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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54회 초인들의 세계 Ch 57. 에필로그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3.01 | 회차평점 0 0

 

 

 

 

 

Chapter 57. 에필로그

 

 

 

 

 

 

  “하나님 아버지, 오늘은 제가 형제들과 함께 거짓 없이 진실을 나누고자 합니다. 부디 그들이 저를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주세요.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부족한 제 능력을 곁에서 붙들어 매어줄 이들을 보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제 삶의 구원과 소망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주께서 함께하심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윤혁은 홀로 조용히 묵상 기도의 시간을 보내었다. 어르신의 별세 이후 슬픔에 짓눌릴까 봐 내심 많이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이제는 마음에 새로운 활기가 넘쳐났다. 슬픔의 감정이 지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영원한 소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하는 기회가 되어서 그런지 홀가분했다.

  ‘떠나기 전 남은 사람들을 위해 어르신께서 하신 기도의 응답일까?’

  무엇이 이유가 되었건 윤혁은 이제 예수님께서 자신과 함께함을 예전보다 더욱 확실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성경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나 도덕적인 선행에 대한 의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정이 깊어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말로는 분명히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을 죄와 죽음에서 건져주신 주님이 이전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런 주님이 진실을 나누라는 명령을 세미한 음성을 통해 전해주셨다.

  나름대로 힘들고 두려운 임무이겠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서 해야만 했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형제자매들에게 밝혀야 했다. 더 나아가 형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고들은 우주라는 세계의 이면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것을 타개할 방도에 대해서도 숨겨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차마 카이젤이 장차 적그리스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꺼낼 자신이 없었다. 아직은 불확실한 심증이니만큼 확답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형을 증오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다 한들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아직 윤혁은 희망을 품고 싶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억제자로서의 사명, 곧 주님께서 주신 일을 자신이 맡아야만 하니까.

  아직도 에드레이 씨가 마지막에 전해준 진실들을 곧이곧대로 다 믿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지혜로워도 직통 선지자는 아니시니 그분께도 불명확한 추측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님과 사탄, 에드레이와 위버멘쉬, 그렇게 넷이서 대면했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은 꾸며낸 것이 아니라 여겨졌다. 거짓말쟁이조차도 죽는 순간에는 진실을 고백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섬기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서 나와 형도 비슷한 일을 언젠가 겪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속 깊이 긴장감이 들었다. 막상 그때가 되면 형이 죄악을 선택하는 것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멸망의 길로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자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같이 아팠다.

  걱정과 두려움을 뒤로하고 윤혁은 약속한 장소로 발을 내디뎠다. 그곳은 조용하고 낡은 건물이었다. 감시가 가장 덜할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를 쓰려고 일부러 한국의 시골 지역에서 외진 건물을 엄선해낸 참이었다.

  건물 앞에는 이백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청년이었다. 나이 드신 분들을 존중치 않아서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을 감당해야 했기에 두렴을 모르고 나서는 혈기가 꼭 필요했다. 또 윤혁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래 나이대가 적합한 이유도 있었다.

  물론 리더를 자처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윤혁은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늘 겸손한 성격이었기에 남 앞에서 자신을 높일 마음은 잘 품지 않았다. 다행히 여러 청년 선교사들과 인연이 깊고 인망이 좋은 리온이 윤혁 옆에서 보조해주기로 했다.

  ‘리더라면 역시 리온이 낫겠지.’

  때마침 믿음직스러운 친구가 떨고 있는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윤혁, 무슨 말을 할 작정이든, 무서워하지 말고 우리를 믿어줘.”

  “고마워.”

  그래도 떨림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윤혁은 신중하게 회중을 살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진실을 공유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비밀이 될 수도 있다. 정말로 마지막까지 함께 할 의사(意思)가 없다면 나누지 않는 편이 나았다.

  먼저 윤혁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해서 인격적으로 만났으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받게 되었는지 인생 여정을 고백했다. 형제자매들이 자신에 대해서 신뢰감을 품고 다가올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그 직후 그는 은밀하고 정중하게 경고의 말을 주었다.

  “저는 여러분에게 고백할 것, 그리고 부탁드리고픈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백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두렵습니다. 이 일에 휘말리면 자칫 여러분께 어떤 피해가 갈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걱정할 것이 남아 있는 분들께서는 이 방으로 들어오시지 않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선교사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순교의 위험과 접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선교사 모두가 목숨을 당당히 바칠 만큼 용감하지는 못했다. 그런다고 해서 결코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 당장 선교사 중에는 소중한 가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가 같은 처지일 수는 없으며 모두에게 천편일률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

  많은 이들이 윤혁의 진지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중량을 느끼고 발걸음을 돌려서 건물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그들 역시 저 젊은 청년을 응원하고 싶었지만, 위험을 각오할 만큼 마음가짐이 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은 도리어 폐가 되리라고 여겨졌다.

  이내 건물 안에 있는 큰 방으로 백 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리온이 나서서, 동일한 말로 만류했다. 굳이 억지로 용기나 만용을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일단 이 이상 들어서면 다시 돌이키기 힘들지도 모른다. 리온의 경고의 말에 다시 몇몇이 밖으로 나갔다.

  중간 정도 크기의 방에 오십 명 정도가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윤혁이 한 번 더 그들에게 호소하였다.

  “저라는 사람을 믿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만 남아주세요. 아직 여러분이 온전히 신뢰할 만큼 제가 믿음직스럽지 못함은 압니다. 이 방을 들어서는 순간, 어쩌면 여러분은 저에게 원망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몇몇이 눈짓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건물 바깥으로 조심스레 떠났다. 윤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남은 인원을 확인하였다. 최종적으로 남을 인원이 확정되었다고 여긴 그는 마침내 입을 뗐다. 조금 긴장하며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리온조차도 윤혁이 전할 말이 몹시 궁금했다. 그도 친구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내게는 이복형이 한 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윤혁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있는 힘껏 용기를 쥐어 짜냈다.

  “예수님을 모시는 우리의 가장 큰 장래의 위협일지도 모릅니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리온마저도 얼굴이 굳었다. 윤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 말했으나 얼추 뉘앙스를 간파한 이들도 많으리라. 그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이름과 얼굴은 ‘보안 시스템’ 때문에 발설할 수 없습니다.”

  이 귀한 친구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하는 모든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입니다. 그는 베일에 감춰진 인류연합의 리더이자 현 인류 전체를 통솔하는 세계 단일 권력자입니다. 지구는 물론 우주 위의 인류 영토 전체를 통틀어서 말입니다.”

  윤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의 온도가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짐을 선명히 느꼈다. 저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허풍쟁이의 허언증이라고 치부할까? 혹은 원수의 가족이라고 생각할까? 아주 조금 무서웠다.

  “형이 만들어낸 시스템이 전 세계의 세속주의와 인본주의를 극한까지 부추겼습니다. 복음이 발붙일 자리를 자연스레 치워버렸으며, 소중한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은연중 궁지에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긍정적인 업적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나 그것이 그가 하나님께 범한 잘못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이 자리에서 형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자세로 사죄의 표현을 하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서 알게 된 거죠?”

  “강윤혁 씨가 그 자에게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어떻게 믿죠?”

  “혹시 당신의 형이 우리가 경계하는 ‘그 존재’입니까?”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숨이 조금 갑갑해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리온이 앞으로 나서서 윤혁과 동료들 사이에 섰다. 그는 분위기를 유화시키고는 형제·자매들이 의심하는 부분을 해명해주었다.

  “오늘 들은 윤혁의 말은 제게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 친구와 그동안 벗으로 지내봐서 잘 압니다. 이런 일로 거짓말을 꾸며낼 사람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고백한 것도 절대 아닐 겁니다.”

  사도 바울도 처음 사도들 앞에서 신앙을 고백했을 때 그의 과거 행적들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었다. 바나바가 나서서 중재해주지 않았으면 곤욕스러운 상황을 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리온 역시 바나바처럼 친구의 진심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자 차츰 청년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윤혁은 차분하게 전후 사정을 말해주었다. 자신이 1년 전 형과 처음 만난 일부터 해서, 여러 위기 상황에 부닥쳤던 것, 제로원과 우주 너머에서 본 제국의 실체들까지 고백했다. 극비에 해당하는 정보는 배제하였지만 대신 개략적인 흐름과 그 속에 담긴 함의까지는 알려주었다. 청년들은 그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누군가가 깊이 한숨 쉬며 하소연했다.

  ‘그 말이 옳아.’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이기리라는 성경의 증언이 도무지 와 닿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날이 갈수록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라져갔고 세상 권력은 그에 반비례해서 강해지는 추세였다. 정점에 서 있는 자들은 힘과 권력과 지식과 부유함과 아름다운 외모를 넘치도록 소유하였으며 그에 비해 신실한 자들은 지극히 연약하고 무력하고 평범했다.

  하나님의 공의로 시스템을 바꾼다는 정치적 접근은 먼 옛날 링컨 대통령 같은 때에나 가능했지,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선교사들도 용감하고 성실하긴 했으나 이런 시대의 압박에 깊이 눌려왔던지라 알게 모르게 무력감에 젖어가고 있던 차였다.

  그때 윤혁이 조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지금도 세상을 이기고 있는 중입니다.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증거 하는 중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니고서 무엇이겠습니까?”

  단순한 정신 승리가 아닌, 진심이 묻어 나오는 항변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온갖 고난을 받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께서 맡기신 명령을 마지막까지 성실히 이루면 됩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삶에서 실천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전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생명으로 이끌면 됩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였지만 분명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에게 수긍이 되고도 남을 만한 옳은 이야기였다. 윤혁의 얼굴에는 점차 확신이 나타나고 있었다. 패배자의 기색은 눈을 씻고 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네, 우리들도 그 사실을 믿고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한 여성이 정중한 목소리로 윤혁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그 복음과 사랑마저 거절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져야 돌아오실 텐데 이제는 정말로 그 한계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녀도 이제는 강윤혁이라는 형제를 신뢰하는 기색이었지만, 여전히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선교사들도 대부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혁, 솔직히 나도 인정하기 싫지만, 엘리스 씨 말이 옳아. 지난 몇 년 동안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복음을 영접할 사람이 남아 있기나 할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강인했던 리온마저도 이번만큼은 어찌 용기를 북돋아 줄 도리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전도자의 일을 게을리하자는 말은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한 명의 영혼에게라도 주님을 알리는 게 마땅하겠지. 그렇지만 우리 앞에 큰 벽이 놓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야.”

  그는 모두가 낙담하지 않도록 조용히 윤혁에게만 작게 말했다. 윤혁은 긴장감을 가라앉히며 리온의 권면에 침묵으로 대답했다. 예상했던 반응들이었다. 모두가 장벽 앞에서 낙심하는 중이었다. 하나님께서 이런 때에 자신을 예비하시고 이끄신 것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제 이 자리를 소집한 진정한 목적을 털어놓을 때가 되었다.

  “아뇨, 아직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다시금 청중석이 술렁거렸다.

  “인간의 길은 막혔을지 몰라도 하나님의 길은 이제 시작입니다.”

  겸손하게 사과했던 아까와는 사뭇 패기가 달라진 윤혁.

  “지적하신 대로 주님은 땅끝까지 복음이 다 전파된 후에야 오십니다. 그런데 아직 이 세상에는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민족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맡아야 할 사명들이 아직 산더미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갸우뚱거렸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지구촌이 하나가 된 것이 이미 백 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미(未) 복음화 지역이 아직 남아 있다는 말인가? 윤혁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땅의 범위를 지금 이 행성으로 한정시킨다면 그렇겠지만.”

  별안간 시선이 죄다 그가 내뱉은 말에 집중되었다.

  “현 인류의 영토는 지구가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곳곳의 항성계들에 흩어져있는 거대한 인공 우주 정류장 콜로니. 

  그 내부에는 지구와 완벽히 동일한 환경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거대한 인공 대륙과 바다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자신들의 뿌리와 조상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 가두리 양식장에서 배양되는 무수한 민족들. 아이러니하게도 주님께서는 신자들이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과제’를 다 이루었다고 여기고 게으름을 피울 때 카이젤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셔서 새 과제를 산더미처럼 만들어주셨다.

  “그곳들은 일종의 만들어진 세계들입니다. 천체 침식이 가능한 콜로니 모듈 안에 박힌 세계들인데 모듈을 통해 끊임없이 무제한의 자원을 공급받죠. 게다가 바깥 세계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시간압축 감옥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덕분에 그 내부에는 지구의 몇 곱절 배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갖 색다른 형태의 문물들이 조성되어 있죠.”

  윤혁은 자신만이 아는 비밀들을 친구들에게 차분히 전달했다. 기밀 누출이 지나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필요한 부분만을 전했다. 현재 윤혁이 아는 것만 해도 최소 수십만 개 이상의 유인 콜로니들이 이 은하계 내에 버젓이 존재하는 중이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개수로 늘어나리라.

  “우리에게 맡겨진 잃어버린 영혼은 이 우주에 차고도 넘칩니다.”

  그의 목에 걸린 반지, 그 위의 문양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였다.

  “어쩌면 우리 생애에 다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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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번 챕터를 마치면 3월 간은 휴재 예정입니다. 4월 중에 2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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