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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 미션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4.18 | 회차평점 0 0

 

 

 

 

 

Chapter 3. 미션

 

 

 

 

 

 

  계곡을 따라 우거진 숲. 건물이라고는 낡은 오두막집 하나뿐이었다. 흡사 속세를 등지고 잠적하는 구도자들이 머무르는 거처 같았다. 젊은이 한 명이 이곳에 몸을 맡기는 중이었다. 그는 먼 곳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여러 권세자들의 눈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몇 겹의 결계가 숲을 뒤덮었기에 몰래 행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청년은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운동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준비하였다. 그는 잠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향해 눈을 돌렸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때는 한창 봄이었다.

  그때 청년은 외부에서 전달된 신호를 감지하고 멈칫하였다. 이내 그는 집중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였다. 오늘 통신하기로 약속한 사람의 신호. 청년은 곧 상대방이 결계 권역 안으로 들어오도록 허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허공에서 불꽃과 같은 형상의 홀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청년은 눈매를 한 번 더 찌푸렸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허상에서 실체를 소환하다니. 언제 봐도 적응 안 되는 기막히는 기술력이었다. 시스템이 말을 걸었다.

  {SDR 임시 아바타 실체화 완료. ‘제4 철인왕’의 의식을 소환하겠습니까?}

  “소환 부탁합니다.”

  {허가.}

   다색의 불꽃이 일렁이더니 허공에 인물의 실루엣을 그려내었다.

  그러더니 실루엣은 곧 생기를 얻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나갔다.

  “강윤혁 씨.”

  “진.”

  홀로그램에 나타난 인물은 밀색 금발에 맑은 푸른 눈을 지닌 미남자였다. 진이라고 불리는 그는 흑발의 청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단정하고 단출한 인상의 흑발 청년, 강윤혁이 정중히 인사를 받아주었다.

  “운송 장비는 이미 마련했습니다. 우주선 한 척이면 충분하겠죠.”

  “감사드립니다. 의무도 아닌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 인사를 들은 진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차피 진에게 이 정도의 지원은 매우 손쉬운 일이었다. 그저 순수한 흥미에서 우러나온 선의일뿐.

  “내부 중력이나 관성 상태는요?”

  “물론 모든 범위의 관성력과 중력을 중화할 수 있습니다. 준-영구 동력원이 있으니 산소나 연료도 무제한 공급 가능하고요. 자체 워프 기능도 있습니다.”

  이에 윤혁은 일부러 약간 놀라는 척해주었다.

  “요새는 함선이 아닌 일반 우주선도 그 정도 설비를 갖추었나 보죠?”

  “근래 인류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까요.”

  ‘당신 형님께서 주도하신 대규모 정복 정책 덕분에 말이죠.’

  진은 우쭐거리고픈 속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나저나 그 아바타는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아아, 제가 보유한 ‘태양의 영감 프로토타입’의 시스템을 썼습니다.”

  SDR, 태양의 영감이라고도 불리는 테크놀로지. SDR 기술이 접목된 항성은 항성혼 공명을 통해 자신 이외의 외부 항성들과도 부분적이나마 교감할 수 있다. 진은 태양과 SDR 모체 항성의 공명을 통해 잠시 태양계 내부에서 불완전하게나마 이런 분신 방식의 간섭을 일으킬 수 있었다.

  “특이한 기술력이로군요.”

  이어서 화제가 본론으로 접어들자 먼저 진이 질문을 던졌다.

  “중립지대를 방문하시러 바로 이동할 겁니까?”

  “그곳 주인님께는 허가받은 겁니까?”

  “제가 해결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진의 대답과 동시에 땅 아래에서 작은 선체 하나가 솟아올랐다. 역시 윤혁이 진에게 받은 물건으로 현재 지구 대기권 안쪽을 안전하게 왕복하는 데에 사용 중이다. 윤혁은 별 망설임 없이 선체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에 앉자마자 보호용 특수 나노슈트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군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종석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좌표를 계산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비행선은 유려한 곡선 궤도를 그리며 대기권 내 공간을 자연스럽게 가로질렀다. 이동하는 중에 그는 편안히 앉아 몇 주간 있었던 바쁜 여정을 회상하였다.

 

  지난 한 달간 윤혁은 많은 준비로 분주했다.

  “현지로 떠나기 전 가장 중요한 준비는 말이지.”

  현지에 대한 사전 정보 조사. 친구 리온은 열댓 번도 넘게 강조했다. 사실 당연한 이치이긴 했다. 선교도 결국 미지의 땅에 뛰어드는 일종의 전투나 마찬가지이니 상대 지역에 대한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특히 언어와 풍습이 우리에게 낯선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

  아직 지구에 문명화되지 못한 민족들이 남아있던 시절, 선교사들은 오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야 했다. 풍토병, 야만풍습 같은 전형적인 위험도 있었고 자칫 현지인들에게 적으로 규정되어 공격 받을 위험도 있었다. 꼭 원시적인 부족이 아니더라도 공산권이나 중동처럼 탄압이 심한 지대에 갈 때는 현지 정부의 핍박이 문제였다. 이를 회피하려면 전략적인 정보가 필수적이었다.

  윤혁도 지피지기의 원리는 잘 이해했다. 하지만.

  “미안. 어려울 것 같아.”

  이번 선교 여행 같은 경우는 사전 조사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혁과 리온과 선교사 친구들이 찾아갈 장소는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잘 알려진 땅이 아니었다. 그나마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동료가 윤혁인데 그 역시도 외우주에 있는 하늘도시(Uranopolis)에 대해서는 극히 피상적인 정보만 지녔을 뿐이었다.

  “미안해. 내가 제안한 일인데도 변변찮은 정보조차 못 줘서.”

  “자책하지마. 네 잘못도 아닌데 뭘.”

  리온은 현실을 금세 수용하였다. 그는 친구의 역량이 제한적임을 이해했다. 하나님 왕국을 향한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은 훌륭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조금 깜깜했다.

  조금이라도 막막함을 해결해보고자 윤혁은 열심히 발로 뛰었다.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몇 주간 진과 접촉하면서 그들이 앞으로 향해야 할 하늘도시의 개략적인 정보에 관해서 캐내보았다.

  “일단 답변할 수 있는 부분만 알려드리죠.”

  아쉽게도 진은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로서는 순수히 흥미 때문에 도운 일이었으니 절박할 이유가 없었다. 윤혁 역시 진에게서 큰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애당초 진은 자신들과 달리 그리스도를 향한 헌신을 동기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으니까.

  먼저 찾아가야 할 하늘도시가 몇 개인지를 질문했다.

  “지금 시점으로는 정확히 2,302,694개의 우라노폴리스가 존재합니다만.”

  진은 시큰둥하고 무성의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장차 계속 늘어날 예정이므로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하늘도시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고요?”

  진의 말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은하계 곳곳에서 새로운 하늘도시로 사용될 플랫폼들이 생산되는 중이라고 한다. 도시를 늘려나가는 이유는 끝없이 증폭되는 인구를 적절히 배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의 하늘도시들도 계속 증축 공사로 확장되는 중입니다. 점점 더 큰 규모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추세죠. 최근 버전은 아시아 대륙 이상 크기는 될 겁니다.”

  “생각보다 넓고 많네요.”

  문득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단 하나의 마을을 선교하는 데에도 평생을 바친 선교사들이 숱하거늘 무슨 수로 그 많은 곳을 찾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곳에는 지구에서 유래한 종교가 없습니까?”

  다시금 윤혁이 다른 질문을 하자 진은 실소를 터뜨렸다.

  “종교 비슷한 건 존재하겠지만 지구와의 연결점은 이미 찾아볼 수 없겠군요.”

  “⋯⋯그렇군요.”

  윤혁은 앞으로 찾아갈 하늘도시의 현지 정보를 받을 수는 없겠냐고 정중히 진에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철인왕은 은하계 식민지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높은 위치의 관료일 테니 무언가 아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그건 곤란합니다, 강윤혁 씨.”

  “혹시 중요한 기밀이라도 되는 겁니까?”

  “아니, 그런 이유라기보다는⋯⋯.”

  진은 하늘도시로 진입할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먼저 시행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하늘도시의 위치 관측과 추적이었다. 그런데 이미 여기서부터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하늘도시들의 은하 내 좌표는 철저한 보안에 부쳐져 감춰져 있을뿐더러 강력한 관측 방해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수색이 거의 불가능하단다. 더구나 끊임없이 주기적인 무작위 워프를 실행하기에 위치 자체도 계속 변동된단다.

  “그렇다고 은하계 전방을 모두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당신은 저들의 지도자 격 아닙니까?”

  진은 고개를 저었다. 일곱 철인왕 중에서도 하늘도시들에 간섭할 수 있는 통솔권자는 대총통 하나뿐. 간혹 다른 철인왕도 특수 목적을 위해서 간섭 권한을 부여받긴 하지만 이 경우 반드시 아버지의 허가를 거쳐야 했다.

  “제가 맡은 주요 역할은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입니다.”

  그렇기에 진은 일곱 철인왕 중에서 인간 사회에 간섭할 권한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기술 교류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지니 진의 역할 특성상 식민지 주민과 교류할 일은 적었다. 그렇기에 따로 임무를 부여받은 경우가 아닌 한 직접 하늘도시에 간섭할 방도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문화나 문명에 대한 지식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 부분도 설명하기가 좀 복잡합니다.”

  모든 하늘도시는 ‘휴면기간’과 ‘개방기간’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거친다. 휴면기간이란 하늘도시의 타임필드가 발동하는 시간. 이때 바깥에서는 하루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도시 내부에서는 최소 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다. 반면 개방기간은 타임필드가 완화되어 바깥과의 시간 비율이 2~3배 정도가 되는 시기로 약 한 달 정도이다. 개방기간 동안은 외부로부터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개방기간’에 돌입한 도시 중 하나를 포착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사실 무작위 워프를 주기적으로 하기에 찾기 어렵지만 그래도 개방기간 동안에는 하늘도시가 관측 장비에 탐지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죠.”

  하늘도시는 비 자립형 콜로니 기지라서 아직 완벽한 독립적 운행은 어렵기에 주기적으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행성이나 항성에 달라붙어 기생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에 하늘도시들은 기생할 항성계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그 이동 패턴을 분석하면 낮은 확률로 일부 하늘도시들을 검색할 수 있단다. 항성 기생 패턴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데다가 기생 초기에는 탐지를 막는 시스템이 허술해진다나. 그러나 전체 하늘도시 중 이런 기회에 힘입어 외부인이 감지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것은 극히 일부분이란다.

  “하늘도시가 잘 발견되는 몇 좌표가 있습니다. 제가 그곳들을 적절한 시기에 관측하여, 개방기간 사이클에 돌입한 도시를 관측할 겁니다. 그리고 우주선으로 그곳까지 접근한 뒤 당신들을 내부에 넣어줄 겁니다. 문제는⋯⋯.”

  “발견될 도시가 어떤 것일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완전한 무작위니까요.”

  이번 선교는 어느 지점에 도착할지 미리 결정할 수 없는 랜덤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하늘도시는 한 번 휴면기간에 돌입하면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사이에 내부에 존재하는 문명과 문화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미리 문명권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어도 무의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내용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건가.’

  윤혁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조금씩 흘렀다. 이제야 그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일에 도전한 것인지 실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헌신과 넘치는 열정과 젊은 용기에 이끌려 이 일에 도전하게 되었지만, 막상 그를 기다리는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다시 돌아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무섭다고 해서 뒤로 물러설 수는 없어.’

  어쩌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이라고 믿는다면 그저 모든 길들을 주님께 맡기고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유일하게 열쇠를 지닌 자신이 물러나 버리면 곤란하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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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우리 윤혁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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