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0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13. 스테판 (4)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7.29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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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을 위해 근방에 임시 주거 시설을 펼친 후 그들은 잠시 셋이서 모여 낮 동안 들었던 정보를 종합 정리해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스테판에게 성경의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올바르게 전할 수 있을지 논의하였다. 진정한 신을 바르게 알린다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한 가지 상의해야 할 것이 있었다. 윤혁은 낮에 나온 담화 중 자신만 모르고 친구들은 감을 잡은 단서가 하나 있음을 포착했다. 그도 이제는 알 필요를 느꼈다. 소위 ‘현월’이라고 언급된 개념에 대해서.
“이젠 말해줘. 스테판 씨가 없으니 말해도 되잖아.”
추측건대 스테판이 말한 ‘그녀’라는 존재, 실존인지 관념인지도 불투명한 그 존재가 현월이라는 개념과 연관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윤혁이 알고자 하는 열의로 재차 친구들에게 부탁했다. 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망설였으나 거듭되는 요구에 어쩔 도리 없이 리온이 대표로 나서서 답해주었다. 루디아는 잠잠히 침묵하며 고개를 돌렸다.
“알겠어. 중요한 일이니까 너도 알아야겠지. 하지만 스테판 씨가 예수님을 믿게 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해줘. 자칫하면 그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약속할게.”
윤혁이 장담하자 리온은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현월, 아니 초승달은……, 예상컨대 절대 카뮈네라의 신들 중 하나가 아냐. 다른 하늘도시의 신도 아닐 거야. 인류연합과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닐 것이라고 봐.”
이어지는 내용은 가히 놀라웠다.
“내게 떠오르는 후보지는 딱 하나야. 현월 곧 크레센트(Crescent)는 지구의 문화권이 섬기던 신이야.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쯤부터 강한 위세를 떨쳤던 과격파 무슬림들이 모시는 신이지. 그들은 변질한 사이비 이슬람 일파인데 정통 교파에서 섬기던 ‘알라(Allah)’라는 신을 재해석해 크레센트라는 명칭으로 새로 불렀어.”
“알라라고?”
어디선가 언뜻 들은 일이 있었다. 알라라는 신의 기원을 쫓아가 보면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이전, 아랍 지역 토속 주민들이 섬겼던 달의 신(Lunar deity)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학설도 있다나.
무함마드가 알라를 유일신으로 삼기 전, 달의 신은 해당 지역 토속 우상 중 하나였다. 아랍 지역을 통일하기 위해 무함마드는 달, 그중에서도 초승달을 자신의 문양으로 채택했고 실제로 이는 이슬람의 상징 문양이 되어 대대로 계승되었다. 아마도 그는 아브라함이 만난 위대한 절대자를 달의 신과 동일시하여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냈던 것이 아닐까? 만일 정말로 그렇다면 현월이라는 존재는 본 정체를 커밍아웃 당한 셈이다.
곁에서 듣던 루디아의 얼굴은 점점 굳었다.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크레센트 일파에 의해 학살당했던 과거가 있어.”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첨언하였다. 크레센트. 그녀에게 있어서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씻을 수 없는 침울한 얼룩이요 어두운 그림자였다. 윤혁은 왜 그녀가 그토록 말하기를 망설였는지를 깨달았다. 애써 용기로 억누르고는 있었으나 손은 벌벌 떨리는 중이었다. 미안함을 느낀 윤혁은 루디아의 손을 꼭 잡아 진정시켜주었다.
“미안해. 내가 괜히 이야기를 꺼내서.”
“아니야. 어차피 언급할 수밖에 없었는걸.”
바로 그때 또 하나의 기억이 윤혁의 뇌리에 번개처럼 울렸다. 불길한 기분이 엄습하면서 경보음이 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결되지 못한 퍼즐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왜 잊고 있었을까? 분명 한 번 스쳐 가듯 들었거늘. 그것도 가장 뛰어난 스승에게서.
‘크레센트의 선지자?’
설마 스테판의 ‘그녀’는 그 선지자라는 인물과 동일 인물일까? 확증해줄 단서는 없었으나 대강 정황은 맞아떨어졌다. 그 선지자, 소위 마흐디라 불리는 인물은 허상이나 미지의 세계에서 온 존재가 아닌 지구의 인물이다. 초인, 그것도 최상위를 뛰어넘는 카테고리 분류 불가의 초인. 만일 그녀가 스테판과 만났던 장본인이라면 풀리지 않던 미묘한 수수께끼들도 얼추 심증을 얻는다. 진조차도 예외적인 전략을 동원해야만 했던 외부인의 하늘도시 삽입을 조력도 없이 몰래 벌일 수 있을 정도의 두뇌를 지니려면 최소 그 정도 위인은 되어야겠지.
“나도 그녀를 추리할 단서 중 하나가 떠올랐어.”
윤혁은 공평하게 자신의 정보도 털어놓았다. 그는 에드레이 테일란드가 생전에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던 ‘크레센트 일파’, ‘현월의 선지자라 불리는 초인’에 대해서 자초지종을 알렸다. 이에 일행의 얼굴에 수심이 서렸다. 앞으로 맞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가 더 늘어났으니 편한 기분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윤혁은 두려워하지 말고 역으로 맞서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난 이번 일이 오히려 운명적인 기회라고 생각해.”
퍼즐 조각들이 한 점에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스테판 씨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어.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 주님을 소개해줄 생각이야.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공격적인 윤혁의 제안에 잠시 넋 놓고 있던 리온과 루디아도 이내 그의 의견에 동조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스테판의 정체가 무엇이건, 그가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발생할 파장은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과연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볼 가치는 있었다.
“물론이지.”
사실 애초에 결론이 달라질 일은 없었다. 애당초 스테판의 기원과는 일절 상관없이 그의 갈급한 영혼을 외면한다는 것은 선교사들의 선택지에 없었다. 제 발로 찾아온 자의 생명을 구해주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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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윤혁이 일행을 대표하여 스테판을 대면했다.
“당신의 예상은 옳습니다. 저희 셋은 진정한 신의 정체성, 그리고 그분의 인격성에 대해서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 진리를 깨닫도록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마냥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 그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도할 때 지식의 전달과 변증법적 설명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행은 복음을 전하는 여정 중에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 선한 지식이 청자의 마음속에 심겨 영혼의 믿음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자연적이고 섭리적인 간섭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듣고도 반응하지 않거나 변화하지 않는 반면 어떤 이는 그 내면에서부터 뒤집힘이 나타나 인생 자체가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예를 숱하게 보아온 선교팀은 복음이 초자연적 현상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아마도 그것이 바로 성령님의 나타남과 일하심이리라.
“역시 그랬소? 잘 됐소. 현월에 대한 가르침으로는 마음속 갈급함과 진리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소. 오히려 그 지식들은 공허한 에너지만 잔뜩 담은 듯한 느낌이었소. 내 영혼 속에 뭔가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있는 듯했소. 당신은 그 미싱링크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오?”
“물론입니다.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당신이 무의식중에 배운 ‘현월’이라는 존재는 애초에 신이 아닙니다. 저희는 참 신을 압니다. 그분을 만났고 그분과 더불어 인격적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또 당신을 만나주시기를 원하고 계시죠. 자비가 많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스테판은 현월이 신이 아닌 가짜라는 윤혁의 대담한 선언에도 그리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 역시도 뭔가 그 가르침 속의 잘못됨과 모순을 느껴왔던 것 같다. 해소되지 않는 영적인 갈증에 목이 심히 탔겠지. 좋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먼저 당신께 분명히 당부해야 할 네 가지가 있습니다.”
“무슨 경고이든 주의 깊게 듣겠소. 알려주시오.”
“먼저 첫 번째, 당신은 거짓 신들을 섬기는 자들을 자신보다 미련한 자로 여기고 정죄하는, 교만한 판단의 태도를 뉘우칠 필요가 있습니다.”
스테판은 지금껏 카뮈네라에서 가짜 신들의 현혹에 놀아났던 주민들을 깨닫지 못한 우매한 존재처럼 취급하였었다. 지금까지의 그는 먼저 계몽된 자, 우월한 지각을 지닌 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내려다보았었다.
“물론 거짓 신들을 섬기는 행위는 하나님 앞에 큰 죄악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인간들은 누구든 죄의 본능에 찌들어 있기에 어떤 형태로든 거짓 신을 섬길 수밖에 없습니다. 꼭 만들어진 물리적 신상 앞에서 절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유혹이 없습니까?”
윤혁은 재물, 명예, 가치관, 타인의 평가, 친구, 가족, 연인 같은 것들도 언제든 우상의 자리에 놓일 수 있음을 가르쳤다. 무엇이든 간에 궁극적인 경배의 대상이신 하나님보다 더 높은 자리에 두거나 더 사랑하거나 더 좇는다면 거짓 신을 숭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밝히 경고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당신의 말을 따르겠소.”
고집이 센 성격일 줄 알았던 스테판은 의외로 자신의 오만함에 대해서 기꺼이 뉘우침의 자세를 드러냈다. 선교팀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윤혁의 경고는 전부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당신은 결국 당신 자신도 자신이 겪어온 정보로 구축된 세계관 내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지식적으로 나약한 존재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합니다.”
카뮈네라의 주민들은 바깥 세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자들. 그렇기에 당장 눈앞에 드러난 강대한 우상들을 신으로 섬길 수밖에 없다. 세계관의 한계가 그들의 사고능력을 제약하는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사고관 바깥의 것을 바라볼 수가 없고 자연히 다른 가능성을 짚을 도리가 없게 된다.
반면 스테판은 그들보다는 나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에게는 카뮈네라라는 세계 너머의 시스템과 또 다른 여러 세계들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덕분에 더 넓은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고 거짓 신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그가 이성적이고 잘나서가 아니라 그저 운 좋게 폭넓은 정보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인간이 결코 관측할 수 없는 초월적 상위 차원에서 온 초월자들이 의도적으로 인간을 무대에 집어넣고 속이려 든다면 외부의 도움 없이 무슨 수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오감으로 얻은 정보만으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확신은 오만에 불과하다. 신적인 계시가 없이는 인간 스스로 신을 알 수 없다. 이것이 윤혁의 요점이었다. 그는 도덕적인 오만에 이어 이성에 대한 과신과 오만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이성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신앙이란 이성을 포함하되 이성을 초월하는 영역임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당신도 믿음에 관하여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겁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모든 것이 증명된다고 해도 그때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하겠죠. 그 선택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그 또한 받아들이겠소.”
끝으로 윤혁은 좀 더 엄숙하고 무거운 내용을 경고하였다.
“초자연적인 초월자……, 그러니까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상위 차원의 존재들은 말입니다, 한둘이 아닙니다. 진정한 창조주도 있지만, 그분의 피조물 중에도 초월자들이 있습니다. 그중 적잖은 수가 그분을 배반하고 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런 악한 초월자들은 의도적으로 인간을 속이려 할 겁니다.”
분별에 대한 경고도 빠트릴 수 없었다.
“창조주께서 계시를 주셨듯 그들도 그럴 것입니다. 인간의 지혜만으로는 여러 계시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인지 구분할 방도가 없습니다. 마치 카뮈네라 내부에서는 인류연합의 조작 행위를 깨달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을 올바로 분별하는 일,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계시를 제공하는 초월자의 정체를 직접 파악할 방법이 없으면 그럴듯한 이야기 앞에 귀는 절로 기울여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겉보기에 진리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 진리는 다르다는 데 있었다. 이를 올바로 분별치 못하면 자기 영혼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슨 수로 계시자의 정체를 분간한단 말인가?
먼저 초월자들끼리의 힘의 우위를 비교해봄으로써 진리 여부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실제로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여호와께서는 홍해에서는 물을 가르심으로써, 갈멜산에서는 불을 내리심으로써 우상들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힘을 증명하셨다. 그러나 기적만으로는 개개인의 심령 속에 참된 믿음을 심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 힘의 우위를 직접 확인해도 혹자는 마음속으로 ‘어쩌면 저 신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윤혁은 이 기회에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는 카뮈네라 주민들에게 단순히 ‘외부의 거짓’을 폭로함으로써 전도의 문을 열려는 전략을 세웠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에게 “입장을 바꿔, 당신이 믿는 신이 의도적으로 당신을 속이는 존재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하실 생각이오”라고 되묻는다면 어찌해야 할까? 성숙한 신앙에 도달하려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리라.
한편 고민하던 스테판은 어렵사리 대답했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소. 그렇기에 배우고 싶소. 내게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당신과 동행하면서 최선을 다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사실 저희도 하나님을 안다고는 하지만 그분의 무한하심을 다 측량하지는 못합니다. 사람인 이상 그럴 수밖에 없죠. 매일의 삶에서 조금씩 조금씩 더 알아나갈 뿐입니다. 저희도 당신과 더불어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드디어 마지막 한 가지 경고가 남았다.
“참 신을 발견한 후, 그 발견을 책임질 자세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분에 대한 당신의 책임,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책임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발견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겠죠. 하지만 분명하게 말해두지만, 신을 알게 된 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윤혁은 강조하여 당부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적인 만남을 의미하지 않음을. 피조물은 마땅히 창조주의 목적에 부합해야 할 책임이 있다. 반대로 창조주는 피조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의무도 없다. 창조자의 선한 베풂은 마땅한 의무가 아닌 전적인 은혜일 따름이다. 한 마디로 절대적인 갑을 관계인 셈. 영지주의자와 같은 일부 이단은 신비한 철학적 깨달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도덕적 의무와 영적인 의무가 반드시 포함된다. 이를 미리 알려야 할 책무가 윤혁에게는 있었다.
“더 나아가, 그분의 거룩함을 거울삼아 비친 당신의 죄악 된 모습은 자기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불편할 것입니다. 그때 당신은 신과 자신의 도덕적 대조로부터 절망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 절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처음에는 그토록 자신감 넘쳤던 스테판도 이제는 패기를 부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예수님께 영생의 길을 물으러 왔다가 탐욕을 지적받고 근심하며 돌아갔던 부자 관원 청년처럼 근심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는 부자 청년과는 달리, 진리를 떠나 뒤로 돌아서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과연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소. 허나 그래도 찾고 싶소. 내게 기회를 주시오. 그분께서 나를 만나주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를 외면하시지는 않으시기를 바라오.”
백 점짜리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흡족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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