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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 여행 준비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4.25 | 회차평점 0 0

 

 

 

 

 

*****

 

 

 

  팀원들이 손을 맞대고 여행 준비를 힘쓰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토의하고 일하는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 기도를 통해 하루를 시작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먼저 지구 바깥에서 그들이 만날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열어달라고 기도하였다. 또한 식민지 지역 내에서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이 나타나 해당 지역에 진리가 널리 지속적으로 전파되도록 간구하였다. 마지막으로 직접 여행을 떠나는 세 사람, 그중에서도 정면으로 위험과 맞닥트릴 윤혁의 안전을 간구했다.

  그들은 또한 2천 년간 전개된 지구의 선교 역사를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전략의 바탕을 쌓았다. 비록 현 상황이 역사 속 그 어떤 예시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라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는 일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간 믿음의 선배들로부터 본받아야 할 장점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실수들을 차근히 살펴보며 체계적인 전략 회의를 했다.

  먼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직후 성령님의 도움을 받아 아시아와 유럽 곳곳으로 뻗어나갔던 초대 교회와 사도들. 그들의 역사는 뜨거운 열정과 사랑, 용기로 부족함 없이 점철되어 있었다. 당시 로마 제국이 닦아놓은 행정적 안정과 헬레니즘 문화로 인해 구축된 언어의 통일성, 그리고 각국에 산재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 덕분에 복음은 1세기 시절 전염병처럼 확산하였었다. 비록 2천 년이라는 시대 차이가 있긴 해도 참고하기에 가장 좋은 모범적 예시임은 틀림없었다.

  “우리가 갈 선교지가 초대 교회 시절만큼 옥토가 될 수 있을까?”

  “글쎄? 직접 가봐야 알겠지.”

  “부디 사람들에게 복음이 잘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

  아쉽게도 오랜 시간 지구와 격리되었던 그 세계들은 그리 좋은 영적 토양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1세기 때는 구약성경을 믿는 유대인들이라도 있었지, 하늘도시 주민은 지구 역사조차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게다가 말씀을 전달할 일꾼의 수효가 너무도 적었다. 사도들이 지녔던 기적의 은사나 부활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목격담을 갖고 있지도 않으니 권위 면에서도 부족했다. 성령의 도우심이 이 약점을 해결할 기본적인 타개책이 되겠지만 인간 측에서도 1세기와는 차별화된 최적화 전략을 세세하게 세울 책임이 있었다.

  교회사적으로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핵심 본보기는 종교개혁 사건이었다. 잘못된 가톨릭 시스템에 의해 왜곡되어 있던 종교 실태를 성경 말씀을 통해 바로잡은 사건. 성경과 그리스도를 향해 되돌아가자는 종교개혁의 움직임은 분명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만일 조만간 젊은 선교사 셋이 하늘도시들 내부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면 종교개혁 시절처럼 세상과의 갈등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자들의 장단점은 참고할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종교개혁에는 여러 세속 세력의 이해관계가 종교 분쟁에 개입되었던 치명적인 흑역사가 있었다. 이러한 세속적 이해관계는 결국 국가 간의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결말을 낳았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물론이고 프로테스탄트 내부에서도 서로서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거센 논쟁이 일었다.

  “우리는 현 세계의 지배자들과 정치적으로 겨뤄서는 안 돼.”

  리온은 딱 잘라 말하며 미리 경계의 태도로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전개는 윤혁 너도 원하는 바가 아니겠지.”

  “그, 그야 그렇지?”

  신자들의 잠정적인 최대 적수인 그 사람을 염두에 둔 리온의 지적이 윤혁의 의표를 뜨끔 찔렀다. 예리한 리온은 이번 일이 우주 정세와 뒤얽힐 위험이 큼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윤혁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마지막 본보기로 팀원들은 세계 선교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세기 역사를 면밀하게 고려하였다. 유럽과 영국,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대륙 곳곳에 선교가 이루어진 놀라운 세기였다. 그 시절에는 훌륭한 믿음의 선배들이 숱하게 나타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자신의 안녕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목숨까지 내걸고 여행을 떠났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지의 이방 민족들을 만나 탄압과 경멸 어린 시선과 가혹한 처우를 인내해가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였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지구촌 곳곳의 민족들이 주님을 섬기는 광경은 만들어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선진들도 실수 없이 완벽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19세기의 서양 선교사들은 자기들의 문화에 대한 우월감에 젖어 종종 선교지 민족들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자금 운용에도 실수가 있었으며 과도하게 원주민에게 간섭주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독교에 교파주의와 서양 문화를 섞어 주입하여 본질을 흐트러뜨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선교사들이 명료하게 제국주의자들의 세력과 선을 긋지 않는 바람에 많은 현지 주민들에게 문화 식민주의 전파자로 오해를 받았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20세기의 선교사들이 타국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희생적으로 대했으며 진심으로 현지인들을 위해 기도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선배들의 신실함과 열정은 본받되 실수는 번복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래, 동감이야.”

  회의 결과 선교팀은 몇 가지 약속을 공고히 정했다. 먼저, 될 수 있으면 교파적 분쟁을 일으키지 말고 순수하게 복음과 성경을 기반으로 진리만을 전할 것, 그리고 지역 교회와 가정 교회를 세우는 일에 관하여는 현지 주민들을 믿고 그들의 자율성에 맡길 것,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문제를 일으키지 말 것을 약속했다.

  한편 작전의 초점은 소수 정예 전략에 맞춰졌다. 무모하고 순진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이것이 합리적인 선이었다. 선교사의 수가 나날이 줄고 있고 배교하지 않은 교회를 찾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그러니 큰 시스템의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전적으로 개개인의 신앙과 용기, 그리고 복음의 능력에 의존한 전략을 세우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최선일 듯했다.

  “함께 낮은 자세로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이 다짐이 그들의 심정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해주었다.

 

 

 

 

 

 

*****

 

 

 

  마침내 진이 약속했던 인형과 원격 조종 접속 장치가 배달되었다. 낯선 우주선이 내부에서 휴대용 실험실 몇 기를 사출했고 그것들은 유유히 땅에 착륙했다. 보안을 위해 윤혁은 리온과 루디아 두 명만을 데리고 들어갔다. 안에는 실험 보조를 담당하는 조수 안드로이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다섯 시간가량 접속 방법과 그 시범 연습 진행 과정에 대해 강의를 해주었다.

  {수만 광년 거리를 아우르는 원격 통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통신 시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과 연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접속 대상자인 둘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수준의 첨단 기술을 접해본 일이 없었던 탓이었다. 당장 정신을 이송한다는 개념부터가 낯선 것이었다. 둘은 낯선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감추었다.

  이어서 리온과 루디아의 간접적 몸체가 될 안드로이드 인형 두 기가 캡슐 밖으로 해방되었다. 초기화 상태의 그것들은 전신이 매끈한 흰 재질로 된 대머리 인간 형상이었다. 하지만 리온과 루디아가 특수 의료 영상 촬영을 마치고 로봇이 그 데이터를 전송받자마자 로봇 몸체가 분자 단위의 형태 변환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체형과 외모, 목소리와 재질 모두 두 사람과 똑같은 형상으로 바뀌었다. 로봇 기술에 익숙한 윤혁은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둘은 내심 섬뜩함을 느꼈다. 하긴 자기 모습을 흉내 내는 존재에게 거부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리라.

  “생각보다 유쾌하진 않네,”

  담담할 줄 알았던 리온도 조금 표정을 찡그렸다.

  “괜찮겠어?”

  윤혁이 걱정스레 루디아에게 질문했다.

  “으응……, 아직은 괜찮아. 아마도.”

  그 인형들은 단순 겉모습만 복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체가 될 인간의 해부학적인 구조마저 본떴다. 특별히 신경계 배열 패턴을 정밀하게 관측하여 유사 뇌 조직을 구축하는 특수 물질도 내장되어 있었다. 이렇게 모방 형성된 뇌는 원본 뇌와 ‘양자역학적 얽힘’을 이용해 실시간 공명을 하게 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통신 원리는 이처럼 신세대 양자 통신을 활용했으나 광년 단위 거리 탓에 정보 손실이 생길 우려가 있었기에 진이 손수 몇 가지 첨단 기술을 첨가해둔 상태였다.

  리온과 루디아는 조수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연습 과정에 돌입하였다. 뇌 속에 직접 침습적 장비를 침투시킬 필요는 없었다. 대신 실시간 뇌 관측 및 뇌 공명을 위해서는 접속 장치와 신체가 긴밀하게 접촉된 채로 있어야 했다. 연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직 인형과 본체의 뇌 연결이 수월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의족을 조종하는 것만큼이나 불편한 과정이었다.

  다행히 둘은 반복적인 연습 끝에 점차 완전 공명을 장기간 유지할 만큼 감각이 숙달되었다. 리온은 이틀 만에 적응을 완료하였다. 루디아는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난관을 겪었으나 그녀도 나흘 만에 적응에 성공했다. 둘은 그날 이후로는 완벽하게 인형 신체를 다룰 수 있도록 연습에만 전념하였다.

  “신기해요. 동기화 접속 상태에서는 원래 몸이 느끼는 모든 감각과 생리적 현상과 정신 활동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어요.”

  루디아가 체험담을 고백하였다. 리온도 동감했다.

  “그렇군요.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본체가 느끼는 허기나 수면욕까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형 몸이라는 위화감마저 전혀 못 알아차릴 것 같네요.”

  사실 이조차도 기본 모드에 불과했다. 조종에 더 익숙해지면 본체와 인형의 감각을 선택적으로 차단하거나 연결할 수도 있게 될 예정이었다. 이런 아점을 잘 이용하면 고통과 같은 불리한 신체 신호는 줄이고 오감, 관찰력, 기억력과 같은 현장에서 유리하게 쓰일 능력은 증폭시키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주의하는 게 좋아.”

  윤혁은 진에게서 전해 들은 주의점들을 전해주었다.

  “우선 무턱대고 감각을 조작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오랜 시간 인형의 몸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본체 몸으로 돌아올 때 괴리감이 생길 수 있어.”

  그는 최대한 원래 몸과 동일한 인지, 감각, 생리 신호를 유지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같은 생리적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면 활동하기에는 더 편하겠지만 자칫하면 본체의 건강 상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리고 인형이 외부 자극에 대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는 유리해도 나중에는 결국 신속한 대응 능력을 망각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너희의 생체 주기를 깨어있는 시간, 접속한 시간, 완전히 잠든 시간으로 적절히 삼등분해서 균형 있게 조직해야 해. 생체 주기가 깨지면 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 장기간 여행을 이어나가야 하니까 이 점을 늘 잊지 마.”  

  이러한 이유로 루디아와 동행한 유대인들이나 선교팀의 다른 일원들은 번갈아서 실시간 상주를 서기로 하였다. 여행자 둘의 안위와 건강을 보호하고 감시하면서 동시에 말동무가 되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들은 실험실 주변에 별도의 생활 공간을 확보하여 식량과 세면 시설, 그리고 쉴 장소를 마련하였다.

  한편 윤혁에게 있어서 가장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타임필드였다. 진의 설명에 따르면 하늘도시를 감싸는 타임필드는 그 어떤 순간에도 완벽하게 정지되지는 않는다. 하루를 천 년 이상으로 압축할 만큼 고농도로 가동되는 잠복기간 때보다는 완화된다지만, 개방기간에도 미약하게나마 타임필드가 작동하여 평균적으로 원래 우주의 2~3배 정도의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고 한다.

  ‘육체와 정신이 각기 다른 속도의 시간 흐름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바이오리듬도 영향을 받겠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부작용이 따를 가능성도 있어.’

  이러한 이유로 한 지역에서 머무를 수 있는 최대 시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윤혁 입장에서도 개방기간을 놓쳐 잠복기간에 갇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필연적으로 개개의 하늘도시에 대해서는 단기 선교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 점이 선교 여행의 치명적인 한계점이 될 듯했다.

 

 

 

 

 

 

*****

 

 

 

  얼마간 더 시간이 흘렀다. 윤혁이 처음 동료들에게 우주 진출을 제안한 날로부터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준비는 얼추 마무리되었다. 선교에 필요한 물자나 자원도 팀원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기부 덕에 충분히 갖춰졌다. 여기에는 팀원들이 각자 분리되어 따로 쓸 수 있는 휴대용 의식주 시설들도 포함되었다(인형 몸체를 쓰는 팀원들은 보호용 캡슐이면 충분하겠지만 윤혁에게는 숙식이 꽤 골치 아픈 문제였다). 덕분에 공동 생활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손쉽게 해결되었다.

  출정자인 리온과 루디아도 수백 차례의 테스트 끝에 인형의 몸과 자신의 본체를 오가는 요령을 완벽히 숙달했다. 둘은 하나의 인형 몸체에 익숙해지기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둘을 보면서 윤혁은 예전에 초인들이 인형을 한꺼번에 여럿 조종하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과 대조해보았다. 이번 기회로 간접적으로나마 초인들의 지능과 정신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체감하게 되었다.

  ‘형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온 우주의 기계를 모두 지배할 수 있었지?’

  카이젤의 두려운 정신력 수준을 가늠하려니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가급적 그 사람과 적수로 만나 맞상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한편 준비 기간 동안 윤혁은 성경을 열심히 탐구했다.

  ‘현지에 복음이 올바로 정착하려면 신학적인 도움도 필요해.’

  하나님을 아예 모르는 지역이자 복음의 오지인 하늘도시들은 기독교적 세계관과 성경에 대한 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히 외부의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 리온이라면 모를까 윤혁은 그들을 지도할 스승이 되기에는 모자란 면이 많았기에 부지런히 성장해야 했다.

  동시에 윤혁은 여러 분야의 공학에 관해서도 지식을 쌓았다. 장차 어떠한 형태의 특이 문명과 조우하게 될지 모르는 만큼 폭넓은 사전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또 그는 낯선 상대와 대화를 붙이는 연습을 틈틈이 하였다. 두 친구와는 달리 실제 몸으로 모험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신체 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만 있었다면 몇 년 이상 훈련을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지체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식민지의 인구가 앞으로 얼마나 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지 모르는 마당에 그 많은 영혼을 구원받지 못한 상태로 버려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운 좋게 주어진 출입 기회가 앞으로도 계속 보장되리라는 확신은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젊은 선교사들의 지식적 미숙함을 메워줄 선물이 하나 존재했다. 에드레이가 리온에게 물려준 유품, 성경 주석. 며칠간 선교사들은 그 책을 함께 탐구하며 상고하였다. 초신자도 단기간에 웬만한 신학자를 넘는 지식을 획득하게 해줄 정도로 그 책의 효율성과 체계성은 상당했다. 게다가 책 재질을 구성하는 하드웨어는 구세대 압축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어서 비교적 쉽게 복제할 수 있었다. 윤혁의 지도하에 팀원들은 주석을 여러 권으로 복제하였다. 그들은 주석을 성경책과 더불어 따로 챙겨두었다. 에드레이의 주석을 각 하늘도시의 믿을 만한 이에게 맡겨두면, 훗날 신학이 체계적으로 정립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온갖 준비 끝에 마침내 대망의 약속 날이 되었다. 선교팀 동료들은 진격하는 영적 투사들에게 무운을 빌었다. 리온과 루디아의 본체는 선교 본부에 위치한 실험실에 잠든 상태로 친구들의 보호 가운데로 들어갔고 그들의 정신은 윤혁과 함께 영적 전쟁터로 발을 내디뎠다.

  “지구는 너희에게 믿고 맡길게.”

  리온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셔.”

  “특히 윤혁은 더더욱 몸조심하고.”

  지구에 남는 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축복의 인사를 전하였다.

  윤혁은 당분간 그들을 보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룻과 리온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다행이야.’

  윤혁, 그리고 리온과 루디아의 인형 몸체는 진에게 지시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일행이 화물들과 함께 대기 장소로 나오자마자 아공간 틈새가 갈라지면서 소형 우주선이 한 척 내려왔다. 몇 달 전 윤혁이 목도한 인류연합 함대에 비할 바는 아니나 민간 차원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첨단 기술의 산물이었다. 세 사람은 다소간의 긴장감을 품고 우주선 문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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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온 우주를 정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의 생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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