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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4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 여행 준비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4.22 | 회차평점 0 0

 

 

 

 

Chapter 4. 여행 준비

 

 

 

 

 

 

  루디아와 함께 섬 바깥으로 나가기를 원하는 유대인들이 몇몇 자원하여 나타났다. 유대인 촌락의 주민 중에는 비록 바깥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없어도 동포를 향한 보살핌의 마음이 사려 깊고 각별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로서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루디아를 혼자 내보내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강윤혁이라는 이방인 청년이 미덥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도움을 베풀고 싶었다. 이에 처음에는 루디아가 만류했다.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윤혁 말대로라면 직접 오지로 떠나는 건 그녀의 정신이지 몸이 아니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는 확답은 할 수 없으나 몸으로 직접 떠나는 윤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했기에 투덜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혁은 고민 끝에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루디아가 동포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으리라고 여겼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접속된 상태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들의 손길과 보호가 필요해.”

  이는 개인적인 사견에서 비롯된 주장이 아니었다. 섬에 오기 전에 윤혁은 진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몇 차례 받았다. 진은 인형과의 접속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에서 정신과 몸이 모두 온전히 잠든 상태, 접속되어 정신이 저편에서 작동하는 상태, 접속에서 벗어나 본체가 깨어난 상태, 이렇게 세 상태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나 육체 어느 한쪽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게다가 접속 상태에서는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지속적으로 옆에서 챙겨줄 보호자가 꼭 필요했다.

  ‘선교팀 동료들도 있지만 역시 룻 입장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들은 동향 사람들이겠지. 접속 장치나 의학적 점검 같은 문제들이야 어쩔 수 없이 진에게 의탁해야 하겠지만 보호자 노릇은 가까운 사람들이 맡는 편이 나아.’

  윤혁과 루디아와 아렌은 마을 주민 중 몇 명을 불러 모아 간략히 상의를 나눈 다음 곧장 루디아를 따라나설 열 명을 선별했다. 선택된 이들은 지체하지 않고 외출 허가를 위해 섬 중앙으로 향했다. 루디아도 그들과 동행하였다. 윤혁도 함께 소문의 섬의 주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허가받지는 못했다.

  “여주인께서는 낯선 외부인과의 대면을 썩 반기지 않으시네. 우리는 그나마 그분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가족과 비슷한 사이라서 자유로이 허락받는 것일세.”

  아렌은 이렇게 만류하며 윤혁을 달랬다.

  “그분께서는 주민들과 친밀하게 알고 지내시나요?”

  윤혁은 전부터 여주인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가깝기는 하다네. 특별히 루디아가 그녀와 매우 친하지. 하지만 여주인은 베일에 싸인 현자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은둔자지. 지혜는 끝을 헤아리기 어렵고 아름다움으로는 인간 세상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은 신비한 인물이지만 우리도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네. 아, 그녀의 가족이 한 분 이 섬에 살고 있긴 하네만 그 역시도 과거를 들춰내길 싫어한다네.”

  세 들어 사는 유대인들 처지에서는 이 이상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형이라면 혹시 알고 있으려나?’

  윤혁은 형을 만난다면 중립지대에 관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윤혁은 루디아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다시 하룻밤을 더 샜다. 그동안 그는 루디아네 공동체의 허름한 집에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했다. 좀처럼 편히 잠이 오지 않았다. 여러 잡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여행을 앞둔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고민할 사항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튿날이 밝았다. 허가를 위해 섬 중앙으로 떠났던 사람들이 새벽 일찍 귀환했다. 루디아와 같이 나가기로 한 이들을 보조하기 위해 여러 공동체가 단결하여 짐을 채비해주었다. 떠나는 열 명은 각자 자기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루디아 역시 식구들과 한 번씩 포옹을 나누었다.

  이후 일행은 비행선에 탔다. 윤혁의 비행선은 모두를 태우기에 공간이 충분했다. 열두 명이 각자의 짐을 싣고 탑승하자 비행선이 중립지대 바깥을 향해 질주하였다. 해상 궤도에 접속하자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난 듯 부드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순식간에 그들은 선교팀 동료들이 모인 본부에 도착했다.

  “돌아왔어.”

  “그래.”

  윤혁은 친구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하였다. 그는 선교 여행을 돕고자 찾아온 유대인 열한 명과 선교사들의 연맹이 서로를 소개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섬에서 온 이들은 태연했으나 리온과 그의 동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이미 몇 년 전에 피난처로 숨어들었기에 현세대의 신자들과는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보호하심을 증명해주는 산 증거를 목도한 청년들은 깊이 경탄했다.

  그날부터 일행은 본부에서 함께 합숙하였다. 인원은 총 서른일곱 명으로 일종의 비밀 결사를 연상케 했다. 제각기 출신 민족은 달랐으나 영적으로는 똑같은 진리에 뿌리를 둔 채 연합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민족적 장벽 때문에 친교를 형성하는 과정이 어색했으나 점차 분위기는 빠르게 개선되었다.

  루디아와 그녀의 동행자들은 경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그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 선뜻 자신들의 개인 자산을 꺼내었다. 유대인들도 처음에는 빚지기를 원치 않았으나 청년들이 베푼 친절로 인해 이방 신자들의 선량함과 진정성을 알아보게 되었고 이내 베풂을 감사히 받아들였다.

  “당신들도 우리와 함께 일할 동료들입니다. 나그네라 할지라도 마땅히 나누어야 하거늘 하물며 대의를 함께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더하겠습니까?” 

  특별히 리온은 유대인들을 향해 대단히 호의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온 유대인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늘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그는 유대인들의 도움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할 단서를 얻을 것을 기대했다. 그 예견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리온과 동료들은 아침저녁마다 방문자들과 함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많은 보물을 발견했다.

  그렇게 우주여행에 동참할 두 동료인 리온과 루디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견해차나 선입견을 염려했던 윤혁의 사소한 걱정은 실상 기우였다. 다만 윤혁과의 관계에서처럼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아직은 친구보다는 서로를 향해 존중과 배려를 선보이는 협력자 관계에 가까웠다. 윤혁은 그 부분이 아쉽기는 했으나 현재 상황도 썩 나쁘지는 않다고 여겼다.

  ‘아마 말을 편하게 놓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

 

  한편 윤혁은 기술적인 채비를 갖추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진이 좀처럼 하늘도시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기에 현장 대응책을 마련하기란 너무도 어려웠다. 물론 그렇다고 불안과 염려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가피하게 무지의 상태로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 심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사람의 책략이 아닌 주님만을 의지하겠다는 결심이 역설적인 평안함을 주었다.

  그 사이에 진은 윤혁의 반지에 담긴 코드 일부를 복사해내었다는 소식을 전달해 주었다. 리온이 사용할 통상의 복제 코드, 루디아가 사용할 변칙형 복제 코드, 그리고 그 코드들을 심을 안드로이드 로봇 몸체까지도 마련되었단다.

  “조만간 인형과 함께 링크 시설까지 보내드리죠.”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보다 쉬운 일인 걸요.”

  진은 이어서 각자가 책임질 일들을 알려주었다. 그는 조만간 인형과 더불어 링크에 쓰일 시설물과 그것들을 보호하고 감시할 몇몇 인공지능 수하들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의학적,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들이 즉각 해결책을 제공할 예정이기에 여행자의 생리적 문제들은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듯했다. 혹 인형과의 접속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지속적인 영양 공급을 할 보조 시설도 제공하기로 했다. 보호자들의 임무는 리온과 루디아의 몸을 보호하고 장기간의 출타 기간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를 하는 것뿐이었다.

  ‘하긴 깨어있는 동안에는 동료와 함께 있는 편이 낫겠지.’

  그편이 외롭지도 않고 더 편안할 것이다. 게다가 전략적으로도 큰 장점이 있을 듯했다. 두 접속자는 지구와 우주 두 공간을 잇는 전령인 셈이다. 접속하여 하늘도시 내부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윤혁을 도울 겸 현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인형 접속이 해제되면 밖에서 확보한 정보를 지구에 머무르는 동료들과 나눔으로써 의논도 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도 있다.

  ‘정보 누출을 통해 인류연합이 노선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진이 가르쳐준 사항들을 곰곰이 떠올린 윤혁은 이내 실망하고 고개를 저었다. 하늘도시 내부 정세를 외부에 유출한다 한들 어차피 큰 전략적 유익은 없으리라. 어차피 하늘도시들 내부에 조성된 문명과 문화는 빙산의 일각. 배후에서 하늘도시들을 조종하는 인류연합에 대해 파헤칠 방도는 현재로서는 없었다. 게다가 선교팀이 떠난 뒤의 하늘도시는 고농도 타임필드 발동 시기에 진입할 테고 그 후로 해당 세계는 선교사들이 다녀갔던 시점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정보의 유효 기한이 짧은 셈이다.

  ‘게다가 애초에 형이 정보 누출 여부로 흔들릴 사람도 아니지.’

  윤혁은 정치적 개혁을 유도하고픈 은밀한 욕심을 미련 없이 내다 버렸다. 카이젤은 일반적인 독재자들과는 본질적 격이 다르다. 그는 정보를 감추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정보를 무에서 창출해내는 자. 자신이 상상한 모든 것을 현실에 구현해낼 수 있는 괴물 같은 능력자이기도 하다. 능력으로는 결코 맞설 수 없으니 철저히 영적인 진리만을 통해 우직하게 싸워야 한다.

  정작 윤혁이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방문할 선교지의 문화는 무작위이기에 미리 대응할 수 없다고 쳐도, 선교지의 문화적 특성을 막론하고 반드시 전달해야 할 물건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책. 그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당 선교지에 심어 넣어 확실하게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인류연합의 범우주적 통신 시스템의 혜택이 하늘도시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제공되는지는 미지수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민주적 사회의 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하늘도시 내부에는 나름의 자치 정부가 존재할지 모르지만, 우주적 범위에서 보면 그들은 말 그대로 인류연합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을 다스리는 시스템의 존재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당연히 바깥 세계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다. 근현대 이전의 지구가 대륙이라는 좁은 세계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의 지구 인류에게 좁은 세계관 너머의 세계에 대해 가르쳐준 자들은 영적 존재들이었지.’

  그 가운데도 두 부류가 있었다. 하나님과 선한 천사들은 진실을 가감 없이 말해주었지만 악한 영들은 거짓된 세계관들을 심어주어 세상 사람들의 눈을 가렸고 종교와 철학이라는 이름의 혼돈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초인들이나 인류연합 시스템이 식민지 주민들을 대할 때는 후자의 방식을 모방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우리라도 진실을 전해줘야 해.’

  윤혁은 성경이 그 진리의 핵심이라 여겼다. 그는 고민했다. 성경책을 얼마나 많이 마련해야 할까? 여행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변수가 많기에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었다.

  윤혁은 리온을 비롯한 동료 선교사들과 함께 이 사안에 대해 진지한 토의를 나눴다. 견해차가 조금씩 있었지만 대체로 모두가 동의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소프트웨어 형태의 성경 전달은 믿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인류연합의 무시무시한 정보 간섭 및 조작 기술 때문이었다. 간혹 이 사안의 심각성을 미처 잘 인지하지 못한 선교사들도 있었으나 윤혁의 경고가 이들을 일깨워줬다.

  “장담컨대 그들의 기술 수준이라면 인류가 쌓아온 모든 데이터를 순식간에 통째로 조작하는 일마저 가능할 겁니다. 이제 컴퓨터나 무형 서버 시스템에 기반을 둔 자료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믿을 만한 건 물리적인 책밖에 없었다. 다들 이 점에 있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부피와 낮은 전달 효율성을 어찌 감당하느냐였다. 다행히 현시대의 최첨단 과학 기술 덕택에 해결책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해답은 초고도 물질 압축 기술에 있었다. 신소재의 발전이 워낙 경이로운 수준이었기에 종이 한 장 두께로도 책 전권을 압축하는 일이 가능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압축 성경책은 펼치기도 편리하며 보관 시에 잃어버리지 않도록 형태를 변환하는 기능이 있었다. 나아가 손쉽게 제본할 수 있도록 수동 인쇄 기능까지 내재하고 있었다. 선교사들은 각자 자산을 모아 압축형 아날로그 성경책을 대량으로 제본하였다. 늘 비판했던 물질문명의 과도한 풍족함도 이런 면에서는 유익했다.

  “이걸로 여행 중 현지인들에게 나눠줄 성경책은 모자라지 않겠어.”

  “그래, 거기다 복음 전도지나 그림 카드도 같이 첨부할 수 있겠지.”

  윤혁과 리온은 흡족해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남았다.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하지?”

  하늘도시에 지구와는 전혀 다른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면 언어가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리온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윤혁은 달랐다.

  “그 부분은 걱정할 것 없어.”

  “하지만 너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잖아. 알려진 정보도 없고.”

  “의식주나 정치, 종교, 철학은 예측불허지. 하지만 언어는 아니야.”

  윤혁은 걱정하는 친구 앞에서 담담히 장담했다. 물론 그렇게 믿는 근거는 관측에 기반한 객관적 추론이 아닌 심증에 불과했다. 다만 이는 자신이 아는 형의 성향에 현실을 비춰봄으로써 자연스레 얻게 된 합리적 추론이었다. 바벨탑을 쌓은 니므롯이 하늘을 찌를 탑을 쌓는 데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하나로 통합된 언어였다. 우주 제국이라는 공든 탑을 세운 카이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다른 문명 요소는 실험적으로 다양성을 허락할지언정 언어의 통일성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들의 언어는 분명 균일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분명 우리와 같은 공용어를 쓰겠지.”

  공용어. 과거 지구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영어를 베이스로 해서 나머지 모든 언어의 장점만을 취합함으로써 보완되고 완성된 언어. 과연 정말로 우주도 지구의 공용어를 공유할까? 윤혁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고한 어조로 단언했다.

  “물론 별개의 언어가 추가로 생산되거나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동료들은 윤혁의 말을 들으면서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현 공용어만큼은 변형 없이 원형 그대로 이용되는 중이겠지.”

  달리 증명할 길은 없었으나 밑져야 본전이기에 일단 그들도 윤혁의 말에 수긍하기로 마음먹었다. 선교팀은 공용어 번역본과 원어 본 두 버전을 담은 성경책을 압축 소재를 기반으로 대량 제본하였다. 히브리어, 헬라어 텍스트는 사본별로 일일이 담았고, 공용어 텍스트도 일부러 여러 형태의 번역을 함께 실었다.

  자신의 예측이 틀릴 경우를 대비하여 윤혁은 언어분석용 인공지능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장착하였다. 그것은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새로운 언어도 수 시간 안에 분석할 정도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한편 디지털 방식의 성경 텍스트도 준비되었다. 아날로그 텍스트가 주 전달 방식으로 채택되었다지만, 백업과 복제와 출판에 있어서는 디지털 자료가 압도적으로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하늘도시 내부의 문명이 어떤 모습의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보관하는지는 미지수이기에 상황에 맞춰 운용해야 할 듯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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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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