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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7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 마법의 땅 칼티엔뉴르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5.0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윤혁은 휴식 중 이 첫 착륙지를 거닐며 여태껏 접해온 것, 소위 ‘마법’이라 불리는 특수한 현지 문명의 특색을 차분히 고찰해보았다.

  ‘그 능력들……, 별도의 주술적 의식 없이도 시동이 되었지.’

  확실히 주술보다는 과학에 가까워 보였다.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로 시동 원리나 패턴이 규칙적이고 과학적이었다. 역시나 인간이 개발한 마도 기술에서 유래한 것들일까? 그렇다면 이 지역의 힘의 기원은 영들이 아닌 인류일까? 아직 불확실한 추측에 불과하나 심증은 충분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 기원이 기술력이라면 어째서…….’

  이 지역의 문물인 ‘마법’은 이질적이고 의문투성이였다. 솔직히 그 힘의 스케일 자체가 전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는 칼티엔뉴르의 마법들도 대단한 위력임은 분명하나 이미 윤혁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능력들도 여러 번 봤었다. 친선 경기 때 보았던 바이오닉 솔져들의 전투 능력이 그 예. 그런 기술력에 비하면 칼티엔뉴르에서 유통되는 마법들은 하찮은 아이 장난 수준이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능력을 활용하는 점. 그 부분은 윤혁으로서도 다소 충격이었다.

  ‘이 행성, 아니 하늘도시 전반에 특수 기술이라도 채워 넣은 건가?’

  칼티엔뉴르에 범람하는 이능력들의 원리가 무엇일지 곰곰이 추리해보았지만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복잡한 생각을 접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선교팀으로서 깊이 숙고할 과제도 아닌 듯했다. 과학이란 일정 수준 이상 발달하면 마법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 문제보다는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어넣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타임필드의 작동 비율을 고려할 때 이번 선교지에서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두 달 남짓. 긴 시간은 분명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조급했던 윤혁과 리온은 최단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이에게 복음을 전파하고자 먹고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움직이던 참이었다. 루디아는 그만큼 조급해하진 않았으나 그녀도 시간의 촉박함은 인지하였다.

  ‘리온은 이번에도 별의별 방법들을 동원하는 중이겠지.’

  실제로 리온은 이번 칼티엔뉴르 착륙 이후로 지구에서 써먹었던 수법을 응용하여 이따금 원거리 홀로그램 발생 장치를 탑재한 드론들을 가동했다. 이 방법으로 그는 한 지역 광장에서 복음을 설파할 때,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지역들도 설교를 듣도록 유도하였다.

  ‘나는 정석적인 방법도 아직 몸에 익지 않았는데 말이지.’

  선교 요령에 능숙하지 않은 윤혁이나 루디아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심정으로 고대 유대인 선교자들이 썼던 가정집 방문을 전도 기초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그런대로 효력이 없진 않았다. 처음에는 원주민들도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일행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대개는 대화가 깊어져 선교사들이 죄나 심판이나 구원 이야기를 꺼내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나가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끝까지 경청해준 가정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

  윤혁이 한참 그렇게 고민하던 그때 경적이 빵빵 울렸다.

  “우리 돌아왔어.”

  레보에 탑승한 채 리온과 루디아 팀이 캠프에 돌아왔다.

  “그래, 다들 수고했어. 성과는 좀 있었고?”

  윤혁이 화색을 밝게 띄우며 안부를 물었다.

  “뭐, 어제랑 비슷하지.”

  이번 순서에 같은 팀이 된 리온과 루디아는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말주변이 좋은 리온이 대중 앞에 나서서 강력하게 선포하는 주 역할을, 루디아는 그를 도우며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 전도할 때는 루디아가 앞장섰다. 부드러운 인상으로 상대에게 친근감을 주어 마음 문을 열기에는 친절의 은덕을 지닌 그녀가 더 적절했다.

  “괜찮아. 실망하지 않기로 했잖아.”

  실망감을 추스르며 담담하게 윤혁이 대꾸했다.

  “그래. 오히려 지구에 있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보람 넘쳐.”

  리온은 거듭된 거절에도 실망이 아닌 환희에 차 있어 보였다. 희한한 일이었다. 오늘만 해도 대중이 일행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무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는데 저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하지만 그가 기뻐하는 데에는 나름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칼티엔뉴르는 지구와는 달리 최소한 복음이라는 메시지에 무관심하거나 차갑지는 않았다. 이 땅은 아직 복음에 내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메시지의 선포 앞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리온은 평생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사고관 속에 큰 풍파를 일으켜 본 일이 없었다.

  “무관심보다는 거센 거부가 나아.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니까.”

  리온의 이 평가에 루디아는 공감의 감정이 섞인 웃음으로 반응했다. 며칠 동행을 하면서 어색함의 장벽이 많이 깨어진 모양새였다. 두 동료 사이에는 어느새 소꿉친구만큼이나 편안한 친근감이 흘렀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

  윤혁도 나지막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 하나님께서 분명 일을 시작하실 거야.”

  “이 지역이 복음에 내성이 없는 지금이 그분께는 절호의 기회겠지.”

  “기다리며 인내해보자. 열매가 맺히겠지.”

  세 친구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낮 동안 겪었던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였다. 전도를 거부했던 사람, 관심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기라도 한 사람, 극소수지만 예수님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듣기를 원했던 사람까지. 이곳도 결국 여느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러자 문득 고향 땅 지구에 대한 그리운 마음도 들었다.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귀소 본능의 자극이 발생하다니. 그만큼 지구가 인간에게 의미깊은 곳이라는 뜻이리라. 어쩌면 인류라는 종족의 유전자에는 지구에 대한 갈망이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사 귀환을 확신할 수 없는 먼 타지에 오면 누구든 이런 마음이 들겠지만.

  “그나저나 너희들의 본체는 지금 괜찮아?”

  윤혁이 질문했다.

  “건강 체크는 규칙적으로 잘하고 있고?”

  본체로 온 그와 달리 두 친구의 몸은 지금 지구에 있었다.

  “뭐, 아직은.”

  “우린 괜찮아.”

  현재 리온과 루디아는 선교할 시간을 되도록 아끼고자 먹고 자고 가볍게 운동하는 여유 시간을 제외하면 시간 대부분을 접속상태에 투자하는 중이었다. 그런 탓에 본부에 주둔 중인 동료들과 편안히 생활을 공유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본체의 건강 상태는 훼손 없이 안정적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네가 더 걱정이야.”

  루디아는 윤혁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먹고 자는 문제는 잘 챙기고 있냐고, 불편한 일은 없냐고. 윤혁은 그저 소리 없이 웃으면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노라고 대답했다. 어쨌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니 염려가 약간은 덜어졌다.

이어서 그들은 앞으로의 전략과 행동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두 달 만에 대륙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빠듯할 거야.”

  윤혁은 드론으로 추출한 관측 정보와 마을 사람들에게 구한 현지 지리학 서적을 종합하여 완성해낸 칼티엔뉴르 지도 개요를 홀로그램 영상으로 그려낸 후 그 위에 일행이 장차 거쳐 갈 예상 경로를 몇 코스 표시하였다.

  “그 시간 동안 적어도 한 명의 회심은 볼 수 있겠지?”

  루디아는 어떻게든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건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글쎄? 확실하게 장담하긴 힘들겠지.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 불렸던 분 역시 선교지에서 첫 개종자를 얻기까지 7년 이상의 인고의 세월을 겪어야 했으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훨씬 더 짧아. 그만큼 더 피땀을 흘려야겠지.”

  리온은 냉정하게 현실의 냉혹함을 직시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친구들의 희망을 꺾지 않고자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지구에서 실망과 희망의 롤러코스터를 자주 겪어보았던 그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휘둘리지 않는 담담한 정신력이 있었다. 영적 리더다운 그만의 강점이었다.

  “설령 이곳에서 실패하더라도 그다음 세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다른 곳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영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 상심할 것 전혀 없어. 그렇지, 윤혁?”

  “그래, 노력은 인간이 해도 뜻을 성취하는 일은 하나님의 역할이니까.”

  동료들은 결과에 대한 신경은 끄고 당장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했다. 다음으로 선교팀은 당장 닥쳐온 현실적인 난관을 어찌 해결할지 구체적인 토의를 시작하였다. 마법 기반의 문명을 대체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 이 논제에 대해서는 리온과 윤혁의 의견이 약간씩 엇갈렸다.

  “비록 마법이라는 기술력이 영 바람직한 모양은 아니지만……, 당장 그 문명을 통째로 개혁하기보다는 우리가 해야 할 일, 복음을 전하는 데만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윤혁 생각에는 판단컨대 칼티엔뉴르의 소위 ‘마법’이란 것은 원래 지구에서 그 단어가 쓰이던 용례대로 미신적인 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과학의 또 다른 형태에 기원을 둔 쪽에 가까워 보였다. 비록 출처도 모르는 힘을 남용한다는 점에서는 사탄이 준 힘이나 초고도 문명에서 유래한 힘이나 똑같지만, 당장 둘을 동일시하기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커 보였다. 윤혁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가 이 지역에 나타나 올바른 가치관의 교회를 세운다면 차츰 지금의 마술적 문명을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방향으로 정화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달라.”

  리온은 광신적인 이 세계의 풍습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는 그것이 단순한 계몽의 차원을 넘어 복음 전파의 실질적인 효율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확신하였다.

  “원천이 어디에 있던 사람들 스스로 그 힘을 마법이라고 믿고 사용한다면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명령을 위배하는 것은 마찬가지야. 이 걸림돌을 지금 여기서 개혁하지 않으면 훗날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잘못되었다고 여기게 되겠지. 유순한 마음으로 순종을 택하는 대신 불신앙과 회의를 선택하겠지.”

  그가 생각하기에 신비로운 힘이나 이종족에 마음을 빼앗긴 칼티엔뉴르 특유의 문명은 고대 이교도의 우상숭배와 다른 점이 없었다. 설령 마도 기술이 그 자체로는 실상 과학의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해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엄연히 마술이었다. 맹신적인 믿음으로 외부의 힘을 현실에 적용하는 습관에 젖어들다보면 차츰 사용자들은 현실과 마법을 분간하는 분별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실제 악마와 접촉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리온은 그렇게 판단했다.

  “오컬트라는 게 사실 별다른 게 없어.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일에 빠져들면 자연히 마귀와의 접촉으로 귀결되는 거야. 미신적인 의식으로 구성된 마술에도 악령들이 간섭하거늘 첨단 과학 기술로 인해 창조된 움직이는 생명체나 마법 기술에 사람들이 미신적 믿음을 투사한다면?”

  타로 카드나 점술도 그 매개물 자체는 물리적인 문물에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그런 초보적 수준의 문물도 맹신적 믿음에 힘입어 영적 사악과 접촉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최첨단 기술들은 얼마나 더 손쉽게 악령의 간섭을 받게 되겠는가.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말문이 막혔다. 윤혁도 이전 체험을 통해 신수(神獸) 같은 첨단 과학의 산물들이 악한 영들에게 이용되었던 일을 간접적으로 확인해보았기에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리고 더 큰 책임은 저 윗선의 높으신 분들에게 있겠지.”

  리온은 칼티엔뉴르 외부에서 암약한 채 과학 기술을 둔갑시켜 마법의 모양으로 바꾼 뒤 속여 제공한 자들을 냉정히 비난했다.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주민들이 마법으로 믿도록 내버려 둔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영 불쾌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리온은 이곳 주민들이 불온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성령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려면 반드시 기존이 뿌리내린 잘못된 행실과 풍습에 대한 전적인 뉘우침이 수반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역시 어려운 문제였네.”

  대체 어느 세월에 그러한 대대적인 개혁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윤혁은 조급함을 느꼈다. 이에 세 친구는 각자가 품은 기대감과 막막함을 잠시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기도 제목으로 삼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주님의 손길이 인도해주시기를 바라며 장차 나아갈 방향을 숙고하였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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