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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68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 하늘도시 최초 진입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5.01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에드레이가 자신의 유언과 유품을 통해 암시했던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종말의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간표이자 단서. 정말 그러하다면 마땅히 자신도 유대인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으리라. 그리고 그들을 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가야만 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동료에게부터.

  “제가 겪었던 굵직한 일들은 워낙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에요. 그래서 과거의 일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해요. 다만 마을 어른들께 들은 말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었다.

  “예슈아를 가장 증오했던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무신론자? 무슬림? 공산주의자? 아니다.

  “부끄럽게도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었어요.”

  수십 년 전만 해도 유대인들의 민족 정서에는 기독교 세상에 향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녹아 있었다. 십자군 전쟁 당시의 유대인 학살, 로마 교황청은 물론 프로테스탄트 신자들로부터도 받은 오랜 차별과 미움과 핍박의 역사, 그들에게는 예슈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 이유가 차고도 넘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의 혈통을 통해 세상에 온 메시아를 유대인 본인들은 극렬히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아니요, 부끄러운 것은 오히려 우리 쪽입니다.”

  리온도 루디아 못지않게 선조들의 과오가 수치스럽게 다가왔다.

  “저희 기독교 세력, 자칭 예수님을 믿는다는 교회의 선조들이 오랜 세월 하나님 앞에 큰 잘못을 범했습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신 당사자이신 예수님조차도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하셨던 유대인들을……, 도리어 자격 없는 죄인인 교회가 핍박하고 박대하고 괴롭혔죠. 그것은 큰 죄악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리온은 과거의 기독교가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 자행했던 여러 차별을 부끄러이 여기고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날의 기독교인들은 반유대주의라는 이름의 과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 실수로 인해 유대 민족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웠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고 한들 마음의 응어리가 치유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에요, 이미 지나간 일인 걸요. 게다가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배교치 않고 주님 안에 남아있는 신실한 이방인들은 오히려 조상들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는 중이라는 사실을요.”

  루디아는 지난 수년간 이방 세상의 교회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윤혁에게서 얼추 들은 바 있었다. 참 특이하게도 회개하지 않은 채 여전히 반유대주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회는 대부분 복음 또한 배반하였다. 그들은 진리에서 떠나가는 배교와 종교 다원주의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반면에 이제는 소수자가 된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순수한 복음을 귀히 여기는 만큼 유대인들도 사랑의 마음으로 귀히 여기게 되었다. 비록 수줍음 때문에 적극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그들은 지난날 교회의 흑역사를 사죄하는 심정으로 이스라엘을 위해 은연중에 열심히 중보 기도를 하였다.

  “그건 그렇긴 한데……, 그 얘기는 윤혁 그 친구가 알려줬습니까?”

  “네.”

  루디아는 윤혁을 떠올리며 해맑게 웃었다. 섬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 윤혁과 루디아는 아무런 감정적 장애물 없이 서로를 향해 친교의 손을 내밀었었다. 같은 믿음으로 같은 주님을 모시는 이들끼리 모든 해묵은 감정을 털어버리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 그들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약속했었다.

  “윤혁이는 저와 제 동족에게 부탁했어요. 이방 세계의 사람들과 우주의 사람들이 악한 길로부터 돌이킬 수 있도록 저희가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달라고요. 동시에 그 친구는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과 고토 귀환을 위해서 기도해주었죠.”

  “그랬었군요. 이 역시 주님께서 간섭하신 인연이겠죠?”

  “네, 저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용기를 내어 이곳까지 왔어요.”

  연약한 루디아가 민족이라는 알껍데기에서 벗어나 세계 만민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 것은 그의 손길이었다. 윤혁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서 그녀는 아직 이 세상에는 주님이 베푸시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이가 많음을 깨달았다. 이내 그녀는 동족을 위하여 간절한 마음을 품어왔던 것처럼 그들을 향해서도 동일한 긍휼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고향 이스라엘에 대해 마음을 접고 이방 세계에만 남을 생각은 없어요. 동포들을 선교한다는 제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단지 지금은 잠시 보류할 뿐이죠. 세상 밖의 시민들도 사랑하지만, 제 일차적인 목표는 그들이에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거기서 힘과 용기와 능력을 얻을 거예요. 그리고 이스라엘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돌아가 예슈아의 복음을 전할 거에요.”

  영민한 리온은 루디아가 한 말의 이면적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인류의 최후의 때가 이르면 스가랴 선지자의 예언대로 이스라엘의 민족적인 회개가 생길 것은 확정된 미래다(슥 12:10, i). 그전까지 완료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의무는 온 우주에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는 것. 루디아의 선언은 현 인류 제국의 전 영토에 진리가 전파되는 것을 기꺼이 도움으로써 말세에 마땅히 도래할 온 이스라엘의 복음화를 자기 살아생전으로 앞당겨보겠노라는 선포인 셈이었다. 온유하고 부드러운 그녀에게서 이런 당돌함이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렇군요. 온당한 판단입니다.”

  비록 종말의 때와 시기는 인간이 감히 알 수 없다지만, 리온으로서는 응원할 도리 밖에는 없었다. 참 감람나무의 원 가지들이 그토록 원줄기로 돌아가서 믿음으로 연합되고 싶어 안달이라는 데 접붙임의 은총을 받은 가지들로써 달리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루디아 씨, 현재 이스라엘의 상황은 지금 어떻습니까?”

  리온은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메시아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 중입니까?”

  과연 종말의 때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을지 궁금했다.

  “흠, 이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에게서 구전으로 들은 내용이에요.”

  그녀는 한 세기 전부터 지금까지에 이르는 기간의 근황을 가르쳐주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전,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은 당장 지금 메시아를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그 당시 위버멘쉬라 불리는 전례 없는 영웅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세계의 지도자가 되어 기존에 세상을 지배하던 악과 악인들과 악한 체제들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경이로운 번영과 발전과 공공선을 이룩하여 만인의 찬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지적 천재성과 도덕적 탁월성을 바탕으로 위업을 쌓았고 자신의 이름을 만방에 널리 알려 영광 받게 했다.

  “위버멘쉬……, 역시나 그 자입니까?”

  “이방 세계에서는 그렇게 불렀던 모양이네요.”

  “세상에서는 그렇게 통용되었죠. 당대 기독교인들은 심지어 그자를 ‘어노인티드 원’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관사 ‘the’가 붙지 않은 단순한 일반 명사로서의 ‘기름 부음 받은 자’ 말입니다.”

  “기이하네요. 우리 민족의 상황도 비슷했거든요.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그를 향한 칭송이 회자되었죠. 세상을 평정한 그 새로운 리더가 사실 우리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자이며 동족의 배신자들로 구성된 악한 가문을 무너뜨린 영웅이라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다더라고요.”

  리온은 침을 꿀꺽 넘겼다.

  ‘윤혁이 어르신께 들은 증언과 거의 일치하는군.’

  과연 이어지는 설명은 예상했던 대로 밝은 내용이 아니었다.

  “심지어 랍비들은 ‘다윗의 그 후손’이 나타난 게 아니냐며 들떠 있었어요.”

  이에 유대인 사회는 둘로 나뉘었다. 위버멘쉬를 숭배하는 집단, 그리고 오랫동안 유대인 조상들이 저주스러운 이름으로 여겼던 예슈아를 섬기는 이들. 이 두 종교적 그룹 간의 갈등은 한 세기 이상 지속되었다.

  “제가 태어날 무렵에는 이미 새로운 왕, 그러니까 이전 세대의 실패한 영웅보다 더 강력하고 위대한 왕이 탄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죠. 누가 그 소문을 전했는지, 소문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다시금 유대인과 이방인의 혈통이 섞임으로써 위대한 자가 재출현했노라고 떠들썩했었죠.”

  이번에도 얼추 감이 잡히는 듯했다.

  “예슈아를 믿지 않던 대다수의 불신자 유대인들은 다시금 새로운 메시아 후보자의 소문이 돌자 그에게로 마음이 쏠렸어요. 자신들을 돌아보지도 않는 그 베일에 싸인 존재에 목을 맸죠. 자연히 메시아닉 유대인들과의 갈등은 점점 첨예해졌어요. 이윽고 대대적인 핍박으로 저희는 쫓겨나기에 이르렀죠.”

  그렇게 그녀는 가족을 잃었다. 불과 일곱 살 무렵에 고향에서 쫓겨난 그녀는 난민 무리와 합류하였다. 당시 너무 어렸던 그녀는 자기 나라를 휘감은 정치적, 종교적 분쟁에 대해서 이해하기는커녕 감도 잡지 못했다. 핍박자인 동족들이 미울 법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그녀는 끝끝내 그들을 용서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죠. 원망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성숙함이 담긴 아련한 루디아의 회한의 표정을 보면서 리온은 다시금 가슴이 찔렸다. 애도의 마음이 들었다. 한편 그는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살피며 앞뒤 사정을 추론했다. 세계정세와 정보에 밝은 그였기에 어렵지 않게 결론에 도달했다. 루디아와 윤혁에게서 들은 정보를 종합해보니 비록 심증뿐인 의심이지만 얼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번 세대의 이스라엘이 추종하려 했던 그 위대한 자…….’

  영적 전쟁이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저번에 윤혁이 말했던 그의 형님이라는 사람과 동일 인물이겠지.’

  대화를 끝마친 그들은 마지막으로 약속을 공유하였다.

  “윤혁이 약속했던 대로 저 역시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의 동족들을 선교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다만, 루디아 씨는 우리가 발을 디딜 곳들에서 증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리온이 먼저 제안을 던졌다.

  “증인이요? 하지만 저희 모두 이미 증인으로 나선 것 아니었나요?”

  “물론 원론적인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 주님을 소개하는 증인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또다른 의미의 증언도 필요합니다. 조만간 우리가 만날 사람들은 자신들의 뿌리인 지구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창조주 하나님께서 어떠한 경륜으로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다스려왔는지 감조차 잡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 말을 듣고 루디아도 대강 문제의 감을 잡았다.

  “오늘날의 지구인들에게는 그래도 성경 속의 이야기들이 고고학적이고 역사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우주에서 태어난 이들은 다릅니다. 성경이 마치 역사나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 속의 공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그곳은 시간과 역사의 개념조차도 지구와는 상이하니 최악의 경우 다가올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서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리온도 타임필드라는 시간 압축 기술에 대해서는 윤혁에게 개략적으로 전해 들었다. 그곳 내부에서는 시간의 속도가 외부에서보다 빠르다지. 달리 말하면 그곳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 즉 시간적인 긴박함과 긴장은 느끼지 못한 채 세월아 네월아 여유를 탐닉하며 시대의 징조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기에 딱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전도를 받아 예수를 영접한다고 해도 임박한 종말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신앙이 내면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저희 유대인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께서 실제로 살아서 역사를 운영하신다는 산 증거이니까요. 당신들이 겪어온 역사 자체가 증언입니다. 그것은 성경의 예언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단서이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이정표이자 시계잖습니까.”

  그녀는 흠칫 놀랐다. 분명 리온이 말한 대로였다. 지구 곳곳에 뿔뿔이 흩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잊을 수천 년이 지난 후 당당히 정체성과 주권을 다시 찾은 민족과 국가. 자기 땅에 왔던 예슈아를 그토록 미워했음에도 수천 년이 지났을 때 마음을 열고 그분을 받아들이게 된 민족. 하나님께서 배후에서 일하시지 않는다면 설명하기 힘든 기현상. 그것이 유대인 역사의 본질이었다.

  “예수님 그분이 허상 속의 이야기나 소설의 등장인물이 아닌, 실제로 우주 역사 속에서 사셨고 죽으셨고 부활하셨던 역사적인 존재요 실존하시는 하나님임을 생생히 증언해줄 최고의 증언, 그분의 동족이자 형제인 유대인들이 아니면 그 증언을 몸과 삶으로 나타내줄 이들이 또 있을까요?”

  루디아는 벅찬 심정에 심장이 뛰었다. 장엄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가치를 이렇게 발견하게 되기란 처음이야.’

  지구의 그리스도인들이 우주를 선교하여 하나님께 봉헌하려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이 이런 귀한 역할을 맡으리라고는, 그것도 유대인이라는 정체성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합치된 가운데서 역할을 감당하게 되리라고는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방인 형제들이 자신에게 선뜻 내민 도움의 요청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당장 다른 유대인들은 제쳐두고 자신 혼자서 이런 은혜로운 감격을 누려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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