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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53회 초인들의 세계 Ch 56. 장례식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2.27 | 회차평점 0 0

 

 

 

 

 

 

*****

 

 

 

  에녹은 몇 날 며칠을 업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서 데미안도 그의 집요함과 철저한 일 처리에 혀를 찼다. 일인자가 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것도 그 자리를 저렇게 잘 메울 수 있는 2인자가 뒷받침해주는 덕분이리라.

  현재 에녹은 지구의 여러 섹터장들의 냉전 구도를 조율하는 중이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사실 ‘훨씬 더 큰 우주적 규모의 냉전’의 축소판이었다. 지구에 자리 잡은 왕들이 서로의 신비한 ‘사병’들을 이용해서 체스 게임을 벌이면 그 경기 내용은 고스란히 데이터로 수집되어 에녹에게 전달된다. 그러면 에녹은 이들이 벌여놓은 ‘냉전 판도의 흐름’에 자기 생각과 사상과 알고리즘을 더한 뒤 여러 인공지능의 첨언까지 수용해 좀 더 확대된 버전의 프로그램으로 변환한다. 그리고 변환된 그 프로그램의 조율을 받아 우주에 거하는 더 강력한 ‘신비의 군대’들이 더욱 치열한 경기를 벌인다. 대강 이런 방식이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복잡한 판이군.”

  에녹은 은하계 지도 위로 확대된 냉전 확장판을 조율하며 탄식했다.

  “저도 동감입니다. 스케일이 너무 커져 버린 기분이에요.”

  데미안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은하계 지도를 감상했다. 드래곤을 포함한 신수 종족, 정령과 님프와 엘프를 포함한 요정 종족,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강력한 괴수 군단인 마물 종족, 의지를 가진 자율 병기,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 움직이는 인형의 군단까지. 지구에 서식하는 것들과는 수적, 질적, 크기 측면에서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대 군집이었다.

  ‘전부 인간의 첨단기술이 탄생시킨 괴물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종의 카테고리 수의 곱절 배 이상의 다양성이었다. 이들 인조 피조물 종족이 활발히 진보하는 행태를 감시하여 더 풍부한 지식 발전을 창출하는 것이 에녹의 그림이었다. 여태까지는 그런대로 이 계획이 유용하게 먹혀들었고 카이젤도 그 수익을 톡톡히 누렸다.

  인류에게는 두 부류의 군대가 있었다.

  솔져와 기계로 구성된 정규군, 이종족으로 구성된 비정규군.

  ‘위버멘쉬가 통솔하는 정규 군대가 인류를 지켜내는 방패이자 내부의 치안을 지키는 경찰이며 외부의 적을 진멸하는 검이라면, 내가 위임받아 통솔하는 비정규 군대는 무한 경쟁을 통한 발전을 이루는 실험장이다.’

  그 실험장의 효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전한 축소판 실험장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지구의 냉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약소 세력들이 휘말리면 다소간 피해를 받긴 할 것이다. 또 우주에서는 예측 불허의 사태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휴먼 솔져들이 피땀을 흘려 고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얻게 될 소득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희생으로 계산되었다. 게다가 철저히 안전과 치안을 보장해두었으니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으리라.

  에녹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익숙한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입장을 허락해주겠나?”

  “언제는 제 허락이 필요하셨습니까?”

  곧바로 시뮬레이션 우주 내부로 카이젤의 정신체가 진입했다.

  현실에서의 육체와 똑같은 훤칠하게 잘생긴 모습이 나타났다.

  “발란듀르비치를 사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실종이라고 봐야겠지. 외딴 은하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썩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그자라면 언데드가 되어서라도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군요. 그런 자가 죽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불길하군요.”

  “나도 동감이지만 현재로서는 별수가 없군. 찜찜한 데로 가는 수밖에.”

  에녹은 카이젤에게 상석을 내주었다.

  “며칠째 S-Unvs에서 작업만 계속하는군.”

  “우주 규모의 냉전 확대판이 너무 많은 연산을 요구해서 말이죠.”

  “아무리 너라도 그 정도로 무리하면 지칠 수 있으니 사려가면서 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제 이 일도 거의 마무리입니다.”

  “한 달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손 떼려고?”

  “네.”

  “보통 지구 기준 1년이 기본 단위 아니었나?”

  “그렇긴 합니다만⋯⋯, 조율 프로그램을 완성했거든요.”

  조율 프로그램, 인간의 손으로 제작해낸 이종족들의 인공적인 개량과 개조를 담당하는 최상위 레벨의 시스템. 시뮬레이션 우주와 비슷하게 컴퓨터 기반 네트워크와는 아예 별도인 ‘무형 서버’를 지닌 시스템이다. 이제 조율 프로그램의 지휘 아래 우주를 누비는 수천억 종류의 서로 다른 종족들은 분투, 냉전, 경쟁을 거치면서 고속으로 개량과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오호, 그것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카이젤이 안색을 밝히며 친구의 등을 툭툭 두드려줬다.

  “네가 고생할 필요가 좀 줄어들겠어. 안 그래도 휴가 주려던 참이었는데.”

  휴가라는 말에 에녹은 못 들은 체 작업에만 열중했다. 과연 에녹도 카이젤 다음 가는 수준의 일벌레였다. 머쓱해진 카이젤은 남은 주요업무를 간략히 인수인계하자면서 화제를 돌렸다.

  “타계하셨다.”

  한참 데이터들을 확인하던 도중 카이젤이 별안간 말을 꺼냈다.

  “초대째의 형님분 말입니까?”

  주어를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에녹도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래.”

  “장례식에는 안 찾아가십니까?”

  “괜히 찾아갔다가 내 동생이랑 다투게 될지도 몰라서.”

  “그렇군요.”

  어차피 에녹에게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초인의 힘마저 깨트릴 수 있을까?”

  카이젤이 사뭇 심각하고 진지하게 질문했다.

  “네 부모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이브는 왜 모두를 정복하지 않았을까. 정말 사랑 단 한 가지가 그 선택의 이유였을까? 초인들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삶의 가치관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브가 알게 된 사랑의 정체는 남녀 간의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어떤 초월적인 사랑이었을까.

  “위버멘쉬께서도 그것이 알고 싶어지셨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어쩔 셈인가.”

  카이젤은 자신을 향해 당당하게 말하던 동생 녀석을 떠올렸다.

  “당신은 도저히 그럴 분으로는 안 보입니다만⋯⋯.”

  푸른 눈의 미남은 잠깐 대답을 망설이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당신 어머니가 하셨던 대로 저는 인류를 위한 의무를 다해야겠죠.”

  “하하하, 자네다운 답이군.”

  “애초에 스페어의 목적으로 곁에 두셨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야 그렇지. 잔인하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야.”

  물론 어디까지나 만약의 경우를 위한 것일 뿐. 카이젤 라흐블뤼크라는 인간이 권력을 놓거나 빼앗길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인류 내부의 요인이나 물리계의 요인에서 몰락이 기인하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지?”

  “당신의 ‘인류를 위한다’라는 가치관, 정확히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만들어진 실험체의 후손인 에녹. 그는 올바른 기준의 확립과 정의의 실현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류애’라는 것을 머리와 의지로만 이해했을 뿐, 감정적으로는 체험하지 못해 늘 낯설어했다. 그렇기에 친구이자 주군인 카이젤에게 전부 맡기고 그를 돕겠다는 맹약을 맺었다. 그렇게 그를 따랐건만, 가끔 친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의뭉스러웠다.

  “종의 생존? 궁극적인 존엄성? 혹은 인간의 존재 목적의 성취입니까?”

  “흐음, 너다운 철학적인 질문이로군”

  언뜻 보면 카이젤은 인류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채워주려 노력하는 것 같기도 했다. 풍부한 문명, 물질 및 환경 자원의 풍요로움, 그리고 드넓은 인류 활동 영역의 제공을 위해 기틀을 닦아온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어떨 때는 개개인의 존중이 아닌 종 전체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듯했다. 외계의 모든 잠재적 위험성에 대적할만한 보호 시스템을 갖춘다거나 무수한 거주 가능 행성들을 찾아 개척하는 행위를 보면 말이다.

  ‘인류의 존엄성이 목표일까?’

  그렇다면 그 존엄성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유인가? 허나 시간과 공간의 속박에서 인간을 해방시켰다고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인간들의 주권을 몰수하여 독재 권력을 형성하였다.

  평등인가? 그것과도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전반적인 풍요는 훌륭하게 충족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이의 절대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인가? 그나마 비슷하긴 하지만 극소수의 초인들에게 능력이 집중된 탓에 인류 발전은 대부분 그들에게 의존하는 형국이었다. 만일 능력만이 개인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면 절대다수의 인간들에겐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정보를 캐내는 일꾼 그 이상의 가치는 부여되지 않으리라.

  ‘인간이라는 종에게 부여된 궁극적인 존재 목표, 그게 카이의 목적인가?’

  만약 그렇다 해도 그 목표란 게 무엇인지 대체 누가 알 수 있을까?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혹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아니면 정복을 위해서? 그 목적을 누가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진정한 존재 목적이란 게 존재하기나 하는지도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판국에 말이다.

  ‘제가 감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당신이 내릴 답이 궁금해지는군요.’

  에녹은 친구이기도 한 주군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카이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살짝 미소만 지을 뿐 아무 정답도 말하지는 않았다. 부관이 속으로 철학적인 고뇌에 젖어 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기세였다.

  “내가 그걸 정의 내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래.”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부관에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가자. 이제 다음 스텝으로 진행할 때가 되었어.”

  에녹이 카이젤의 손을 붙잡자마자 둘의 정신체는 다른 공간으로 빠르게 튕겨 나갔다. 잠시 후, 둘은 현실 세계에 도달했다. 비록 몸의 본체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시뮬레이션 우주에 들어갔던 정신체가 반쯤 실체화되어 통상 시공간 상에 물리적으로 실체화하여 고정되었다.

  “이게 그 6세대 버전입니까? 그새 완성하셨군요.”

  “그래, 아직은 더 개선이 필요하지만.”

  “곧 S-unvs의 물체와 법칙을 현실에까지 가져와 활용하게 되겠군요.”

  이윽고 허공에서 메시지를 알리는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수신을 허락하자 세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베일로 모습을 가린 그들 혹은 그녀들은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의 ‘운명의 세 여신’ 혹은 북구 신화의 ‘노른’의 모습처럼 심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파파께서 지시한 ‘다음 단계’의 준비가 곧 시작됩니다.”

  자매 중 중간 정도의 신장인 첫째가 말하였다.

  “하데스 챔버에 보관된 인간들에게 본격적으로 생명 에너지를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피코머신의 대량 복제 및 주입도 가동되는 중이고요. 실제로 소생될 수 있을지는 실험해봐야 알겠지만, 거의 확정적입니다.”

  신장이 큰 둘째 자매도 이어서 대답했다.

  “흐음, 하지만 안정적인 동면 상태에서 소생 작업까지 진행한다면 동면자의 정신세계가 외부 시간 흐름의 어긋남을 감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우주를 매개체로 그들의 정신력이 증폭되면 서로 간의 교감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 그에 따른 보완책도 미리 계산해두어야 한다.”

  카이젤은 조금 안 미덥다는 말투로 지적하였다.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철두철미하게 대비해야 해.’

  머지않아 지구와 동급의 환경을 갖춘 외계행성들을 개방할 시기가 온다. 은하계 곳곳에서 물색해둔 후보들에 더해 이번에 게이트를 열어 다른 은하에서 가져온 행성들까지 있으니 백만 개는 족히 넘어갈 것이다. 어쩌면 추후 기술 발전 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미묘한 환경 조정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슬슬 정착할 주민들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현재 새 외계행성의 주민이 될 재료들이 하늘도시의 지하실에 가득 쌓여있었다. 지금부터는 천천히 그들을 ‘생물학적으로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개시할 작정이었다.

  ‘하늘도시 자체의 전면 개방은……, 차일피일 여유롭게 해도 되겠지.’

  카이젤은 추가적인 통제력 확보 방안들을 계산했다.

  “파파께서 말씀하신 시나리오도 이미 다 고려하여 계산 마친 상태입니다.”

  마지막 셋째 자매가 정적을 깨트리고 말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개정판 정신 구속도 예외 없이 전원 업데이트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야 좋지만, 파파께 허락을 받아야 해서요. 게다가 이번 판은 정기적으로 자동 업데이트되는 시리즈보다 더 진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그저 파파의 뜻을 실현하는 시종에 불과합니다.”

  “물론이다. 독립이라는 개념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다.”

  카이젤은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세 자매는 카이젤에게 중요한 코드와 자료집들을 넘겨주었다.

  그는 찬찬히 그것들을 읽어나가면서 두뇌에 곧바로 저장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변수가 더 있다면⋯⋯.’

  이번에 전면 도입되는 프로젝트는 하데스 챔버 속의 사람들의 육신을 소생시키는 작업인데 그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우주 내에 묻힌 그들의 정신체가 더 강력한 의식을 얻을 것이 예견되었다. 그만큼 꿈속 세계에서의 활발한 상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자칫 지상의 사건이 하데스 챔버에도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카이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편 부관은 주인과 세 자매가 나누는 이 일련의 계획들을 듣고, 겉으로는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으나 속으로는 모호한 불안감을 느꼈다. 후손을 널리 퍼뜨려서 번성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본성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전투적인 확장을 계획한다니. 도대체 무슨 그림을 그리는 중인가?

  ‘종의 생존을 위한 계획? 그런 의미의 아크(Ark)인가?’

  지구에만 갇혀 있으면 잠정적인 우주 위기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가능한 많은 거주 행성을 확보해서 분산투자를 할수록 종족의 리스크는 덜어진다. 행성 한 개보다는 항성계, 항성계보다는 은하계, 은하계보다는 다중 은하에 종족을 퍼뜨리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그런 일환의 계획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카이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안전성만이 전부는 아닌 듯했다. 인류라는 종의 번영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하늘까지 찌르겠다는 야욕이 여실히 느껴졌다. 자신을 ‘종(種, species)’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일까? 과연 그 야망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까? 지금까지 인류가 단지 지구만의 암세포였다면, 미래에는 암세포가 우주라는 육체 전체로 전이되려나?

  ‘기대되면서도 오싹하군. 하지만 자부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군.’

  경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에녹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이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계획을 구상하였다. 당분간 아크삼형제는 신인류의 행성 정착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 철저한 준비를 갖추리라. 준비를 마치는 즉시 인류라는 종의 씨앗을 모든 행성에 심어 넣을 것이다.

  ‘하늘도시 건설은 완료, 그다음 스텝은 행성들에 인류를 심는 것.’

  그리고 그다음 스텝은 Galaxy-0을 넘어 모든 은하를 정복한 후 그 모든 영토에 무한히 증식하는 인류 문명을 심어 넣는 것. 장래에 행할 그 스텝을 시행할 수 있는 최고의 ‘능동 모듈’을 건조하는 것이 카이젤의 초 장기적인 비전이었다. 이미 세부적인 청사진까지 모두 세워두었다.

  ‘계획의 틀은 확정이다. 얼마나 더 규모가 커지느냐가 관건일 뿐.’

  현재 이 시각, 그의 염원과 야망을 담아낸 약 서른 척의 ‘방주’들의 건설이 은하 외곽에서 신속히 진행되고 있었다. 새로이 확보해야 할 필요 기술들이 아직은 많기에 당장은 완성될 날이 멀디멀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예상 건설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뼈대뿐인 방주들의 거대한 부피와 질량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자아내었다. 마치 방주들 스스로 완전체의 형상을 갖출 날을 간절히 고대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에 이르면 무제한 워프, 실시간 은하 간 게이트 생성, 영속 타임필드 등 인류 핵심 기술을 총망라하여 함축한 축조물들이 탄생할 것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공을 휘저으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기세로 인류 문명의 씨앗을 온 우주에 뿌려 침식시킬 궁극의 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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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Chapter 56, Finished Chapter 57을 마지막으로 1부는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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