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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8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8. 푸른도적단과 마녀의숲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6.0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

 

 

 

 

 

  때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격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근 숲에는 세 명의 어린 마녀가 살고 있었다. 비록 경력은 짧아도 미래를 내다보는 점술에 용했던 그녀들은 몇 년간 제법 많은 고객의 호응을 끌어모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무려 페어리테일 지역 어느 한 왕국의 국왕이었는데 전대 왕을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한 유명 전사 출신 인물이었다. 그는 세 마녀를 다그쳐 앞날의 운명을 캐내고자 하였다.

  마녀들은 즉시 특수 의식을 치를 채비를 했다. 이에 호응하여 미래예지시스템이 그녀들의 뇌리에 접속해주고자 강림하였다. 그녀들은 그 정체가 외부 문명의 산물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자신들의 마음을 그 신기(神氣)에 내주었다. 그렇게 점술이 진행되려던 순간, 낯선 사람이 나타나 그들의 의식이 더 진행되지 못하도록 중도에 방해하였다.

  “누구요?”

  왕과 세 마녀가 일제히 외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실례하겠습니다만, 잠시 말 좀 물어도 되겠습니까?”

  키가 조금 작은 편인 젊은이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는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외양으로 보아 이방 출신 같았다. 미래를 읽는다는 악명으로 유명한 마녀들에 대한 두려움의 기색도 그에게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방해하는 거요?”

  “오히려 나중에는 제게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대답 대신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이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실화입니다.”

  옛날 어느 먼 옛날, 마녀를 만났던 왕이 있었다. 본래 그 왕은 온 우주를 창조한 위대한 유일자가 간택한 민족을 다스리도록 지정된 자였다. 그러나 왕이 된 이후 그는 교만한 마음과 시기 질투에 휘말려 유일자의 뜻을 어기고 불순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서서히 몰락하여 말년에 이른 왕은 위태로운 전쟁에 나아가 절체절명의 패배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뒤늦게 유일자에게 부르짖었으나 이미 그분의 마음은 그를 떠난 상태였다. 극도의 두려움에 처한 그는 엄격히 금지된 범죄에 손을 대고 만다. 그 범죄 행위란 바로.

  “미래를 읽으려는 자, 죽은 자를 불러내려는 자, 마술과 법술을 행하는 자, 다시 말해 온갖 마법을 행하는 자들과 연접하는 행위가 그 죄목이었죠.”

  비유로 들은 이야기였으나 실상 설교자는 청중을 은은히 질타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종류의 행위들은 유일자의 권한에 대한 도전이자 그분의 거룩한 속성에 대한 신성모독임을 확실히 밝혔다. 우주 만물의 법칙, 시공간, 인간의 생사를 온전히 다스리실 존재는 오로지 그분뿐이니 그 영역에 대한 침범은 곧 반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그 왕은 마녀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유일자를 섬겼던 신실한 선지자를 무덤에서 불러내려고 하였죠. 원래대로라면 마녀는 일상적으로 그랬듯 악령을 불러낸 뒤 그것을 선지자라고 속일 작정이었을 것입니다.”

  설교자는 ‘악령’이라는 단어에 강조점을 주었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짜 선지자의 영혼이 찾아온 것이었죠. 이례적인 이변이었습니다. 마녀의 마법으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그녀와 그녀가 따르던 악령들도 까무러치게 놀랐습니다.”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은 지극히 비극적이었다. 소환된 선지자의 영혼은 왕을 정죄하였고 그가 다음날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것을 예언하였다. 예언은 곧바로 적중하였다. 그리고 훗날 그 마녀는 나이가 들어서 죽었고 영원한 불의 형벌 가운데 처하게 되었다.

  이 일화가 자신들의 죄를 비판하는 것임을 대번 깨달은 마녀들은 크게 분개하여 그를 쫓아내려 하였다. 그러나 셋 중 한 마녀만은 그가 무언가 진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방인을 그저 돌려보내기에는 찜찜한 마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숲을 떠나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당신과 똑같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이 세계 출신은 아닙니다. 이름은 리온 마흐무드.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마녀들이 여기 있다기에 당신들에게 기쁜 소식, 곧 탈출구를 가르쳐주려고 일부러 용기 내어 찾아왔습니다.”

  “설마 당신이 가져온 그 좋은 소식이란 게 우리 같은 마술 시행자들을 영원한 불 속에 넣겠다는 협박은 아니겠죠?”

  “그 말 자체는 사실입니다만, 제가 줄 소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본디 좋은 소식이란 나쁜 소식이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좋은 소식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죠. 게다가 형벌에 대한 슬픈 소식은 비단 마녀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 비극 아래 있었죠.”

  리온은 왜 자신과 그녀를 비롯한 모든 인간이 죄인으로 판명될 수밖에 없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이에 마녀는 겁에 질렸다. 위세를 자랑하는 마녀라 해도 심판 이야기 앞에서 견디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타인의 운명을 돈벌이 소재 삼아서 행해온 악행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마녀로 태어났단 말입니다. 우리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저는 억울해요.”

  “하지만 당신들은 마녀이기 이전에 인간이 아닙니까?”

  그 질타는 책임감을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묘한 위로를 주었다. 지금껏 자신을 마녀가 아닌 인간으로 보아준 이가 얼마나 있었던가. 의미심장했다. 이어서 리온은 마녀가 스스로 상고해보도록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제도 이 지역의 전설을 들어보았습니다. ‘태초의 마녀’들이라는 의문스러운 존재가 세계 바깥에서 왔다고 하던데, 과연 그들, 혹은 그 존재들이 인간들에게 유익을 전해주기 위해서 왔을까요?”

  되짚어보니 영 수상쩍었다.

  “뭐, 그런 건 나중에 찬찬히 생각해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지금 저는 묻고 싶습니다. 마녀라는 정체성만이 정말로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모든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리온의 말대로 그녀가 인간이라면 그녀에게도 죄에 대한 책임은 따른다. 인간에게는 엄연히 죄를 짓거나 짓지 않을 자유의지가 있으니까. 그 기준대로 삶을 평가한다면 그녀도 모든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신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부적격자로 판명된다. 비록 마녀 시스템의 올무에 빠져든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택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리온은 어린 마녀에게 ‘진정한 정체성’을 직면할 것을 권유했다.

  “다행히 당신을 규정하는 가치는 마법이니, 능력이니 하는 것들에 달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가치는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형상과 닮게 지어진 당신의 영혼 속에 있습니다.”

  마녀는 믿지 못하며 경악했다.

  “제 영혼이 고귀한 창조주의 형상을 담았다고요? 말도 안 돼요! 만일 그렇다면 어째서 제가 죄악으로 이토록 망가져 이런 처절한 몰골이 되었을까요?”

  “죄 때문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내포한 귀한 존재였으나 그분을 떠나 불순종한 죄로 인해 스스로를 망가뜨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훼손된 형상을 회복시키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셨죠.”

  “무엇으로요?”

  “하나님의 아들이 흘리신 귀한 피로써 말이죠.”

  전도자는 차분히 신의 희생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이 깊은지를 설명했다. 창조주는 인간을 폐기하고 더 위대하고 고귀한 다른 피조물을 창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택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구태여 스스로 희생을 짊어지는 가시밭길을 택하셨다.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는 한없이 밑지는 장사. 아마 누구도 그 심중의 깊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그 사랑과 지혜로 말미암아 새 가치를 입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은 능력도, 자질도, 조건도 아닙니다. 우주 만물보다 무한히 값진 그분의 피 흘림이 우리의 값어치를 정의합니다.”

  신의 보혈이 나의 가치를 새로 규정한다고?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그의 선언의 의미를 깨닫기를 원했던 마녀는 전도자를 붙잡았다. 그녀는 깊은 담화를 요구하였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던 리온은 기회를 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죄의 용서와 영혼의 구원을 위한 유일한 길을 풀어 설명해주었다.

  “어찌하여 단지 믿는 것만으로 주께서 저를 용서하신다는 것인지는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믿어져요.”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고백했다.

  “이제야 참된 평안을 발견하셨겠군요.”

  리온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네, 맞아요.”

  엑스레이로 마음이라도 읽힌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기분이 숙연해졌다. 전도자는 마녀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와 그녀는 하나님께 신앙 고백의 기도를 드렸다. 리온에게서 복음의 본질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배운 후 마녀, 아니 전직 마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용서를 받았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헤어짐과 동시에 그녀는 마녀의 길을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믿음의 길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녀는 마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폐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 다짐을 덧붙였다. 비록 간단치는 않겠지만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서 자신이 겪어온 여정을 고백하고 자신이 발견한 진리를 모두와 나누겠노라고 말했다. 큰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었으나 그녀는 진리의 확신 가운데 뿌리를 내려서 그런지 해방의 개운함을 머금은 표정을 지었다.

  “주민들이 당신을 증오할지도 모릅니다.”

  조심스레 리온은 핍박에 대한 경고를 전하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마녀를 두려워하고 꺼립니다. 당신이 그 일로에서 벗어난 것을 알면 마녀들에게 유익을 얻던 자는 당신을 배신자로 낙인찍겠고, 마녀를 혐오했던 자들은 당신의 과거를 물고 늘어지겠죠. 이제 마법의 힘도 버렸으니 보호 수단도 변변찮습니다. 숨어 지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알아요. 하지만 제가 주님과 저와의 만남에 대해 증언한다면 사람들은 마녀의 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대한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알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될 거예요. 설령 미움을 받더라도 충분히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죠.”

  “하나님의 능력이 당신을 지켜주기를 축원합니다.”

  전도자는 여인의 결단에 크게 흡족해하며 작별을 나누었다.

 

 

 

 

 

 

*****

 

 

 

  두 친구보다 앞서 임무를 마친 루디아는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천막을 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난 며칠간 만나본 페어리테일 주민들은 의심 많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낯선 사람의 다가옴에 좀처럼 응수해주지 않았다. 아마도 마녀들과의 공생 탓으로 보였다. 어떤 이들은 루디아를 마녀로 오해하여 꺼렸다. 마녀와 정기적으로 거래했던 인간들은 복음 전도자를 마녀보다도 더 꺼렸다. 하나님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본성은 지구에서나 이곳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아쉬워하던 차에 다행히 두 동료가 자기 선교지에서 좋은 소식을 들고 되돌아왔다. 둘은 마침내 만난 회심한 영혼의 소식을 전하였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를 맞은 듯한 기쁨이 셋의 근심을 씻어주었다. 지금껏 복음에 관심을 기울인 이들은 드물게나마 있었어도 현장에서 단번에 회개한 이는 없었거늘. 게다가 제일 먼저 열매를 보인 자가 누구보다도 마법에 깊이 찌들어있었던 마녀라니, 참 놀라웠다. 천국은 ‘심령이 가난한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시작이 나쁘지 않아. 과거 믿음의 선배들이 선교하면서 겪어온 인고의 시간과 비교한다면 우리는 편의와 혜택을 입었다고 볼 수 있어.”

  리온의 이 말에 루디아는 조금 다른 관점의 해석을 제시했다.

  “어쩌면 그분들이 구원받을 영혼들을 애처로이 기다리며 드린 기도가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를 돕는 하나님의 개입이 된 것일지도?”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래, 그걸 생각하면 매 순간 겸허해질 수밖에 없겠어.”

  셋은 각자의 임무에서 체험한 일들의 간증을 터놓았다. 그들은 이 지역을 거닐며 만났던 인상 깊은 사람들의 일화를 공유하였다. 기뻐할 점도 많았고 그 이상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것도 무익하지는 않았다.

  한편 리온과 루디아는 지구에 있는 자기들의 본체가 남은 동료들한테서 들은 소식을 윤혁에게도 알려주었다. 현재 지구에서는 냉전이 계속 격화되는 중이었다. 바다, 지상, 상공에서 매일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지구의 선교사들은 웅크린 채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그들로서는 선택지가 없었으리라.

  “이제는 정말 우리가 유일한 희망을 짊어져야 할지도 몰라.”

  어깨가 몹시 무겁게 느껴졌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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