걸로 형이 저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건가요?”

  “물론. 애초에 텔레파시 시스템은 저들의 정신 체계를 절대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고안해낸 것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다른 목적도 있었지. 초인의 뇌리에까지 적용해 장차 궁극적으로는 인간끼리도 외부 기술 없이 텔레파시를 운용하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물론 보다시피 현재 그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또한 다양한 이종족 버전의 텔레파시 시스템을 발명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정신계에 간섭하는 여러 가지 기술들까지 함께 파생되었다. 카이젤은 모든 부산물들을 극한까지 정제해 경이로운 테크놀로지로 승화시켰다.

  “그래. 우리의 정신 간섭 기술은 본래 인간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종족, 곧 인공적인 아류 종족들을 제어할 수단을 얻으려는 원 목적에서부터 발발했지. 어쩌다 보니 이종족의 텔레파시 체제들도, 인간의 텔레파시 체제도, 심지어는 범용의 정신계 기술까지 만들어졌지만.”

  윤혁은 점점 형의 고백 아닌 고백에 불길함을 느꼈다.

  “텔레파시 말고도 정신지배 기술들이 또 있나요? 단순 간섭 이상은요?”

  “신수 이외의 다른 아류 생명체들까지 한꺼번에 제어해야 하니 당연히 범용 기술 역시 확립되어 있지. 마음을 지배하거나 마음을 읽거나 정신 체계를 밑바닥부터 개조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해.”

  위화감이 더욱 빠르게 증폭되며 심장이 떨려왔다.

  “설마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정신 간섭, 정신지배 기술도 있나요?”

  마음의 떨림을 억누르고 용기를 가까스로 쥐어 짜냈다. 윤혁은 불편한 진실들을 직면하고 싶었다. 인류가 이미 고귀한 신념과 명예를 잊고 타인의 의지를 지배하는 길을 택한 것인지, 만일 그랬다면 어디까지 나아간 것인지를. 지금껏 형은 대답을 피해 얼버무려 왔고 덕분에 그의 의혹은 깊어져 갔다. 이제는 고민으로 속을 썩게 하기보다는 현실과 마주하고 싶었다.

  “부정하지는 않으마.”

  덜컹.

  텔레파시로 들려온 확인 사살에 심장이 가라앉는 듯했다.

  ‘역시 어르신의 의심이 옳았구나.’

  전신에서 힘이 축 빠져나갔다.

  “불필요한 경우에는 쓰지 못하도록 금기를 세워두었다.”

  형의 말이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사용하더라도 철저히 위계질서와 법칙 아래에서 운용하도록 했지. 예컨대 내 허가 없이는 허가된 목적 이외의 최면이나 세뇌를 걸지 못하지. 또한 시민권자에게는 영구적인 정신 효과 자체를 아예 남길 수 없고.”

  생각보다 진실의 쓴맛은 강렬했다.

  ‘왜, 무슨 마음으로 그런 기술을 개발하셨지?’

  형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랬군요.”

  저 사람에게는 그토록 섬긴다던 동족의 자유의지도 일개 도구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생산력을 추출하기 위한 수단? 예측할 수 없는, 통제해야 할 대상? 그렇게 생각하자니 비참한 기분과 함께 마음이 아려왔다. 윤혁은 포기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형과는 더 나누고픈 말이 없었다. 그에게 실망이 들었다. 저런 사람의 동생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이미 친선 경기 때도 충분히 봤잖아.’

  그저 고의적으로 잊으려 노력했을 뿐. 형에게서 올곧음이나 가능성을 보려고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과는 생각이 달라도 기본적으로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람이었으니까. 아픈 과거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해 달려가고자 노력하는 자였으니까. 그래서 눈감아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초인과 일반인의 사고방식이란 크레바스를 사이에 둔 두 절벽이었다.

  ‘자유의지를 짓밟을 기술마저 이미 탄생시켰다니.’

  신수를 제어하기 위한 목줄이라 해봐야 변명에 불과한 것 아닌가.

  아니, 그런 신수를 만든 것 자체도 창조에 대한 도전이겠지.

 

  넋을 놓고 벙찐 상태로 있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히 신수의 텔레파시가 뇌리로 스며들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파수를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신비한 동물의 울음소리 같아서 빠져드는 묘한 중력이 있었다. 더 귀를 기울이자 듣지 못했던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조용히 몸에서 힘을 빼자 무거운 신체가 서서히 수중에 가라앉는 듯했다. 실제로 가라앉는 것인지 아니면 황홀경에 잡아당겨지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헛된 기대를 걸었는지도 모르지.’

  무슨 기대? 카이젤이란 사람의 인간됨에 대한 일말의 기대?

  ‘초인과 인간은 다른 족속일까?’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형은 어쩌면 도무지 윤혁 자신의 힘으로는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압도되어 가라앉게 만들려고 이곳에 데려온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에 신수들의 음성도 점점 기이하게 변했다. 의미가 없는 메아리들 속에서 간간이 의미가 담긴 말소리도 들렸다. 점점 멍해졌다.

낙심한 윤혁은 알 수 없는 힘에 서서히 짓눌리고 있었다.

 

  <<찾았다.>>

  순간 나직하고 섬뜩한,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누구지? 뭐지?’

  어디에서 발원한 음성인지 당최 판단이 들지 않았다.

  <<나의 최강의 명검을 훼손시킨 흠집!>>

  그 소리에는 신수의 텔레파시 따위와는 차원이, 아니 형의 텔레파시와도 완전히 다른 무서운 침식력이 있었다. 윤혁은 자신이 유인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전의 그는 온전한 상태가 아닌 심신미약의 상태였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목소리가 강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는 몸을 돌려 수면 위로 올라가기 위해 헤엄을 쳤다. 그러나 상대 쪽의 준동이 좀 더 빨랐다.

  <<죽어!!!>>

  등 뒤로 수많은 그림자가 밀려들었다. 상어 정도 크기를 한 소형 신수들이었다. 그들은 즉각 신체 일부를 변형시켜 무기로 만들었다. 날카로운 금속 질의 발톱이 보였다. 윤혁은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짐을 직감했다. 인간의 기술력을 상회하는 운명적인 무언가. 초자연적인 감각. 공포가 엄습했다.

  “강윤혁!!!”

  그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등 뒤로 차가운 촉감이 닿았다. 윤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은 여전히 연약했다. 언제든 목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다시 실감이 났다. 물을 통해 전달되는 피 냄새와 약간 붉게 물든 물. 등 뒤로 따뜻하고 단단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돌아보니 누군가가 그를 꼭 감싸 안고 있었다. 그 등 뒤로 핏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무사한 것 같군.”

  그리고 갑작스럽게 거칠게 달려들었던 신수들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그들은 피 냄새를 맡자마자 어떤 강제력에 조종받는 것처럼 모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찬찬히 살펴보니 자신에게는 다친 구석이 없었다. 반대로 자신을 감싸 안았던 자의 금빛 눈은 스르르 감기더니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형?!”

  윤혁은 의식을 잃고 피를 뿌리는 형을 보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79회 초인들의 세계 Ch 32. 신수(神獸)와 정신지배 (3)
등록일 2022-10-15 | 조회수 174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81회 초인들의 세계 Ch 33. 심연과 창공 (1)
등록일 2022-10-17 | 조회수 152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