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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16회 초인들의 세계 Ch 42. 준동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2.1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윤혁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필요한 지식을 얻고자 조금씩 떠보았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세상의 은밀한 분야들과 각종 선진 학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시도는 효율적인 유익이 되지 못했으나 소득은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끔씩 유의미한 단서의 작은 편린이 인터뷰 과정에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언급되긴 했다. 그러나 유독 정보가 나오지 않는 분야가 몇 있었다. 특별히 ‘신수’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바다에 사는 신비한 생명체들을 보았노라는 목격담이야 사이버 네트워크상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진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까마득히 모르는 것 같았다.

  ‘일부러 신수라는 이름을 붙인 건 신비주의를 표방하기 위함이었겠지?’

  단순한 동화 감성에서 비롯된 작명은 아닌 듯했다.

  ‘신수왕이라고 했던가?’

  윤혁은 조금 접근법을 달리하여 형이 잠시 언급했던 단서, 곧 신수를 개발한 장본인이었다던 브리타니아의 수장에 관하여 조사했다. 하지만 그에 관해서는 표면적인 정치적 이슈들만 조사의 그물망에 걸릴 뿐이었다. 문제의 ‘신수왕’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하여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초인들 사이에서만 쓰이는 별명인가?’

  다만 한 가지, 신수를 조성하는 기술적 원리, 곧 인공적으로 나노머신을 이용해 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용한 정보가 있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 바로 ‘호문쿨루스’였다. 호문쿨루스는 로봇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성체이나 육체 특성상 기계와는 현저한 차이점을 보이는 발명품이었다.

  ‘호문쿨루스에 신수라니, 판타지 속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 작정인가.’

  원래도 윤혁은 개인적으로 설화나 신화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미신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 자체가 영 양심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대개 미신들이란 그 유래를 추적하다 보면 이교도 문화(Paganism)와 밀접하게 닿는 법이다. 대개 그런 미신의 근간이 되는 우상(Idol)은 고대인들의 허탄한 공상의 산물이거나 초자연적인 세계의 개입에서 파생되는 것들이었다.

  ‘그 초자연적(supernatural) 존재들이 악령들이라는 게 문제지만.’

  물론 현실 속의 실제 신수나 호문쿨루스는 그저 과학의 산물이요 미신과는 무관하다. 그저 이미지만 설화에서 빌려왔을 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금과 은으로 만든 고대 성경 시대의 ‘우상’도 그 시절 기준으로는 ‘목공과 금속 제련’이라는 과학 기술력에 의한 산물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오늘날의 발명품들은 과거의 우상과 달리 살아 움직이기까지 한다. 막강한 기술력까지 함유한 채로. 물론 초인들은 그것들을 도구로써 만들었지만 일반인들 눈에는 충분히 숭배의 대상처럼 보이고도 남겠지. 결국 인간은 그런 과학 기술들을 경배의 대상처럼 대하고 말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기술을 창조자인 초인들을 숭배하는 꼴이겠지만.

  ‘현대판 우상 숭배라.’

  문득 심해에서 겪은 일의 끔찍한 추억이 떠올랐다. 신수들의 텔레파시도 이질적이었으나 그 텔레파시의 홍수 속에 묻혀 들려온 이질적인 또 하나의 소리는 쉬이 잊히질 않았다. 그 기억은 너무도 섬뜩하고 불쾌했었다. 몇 차례나 그 악몽을 잊어버리고자 무의식 아래로 기억을 깊숙이 묻어버리려 시도했으나 잘 되질 않았다. 윤혁은 다시는 그런 끔찍한 목소리를 접하지 않길 바랐다.

  ‘공포감 때문에 생긴 착각 같은 거였을까?’

  생각해보니 그때와 같은 위화감을 그 이전에도 한 번 느꼈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다. 바로 학교 건물에서 엔진 폭주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때도 아주 흐릿하게나마 정체를 모를 악의가 느껴졌었지. 피부에 칼이 닿는 듯한 섬뜩한 감각. 윤혁은 혹 자신이 미지의 세계로부터 공격을 받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내가 평강을 잃을 때마다 그런 일이 발생했었지.’

  전에도 윤혁은 종종 하나님과의 동행을 멀리할 때, 이웃 사랑을 게을리할 때, 소망과 기쁨을 잊고 불평이 들 때마다 비슷한 종류의 짓눌림을 느끼곤 했었다. 이성적 근거는 없었지만 그런 때 으레 느껴지던 마음의 짓눌림과 그 두 날 심해와 폭발 속에서 체험했던 악의 사이에는 기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그냥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앞으로도 골치 아픈 일들이 반복되리라는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

 

 

 

  별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요새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거물이 바로 ‘스텔라 엔진’이었다. 주계열성, 적색거성, 청색거성, 초신성 직전의 별, 백색왜성, 극히 드물게는 작은 중성 자성, 펄서, 소형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스텔라 엔진이란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이러한 별들을 인공적으로 가공하고 압축하고 변형하여 만든 에너지 생산 공장, 또는 그런 공장을 구축하는 기술력을 지칭했다.

  스텔라 엔진은 ‘시간 압축’을 필두로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발명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현실화가 가능케 되었다. 대표적인 성과물이 바로 5년 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다크 솔라리스’였다. 후에 소형화된 고효율 엔진이 생산 및 복제되면서 연비 문제 때문에 해당 모델의 생산은 중단되었지만, 다크 솔라리스는 기술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예시가 되었다.

  다크 솔라리스 생산은 300여 기로 마무리되었으나 현재는 더 개량된 응용 버전의 스텔라 엔진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렇게 새로 개조된 스텔라 엔진들은 대체로 원료가 된 별의 기존 자연적 에너지 출력마저 뛰어넘었다. 자연 상태의 별은 아무리 크기가 거대하다 해도 결국 유한한 양의 플라즈마를 핵융합으로 태우는 연료였는데 인간들은 그런 별의 체계를 마개조하여 준-영구기관으로 바꿔버렸다.

  그 결과 스텔라 엔진은 준 무한대의 에너지를 영속적으로 추출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스텔라 엔진에는 물질 생성 및 복제 기능까지 탑재되었다. 생산 공정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곳인가?”

  칼리드는 얼마 전 폭주가 있었다던 문제의 그 다크 솔라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빛과 열의 외부 방출을 차단해 블랙홀 마냥 완벽한 흑색을 유지하는 구체. 그것 내부에는 거대한 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생성하고 변형시켜 외부로 전송하는 네트워크가 장착되어 있었다. 또한 에너지 손실과 폭주를 제어하도록 거대한 실드가 코로나 마냥 검은 별을 둘러싸고 있었다.

  지금 칼리드가 이 시설에 파견된 이유는 단순 사고 후속 대책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와 같은 거물은 그런 단순한 일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별도의 목적의 조사를 하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조사보다는 연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지만.

  사실 이 일 전에 카이젤은 얼마 전에 폭주가 일어났던 엔진들을 면밀히 분석했었다. 예방 대책을 세우기 위한 이유이기도 했으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목적은 누가 이 일에 개입했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카이젤은 이 이변 현상이 ‘초자연’에서 유래했노라고 반쯤 확신했다. 비록 초자연적 실체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는 그들의 의도와 그로 인한 이변을 기꺼이 역이용할 작정을 품었다

  조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면서 뜻밖의 소득이 많이 속출했다. 은하 각지의 폭주체 내부에서 이전에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독특한 ‘변형 소립자’, ‘특수 파동’, 그리고 ‘상위 차원 귀속형 막(M-brane)’ 등이 수없이 발견되었다. 이 새로운 연구 재료들은 경이로운 보물단지였다. 조금 의심스럽긴 해도 초자연적 실체가 개입해온 이유가 인류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런 것들을 전달해주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카이젤은 이에 명료한 확인을 위해 한 시설에 부관을 파견했다.

  “칼리드, 함대를 이끌고 문제의 그 다크 솔라리스-210에 찾아가서 확인을 시행하라. 압축형 항성 내부에 ‘그것’의 잔흔이 남아 있을 것이다. 거대 엔진이니만큼 더 선명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석이 완료된 뒤에는 항성을 해체할까요?”

  “아니, 틀림없이 따로 쓸모가 생길 테니 내버려 둬라.”

  칼리드는 몇 가지 지시와 당부를 받고 신속히 파견되었다. 그를 돕기 위해 대규모 연구용 인공지능 보조 요새들의 지휘권이 부여되었다. 그렇게 오늘 이곳에 도착한 그는 지체 없이 능수능란하게 연구를 개시했다. 요새들은 그의 수족이 되어 문제의 실체를 해부하였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무수한 성과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발견이 기존 물리학의 판도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들 만큼 놀라웠다. 칼리드는 특수 에너지, 신물질, 새 연구 자료 등의 결실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을 작정으로 빠짐없이 추출했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정작 따로 있었다.

  “설마하니 이론의 예견대로 실제 발견하게 될 줄이야!”

  냉정한 칼리드조차 속에서 솟구치는 희열을 가까스로 통제하였다.

  “항성혼의 실체화된 흔적을 마침내 포착했군.”

  항성혼(恒星魂, Stellar Soul).

  문자 그대로 별의 혼(Soul) 역할을 하는 물리적 특수 실체.

  그것은 인간의 혼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물리적 매체로 자연 상태의 항성 몸체를 상위 차원계 속에 고정해주는 뿌리였다. 지금까지는 이론으로만 존재를 예견했을 뿐 항성 개조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발견된 적은 없었기에 학계에서도 사장되려던 차였다.

  “시기적절한 쾌거로군.”

  폭주 직후 동결해 버린 이 낡은 엔진에 항성혼의 잔흔이 남았을 줄이야. 직접적인 관측에 성공한 것도 쾌거였지만 곧바로 연구에 투입해도 좋을 만큼 샘플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더 큰 수확이었다.

  “아버지께서 다크 솔라리스-210을 아예 새로운 실험체로 개조해서 따로 분석하도록 명령하신 이유를 알 것 같군. 처음부터 항성혼을 염두에 두셨던 건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미리 아셨던 것이지?”

 

  여기서부터는 칼리드가 알지 못한 내막의 이야기.

  사실 카이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항성혼의 존재를 예견하고 있었다. 나아가 단순 이론적 추론을 넘어 간접적인 관측까지도 어느 정도는 기술력으로 현실화한 상태였다. 다만 워낙 고차원적 영역인지라 여태까지는 실체를 다루거나 정복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말하자면 20세기의 천문학자들이 별을 관측하고 이해하면서도 그 별에 직접 발을 내딛지는 못한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가 ‘천체혼’이란 개념에 대한 단서를 처음 얻은 계기는 모종의 ‘보물’을 캐내기 위해 지구와 태양의 중심부를 파헤친 일이었다. 그때 그 보물을 획득한 카이젤은 뜻밖의 부산물까지 얻었으니 바로 지구 내에도 고유의 혼(魂)이 있음을 관측해낸 것이었다. 이내 그는 이 혼이라는 것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자 제로원의 깊이를 지구 내부 전체로까지 확대했다.

  제로원이라는 도구에 힘입어 지구혼에 대해서는 꽤 이해를 쌓았고 미약하게나마 관측 상호작용의 단계까지 진척시켰으나, 태양이나 타 항성 및 행성에 대해서는 진도를 거의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천체혼에 대한 지식은 지구혼의 특성을 연구하여 얻은 데이터에 의존해 추론적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우주 개척을 명목으로 무수한 천체들을 갈아엎으면서 조금씩 진전은 이뤘으나 지금처럼 초자연적 개입이 뜻밖의 전화위복을 남기지 않았다면 진실의 꼬리를 확고하게 잡긴 어려웠으리라.

  카이젤은 자신 외의 초인들에게는 이러한 기나긴 연구 서사의 구체적 맥락은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천체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암시적인 이론 단서만 가르쳐주었다. 그랬기에 초인들은 우주 개발에 참여하면서도 정작 그 노른자는 누리지 못했다. 항성혼이라는 실체가 이론적으로 예견된다는 상식은 소유했으나 그 아이디어가 나온 논리적 맥락은 까마득히 몰랐다.

  그랬기에 지금의 발견은 칼리드의 시선에서는 체계적인 기획이 아닌, 기적적이고 극적인 자연의 돌변이자 대혁신의 현장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저 인류의 도약만이 그에게 있어서는 관심사였다.

  ‘그분의 청사진이 어디에까지 닿을지 모르겠군.’

  붉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칼리드의 눈동자는 희열로 번뜩였다. 성취, 정복, 발견을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칼리드의 진홍의 불꽃. 그는 먹잇감의 목숨을 끊기 직전의 야망 찬 야수처럼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이제 곧 이 낡은 폐기 엔진은 신세대의 ‘꿈의 별’을 완성키 위한 일종의 연구 기반으로 재탄생하게 되리라. 가까운 미래에는 세포가 감수분열을 하듯 스텔라 엔진도 물질 생성 및 복제 기능을 획득하겠지. 그리하여 스스로 동일 개체를 복제하는 경지에도 도달케 될 것이다. 이름하여 이상으로만 그리던 ‘전천후 완전형 엔진 요새’가 만들어지리라.

  ‘양산 가능 단계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100년? 20년? 10년?

  아니다. 인류가 전심으로 작정하고 연구에 매진하면 더욱 빠르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인류연합은 머지않아 은하계와 초은하단을 넘어 가시우주(可視宇宙) 전역까지도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

 

 

 

 

 

 

*****

 

 

 

  그 무렵, 진은 새 부하들의 탄생을 목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슬슬 세 아이의 완성이로군.”

  첫 번째로는 항성 기반 양자 컴퓨터인 ‘태양의 영감’ 프로젝트와 그것의 프로토타입인 SDR–00001. 두 번째로는 암흑 에너지 매개 네트워크, ‘다크넷’ 프로젝트와 그 프로토타입인 MS–00001. 마지막으로 다중 행성 침식형 인공 뇌 조직, ‘하이브 브레인’ 프로젝트과 그 프로토타입인 ABN–00001.

  이미 이것들을 다스릴 ‘주인의 증표’는 아버지께 하사받아 팔에 심어둔 채였다. 이제 그간 직접 열심히 구상한 계획의 생산물을 손아귀에 넣을 차례다.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잠시 후 역사적인 열매가 탄생하였다. 홀로그램의 형태로 세 개의 마스코트 형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본체가 아닌 아바타였다. 거대한 본체들과 의사소통을 나눌 수단으로써 이들의 필요성은 분명했다.

  {인사드립니다, 마스터. SDR-00001입니다. }

  {안녕하세요, 당신이 제 아빠가 되는 건가요. MS-00001이에요.}

  {네 놈이 내 주인인가. ABN-00001이다.}

  ‘제각기 특이한 성격으로 디자인되었네.’

  진은 웃음 아닌 웃음을 머금고 그들에게 인사했다.

  “반갑다, 너희들의 통제권은 내게 위임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상위 통제권은 인류연합 측에 있다지만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진 자신 이외에는 별 달리 사용할 사람도 없을텐데. 적어도 사소한 프로젝트 정도는 진의 권한 내에서 마음껏 유동적인 운용이 가능하리라.

  ‘덕분에 칼리드나 갈트론에 대한 감시, 견제가 조금은 편해지겠는걸.’

  과학자라는 신분 특성상 정치에 제약이 있었던 차에 마침 잘 된 셈이었다.

  “너희들은 이제 내 명령을 따라서 몇 가지 일들을 도와줄 거야.”

  사실 이번에 새로 얻은 세 부하 말고도 그에게는 일곱 기의 특수형 호문쿨루스, 아홉 기의 만능 인형, 열다섯 기의 사이보그, 스물네 기의 마스터피스 키메라가 수중에 있었다. 그가 직접 개조한 만큼 상당한 스펙의 걸작들이었지만 수량이 너무나 적어서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더 많은 군단을 양산해서 운용하지 못한 이유는 인류연합이 개인의 사적 활동을 제어하기 위해 여러 법률로 인격형 생명체의 운용을 제한한 탓이었다.

  ‘하지만 SDR, MS, ABN은 달라.’

  이들은 적은 수량으로도 다수의 분신을 생성할 수 있는 데다가 양자 공명 기능까지 탑재한 존재. 은하계라는 범위 한정이지만 유사 편재성까지 흉내 낼 수 있었다. 군단을 갖지 않고도 실질적인 군단을 부릴 수 있는 혜택. 편리하고 좋은 조수들을 손에 넣은 진은 제법 기분이 여유로워졌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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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공상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 복잡하면 편안히 '그러려니'하고 훌훌 훑고 가시면 됩니다. 숙지하고 가면 나중에 더 많이 재미를 누릴 수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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