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24회 초인들의 세계 Ch 45. 냉전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1.07 | 회차평점 0 |
(이전 회차에서 계속)
‘뭐지? 안부나 물으려고 연락한 건 아닐 텐데?’
루흐키스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사바나 연합의 수장이자 아프리카를 포함한 남부 섹터의 수장인 쿠에시의 여동생이었다. 물론 친동생은 아니고 상호 이익을 위해 연합을 결성한 의형제 사이였다. 실제로 초인들의 사회 내부에서는 이같이 연합체의 의미로 의형제의 연을 맺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에이, 쌀쌀맞긴. 전 오라버니께서 안부를 물으라고 하셔서 연락한 건데.”
그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일라이저의 신경을 박박 긁었다.
“그 인간과는 귀찮을 정도로 자주 봐서 딱히 안부 물을 일은 없다만?”
아프리카 원주민 출신과 브리튼의 고귀한 왕자가 썩 감정이 좋은 턱은 없었다. 민족적 감정이 최초 초인 각성의 트리거로 작용한 측면도 유달리 강하게 작용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라도 둘은 성격상 서로 잘 맞지 않았다. 협업해야 할 때는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초인답게 철저히 공적인 마인드로 행동하여 완벽한 합을 맞추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심심찮게 다투곤 했다.
쿠에시의 여동생인 루흐키스는 일라이저에게 있어서는 오라비와 또 다른 의미로 골치 아픈 상대였다. 그녀는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다. 오라버니와 더불어 과거 모멸당했던 아프리카 문명과 기술 수준을 타 대륙은 물론 인류 전체에 비춰 전혀 부끄럽지 않도록 비약적으로 진화시켜준 위대한 일등 공신 중 하나였다.
“호호, 맞아요. 사실 안부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답니다.”
일라이저는 슬슬 짜증을 느꼈다.
‘저 이상한 여자랑 얽히면 항상 이런 패턴이군.’
“오라버니께서 프라임 미니스터 당신의 신수 소환을 패권 경쟁에 도전한다는 공식적 뜻으로 간주하고 그에 합당한 대답으로서 선전포고를 하셔서요. 저는 그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했어요.”
일반인들이 들으면 섬뜩함을 느꼈을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농담 따먹기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났다. 초인답게 그들은 이 모든 일을 하룻밤의 유흥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였다.
“너무 기분 나쁘게 여기진 마세요. 위버멘쉬께서도 지구권에서의 적당한 수준의 경쟁은 긍정적인 효력이 많다며 권장하셨잖아요. 직접적인 무력 분쟁과 그로 인한 피해만 전무하다면 말이죠. 그런 경쟁조차 없다면 다들 나태함에 잠기겠죠. 본 행성 주민을 자처하는 자들이 우주 주민들에 밀려나 도태되어 버리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헤헷.”
일라이저는 이를 악물었다.
‘저 짜증 나는 여자의 놀리는 말투가 문제가 아니야.’
곧 있으면 흑사자(Black Lion)께서 친히 움직이리라. 무려 ‘무장왕(武仗王)’이라고 불리는 쿠에시께서. 그와의 승부는 고결한 신수왕인 그도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었다.
“신수왕이라.”
동 시간대에 월면(月面)에는 또다른 실력자가 좌정하였다. 가히 205cm에 육박하는 장신, 바짝 짧게 깎은 머리, 탄탄한 근육질의 흑인이 달의 상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달의 지구와 척진 반대편 면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빛의 왜곡으로 인해 그의 시야에는 지구의 모습이 훤히 들어왔다.
“체술로 겨룰 상대로서는 부족하지만, 지략은 괜찮지.”
전투용 슈트를 착용했다지만 흑인 사내의 몸은 우주 환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는 중이었다. 신체가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중력, 대기, 온도, 각종 환경 조건에 구속받지 않도록 개조되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 남자는 모든 신체 개조에 최고의 적합성을 보이는 육체를 타고났다. 지력도 최상위지만, 그의 진짜 강점은 육체 쪽이었다.
“그와 한 수 두는 건 몇 달만이군.”
쿠에시, 그는 현대 문명과 동떨어진 어느 낡고 고립된 부족 출신이었다. 그는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낡은 관습, 미신적 의식, 전사의 정신 같은 하찮은 문화에 몸을 담기에는 그의 타고난 잠재력과 야망은 너무도 거대했다.
다섯 살 무렵 초인으로 후천적 각성을 하면서 그는 모든 영역의 지식에 있어 최고의 경지까지 도달했다. 이윽고 그는 자신이 일반인은 물론이고, 초인과 비교해서도 지혜와 육체 양쪽 모두 우월한 축임을 깨닫게 되었다.
고향을 떠난 후 그는 세상을 떠돌며 여러 전문 지식을 익혔다. 사이버 네트워크에 뇌를 접속시킨 후 방대한 정보들을 흡수하였고 더욱더 깊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 인류가 비밀리에 쌓아온 지식의 보고에 접속해 정보를 열람하였다. 오만한 그는 구도자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고 독단적으로 심판자를 자처했다.
불안정한 힘, 과도한 지식욕, 비뚤어진 정의관, 그리고 위험한 사상. 모든 폭탄 같은 요소를 내포한 쿠에시를 경계한 부족은 그를 괴물로 정의하였다. 그들은 탕자인 쿠에시를 연회에 초대하여 유인한 뒤 몰래 암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거대한 힘과 지혜를 각성한 쿠에시에게는 같잖은 수작에 불과했다. 그날 쿠에시 한 명의 손에 부족은 통째로 몰살당했다.
그 후로도 쿠에시는 거듭 학식과 깨달음을 흡수하면서 구도를 추구했다. 순식간에 그는 시대에 뒤처진 일족과는 달리 인류가 감당하기 버거운 큰 존재로 성장했다. 힘과 지력뿐 아니라 전략 전술에서도 탁월한 존재가 되었다. 그의 오만함은 하늘을 찌를 듯 자라나 세계 방방곡곡에 위명과 악명을 떨쳤다.
쿠에시는 누구와도 연합하지 않았다. 세력을 따로 구축하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애용품이자 발명품인 특수 무기들로 몸을 보호하며 일인 세력을 자처할 뿐이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초인 세력을 실력으로 꺾었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철학인 쿠에시식 무정부주의와 세력 견제의 논리를 정립하여 관철하였다. 그렇게 검은 사자는 기묘한 아나키즘을 설파하며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모든 시스템을 공격하고 처단했다.
그리하여 그는 시대의 문제아로 규정되었다. 초인들은 적잖은 곤경을 겪었지만, 그의 실력 때문에 뿌리 뽑을 엄두를 쉬이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이 곤란한 작자를 해결하기 위해 초인 중 최고의 실력자가 손수 쿠에시를 제압하고자 나섰다. 그간 지구와 우주의 각종 문제를 정리하느라 골머리를 썩이다 비로소 바쁜 일들을 정리하고 여유를 얻은 왕은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이 응징에 응했다.
왕은 오만한 구도자의 치밀한 계획을 차례차례 손쉽게 훼파하면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촉나라의 명재상이 남만의 왕을 제압했듯 일곱 번 꺾고 일곱 번의 자비를 베풀기를 반복했다. 전략으로도, 잔꾀로도, 심지어 육체적 싸움에서도 상대가 안 됨을 가르쳐주었다. 끝내 자신의 발밑에 쿠에시가 자발적으로 굴복할 때까지 그는 상하 관계를 철두철미하게 인식시켜 주었다. 당시 15살 소년이었던 초인들의 왕은 이미 자질에서도 궁극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쿠에시가 감히 맞상대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패배의 삯이 쓰린 것만은 아니었다. 3대째 위버멘쉬는 흑사자의 자질과 집요한 영혼을 보고는 몹시 마음에 들어했고 그를 자신의 편으로 받아들이기를 택했다. 마음속으로 패배를 인정한 흑사자는 왕에게 항복하였고 자기 고향인 검은 대륙을 영지로 부여받았다. 그는 옛 철학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려 사상 체계를 리셋한 뒤 위버멘쉬의 방식을 숭상하였다.
그 후 검은 사자는 인류연합에 봉사하였다. 동시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실력도 키워나갔다. 그는 정치적인 통합과 연합 전반의 경제 부흥에 힘썼다. 우주 개발 핵심 산업에도 힘을 보태었다. 다른 권좌들과의 외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옛 경험과 재능을 살려 여러 가지 특수 무기들을 개발하였고 이를 대량 양산하여 제공함으로써 인류 발전에 막대한 이바지를 하였다.
단순히 화력만 높은 전략 병기는 그의 미학에 어긋났으며 이미 인류 자산 창고에 무수히 많았기에 굳이 그의 예술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오로지 마법을 방불하는 특수 기능의 다용도 병기인 ‘마스터피스’만이 그의 주력 작품들이었다.
쿠에시는 주로 설화 혹은 신화 속에 나오는 신비한 영적 매개물 및 마법적 기원의 무기를 모티브로 빌려 마스터피스를 만들었다. 비록 디자인은 그러한 미신에서 빌려왔을지언정 가동 원리만은 최첨단 공학 기술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가 만든 마스터피스는 대체로 겉모양은 냉병기를 닮은 무기였으나 자율적인 초고속 이동 및 자율 전투가 가능했으며 무기들 간의 의사소통도 허락되었고 독립적 인공지능 기능도 탑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쿠에시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무기 제작 솜씨는 그의 주인에게마저 충분한 인정을 받을 정도였다. 주인은 그 공을 높이 사 자율 전투형 무기들을 저장해둘 우주 행성 격납고를 부하에게 하사하였다. 이 격납고들은 단순한 창고와는 달랐다. 자체적인 엔진들을 보유한 이 격납고들은 일종의 에너지의 샘물과도 같았고 자신과 시스템 동조화가 이뤄진 무기들에 한해 무제한에 가까운 특수 에너지 원격 제공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일마저 가능했다.
대개 이런 격납고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지구 내부가 아닌 근방의 다른 행성들에 설치되곤 했다. 처음에는 달의 뒷면, 그다음에는 화성과 소행성대, 그다음에는 인류연합이 정복한 여러 개의 행성까지 차례차례 격납고가 세워졌다. 이중 상당수의 소유권이 쿠에시의 수중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거리가 먼 별에 설치된 격납고 속에 저장된 무기들은 지구 내부로 직접 소환해오는 데 큰 제약이 따랐다. 인류연합소유의 방호 시설물들이 보안을 목적으로 지구 주위를 에워두른 채 외부와의 왕래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조치이긴 해.’
원래대로라면 지구 안에서 이런 강력한 특수 무장을 시범 운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제약을 받는다. 무력 분쟁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패권 경쟁 자체는 허용을 넘어 권장되어도 그 범위와 강도는 안전과 보존을 위해 철저히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허나 주기적으로 한 번씩 패권 경쟁 도중 특수 무장의 사용 제약이 해제되는 때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였다. 이런 특별한 축제 시기에는 무장왕 쿠에시의 행동반경과 선택지의 폭이 극도로 넓어지게 된다.
“어이, 귀족 나리.”
장신의 흑인은 뇌파로 신호를 보내 게이트들을 원격 가동했다. 이에 아프리카의 상공에 여러 소형 게이트들이 개방되더니 공간의 틈이 벌어졌다. 동시에 그 구멍을 통해 달에 있던 자율 전투 무장들이 순간 이동되어 날아갔다. 무기들은 완벽한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였다. 검, 창, 석궁 같은 냉병기 형태부터 미사일이나 총과 같은 형태의 구시대 무기, 그리고 빛을 발하는 구형 물체와 유동적으로 형태가 변하는 신비로운 물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무장들이었다.
“혼자서 뽐내는 건 좀 곤란해.”
무장들이 섬광과 스파크를 발하더니 순식간에 부스터와 공간도약을 통해서 지구 해상 곳곳으로 이동했다. 무기 하나하나가 제로원을 제외한 민간 국가를 1분 안에 괴멸하고도 남을 위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더 나아가 무기끼리의 다중 연동 및 공명도 가능하였다. 무기의 개수는 본체만 해도 1천 기 이상, 딸려 있는 보조 장치와 패널까지 합하면 그 갑절이었다. 각 패널에는 계획된 좌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마커가 보조하고 있었다. 일반 국가의 제압은 말할 것도 없고 타 섹터장들의 무력도 충분히 견제하고도 남을 강력한 시스템이었다.
“신수를 움직인 순간 이 정도 각오는 했었겠지.”
쿠에시는 옛 시절의 잔학한 성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패권 경쟁이라는 게 원래 이런 기전으로 작동하는 법이니까.’
인류연합은 본래 개인에게 사병을 허락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존재 가능한 무력과 전력은 인류연합 소속의 기계와 솔져, 그리고 비정규 병력이자 견제용 군단인 이종족, 이 세 부류로 한정된다.
그런데 한 가지 비공식적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메이저 섹터장들과 같은 최상위 초인들의 사병 체계였다. 이들에게는 통상 무력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군대를 운영할 권한이 제한적으로나마 주어졌다. 물론 그마저도 왕의 허가 없이는 실질적 무력 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서로를 견제하고 위협하는 정도는 얼마든 가능했다.
신수왕이 부리는 기계화 세포 기반 인조 유사 생명체인 ‘신수’, 무장왕이 부리는 자율 전투 병기 ‘마스터피스’, 이 둘은 가장 대표적인 ‘공식 허가된 사병’의 예시였다. 이것들은 또한 운용자의 고유 발명품이었기에 오로지 운용자만이 온전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병 운용자의 고유 재능과 성향은 그의 사병 시스템에 꼭 맞는 궁합을 갖고 있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일찍 선수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백금발의 백인의 입에서 자조 섞인 탄식이 나왔다.
“역시 흉포한 흑사자는 만만치 않군. 자칫 잘못하면 심판을 받겠는걸.”
일라이저는 하늘 위에 떠 있는 붉은 달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며 씁쓸한 실소를 지었다. 이전에 쿠에시가 인류연합에 편입되기 전, 일라이저와 쿠에시는 다양한 장소에서 맞대결한 경험이 있었다. 매번 지독하리만큼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에 도가 튼 곤란한 녀석이 바로 쿠에시였다.
“네 신수의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특별한 센서를 개발해두었어.”
이번에는 쿠에시가 직접 텔레파시로 말을 걸었다.
“이런, 그것참 인정머리도 없군, 무장왕.”
“피장파장. 너 역시도 우리 시스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했잖아.”
“들켰군.”
“하긴 서로 경계하던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
로스트엠페러들끼리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이들이 갖춘 신분은 이중적이었다. 표면적, 대외적으로는 대륙 연합 지도자의 지위, 그러나 진정한 본 역할은 인류연합 및 U-society의 간부이자 각 섹터를 통솔하는 섹터장. 인류연합의 일원으로서는 카이젤 밑에서 사이좋게 협력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표면적인 역할인 대륙 연합 지도자로서는 오히려 적당한 알력 다툼이 권장되었다. 마치 격투기 선수들이 실제로는 친하게 지내도 링 위에서만은 격한 원수가 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이미 상시 경쟁 중이었다. 하지만 무력의 경우엔 각 국가에는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무력이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엠페러들은 사병들을 통해 자웅을 겨루었다. 대부분 직접적인 충돌까지 가지는 않고 기세 싸움과 견제 수준에 머물렀긴 했지만 때로는 유사 전쟁처럼 전개되기도 하였다.
사병을 통한 군비 경쟁은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기술력 경쟁으로 이어졌다. 남들의 기술을 파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마련하면 상대는 또다시 그 기술을 파훼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런 식의 아이디어 경쟁이 반복되면서 부산물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것이 인류연합이 사병 경쟁을 허락한 이유 중 하나였다.
“참고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우리만이 전부가 아니야.”
쿠에시는 짤막하게 덧붙였다.
“다른 녀석들도 이미 냄새를 맡고 활동하기 시작했어.”
“냉전 모드……. 드디어 본격적으로 발동한 건가.”
일라이저가 올 것이 왔다는 듯 중얼거렸다.
과연 쿠에시의 말대로 활동을 개시한 것은 신수와 마스터피스만이 아니었다. 온갖 유형의 무력과 이종족들이 곳곳에서 암약한 채 무대에 나설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일부는 아예 공개적인 움직임까지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이너 섹터장들의 사병은 일라이저 단독으로도 제압할 수 있지만 다른 메이저 섹터장들까지 개입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대결이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는 단연 일반 국가의 관리자들이었다. 정부 관료들에겐 초인들이 벌인 패권 대립의 간접적인 여파들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따라서 이 뒤처리 담당들은 냉전 때만 되면 살을 떨며 긴장하게 되었다. 과거 초강대국들의 패권 싸움에 벌벌 떨던 약소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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