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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 악몽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4.11 | 회차평점 0 0

 

 

 

 

 

*****

 

 

 

  해파리 인형의 몸은 공중에 두둥실 떠다니며 복도를 주행하였다. 겔다는 마음속으로 걱정스러웠다. 도련님을 모시는 그 이상한 여종, 시녀장 루미니아, 매번 마주칠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신경 쓰이고 불쾌하게 느껴졌었다.

  {“오랜만이군요, 겔러트 양.”}

  “아, 안녕하세요. 집사님.”

  중년의 신사가 그녀에게 인사하였다. 이 저택의 집사장인 단테. 생긴 모양은 영락없이 사람이었으나 실상은 만들어진 인공지능으로 겔다와는 정반대였다.

  “집사님은 점점 더 인간미가 원숙해지시는 것 같아요.”

  {"허허,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죠.“}

  그럴 수밖에. 사람의 인격을 복제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니까.

  “어떤 때는 사람보다도 더 사람 같아요. 다른 인공지능은 안 그렇던데.”

  {“요새 작품에 비하면 저는 낡은 실패작일 뿐입니다.”}

  프로젝트 단테(DANTE). 오래전 카이젤이 개시했던 인간 인격 데이터화 계획. 현재 카이젤이 개인용 집사로 사용하는 단테는 그 프로젝트의 최초 결실로 튀어나온 제법 쓸 만한 프로토타입 개체였다.

  {“이미 새로운 후속작들과 응용 프로젝트들이 무수히 파생되어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다른 행성에는 저보다 더 뛰어난 걸작들이 무더기처럼 쌓여있답니다.”}

  집사는 자애로운 웃음에 어울리지 않게 소름 끼치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정말요? 그거 왠지 무서운데요.”

  {“저도 3천 개 이상의 복제 인격의 융합체랍니다. 요새는 수억 개 단위까지 융합할 수 있죠. 근래 1년 간의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인격의 조작이 유전자의 조작만큼이나 쉬워졌답니다. 제 상위 호환을 복제한 군단까지 있지요.”}

  그 말대로 현재는 이미 업그레이드 버전의 단테 시리즈가 양산 형태로 제작되는 실정이었다. 어디 단테 시리즈뿐이랴. 갖가지 방식으로 융합, 분할, 변형되어 만들어진 복제 인격 시리즈가 로봇, 호문쿨루스, 유사 생명체 등의 육신과 결합하거나 시뮬레이션 우주에 강제 삽입되어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는 중이었다. 겔다는 도련님이 만들어나갈 세상이 두려웠다. 그렇게 차가운 심성이 되어버리신 건 여주인의 탓도 컸겠지만 결국 도련님 자신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겔다는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으나 내면은 꽁꽁 얼어붙은 그분이 얼마나 가여운 분인지 알고 있었기에.

  “저기, 그⋯⋯, 집사님?”

  {“말씀하시죠.”}

  “루미니아라고 불리는 그 시녀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단테는 그 말을 듣고 멈칫하였다.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딱히 주인이 누설을 금지한 적은 없지만, 왠지 암묵적으로 입을 닫아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입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저도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에 주인님을 배신한 범죄자였습니다. 주인님은 그 대가로 형벌을 내렸죠.”}

  “형벌요? 하지만 딱히 도련님께 악감정을 품지는 않던 것 같은데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루미니아는 늘 주인에게 사랑과 동경을 보여왔다.

  {“그 형벌은 아마 영구적인 정신 조작과 관련된 것일 겁니다.”}

  “네?!”

  단테의 말에 겔다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 질렀다.

  그 시각 카이젤은 루미니아의 손에 조용히 몸을 맡긴 채 누워 있었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주인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마사지를 하였다. 한 번 자신을 배신했던 자에게 몸을 맡기는 것은 아주 확고한 굴종의 족쇄를 채워두지 않는 한 손쉽게 시도할 수 없는 도박이었다. 그러나 역으로 그것은 족쇄를 통해 서로의 상하 관계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자, 대답해봐라.”

  그녀의 뇌는 이미 무수한 실험들로 조작당한 상태였다. 주인인 카이젤에게 절대복종하도록 만드는 예속, 그를 보거나 듣거나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침묵의 조작, 그의 명령을 민첩하게 마음속으로 느끼고 즉각 따르도록 만드는 인공 신앙까지, 그 외에도 수백 가지 이상의 실험이 가미되었다. 이는 그날의 배신에 대한 철저한 형벌이었다. 엘과 발란듀르비치에게 회유되어 왕을 납치하는 데 조력했던 반역 행위의 대가. 지도자를 살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으니 사실 사형에 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로운 처사였다. 어떤 의미로는 정신 개조가 사형보다도 더 가혹한 형벌이긴 했지만.

  “너는 어째서 초인이면서 그런 선택을 한 걸까?”

  초인과 일반인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여럿 있다. 그중 하나로 초인들 사이에서는 본능적 우열 관계가 명료하다. 같은 세대 초인들끼리는 일반적으로 서로의 격에 따라 자연히 순종 관계가 생성된다. 마치 짐승의 세계에서 알파 수컷이 나머지를 억누르듯, 곤충들이 페로몬으로 우열을 나누듯, 초인들은 소위 ‘클래스’로 표현하는 지혜의 격에 따라 상하 관계가 저절로 나뉘었다. 그들의 격, 클래스의 차등은 일반인의 지능 차이와는 근본적으로 개념이 달랐다. 한 클래스 차이조차 종(種)의 차이만큼이나 큰 격차였다. 낮은 격은 높은 격을 거스르지 못했다. 자신이 모시는 섬기는 초인이 상대방보다 더 높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렇기에 최상위 개체는 동일 세대 초인 전부를 지배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마음을 얻는다기보다는 두려움으로 누른다는 개념에 가깝긴 하지만.

  물론 예외는 있었다. 한때 카이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했던 넷은 격차가 월등히 벌어진 지금까지도 그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같은 세대의 하위 개체들은 카이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쳐왔다.

  그런데 일개 D 클래스 초인이었던 루미니아가 놀랍게도 반역의 날, 주인을 배신하는 선택을 벌였다. 반역자들의 격이 카이젤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믿을 수 없는 어리석음이었다. 그녀도 U-society의 간부로서 지금껏 카이젤과 인류연합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들을 직접 보아왔거늘. 일반인이라면 그런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그 예로 시종 넘버 1부터 넘버 10까지도 그날 루미니아의 꾐에 넘어가 반역에 가담한 일반인 공범들이었다. 하지만 루미니아 같은 초인이 자신들의 왕을 배신하는 일은 이례적인 사태였다.

  “대답해.”

  그제야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카이젤의 목소리는 인식하지 못했으나 의미 자체가 직접 뇌로 전달되었다. 그녀는 신의 계시를 받은 양 벌벌 떨었다.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

  매번 물을 때마다 똑같았던 그녀의 고백.

  “처음 보자마자 너무도 아름답고 완벽한 당신께 마음을 빼앗겼어요.”

  스토커를 향한 카이젤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당신에게 나 같은 건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죠.”

  어처구니없지만 그녀의 고백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가면을 벗은 왕의 얼굴을 본 뒤로 지독한 상사병에 빠지고 말았었다. 합리적인 이성이 지배하는 초인의 정신세계에서는 쉽사리 일어날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인 집착에 가까운 사랑. 루미니아는 그의 소유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먼 존재였다. 비록 같은 초인이라지만 하위권인 루미니아와 독보적 일인자인 그는 지위로나 권력으로나 지혜으로나 모든 면에서 너무 격차가 컸다. 더욱이 그는 여인에게 다정한 눈길조차 주지 않는 냉철한 사람이었다. 결국 그를 망가뜨릴 기회가 찾아오자 루미니아는 충동적으로 범죄에 동참하였다. 보통 초인이라면 도무지 벌이지 못할 지극히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망가뜨리고 싶다는 마음에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일이 마무리된 직후 가담자들에게는 혹독한 처벌이 진행되었다. 배후들은 세력을 말소당한 후 겨우 목숨만 부지해 우주 밖으로 도주하였고 나머지 가담자 대부분은 인류연합에 의해 척살되었다.

  그리고 배신에 핵심적인 도움을 주었던 몇몇 인간들도 사로잡혔다. 그들에게는 죽음과는 사뭇 다른 형벌이 가해졌다. 카이젤 자신조차도 전에는 윤리 의식 때문에 꺼렸던 정신 조작 실험. 그는 범죄자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열 명의 일반인과 초인 루미니아는 실험체가 되었다. 그는 그들에게 기억과 자유의지, 영혼과 감정, 지각 능력과 추상 능력에 이르기까지 정신 영역 전반에 걸쳐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구와 실험을 실행하였다. 특히 초인인 루미니아는 놀라운 연구 성과들을 무수히 얻어낼 좋은 실험체였다. 실제로 현 정신간섭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그녀가 상당한 이바지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후 카이젤은 늘 대면하도록 그들을 자기 집에 가두었다.

  “결국은 그게 전부인가?”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의 뒤틀린 욕망에 그는 기가 찼다. 저 정신 나간 여자 때문에 겪은 지옥 같은 악몽을 회상하자니 속이 몹시 뒤틀렸다. 하긴 그런 초인답지 않은 이상한 변종이었기에 유용한 실험 자료가 될 수 있긴 했다.

  “뭐, 좋아. 덕분에 나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그는 자신을 어루만지는 그녀를 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협적일 정도로 커다란 근육질 체격의 그림자에 가려진 루미니아가 무척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놈들도 유용하게 써먹었지.’

  다시 한번 9년 전의 사건을 회상하였다. 그때 무사히 구조된 뒤 몸을 회복한 그는 사형수 전원을 체포해 결박하였다. 그는 높은 왕좌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혐오스러운 저자들에게 어떠한 처분을 내릴지 차분히 사색했었다.

  ‘그냥 죽게 하는 건 아쉽고 고통을 줘봤자 어차피 본전도 못 찾겠지. 어차피 그런 처분을 받아야 했을 중범죄자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던 범죄자용 정신 구속.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던 자들이니 역시 자손 대대로 영원한 속박 가운데 가둬두는 게 최악의 형벌 아닐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들이 억울해해도 상관없다. 왕의 장래 후손을 철저히 욕보이고 파멸시켰으니 그들에게도 상응하는 대가를 주어야 마땅하다. 당시의 카이젤은 자신의 부관이자 친구인 에녹과 이와 관련하여 상의했다.

  “저들을 새로운 씨앗으로 삼도록 하지.”

  “씨앗이라면……, 콜로니 프로젝트 말씀입니까?”

  “그래.”

  그 당시 지구 인류는 아직 우주 이주 정책에 선뜻 뛰어들지 않았다. 지구에서도 충분히 지낼 수 있는 마당에 위험을 무릅쓰고 인공 콜로니나 테라포밍 행성으로 이주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이주 정책을 펼치면 윤리를 필연적으로 해치게 되기에 골치가 아팠다. 인구 증폭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인간의 신체를 우주 여러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보시키려니 윤리 문제가 걸렸다. 하지만 죽어 마땅한 자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면 이야기가 좀 더 쉬워진다.

  “강제로 지구 주민들을 움직여 이주 정책을 시도한다고 해도 제한된 시간 안에 인구수를 충분히 불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모자라.”

  그렇다면 골치 아픈 인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형수들이야말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인구 폭탄(population bomb)이 되리라. 저들을 이용해서 우주 인류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다수의 콜로니를 지은 후 저자들을 그 안에 속박한다. 수억 세대까지 불어나 초거대 인구를 이룰 때까지.

  “하지만 인구는 어떻게 불리실 생각입니까?”

  “초기 버전의 타임필드 기술이 완성됐어. 이제 곧 실용화 단계다.”

  “정말로 사람들을 그 기이한 압축된 시간축 안에 가두실 생각입니까? 워프 개발 때도 그랬지만 인간을 무턱대고 내부에 집어넣으면 오류가 발생할 겁니다. 조금 더 기술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편법은 마련됐다. 처음부터 저들의 육체를 적절하게 개조하면 돼.”

  카이젤은 사형수들에게 세포 단위, 아니 분자 단위로 어떤 각인을 새겼다. 특정 시공간에 예속될 수 있도록, 타임필드 안에서 천년만년 갇혀 지낼 수 있도록. 심지어 복잡한 정신 제약도 걸었다. 후손 대대로 완벽하게 유전되고 속박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도록 고난도의 기술력을 적용했다. 심지어 그들이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권한마저도 앗아가 버렸다.

  “저들을 써서 우주 인류를 만들고 영원히 내 지배하에 복속시킨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조금 비인도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사실 이렇게 묻는 에녹도 카이젤의 의견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윤리성에 관해 되묻는 것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주군의 방향과 균형을 곁에서 제어해주기 위한 수단. 어차피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물론 후손들에게는 인간적인 대우는 해줄 셈이다. 의식주는 물론 문화와 기술과 문명도 제공한다. 적절한 때가 되면 시민권도 내줄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들의 운명과 역사는 내 의지대로 조작하고 지배한다.”

  “신 놀이를 시작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비슷해. 저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지닐 명분이 하등 없겠지.”

  카이젤은 사형수들을 생존게임 속에 던진 뒤, 살아남은 144,000명을 모아 대대적인 육체적, 정신적 조작을 가하였다. 이후 그들은 우주에서 생산된 거대 콜로니 안에 옮겨졌다. 기억이 지워진 채, 조종받는 채로. 그렇게 그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강제주입된 번식 본능에 힘입어 자녀를 낳았다.

  그들의 후손들은 비록 인권을 박탈당하지는 않았으나 대대손손 지워지지 않는 각인의 지배를 받았다. ‘표식’이라는 이름의 각인 덕에 그들은 타임필드 내부에 존재할 수 있었고 특정 주거 콜로니 바깥을 허락 없이 벗어나지 못했으며 지구의 왕에게 무의식적인 호감을 느끼도록 제어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전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였다. 어차피 인공 세계들도 자원이 넉넉했고 환경도 안정적이었다. 외부 관리자들은 신적 존재 행세를 하며 자원과 물자, 기술 문명과 마도 문명, 지식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바깥과 격리된 채 억겁의 시간이 흐르자 우주 인류는 크게 번성하였다. 지구에서 불과 9년이 흐르는 동안 우주 인류는 역사상 지구를 거쳐갔던 인간 전체를 합한 것의 수천 배 이상의 수효로 불어났다. 더불어 콜로니라는 인공 세계들의 개수도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각기 다양한 문화와 문명이 싹텄다.

  그러나 팽창에도 불구하고 우주 인류 개개인과 세계들은 완벽한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문명과 기술을 잉태시키는 좋은 재료이자 노동력이자 아이디어 생산 자원이 되었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인류연합은 기계, 우주 인류, 이종족 세 집단을 목줄로 묶어두고 거대한 규모로 증식시킴으로써 전에는 가늠조차 불가능했던 은하계 단위의 초고도 문명을 건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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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음 주부터 현재편으로 귀환. 하나님의 놀라운 행적이 작은 자들의 모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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