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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22회 초인들의 세계 Ch 44. 은하의 정복자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1.0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됨)

 

 

 

 

 

  태양계 끝자락 오르트 구름에 도달하자 차원 횡단용 오메가 클래스 게이트가 문을 개방하였다. 이동형 요새는 항해 자료를 수집했다. 총 3,000번의 워프와 200회의 게이트 횡단을 연속적으로 잇는 항로가 계산되었다. 준비가 완료되자 요새는 항해를 시작했다. 수많은 공간 횡단이 요구됐지만, 소요 시간은 불과 0.1초 안팎.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방대한 열과 진동과 중력과 관성력은 내부 시설에 코팅된 힉스 생성 장치로 중화되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둘은 끝없이 펼쳐진 검은 지평선을 보았다. 레반은 흠칫 부르르 떨었다. 내륙에서만 살던 농부에게는 해변의 파도가 미지의 공포로 다가오듯, 은하 내에서만 살던 인간이 은하 바깥의 암흑 에너지 파동을 직접 마주하자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왔다.

  “여기는!”

  “비서관은 처음인가?”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잘 적응해둬. 10년 안에 자주 왕래할 날이 올 테니까.”

  왕은 저 암흑의 바다마저 손쉽게 정복할 것으로 상정하는 듯했다.

  “고작 바다를 무서워해서야 큰 국가로 성장할 수가 없지.”

  요새 바깥쪽으로 거대한 구조물들의 나열이 보였다. 그 구조물들은 흡사 방파제처럼 끝없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기괴한 형태의 물건들이었다. 규모가 비상식적이었다. 은하 전역이 둘러싸여 있었다.

  “설마 우리 은하의 경계선을 덮고 있는 겁니까?”

  “뭐, 일단은 그렇지.”

  “믿기지 않는군요. 통상 물질은 아니겠죠?”

  환상 실체화? 확률 간섭? 차원 기술? 레반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말도 안 돼! 10만 광년 규모의 스케일을 덮는 건축물?’

  천체 규모라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인류의 기술로는 무리 아니었던가?

  “뭐, 영업비밀이긴 하지만, 특수 임무 비서관이니까 가르쳐주지. 암흑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파동 연산 함수’에 대입해서 추출해낸 특수 재질이야. 그 생성물을 기틀로 만든 뒤 아공간 기술을 활용해서 증폭 확산시켰다.”

  레반은 외경심에 혀를 찼다.

  ‘대표님은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려고 저런 것까지 제작했을까?’

  저것도 은하 밖을 정복하기 위한 청사진 일부인가?

  “자, 준비해. 이곳에 온 목적을 슬슬 시행해야지.”

  카이젤은 자신이 탑승한 요새 근처로 부수 요새를 잔뜩 소환시켰다. 공간의 틈이 벌어지면서 아공간과 ‘칼라비-야우 차원’ 이면에 저장되어 있던 거대 물체들이 쏟아져나와 검은 하늘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보조 요새들에는 갖가지 특수 장비들과 화물들이 들어있었다. 위험성이 높은 화물들인지라 게이트로 직접 이동시키는 대신에 소환이라는 방법을 통해 운송해온 참이었다.

  먼저, 몇백 대의 보조 요새에서 검은 물질이 분출되었다. 일반적인 입자나 파동으로 된 물질이 아니었다. 미지의 암흑 에너지를 조작하기 위해서 특별히 분리 및 제련시킨 재료들이었다. 그것들은 우유 찌꺼기가 엉키듯 그물 형태의 촘촘한 망을 이루었다. 이윽고 가지를 뻗으며 넓은 공간으로 확산되었다.

  “그것이 ‘다크넷’입니까?”

  “진 녀석이 제안한 모델을 개량해서 만들어봤다. 지금 당장에 범 은하단 통신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고안한 다른 모델들과 융합시키면 가능성이 꽤 커질 것 같군. 기대해도 좋아.”

  은하계와 다른 은하계 사이의 통신과 교통. 이는 인류가 당면한 매우 중요한 숙제였다. 지금까지 카이젤은 수십 종류도 넘는 은하 간 통신 매체들을 구상한 뒤에 실험을 수행해왔다. 각각 약간씩 성과는 있었지만 완전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시공간 오차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늘 공통적으로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진이 제안해온 암흑 에너지 매질의 네트워크인 ‘다크넷’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꽤 쓸 만한 잠재력을 담고 있었다. 카이젤은 본인의 지혜와 연산 능력을 더해 불완전했던 진의 아이디어에 완성도를 더욱 붙였다. 단 며칠 만에 그는 다크넷을 수십 세대 이상 진보시켰다.

  {프로세스 2단계 개시.}

  이윽고 보조 요새들에서 특수 파동, 인공 생성된 특수 공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막(M-brane), 그물처럼 뻗어나가는 결계 물질, 그리고 암흑 물질을 분리 추출한 에너지원들이 차례차례 분출돼 얽히면서 검은 그물과 겹쳐졌다. 중앙 요새에 자리한 카이젤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진두지휘하였다. 그는 연산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다.

  온갖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서 생성된 일련의 복합체는 광활한 우주와 겹쳐져 있는 다른 계와 접촉하였다. 그리고 복합체는 그 계를 매질로 삼아 빠르게 뻗어나갔다. 마치 세균들이 손끼리의 접촉을 통해서 순식간에 번져나가는 것처럼. 복합체는 순식간에 먼 곳에 있는 다른 은하에까지 닿았다.

  “일단은 안드로메다부터 동조화를 시험해보지.”

  시스템과 동화된 카이젤, 그리고 그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싱클레어, 보조 작업을 곁에서 도와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리하도록.”

  금안 위에 새겨진 청색, 적색 고리가 강렬한 빛을 발하였다.

  “A.I.들이 잡일은 거의 다 보조하겠지만 초인의 판단력도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안드로메다를 비롯한 몇몇 소형 은하들은 우리 은하에 근접해있는 것들 중 특이하게도 우주 공간 팽창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가까워지는 것들이었다. 그 덕분에 급격히 멀어지는 다른 은하들과는 달리 인류는 몇 개의 무인 시스템 군단을 파견해 부분적이나마 이 좋은 은하들의 탐사 및 개척을 시행할 수 있었다. 카이젤이 현재 접속한 시스템은 그 은하들의 기계와 맞닿아 있었다.

  특별히 안드로메다의 경우 게이트 복합체를 통해 우리 은하와 엮여 있었다. 이 두 은하는 중력으로 묶여 있었기에 둘 사이의 게이트 통로 또한 붕괴하지 않은 채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였다. 이 통로는 불완전하게나마 현재 두 은하 간 교통 및 통신의 수단 쓰이고 있다. 그렇기에 안드로메다는 새로 발명된 통신 수단을 검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제일 만만한 실험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크넷과 엮인 여러 겹의 복합체가 안드로메다에 닿았다.

  잠시 후, 그곳에서 역 신호가 전달되어 오기 시작했다.

  {안드로메다 제 A 1,001 섹터 - 29,384 항성계 기지에서 송신 완료.}

  {안드로메다 제 K203 섹터 - 100,234 항성계 기지에서 송신 완료.}

  이후로도 수만 개의 신호 공명이 포착되었다. 카이젤의 중앙 요새는 시공간 오차를 연산하였다. 그와 동시에 그 오차를 개선하기 위해 매체 배열을 실시간 재조정하였다. 수 시간 후에야 힘겨운 작업이 완료되었다.

  “얼추 효율성은 검증되었다.”

  카이젤은 후련하게 손을 털었다.

  “나머지 뒷정리는 자동화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수고하셨습니다.”

  “너야말로.”

  실험 성과 자체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군.”

  카이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괄목할 만큼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레반은 카이젤의 능수능란한 작업에 내심 감탄하는 중이었다. 자신은 일개 보조 작업, 그것도 잔심부름 정도를 수행하고도 이렇게 피곤하거늘, 대표는 범 은하 급 규모의 작업을 손쉽게 해결해버렸다. 그가 보기에는 지금 성과만 해도 눈이 튀어나올 만큼 경이로웠다.

  “처음 예측했던 것보다 목표 달성이 훨씬 더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카이젤은 금빛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혼자 깊이 사색했다.

  ‘뭔가⋯⋯, 결정적인 뭔가를 더 채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의 생각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나리오들로 뻗어나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으로 남들보다 수천 발자국 이상 앞선 생각을 해왔다.

  남들이 좁은 지구에서 권력 다툼을 할 때 제일 먼저 외부 항성계들로 눈을 돌렸고, 경제 시스템을 개편하기에 앞서서 효율적인 생산 기반부터 마련했다. 지구 인간들의 우주 적응을 꾀하기 전에 미리 인간 샘플을 뽑아 인위적으로 거대 인구를 조성하여 식민지라는 좋은 실험군을 창조해냈다. 다른 초인들이 은하계 내의 행정 질서나 패권 따위를 논하고 앉아 있을 때 그는 그 너머에 대한 청사진을 차근차근 마련해왔다.

  이것이 그가 단 한 번도 경쟁에서 패한 적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는 절대적인 지력 격차 이전의 문제였다. 혹자는 윤리적으로 그의 방식을 비난할 수도, 인간미가 없다고 탓할 수도 있으리라. 또는 가치관 차이로 비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결말이 맺어진 뒤에는 누구도 카이젤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부정할 엄두를 못 냈다. 정적들과 반대자들조차도.

  ‘아니, 한 명 예외가 있었나?’

  갑작스럽게 떠오른 그 아이의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늦기 전에 복귀한다. 은하 간 게이트에 특수 이물질을 삽입했으니 차원 문들이 불안정해지면서 워프 좌표가 엉킬 거다. 서둘러야 해.”

  그는 목소리를 높여 귀환 명령을 내렸다. 이번 실험으로 관측한 모든 정보를 남김없이 차원 이면에 기록해뒀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앞으로의 방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만하리라.

  함선들과 요새들이 지구 근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카이젤은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고 몸을 휘청거렸다. 안드로이드들이 재빨리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다. 비서관이 그의 곁에 다가와 보좌했다.

  “괜찮습니까?”

  “신경 쓸 거 없어. 초지능체 이식 후에는 으레 있는 일이니까.”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과도한 양의 연산을 감당하셨어요.”

  “아직은 버틸만해.”

  카이젤은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른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했다. 뇌 능력이 갑자기 진화되면 정신 활동이 갑자기 많아지고 생각의 분량이 폭주하는 바람에 몇 시간 정도는 이렇게 힘들곤 했다. 혼의 정신력이 많이 활성화되는 동안 지혜의 향상이 잠시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는 탓이다. 어차피 몇 분만 지나면 호전되리라.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과거의 여러 복잡한 기억이 아른거렸다.

  일생을 쭉 따라가던 중 특정 생각에 이르렀다. 잠시 멈춰 섰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이도 그토록 내 앞에서 당돌했던 내 동생.’

  누구도 자신이 건설해낸 빛나는 세계와 성공적인 대약진을 부정하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그 아이만 다르게 평가했었다. 힘과 지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이기고, 성취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말했었지.

  지금껏 논쟁으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그였으나 그 아이의 말이 떠오르자 괜히 울컥하는 오기가 치솟았다. 이런 퇴행적이고 유치한 감정은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성격의 것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그 아이 앞에서는 자신이 숨겨온 나약한 모습을 너무도 쉽게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았다. 숨기고 싶은 마음의 공허함, 항상 감추려던 수치스러운 신체적 결점까지, 그 모든 약점을 쉽게 내어 보여줄 만큼 간단히 경계심이 허물어져 버리니 참으로 의아한 일이었다.

  우스꽝스럽게도 아주 잠깐이지만 동생과 함께 하는 찰나만큼은 늘 자기 자신이 올바르지 못한 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아이 앞에 서면 뛰어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충동이 미약하게나마 생겨났다. 인지 부조화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게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카이젤은 자신의 혼잡스러운 내면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수마(睡魔)가 밀려왔다. 이식에 이어 과로까지 한 탓에 심히 피곤했다. 안락의자에 누워 졸음에 잠긴 카이젤은 무의식중에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무장이 해제된 탓에 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속마음이 준동하였다.

  어차피 이제는 멈추지도 못해. 너무 멀리 나왔거든.

  나는 이미 수많은 사람의 삶을 나의 마음대로 빚고 조종해버렸어. 야심을 내세워 우주의 질서를 수없이 갈아엎었지. 네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나에 대해 아는 사실조차도 빙산에 일각에 불과해.

  너는 이런 내 실체를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는 나를 인간으로 봐주었지만, 그때도 그럴까?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 만약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이 불편한 정(情)을 떨어트릴 수도 있겠지. 지금처럼 괴물도 되지 못하고 인간도 되지 못한 채 네 따뜻함에 흔들려 갈팡질팡하는 것보단 그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혹시 네가 나를 막아줄 수 있을까?

  너는 신을 진실한 마음으로 섬기는 성실한 녀석이니까 가능성이 없진 않겠구나. 우리의 두 길이 적으로 마주하면 누가 이기게 될지 궁금하구나. 네 색깔이 검게 물들어 버릴지, 아니면 내가 네 흰 마음에 무너져버릴지.

  자연과 우주의 본질적 비밀을 탐구할 때도, 인류의 제국을 영광스럽게 번창시킬 전략을 궁리할 때도, 지금처럼 정답에 간절히 목말라 있지는 않았다. 잠든 상태의 그의 마음은 본능적으로 강윤혁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과제를 앞에 두고 골똘히, 그리고 진지하게 사색하였다.

  ‘내 세계를 보여줄게.’

  졸음 중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넌 네 방식대로 네 세계를 내게 보여주렴.’

 

 

 

 

 

 

*****

 

 

 

  바로 그 무렵, 윤혁은 형이 던진 제안을 마음속으로 곱씹었다.

  ‘왜 형은 날 우주로 데려가겠다고 했을까?’

  그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진심을 터놓기가 어려웠다. 형이 하려던 말의 진정한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장거리 여행에 데려가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리라.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고 손을 잡자니 덫에 걸려드는 것만 같아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비단 형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주라는 광활한 영역이 낯설고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소중한 고향 행성에서 보내온 시간이 도합 23년. 자신이 이 공간에서 머물러 있는 동안 형은 하늘 위로 올라갔다. 역설이었다. 천국의 시민권과 신령한 것을 바라보는 자는 땅 위에서 감사함으로 만족하며 살았고, 세상의 것을 추구하는 자는 별들이 거하는 하늘에 욕심을 내어 위로 올라갔다. 성경은 고대인들의 문화에 맞춰진 것이라 신령한 것을 ‘하늘’에, 속된 것을 ‘땅’에 줄곧 비유해왔지만, 오늘날 시대에는 문자적으로 잘 맞지 않는 비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윤혁도 지구 바깥의 일들을 괄시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최소한 관심 있게 면밀히 확인해야 할 의무는 느꼈다. 자신과 상관없는 먼 곳의 일이라고 치부할 계제가 아니었다. 외국 사람들의 어려운 삶이 그가 함께 나누고 짊어질 고통인 것처럼 머나먼 별 너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저곳에는 자신과 똑같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무엇을 빼앗겼을까? 지구에서 당연시 여겨지는(설령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그들에게도 똑같을까? 사랑은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본 여러 정보는 거대한 실체의 편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최고 심도의 언저리에도 진입지 못했었다. 그 지식이 진실인지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못했고 감춰진 정보도 보지 못했다. 결국,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전에 하는 모든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진실을 확인할 의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형과 만난 건 어쩌면 이 목적을 위함이 아닐까?

  ‘승낙하자. 이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

  물론 두려웠다. 물리적 환경이 다른 바깥 공간에서 자신의 몸이 온전히 견딜 수 있을지가. 설령 기술력의 도움으로 버틴다 해도 항성이나 블랙홀 같은 우주의 거체들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진실이었다. 지금까지 다른 이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온 인류의 진짜 실태를 확인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걸 확인한 뒤에도 세계를 똑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형을 지금까지와 같이 대할 수 있을까?

  [두려워 말라(Fear not)!]

  윤혁은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겁내지 말라는 명령을 마음속에 깊이 되새기며 두려움을 몰아내고자 힘써 노력했다. 그래, 어차피 저곳이나 이곳이나 피조물의 세계일 뿐이야. 나를 보호하고 지켜보시는 분은 땅에서나 하늘 위에서나 변함없이 동일하다! 그는 확신을 붙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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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중. (물론 1부는 작품 전체 속에서 보면 서론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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