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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38회 초인들의 세계 Ch 51. 외부 은하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1.25 | 회차평점 0 0

 

 

 

 

 

Chapter 51. 외부 은하

 

 

 

 

 

 

  윤혁은 거칠게 헐떡였다. 순간적으로 뇌가 폭발할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정신 활동이 너무 과열된 탓이었다. 혈관들이 터져버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가까스로 호흡을 가다듬고 빈맥이 가라앉을 때까지 안정을 취했다. 흐려졌던 시야가 다시 돌아오며 흰 방이 보였다. 시뮬레이션 우주도 이데아도 아닌 현실 세계, 윤혁의 몸이 머물고 있었던 기함 젠타르콘의 보호 격리실이었다.

  “너! 대체 뭘 벌인 거지?”

  그때 누군가가 거칠게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억센 근력이 현저히 느껴졌다. 큰 손아귀가 윤혁의 팔목을 강하게 억눌렀다.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다소 화가 났는지 격양된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걸 만진 후 무슨 일을 벌어졌지? 뭘 어떻게 한 거지?”

  카이젤이 지쳐 탈진한 윤혁을 강제로 일으켜 세워 캐물었다.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손을 대자마자 반응이 일어났는데 어찌 영문을 알겠는가.

  “암흑에너지 네트워크의 이상 반응이 감지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방의 통신 차단을 뚫지 못해야 하는데⋯⋯. 설마 이것하고 공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예측 밖 변수가 발생한 건가?”

  카이젤은 재빨리 윤혁이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빼앗아 집어 들고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는 모든 가설들을 천천히 검토하면서 하나씩 가능성을 검증해보았다. 그의 빠른 추리력이 대강 감을 잡아내었다.

  ‘상자 속의 물건.’

  자신의 반지와 상자 속 물건이 공명을 일으켰다.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한 쌍이니 그랬으리라. 현재 자신의 반지에는 여러 가지 부가 신기술들이 담겨있는데 그중에는 최근 개발된 6세대 시뮬레이션 우주의 핵도 탑재되어 있었다. 실체와 환상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교환할 수 있는 최신 기술, 그 기능을 빌리는 바람에 동생이 시뮬레이션 우주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으리라.

  ‘게다가 다른 변수들도 개입했군.’

  다크넷의 희미한 잔흔, 동생에게서 느껴지는 낯익은 텔레파시의 흔적, 그리고 지금 동생의 얼굴에 나타난 공포 반응, 곧 시뮬레이션 우주에 멋모르고 일반인이 진입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반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자 속의 물체, 그 본질과 특수성과 부가 기능들과 자체적 내재 코드들까지.

  ‘퍼즐이 풀렸군.’

  카이젤은 이마를 짚으며 나직이 한숨 쉬었다.

  ‘진 그 녀석이 쓸데없는 간섭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쳤군.’

  덕분에 모략을 획책한 진 자신도, 카이젤 본인도, 동생도 예상하지 못한 엽기적인 변수가 연달아 벌어졌다. 아마 미련한 동생 녀석은 원리도 모르는 상태로 멋모르고 덤볐다가 지금과 같은 봉변을 당했으리라.

  ‘일이 골치 아프게 되었군.’

  그는 침착하게 재검토부터 시작했다.

  “강윤혁, 무엇을 보았지?”

  엄한 목소리로 동생을 붙잡고 캐물었다.

  “…….”

  탈진한 동생은 꿀 먹은 벙어리 상태였다.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엉켜서 대답하지 못하는 건가?”

  척 봐도 심리적으로 몹시 지친 상태라 말할 기운도 없어 보였다.

  “아니면 일부러 하지 않는 건가?”

  카이젤은 자신의 ‘현자의 눈’을 활성화했다. 붉은 고리와 푸른 고리가 원형에서 나선 형태로 변하면서 금빛 눈동자를 휘감았다. 옅은 금안이 실제 태양만큼이나 광도를 높였다. 애초에 철인왕들에게 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산물을 이식시켜 준 것도 그이니, 본인은 더 상위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대답해라.”

  여차하면 강제로 윤혁의 생각을 파헤칠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카이젤의 가슴에 칼에 찔리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신체적 이상은 아니었다. 정신적 문제도 아니었다. 영혼 단계에서 벌어지는 반응 같았다. 양심이라는, 깊이 파묻어두었던 마음속의 장치가 재작동하는 것 같았다. 형제의 영혼이 공명이라도 일으켰던 것인가? 그 영향으로 인간의 마음이 재작동했을까? 초인적이고 철인적인 존재가 되어 세상의 기준이 되기 위해 봉인해버렸던 그 약한 마음이 생기를 되찾았다.

  ‘크윽, 이번에도 또?’

  예전에 그는 동생에게만큼은 함부로 마음을 다루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기억이 영혼 속에 심긴 양심을 사슬로 휘둘러 족쇄처럼 그를 옭아매었다.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기이한 감각이라 너무도 낯설었다. 카이젤은 이를 악물고 현자의 눈의 발동을 해제하였다.

  “쳇.”

  그는 동생을 움켜쥔 손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윤혁의 손목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양심에 수십 개의 바늘이 꽂히기라도 한 듯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동생이 탈진한 채 공포에 질려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니 그 찔림이 더욱 예리하게 마음을 후벼팠다.

  한편 윤혁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형이 준 통증 덕분이었다. 현실 세계에 도착하기 직전에 자신에게 흘러들어온 방대한 정보가 새록새록 떠오르며 뇌리에서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현실에 착륙하는 바로 그 순간에는 너무나도 정신이 없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는데, 안정을 취하니 차츰 그때 본 정보들이 올바로 정리되었다.

  ‘기억이 서서히 되돌아온다.’

  그때 본 것은 수많은 사람의 기억 파편이었다. 시뮬레이션 우주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의 사람들의 삶. 현실 속 사람이 S-unvs에 정신체 상태로 들어온 순간 포착해낸 덕분에 그 사람들의 현실 기억에까지 접촉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들이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현실 공간으로 빠져나온 직후의 순간도 일부분 공유하였다. 덕분에 그들의 육체가 놓인 현실 공간들도 일부 직접 보았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문화 배경의 세계에서 사는 자들이었다.

  마법과 미신적인 요소가 강한 판타지 배경의 세계도 있었다. 무협지처럼 기괴한 무술이 존재하는 세계도, 근현대나 중세와 비슷한 분위기의 세계이되 현대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도, 21세기 수준의 문명이되 문화는 완전히 색다른 세계도, 스팀펑크 분위기에 기괴한 형태의 기술이 존재하는 세계도, 마법 형태의 기이한 과학 기술이 발달한 세계도, 외계 문명을 방불하는 세계도, 늑대인간이나 키메라처럼 생체 실험의 산물인 이종족이 공존하는 세계도 있었다.

  윤혁이 S-unvs들에서 접촉한 사람들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극히 다채로웠다. 서민, 중산층, 부유층, 극 부유층 등 경제적 배경 스펙트럼 위의 모든 경우가 존재했다. 그들이 소속된 세계들 가운데에는 빈부격차가 조금 심한 세계도 있고, 공산주의에 가까워 보이는 듯한 세계도 있었다. 정치적 배경도 다양했다. 각 소속 세계의 자치 형태는 공화정, 제정, 왕정 등 제각각 달랐다. 세계 구성원 중에는 왕도 있었고 신하도 있었고 상인도 있었으며 농부도 있었다.

  언뜻 본 수백만 개의 현실 세계들은 온갖 형태의 세계관을 담고 있었다.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계관을 다 본 듯했다. 극히 일부만 본 것이 이 정도니 전체는 어떠할까? 그리고 세계관의 다양성만큼이나 개인들의 일생의 다양성도 어마어마했다. 윤혁이 직접적으로 본 건 수천 명 정도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우주를 횡단할 때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간 다른 인격체들의 수는 그 거듭제곱은 넘는 수효였다. 기껏해야 수천 명의 기억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거늘 실제 다양성은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진의 증언대로라면 수십 조,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우주 유인 식민지, 하늘도시(우라노폴리스).

  ‘정말로 실존했었구나. 진짜였어.’

  형이 만들어놓은 수백만 개의 세계. 하나하나의 세계가 수십억의 인구를 상대로 펼치는 ‘트루먼 쇼’나 마찬가지인 감옥. 진의 말대로 그곳들은 정말로 바깥 세계와 분리되어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격리 공간이었다. 그 방대한 시간 덕택에 하늘도시들은 지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구로 번성하였고 식민지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문화가 생성되었다. 인류 역사 속에 없던 수백만 개 이상의 민족이 수년 만에 추가로 생성된 셈이었다.

  그러나 세계에 갇혀 있는 주민들을 관리하는 외부의 ‘신적 존재’들은 다름 아닌 우주 출신의 초인들과 인공지능들이었다. 카이젤 라흐블뤼크의 권세를 빌린 수하들이 식민지 주민들 위에 군림하며 신 행세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믿는 신은 바로 우리들이다.’ 초인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세상을 구축해놓고 그 위에서 신으로, 신들로서 군림한다고?’

  아마 온갖 마법적 분위기의 세계관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 ‘자칭 신’들께서 가공할 지구의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심어놓았기 때문이리라. 신수 같은 인공생명체의 예도 있는 마당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오래전부터 인간들을 대상으로 악마들이 벌여온 ‘신 행세’와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우상으로 위장해서 거짓 신의 이름으로 인류를 미혹해온 악한 영들의 역할을 이제는 인류 스스로가 담당하고 있었다. 선의, 질서, 관리, 인류 번영이라는 명목으로.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불쌍한 주민들의 눈을 가렸어.’

  여러 인생의 기억을 간접 체험하면서 윤혁은 식민지 내부의 실상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모든 식민지 주민들은 지배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삶의 본질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 상태였다. 만들어진 연극 같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바깥의 진실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은 채 무익하게 오고 떠나가기를 반복하고만 있었다.

  ‘저 주민들은 참 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지.’

  얼핏 읽은 그들의 삶은 잠자리에 들 때마다 시뮬레이션 우주로 끌려가 그 세계의 일원이 되어 수많은 지식을 캐내는 노동자 역할로 소모되다가 깰 때가 되면 기억을 잃어버린 채 현실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무한의 순환이었다.

  ‘이건 노예나 다름없는 삶이야.’

  진실을 직접 확인해보니 안쓰러움이 이전보다 한층 더 깊어졌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무의미한 쳇바퀴에 갇혀서 고뇌하는 텅 빈 영혼들. 그 방대한 수의 인생들이 아직까지 공간적, 시간적, 관념적 감옥에 갇혀 자신이 당한 속박도 인지하지 못하고서 살아가는 현실이 찢어질 듯 안타까웠다.

 

 

 

 

 

 

*****

 

 

 

  중앙 조종실에 돌아온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지 못했다. 형은 충동적으로 정신 지배를 시도하려 했던 실수 때문에 동생을 볼 낯이 없었다. 동생은 자신이 불현듯 확인해버린 진실들 때문에 형을 향한 본능적인 거리낌이 크게 느껴져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둘이 어색해하는 와중에도 블랙홀 내부에서 기함 젠타르콘은 워프 경로를 파악하며 다음 항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통상 워프와는 달리 은하의 밖으로 나가는 워프를 시범적으로 가동할 계획이었다. 원리가 달라진 만큼 훨씬 더 복잡한 공식과 테크놀로지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목표물 접근.}

  {도킹 프로세스 개시.}

  함 내부에 안내 방송이 전달되었다. 무언가 기함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카이젤이 미리 소환해둔 인류연합 소속의 함선이었다. 그 함선은 도킹 프로세스를 시행하여 안정적으로 젠타르콘과 결합하였다. 이후 중앙 조종실로 소형 개체의 워프가 가동되었다. 워프 수신 캡슐로부터 외골격으로 둘러싸인 사람 형태의 개체가 나왔다. 이내 외골격은 안개처럼 흩어져 해제되었다. 슈트 차림의 근육질의 남자가 그 속에서 나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당신은?”

  윤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찌 잊겠는가.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워낙 인상이 강렬했던 탓에 똑똑히 기억나는 얼굴이었다. 사납고 투박한 태도도 태도지만 그 강력한 위력이 더더욱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라? 너는 그때 그 애송이?”

  상대방도 역시 윤혁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야, 이거 오랜만인걸?”

  흑발의 피부 그을린 거구의 남자, 비숍이 험상궂은 듯 짖궂은 듯 묘한 느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위협하는 듯한 강압적인 패기에 윤혁은 순간 주춤하며 뒷걸음질 쳤다. 본능적으로 무서움이 드는 것을 의지력만으로 제어할 수는 없었다. 보통 사람이 산 속에서 커다란 맹수를 만나면 으레 그러하듯이.

  “이거이거 다시 보니 반가운걸?”

  비숍은 거리감도 없이 성큼 윤혁의 안전 거리 이내로 다가왔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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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유료 전환은 절대 아니고 잠시 테스트 차원에서 기다리면 무료 기능을 점검해보려 연습 삼아 시현했습니다. 하루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므로 염려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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