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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 미션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4.2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하지만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쟁기를 손에 쥐고 뒤를 돌아보지 않도록 굳게 마음을 먹고 다짐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추수할 곡식에 비해 일꾼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진은 충격적인 현실을 알려주었다.

  “현재로서 하늘도시로 입장 가능한 인원은 당신이 전부입니다.”

  “네? 하, 하지만……, 다른 수단은 없는 겁니까?”

  그러나 윤혁이 형에게서 받은 반지를 나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진은 단호히 부동의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기술력으로는 최상위 초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진인지라 뭔가 해결책을 기대했던 윤혁은 몹시 당혹스러웠다.

  “이 반지는 대단히 정교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신체와 공명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기에 제가 분석하려 시도하면 접속이 자꾸 거부됩니다. 애초에 아버지가 만드신 물건이니 제 상식을 넘어서는 건 당연하겠지만요.”

  심지어 사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특화된 진 고유의 현자의 눈으로도 윤혁의 반지의 기동 원리를 분석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고 하였다. 다행히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열쇠, 즉 하늘도시의 출입 제약들을 뚫고 들어가는 데 필요한 코드는 일부분이나마 분석하였다고 한다.

  “아,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출입 코드는 당신의 신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출입권을 나누어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윤혁에게 진은 한 가지 우회로를 제시했다.

  “반지에 인식된 코드를 제한적으로 복제할 수는 있습니다. 그 복제본을 당신이 데려가려는 다른 존재에 이식할 겁니다. 물론 복제본 단독으로는 작동하지 않겠지만 복제본을 이식받은 존재가 당신의 신체와 접촉한 상태로는 기능이 가능하겠죠. 다만 사람 몸에는 복제된 코드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또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이 제안한 방법은 인형의 몸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마침 사람과 완벽히 똑같은 유사 유기체로 변신 가능한 로봇이 있으니 그 로봇을 인형 삼아 뇌를 실시간 동기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요약하자면 동행하려는 사람을 인형에 동기화시킨 후, 그 인형에 코드의 복제본을 삽입한 뒤, 반지를 소유한 윤혁과 밀접 접촉한 상태로 하늘도시에 진입시키자는 플랜이었다.

  “말 그대로 인형 놀이와 비슷하군요.”

  “비슷합니다. 원주인의 몸은 잠든 상태에서 인형 몸에서 완전히 똑같은 의식이 깨어나게 될 겁니다. 초인이라면 잠들지 않고도 조종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나쁜 조건은 아닐 겁니다.”

  다만 여기에도 유의점은 있었다. 고밀도 타임필드가 발동되는 휴면기간에 인형이 하늘도시에 넣어지면 인형과 본체의 링크가 끊어져 버린다는 점. 다시 말해 개방기간에만 링크를 통한 원격 활동 전략이 허락된다. 윤혁 혼자서 활동할 계획이 아닌 한, 즉 정식 팀으로 움직이려면 한 하늘도시에서는 최대 한 달이라는 극히 짧은 기간만 여행할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윤혁은 잠시 고민하였다. 단기 여행 방식에 국한된다는 점이 안타까웠으나 사정 상 한 선교지 당 최대 한 달이라는 현실적 제한을 수용하는 수밖에는 없을 듯했다.

  ‘혼자만 가는 것이라면 형이나 진이 어떻게든 타임필드에서 꺼내주겠지. 하지만 냉철하게 인정해야 해. 나는 아직 경험이 얕고 미숙하다. 곁에서 나와 함께해줄 친구들이 꼭 필요해.’

  게다가 자칫 개방기간 종료 타이밍을 놓치면 수명을 과다소모할 위험도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돌아가겠다고 약속까지 했고 형의 영혼을 지킬 억제자의 소명도 있는 마당에 타지에서 자연사할 가능성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다. 동료들이야 인형 몸체로 진입할 테니 그럴 위험성은 없겠지만.

  “원래 지구 시민은 하늘도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역으로 하늘도시 주민은 하늘도시 이외의 우주를 돌아다니지 못하고요. 휴먼 솔져 등의 특수직으로 발탁되어 복무 중이거나 그 후 시민권을 얻어 은퇴한 경우만 제외하면요.”

  “지구 시민권 획득이라……. 신해 형 같은 케이스인가요?”

  “그렇죠. 아무튼 이 소속 관련 룰은 철인왕도 함부로 어길 수 없습니다.”

  몇몇 예외적인 우회로가 있기는 하지만 지극히 제한적이란다. 윤혁처럼 카이젤에게 직접 출입권을 받는 일은 지극히 특수한 경우였다. 인류를 통치하는 지배자를 형으로 둔 덕에 허락된 행운이었다. 비록 사람 하나에 인형 몸들만 한 달씩 통행이 허락되었다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당신 신체와 접촉한 상태로 같이 들어갈 인형의 개수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한 기가 최대일 것 같군요. 그 이상 보내려면 특수한 장치에 손을 대야 하지만 자칫 다른 초인들과 마찰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한 명이나마 데려갈 수 있으니 다행이군요.”

  윤혁이 아쉬움을 속으로 삼킬 때 진이 솔깃한 이야기를 꺼냈다.

  “단, 특수한 시민이라면 한 명 정도 더 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이에 윤혁은 순간 흠칫 놀라며 반문했다.

  “특수한 시민? 그게 누구죠?”

  “이미 만나보지 않았습니까. 중립지대의 난민들 말입니다.”

  유대인 출신 난민. 과거 이스라엘 본토에서 축출된 유대인 난민들은 대부분 중립지대로 개편된 하와이 섬에서 거주하는 중이었다. 윤혁은 몇 개월 전에 그 섬을 방문하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들은 예외인 거죠?”

  “원리를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경제 시스템에서 끊어져 버린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구 시민이지만 동시에 지구 시민이 아닌 자들이죠.”

  에드레이가 알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본 포인트가 저절로 축적되는 현대 경제 시스템, 생명에 유착된 자본. 윤혁 세대 이상 연령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악랄한 크레센트의 선지자의 훼방으로 그 시스템에서 튕겨 나가버렸다고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애매한 위치, 시민도 비시민도 아닌 이중 신분 덕에 하늘도시 내부로 그들의 정신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하아, 그렇군요.”

  사실 인형 몸체에 정신을 동기화해 하늘도시에 진입시키는 방식은 보통 복잡한 요령이 아니다. 비록 사람의 본체를 직접 집어넣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지구 주민의 정신을 하늘도시와 상호 작용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 심지어 초인들이 하늘도시에 간섭할 때도 윤혁의 경우처럼 미리 카이젤로부터 허가 코드를 받아야만 가능하단다. 인형을 활용해 선교사를 보내는 계획도 진이 윤혁의 반지에서 코드를 복제해내지 않았다면 원래는 불가능했을 방법이었다.

  윤혁도 진이 말한 기술적 딜레마의 난해함을 충분히 이해했다.

  ‘더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잘해야 한 명, 특수 케이스인 유대인 난민을 포함시키면 한 명을 더 넣을 수 있다 이건가?’

  윤혁은 어떤 사람을 동행자로 택할지 골똘히 고민했다. 하지만 이는 혼자서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당사자들과의 상의가 필요했다.

 

  첫 번째 동행자를 선택하는 일은 몇 번의 논의 끝에 결정해냈다. 비밀을 밝혔던 그날 그와 뜻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던 선교사 친구들 전부가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 윤혁은 동료들을 불러 모아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였다.

  “여러분 중 단 한 명만 저와 동행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명도 육체 그대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정신만 아바타 인형 형태로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윤혁으로서는 이편이 오히려 나았다. 동료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작으니까. 위험을 감수하는 건 자신 하나면 충분했다.

  여러 후보가 자진해서 나왔다. 최종 결정은 다수결로 정하기로 하였다. 공정하게 제비뽑기도 고려했지만 무턱대고 운에 맡기기에는 중요한 임무였기에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편이 나았다. 그 결과 예상대로 리온 마흐무드가 과반수의 의견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동료들 사이에서 평도 좋았고, 신실함과 지혜, 정보력과 행동력으로 줄곧 인정받던 청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윤혁과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던 그였다. 그렇기에 모두가 그가 적임자임을 동의하였다.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도 너무 아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윤혁은 아쉬워하는 탈락자들을 위로했다. 어쩌면 머지않아 모두에게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진은 모든 하늘도시가 문호를 전면개방하고 전 우주적인 교류를 개시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신의 예견을 윤혁에게 말해주었었다. 진은 대략 그 시기를 현재로부터 3년 후로 예측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문호 개방까지 좀 더 느긋하게 출발을 미룰 생각은 없습니까?”

  “아니요, 지금이 최적의 시기입니다. 더 미루어서는 안 돼요.”

  진의 질문에 윤혁이 단호히 대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종말이 빠르게 다가오는 마당에 더는 복음 전파를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신학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였다. 혹시라도 타임 필드의 독특한 시간 흐름을 역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곳에 일단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휴면기간 때 그들이 자체적으로 전도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만.’

  과연 기나긴 휴면기간 동안 복음의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까? 마냥 확신할 수는 없었다. 지구 역사에서도 가톨릭의 배교와 같은 뼈아픈 실패의 사례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믿어보고 싶었다.

  한편 윤혁의 최종 동행자로 결정된 리온은 자신만만한 마음보다는 비장한 심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런 큰 책임을 맡아도 될지 진지하게 스스로를 성찰했다. 겸손한 리온은 자신에게서 많은 약점을 발견했지만, 그 약점마저 덮어주실 주님의 완벽한 인도를 믿고 운명을 그분께 맡기기로 했다.

 

 

 

 

 

 

*****

 

 

 

  회상을 마칠 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처음 중립지대를 밟은 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윤혁은 지난번에 본 것과 똑같은 배경의 평화로운 마을을 내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깥이 하루가 멀다고 변화하는 데도 꿋꿋이 상록수처럼 제 모습을 유지하는 섬. 저번에는 비행선에서 사출되어 해변에 내다 버려졌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섬의 결계가 비행선의 출입을 허락해주었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편안하게 들어온 셈이네.’

  윤혁은 망설임 없이 뛰었다. 찾아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지난번 우주여행 당시 자신이 영영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어떨까 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 중에 그녀도 함께 있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녀가 뇌리에 남긴 흔적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진의 제안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도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달아 구원을 받는 비전. 그녀라면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문득 그녀가 한국에 온 시절 같이 별을 세던 기억도 났다. 그때 자신은 바깥세상에 사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했고, 루디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별들을 바라보았다. 저 별 어딘가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리. 그녀에게 있어서 사람들이란 늘 사랑을 전달할 대상이었지.

  ‘만약 여행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줄까?’

  루디아는 자기 민족과 고향이 진정한 메시아에게로 돌아오기를 소원한다. 반면 윤혁은 이방 세계 사람들이, 특별히 지구 바깥의 우주 인류가 그분을 만나기를 소원한다. 비록 두 사람이 각자 기도해주는 대상은 다르지만 사실 그 두 소원은 한 소실점에 이르러 만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부디 그러기를 소원했다.

 

  유대인 마을에 들어선 윤혁은 루디아가 속한 공동체가 거하는 집으로 헐레벌떡 달려갔다. 마침 앞마당에서 열심히 일하는 익숙한 인영이 하나 보였다. 윤혁은 그녀를 멀리서도 단숨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윤혁아?”

  그녀도 그를 발견하더니 몹시 놀라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헉! 하아! 아, 안녕.”

  서두를 어찌 꺼내야 할지 고민되었다. ‘너와 함께 일하고 싶다? 네게 우리와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공유했던 꿈을 함께 성취하러 가자?’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입술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어머, 반가워. 여기는 무슨 일이야?”

  “그게……, 설명하려면 몹시 긴데 말이지.”

  그때 아렌 할아버지가 윤혁을 발견하고 그의 등을 두드리며 놀래줬다. 그는 얼마 전 섬을 방문했던 건실하고 착한 청년이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이런, 자네도 오랜만이구먼. 그동안 별 탈 없이 지냈나?”

  “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침 아렌은 설명을 전달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윤혁이 숨을 고르는 동안 아렌은 집 안으로 윤혁을 불러들여 차를 준비했다. 숨을 돌린 윤혁은 선교팀의 사정을 대강 설명해주었다. 다 밝히기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간략히 요약해서 말했다.

  “자세한 이유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 인류연합의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난 이곳 난민 중에서 동행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흠, 선교 여행이라. 참 대단한 일이로구먼. 한창 누릴 것 많은 젊은이가 내리기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래, 그러면 자네는 루디아와 함께 여행을 떠나길 원한다는 건가?”

  루디아에게는 세상 경험이 부족했다. 인간적인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그녀는 위험한 여행에 동참시키기 적합한 인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윤혁은 세속적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원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난을 겪고도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 모든 사람을 겸손한 시선으로 보며 누구나 차별 없이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주님의 나라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위 기준 중 어떤 면으로 보나 루디아는 윤혁 자신보다 나은 일꾼이었다. 자신과 동료가 지쳐 쓰러질 때쯤 곁에서 의지가 되어줄 사람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그렇기에 그녀를 초대하는 데 있어서 한 치도 망설임이 없었다. 다만 결정은 그녀 자신의 몫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여러 고난을 겪어온 루디아에게 무작정 무거운 짐을 씌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그 애의 인생길을 주관하지 않을 걸세. 결국, 결정은⋯⋯.”

  “네, 그녀가 직접 선택해야겠죠.”

  아렌은 곧 루디아를 불러 윤혁과 단둘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윤혁은 루디아에게 그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아울러 최소한 신체적으로는 큰 위험에 휘말리지 않으리라는 점 또한 일러주었다.

  “물론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

  인간 정신이 로봇 인형과 접촉할 때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연습 실험으로 확인해 본 결과 루디아가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얻어지면 같이 여행에 데려갈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 문제는 추후 논의하더라도 일단 현재는 그녀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인 뒤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와 함께하고 싶어.”

  그녀의 결단을 듣자마자 윤혁의 표정이 환해졌다.

  “조금 위험이 뒤따른다고 해도 직접적 위험을 감수하는 윤혁이 너만큼은 아니지. 그렇다면 나도 마땅히 옆에서 힘이 닿는 한 최대한 도와야 하지 않겠어?”

  “아니, 그게⋯⋯, 꼭 마땅하다고 할 수는 없지.”

  윤혁은 잠시 망설였다. 루디아의 합류는 기뻤으나 그녀가 부채감 때문에 동참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결심을 굳혔다.

  “내 의지로 원해. 그 일에 동참하기를. 우주의 모든 사람이 예슈아를 알게 되고 영혼의 소생을 누릴 수만 있다면 나도 기꺼이 그 이야기를 빚어나가겠어.”

  그는 그녀의 남다른 각오, 뒤틀림 없는 소망을 보고 도전을 받았다.

  “그래, 고마워. 같이 가자.”

  그는 기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온기가 전해지자 그는 마음속에서 옅어졌던 비전과 용기가 조금씩 되살아남을 느꼈다. 비록 여행길에서 어떤 위협들을 마주할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불확실성 앞에서 위축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총 세 명이 택해져 세계의 영적 기로를 결정할 중대한 사건에 휘말렸다. 그들이 가야 할 길은 순례의 길이자 가시밭이 놓인 길이었다. 수많은 유혹과 핍박, 그리고 무엇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원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혁은 그 책임감의 무게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 그에게는 무거운 두 가지 의무가 어깨에 걸려있었다. 세계가 무너지기 전에 사람들을 최대한 건져내야 할 의무, 그리고 세계의 무너짐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한 사람의 영혼을 지탱해야 할 의무.

  ‘똑바로 지켜보세요. 당신은 인간의 힘으로 커다란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주님의 힘을 힘입어 그 제국의 끝자락까지 다가갈 겁니다. 제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하늘 끝까지 사람들을 쫓아가서라도 진실을 전할 겁니다.’

  이번 여정과 함께 기나긴 형제 대결의 서막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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