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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74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7. 마법과 인본주의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5.16 | 회차평점 0 0

 

 

 

 

 

 

Chapter 7. 마법과 인본주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음을 다시금 상기한 선교팀은 칼티엔뉴르에 당도한 지 정확하게 2주 차가 된 시점에 티라노아 대륙을 떠났다. 그들은 이웃 대륙을 순회하기로 하였다. 마침 남은 세 대륙 중 엘리바스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획득했던 참이라 그곳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역사 속의 선조들이 지구에서 보여주었던 선교 여행의 사례들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성급한 움직임처럼 여겨질 법한 빠른 순회 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교팀이 처한 상황은 특수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두 달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하늘도시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휴면기간이 도래하는 순간 타임필드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상황에는 지구 귀환이 차단될 가능성이 있었다. 성급할지라도 민첩한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윤혁은 아이카르 황자에게서 받은 텔레포트용 게이트 석을 어찌 이용할지를 두고 조금 고민하였다. 마법 기술에 기반을 둔 이상 선교사들에게는 이 기술을 사용할 합당한 명분이 없었다. 이미 칼티엔뉴르의 오컬트 문명을 실컷 비판한 선각자들로서 떳떳한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윤혁에게는 게이트 석도 그저 보통의 과학기술과 다를 바 없는 것이기도 했다.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어야 하는가?’

  신약성경의 고린도전서에도 비슷한 류의 문제가 기록되어 있었다. 게이트 석 그 자체는 워프 매개체와 똑같이 현대 과학의 산물이다. 단지 칼티엔뉴르에서는 그런 사실을 모르기에 신비한 마법처럼 취급할 뿐. 비슷하게도 로마 시대의 교회들 사이에서는 이교도 신전의 제물로 바쳐진 뒤 시장에 유통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고기를 그리스도인이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돌았다.(고전 8장)

  우상 신 자체는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신자에게는 얼마든지 제물 고기를 먹을 신앙적, 양심적 자유가 있었지만, 일부 믿음이 연약한 신자들은 형제들이 제물로 드려졌던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고 양심에 거리낌을 느껴 시험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그런 이들은 자칫 자신의 양심을 거역하여 우상의 고기를 먹거나 아니면 자유로운 양심을 지닌 상대를 그릇되게 정죄할 위험성에 빠지기 쉬웠다. 그렇기에 바울 사도는 연약한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적법한 자유를 포기하여 우상의 제물로 드려진 고기는 먹지 않겠노라고 선언했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포기하는 게 맞겠지?’

  윤혁은 자신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견문과 이해가 좁은 친구들의 믿음을 넘어뜨리거나 시험하지 않기 위해 게이트 석의 이용을 보류하였다. 당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직접 바다를 횡단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다행히 덱스트로와 레보에는 수륙양용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일행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으로 공중을 가로질러 티라노아 대륙 반대편에 놓인 엘리바스 대륙으로 향하였다.

 

 

 

 

 

 

*****

 

 

 

  뚜렷한 중앙집권체계 국가들이 형성되었던 티라노아 대륙과는 다르게 엘리바스 대륙에서는 주로 도시 단위의 공화정들이 동서남북에 산재하여 네 덩어리의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전제주의 정권이 없다 보니 엘리바스 주민들에게는 비교적 폭넓은 범주의 자유가 허락되었다. 인구는 티라노아에 비해 적은 편이었으나 각양각색의 학문과 철학이 골고루 발달한 덕에 여느 대륙 못지않게 찬란하고 개성적인 문화를 자랑했다. 또한 도시 단위 행정 체계를 갖춘 만큼 부족마다 특색이 뚜렷했고 자연스레 그만큼 풍부한 문화 다양성을 자랑하게 되었다.

  엘리바스 대륙의 패자들은 용(龍)족이었다. 기원을 모르는 이 신비의 종족은 주로 산맥이나 지하 동굴에 둥지를 틀고 서식했다. 대다수는 게으르고 활동하기를 싫어했고 수십 년에 한 번씩 정도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람을 공격할 만큼 난폭한 개체는 지극히 드물었으나 가끔 나타나는 그들의 변덕은 큰 자연재해를 가져왔기에 사람들은 용들의 비위를 맞추고자 부단히 애썼다.

  용들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이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의지를 지니고 있었고 상당한 지능을 보유하였다. 이러한 용족의 권세는 엘리바스 대륙 내에 인간 세력이 자발적으로 연합하거나 규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력이 되었다. 이것이 지역별로 권력이 분산된 체제가 나타난 주원인이었다.

  용들이 서식하지 않는 나머지 지역은 인간들의 차지였다. 엘리바스는 중앙 집권 체계를 이룩하지 못한 탓에 인구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그 대신 인종은 매우 다양하였다. 칼티엔뉴르의 열 종류 인종 가운데 무려 여덟 인종이 이 대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랜 시간 용의 영토가 교통을 방해한 탓에 인종이 제각기 특이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된 탓이었다. 그 때문에 일부 주민은 서로 다른 인종을 이종족으로 취급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상호 동질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인종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분화된 특성은 외양만이 아니었다. 엘리바스의 마법 기술과 마공학은 이웃인 티라노아에 비해 획일화된 정도가 비교적 작았다. 그렇기에 마법의 효율성이나 상호호환성 측면에서는 티라노아보다 많이 뒤처졌으나 대신 풍부한 다양성을 장점으로써 지녔다. 속성 계열도 검은 마법, 흰 마법, 적색 마법, 녹색 마법, 황색 마법, 자색 마법 등 대단히 스펙트럼이 폭넓었으며 사용하는 마도구나 마법 장비도 지역마다 겹치는 요소 없이 다양했다.

  “여기서부터는 셋 다 흩어지자.”

  리온은 엘리바스 대륙의 민족적, 문화적, 마법적 다양성이라는 특성상 각 지역의 선교에 대한 반응을 한꺼번에 살핀 이후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리라고 판단하여 세 방향으로 흩어지는 전략을 제안하였다.

  “괜찮을까?”

  윤혁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다소 염려되었다. 동료들끼리 서로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항법 장치가 갖춰지긴 했지만 그래도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료들이 흩어져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으리라는 걱정이 들었다.

  “괜찮지 않아도 해봐야지. 각자 홀로 서는 경험도 필요해. 그래야 이웃의 영혼을 향해 다가가는 자신만의 접근법을 익힐 수 있지.”

  리온의 우문현답이 과연 일리 있게 들렸다. 그리스도인마다 복음을 전할 때 세상의 이웃들에게 접근하는 전략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보니 각자만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단련하기 위해서는 홀로서기 훈련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루디아도 흔쾌히 동의하였고 윤혁도 뜻을 함께했다.

  안전이 특별히 중시되는 윤혁과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루디아에게는 각각 덱스트로와 레보가 경비병으로 붙었다. 이 두 팀을 동쪽과 서쪽 지역으로 보내고 리온 본인은 남쪽 지역에 남아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

 

 

 

  동쪽 지역으로 향한 윤혁은 다섯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회개를 통해 얻는 구원에 대해 설파하였다. 이제 그는 주민들의 이목을 한꺼번에 끌어들이는 요령에 제법 익숙해진 상태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이 칼티엔뉴르라는 세계의 울타리 너머에서 왔음을 암시한 뒤 세계 이면에 깔린 비밀에 대해서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암시하면 손쉽게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그렇게 이목을 집중시킨 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본론을 전하면 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인류연합의 기밀을 드러내는 데는 제약이 걸려있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디까지나 윤혁의 목표는 주민들의 관심을 모아서 복음을 전파하는 것뿐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러다가 혹시 운 좋게 일부 사람들에게 진실을 계몽해줄 수도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여하튼 윤혁은 쉬지 않고 도시를 옮겨 다니며 풍문을 남겼다.

  그렇게 온종일 설교를 하다 보니 밤이 되자 온몸이 노곤해졌다. 윤혁은 쉴 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 한 가운데에 유독 눈에 띄는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물건을 파는 곳 같기도 했고 비밀 연구소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루를 묵어갈 생각으로 밑져야 본전 셈 치고 노크해보았다.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하룻밤만 묵어도 괜찮겠습니까?”

  거절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락을 받았다. 키가 작은 금발의 사내가 윤혁을 손님 대접용 방으로 안내하였다. 가옥 내부에는 신비로운 물건을 연구하고 발명하는 방들이 여럿 있었다. 물건의 형태로 보아 마법 도구와 관련된 것 같았다. 도구들은 하나같이 장인의 솜씨를 머금은 듯 정교한 모양새를 자랑했다. 문득 어떤 목적으로 저런 것들을 제작하고 연구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주인장을 뵐 수 있을까요?”

  윤혁의 부탁에 집사가 승낙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뒤, 하인들이 응접실에서 쉬던 윤혁을 불러내었다. 그들은 윤혁을 건물의 주인 앞으로 데려갔다.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잘생긴 회색 머리 남성이었다.

  “이방인이시로군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주인장이 친절히 물었다.

  “음, 사연을 설명하려면 깁니다. 천천히 대화를 나누죠.”

  화제를 돌린 윤혁은 이 집에서 연구하는 마도구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부터 질문했다. 주인장은 개의치 않고 흔쾌히 설명해주었다.

  “엘리바스 대륙 전반에 뿔뿔이 흩어진 여러 가지 계열의 마법들을 하나로 엮기 위한 연구입니다.”

  “마법이 흩어졌다고요?”

  “아, 이방인이라서 사정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주인장의 이름은 오르케아. 그는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마도구 장인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마법을 고형화해 갖가지 방법으로 조작, 변형, 융합시켜 결과물을 만든 뒤 각양각색의 특수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각지 상인에게 마도구를 수출하는 사업을 하는 중이었다.

  “아, 저도 엘리바스는 지역별로 마도 기술의 발달 양상이 각기 다르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그것과 관련이 있으려나요?”

  윤혁은 마법에 대한 거부감은 일단 감춰두고 엘리바스의 지역 정세를 파악할 심산으로 캐물어 보았다. 질문과 동시에 그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지구 역사에서도 비슷한 예시가 있었다. 유럽 연합이 변형되어 만들어졌던 신국(新國). 지금은 에우로페 제국이라는 이름의 단일 문명권으로 재편성되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신국에서는 지역별로 제각기 독특한 유형의 마도 공학이 발전해있었다.

  “그렇습니다. 보통 도시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마법단이 상주해있습니다. 마법사들로 이뤄진 조직 말입니다. 보통은 해당 마법단의 계열과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고유 색깔을 상징으로 내세우지요.”

  오르케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법사뿐 아니라 위치(Witch)나 워락(Warlock)들도 존재하는데 그들은 대개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마법의 힘에 취해 방종을 일삼는 자들이죠. 드물게 신들을 섬기는 사제단들도 존재합니다. 지역별로도 모시는 신들이 각자 다르지만요.”

  이렇듯 엘리바스의 마법 사용자들에는 다양한 집단들이 있긴 했으나 역시 주류는 마법단들로 이들은 가장 자율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가치관을 가진 자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용족으로부터의 인간의 독립을 이룩하기 위해 선봉장으로 나선 세력이기도 했다.

  “용에 대한 소문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 대륙의 산지들을 장악한 깡패들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인간들의 독립을 돕고 용들의 폭압을 물리치기 위해 각지로 뻗어나가 분화된 다양한 계열의 마법 기술들을 하나로 모으고 융합할 수단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결실이 이 마도구들이죠.”

  원래 각 지역의 고유 마법은 해당 지역의 마법단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르케아의 마도구를 빌리면 여러 종류의 힘을 응축하고 조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누구든 보편적으로 손쉽게 여러 유형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 그는 이 일이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선한 사명이라 믿고 일평생을 전진해왔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은 귀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놓치고 계신 몇 가지 실수가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것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자신의 비전에 동조해줄 줄 알았던 윤혁이 뜻밖의 제안을 주자 오르케아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약간 미심쩍기는 했지만, 혹시나 이 낯선 이방인이 지금껏 놓쳤던 결정적인 혜안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선악의 기준을 정립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마다 정의를 내세우죠. 그런데 그 여러 정의가 상충할 때는 무엇을 기준 삼아야 할까요?”

  “그건……, 흠, 아무래도 최대 다수의 사람이 최대의 편리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도를 추구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인간의 행복이 과연 육체적, 물질적 편안함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요? 당신도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채워도, 아니 심지어 지적인 추구로 철학적 욕구를 충족해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지 않았습니까?”

  청자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윤혁의 지적을 들었다. 아울러 윤혁은 집단을 규정하는 울타리의 문제에 대해 반문했다. 사람들은 대개 ‘우리(We)’라는 범주를 설정하고자 울타리를 치곤 한다. 그렇다면 울타리 밖의 이들은 어찌 대할 것인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자타의 범주를 설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타(他)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들은 행복의 가치를 계산할 때 배제해야 하는가? 울타리 안쪽에 들어간 이들의 행복만을 극대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만일 그렇다면 그 규정의 기준은 누가 합리화해준단 말인가?

  “당신은 참 예리하시군요. 반문할 수 없는 본질적 질문을 주셨소.”

  오르케아는 이방인의 슬기에 순순히 탄복하였다.

  “충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바로 그러한 인본주의적 가치관이 낳은 산물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당신들이 증오하는 용족입니다.”

  적기를 포착한 윤혁이 재빨리 폭탄 발언을 꺼내 들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곳 분들은 진실을 모르실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저는 외부에서 왔기에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의 용들은 인공생명체, 곧 인간들이 직접 만들어서 부리는 종들입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닙니다.”

  윤혁은 수많은 인공 세계들의 이야기, 그 세계들을 관리하는 인간의 시스템, 그리고 인류가 과학기술을 통해 창조해낸 문물들에 관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아울러 용이라 불리는 종족의 정체가 사실 만들어진 유사 생명체이자 인류의 수종이라는 점까지도.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인류의 영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가치관을 소유한 바깥사람들이 이렇게 세계 안쪽 사람들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르케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처럼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라는 사상을 가진 인간들이 사실상 칼티엔뉴르 전체를 노예화하고 여러 괴물과 마법을 창조해낸 원흉임을 전해 듣자 큰 혼란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옳은 가치관이란 말입니까?”

  “마침 잘 이야기하셨습니다.”

  그제야 윤혁은 비로소 절대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더러 어리석은 사제단처럼 신들을 믿으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이곳의 사제단은 그저 어리석은 허상을 믿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이 모시고 신들은, 그들에게 계시를 준다는 신들은 그저 외부의 인간들이 구축한 시스템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가짜 신이죠. 진정한 유일신은 따로 계십니다.”

  “그러면 워락이나 위치들도 속았던 것입니까?”

  “그들도 반쯤 공개적으로 악마를 숭배하는 죄악을 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제단처럼 종교성이 높아 보이건 위치들처럼 대놓고 오컬트를 행하건, 이런 행위들은 만물을 지으신 참된 신께서 보시기에는 동일하게 가증스러운 죄일 뿐입니다. 그들 모두가 사실상 우상 숭배자들입니다.”

  윤혁은 본격적으로 비판을 시작했다. 인본주의에 물든 자, 거짓 종교에 물든 자,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이 모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갔다. 오르케아를 절망케 할만한 답변이었다. 윤혁은 답이 없는 이 세태에서 희망을 발견할 단 하나의 방법은 참된 진리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길뿐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이 책에 그 절대적인 진리가 담겨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성경책을 꺼내 오르케아 앞에서 펼쳐 읽어주었다. 우주와 인간의 창조, 인간의 타락과 죄, 영원한 형벌, 그리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신께서 준비하신 영원한 희생 제물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그……, 이 모든 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우리가 지금껏 행해온 잘못된 관습을 송두리째 버려야 한단 말입니까?”

  “만일 당신이 진정으로 기꺼이 순종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 뼈를 깎는 아픔과 손실이 동반되겠지만 앞으로 받을 영원한 가치의 선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죄 문제의 해결을 받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당신은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 쐐기를 박았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한복음 3:16).]

  그 외에도 여러 성경 구절이 그 의미와 함께 전해졌다. 오르케아는 큰 흔들림을 심적으로 체험하였다. 그는 기존에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선악 개념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는 것을 체감했다. 두려웠지만 더 멈추기 어려웠다. 저 말씀이 사실이라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길은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기꺼이 죽어준 신의 뜻에 복종하고 동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온전히 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르쳐준 말씀을 더 상고하고 이곳 직원들과 토론하고 싶습니다. 책을 선물로 주실 수 있겠소?”

  “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습니다. 혹시 성경을 깨닫는 데 어려움이 있으시거든 제게 언제든 질문을 주세요.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예수님을 개인의 구원자로 받아들이시거든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그 진실을 전해주세요.”

  이튿날 아침이 되어 윤혁은 오르케아의 마도구 상점을 떠나 다음 지역에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하나님의 섭리가 이 마도구 상점에 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 시기가 너무 지체하지 않고 도래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청년은 발을 재촉하였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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