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0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14. 객관적인 증거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8.06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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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은 계속해서 리온과 함께 돌아다니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성경을 탐구하였다. 체계적인 고찰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리온은 일부러 시간을 떼어 천천히 제자를 가르쳐주었다. 그는 성경책과 더불어 에드레이가 넘겨준 종합 주석 책 속에 담긴 내로라하는 인류 역사 속 신앙 서적들을 보조 자료로 펼쳐서 틈날 때마다 친절하게 강의해주었다.
“이것이 지구의 역사입니다.”
홀로그램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펼친 리온은 먼저 한 개의 직선 축을 화면 위에 그렸다. 그 후 그것을 역사 축으로 삼고 인류의 고향인 지구에서 벌어졌던 역사 전개 자료를 펼쳐 축 위에 대응시켰다. 곧 거대한 파노라마와 같은 연표가 홀로그램 상에 그려졌다. 이어서 그는 축과 평행한 또 다른 직선을 그렸다.
“그리고 이것은 성경이 말하고 있는 기록입니다.”
리온은 성경에 포함된 예순여섯 권의 책들의 원본과 사본이 언제 쓰인 것인지를 상세히 연표 상에 표시하였다. 아울러 미리 조사한 성경 고고학 자료들도 공개하였다. 성경 기록들의 진실성과 역사성에 대해서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록의 정확성과 충실성을 증명한 것뿐입니다. 적어도 누군가가 이 예언의 기록됨 자체를 부인해서는 안 될 테니까요.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예언이 정말로 실현되었는지를 확인해보는 일이겠죠?”
“그렇겠구려.”
이어지는 강의는 참으로 긴 시간을 소요하였다. 그 시간이면 전도를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으련만, 리온은 일부러 다른 이에게 전도할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스테판을 가르치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성경에 기록된 각종 예표와 예언의 진실성을 낱낱이 들춰냈다. 초심자인 스테판조차도 이해할 정도로 상세히.
“모든 예언이 하나의 중심점을 가리키고 있구려.”
“정답입니다. 성경의 예언은 그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죠. 그리고 그분께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 바를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분의 신실함을 인정하게 된다면 곧장 해답에 이르게 됩니다.”
리온은 성경의 중심점인 예수 그리스도가 어떻게 성경에 기록된 예언을 남김없이 실현했는지를 토시 하나 빠짐없이 해설해주었다. 그가 왜 이 땅에 와야 했으며 어느 장소에서 누구의 혈통으로 와야 하는지, 그가 어떤 사역을 해야 했으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거절을 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죽었다 부활한 사실에 대한 역사적인 증거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의 태도로 의심하던 스테판도 계속해서 들춰지는 예언의 정묘함과 완벽성을 보고는 점차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이 예언들이 혹시 사건이 다 전개된 뒤에 쓰인 것은 아니냐고 반박도 해보았다. 그러나 리온이 앞뒤 문맥을 살펴 여러 정황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자 스테판도 금세 모든 반론 거리를 잃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설령 이런 증거들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고 해도……, 단 하나의 오차 없이 한꺼번에 정밀하게 실현할 가능성은……, 한없이 0으로 수렴하겠구려.”
“만일 이 모든 일을 끝까지 우연이라고 믿고 싶다면 그렇게 선택하십시오. 결국 믿음에는 당신의 자유의지에 근거한 선택이 수반되니까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 명백한 증거들을 전부 다 부정한다는 것은 말이죠.”
탄복스러웠다. 그러나 스테판이 정작 감명을 받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예수라는 이름의 그분이 자신의 적대자들마저 사용하셔서 예언을 성취하셨다는 점이었다. 그분은 유대인들에게 모함을 당했으나 유대인들의 사형 방식대로 돌에 맞아 처형되지 않고 로마의 처형 방식대로 십자가에 매달리셨다. 그 머리 위에는 ‘유대인의 왕인 나사렛 예수’라는 죄목의 패가 달렸다. 겉보기에는 우연의 연속 같았지만, 잘 살펴보면 경악스러운 필연의 섭리였다. 원수들은 제멋대로 행동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모든 사건의 흐름은 하나님의 구약 속 예언을 온전히 성취하는 방향으로 수렴하였다.
“그분께서는 원수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에 힘없이 처형되시는 그 순간까지도 우주와 운명의 흐름을 완벽히 자기 손아귀 안에서 다스리고 계셨습니다. 원수들조차도 결국 그분의 손안에서 놀아났던 셈이죠.”
“허어.”
비단 그 일을 차치하고라도 성경 예언의 정밀성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대언자 다니엘을 통해 전달된 ‘70 이레의 예언’을 통해서 계시가 된 십자가 사건의 발생 시점, 그 어떤 부자연스러운 초자연적 개입도 없이, 오로지 자연법칙과 인간 사회의 흐름만을 통해 실현된 4대 제국의 흥왕 성쇠에 대한 예언, 대언자 요나의 예화에서 암시된 예루살렘 멸망의 예표, 사람들 보기에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서기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적 부활, 그리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요셉과 모세와 여호수아와 다윗 왕의 일생을 그림자 삼아 예고된 예수의 삶까지, 감히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지어낼 수 없는 신비로운 조화였다.
“어찌 이렇게까지 많은 예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단 말이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소. 심지어 단순한 시편까지도 장래 일의 예언을 담고 있다니! 더욱이 이렇게 경이로운 책들을 쓴 각 저자들이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오. 책 전체의 맥락을 보면 마치 그들이 시대를 초월해 모여 편집회의라도 한 듯 통일성이 높은데 말이오.”
“정직한 마음으로 올바르게 보셨습니다.”
이후로도 몇 가지를 더 가르친 뒤 리온은 핵심 질문을 던졌다.
“이제 직설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모두 보고도 하나님의 계시를 끝끝내 거짓 혹은 조작이라고 의심하겠습니까? 아니면 순순히 이 책의 기록이 참된 절대자의 계시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항복하시겠습니까?”
이는 참으로 거대한 도전이자 무거운 요구였다. 스테판은 자신의 두뇌와 머리만으로는 도무지 성경이라는 책의 주장을 반박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의 이성은 이 책에 계시가 된 절대자가 현실 속에 살아있음을 분명히 인정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찮고 불편한 실타래가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았다.
“조금만 더 가르쳐주시오.”
“아직은 부족하신 모양이군요.”
“부끄럽지만 그런 것 같소.”
아직 확고한 느낌이 오지 않아 조바심을 내는 스테판. 그 모습을 보고도 리온은 조금도 실망하거나 상대를 힐난하지 않았다. 한 인물의 영적 회심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리온은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스테판의 선택이 필요했다. 다만 이왕 객관적 증거를 증명해주는 역할을 맡았으니 그 쐐기를 확실하게 박아줄 필요는 있었다.
“좋습니다. 예언과 예표의 완벽성은 이제 당신도 충분히 인정하셨으리라 믿겠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관점을 바꿔서 하나님께서 만물의 기초 개념을 완벽히 지배하시는 주관자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만물의 기초 개념이라면, 혹시 물리법칙을 말하는 것이오?”
“물론 그것들도 주님이 주관하시는 창조물들이지만 비단 그것만이 아닙니다. 평행세계라는 게 존재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계가 있다면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물리법칙이 다를 가능성이 크겠죠. 물리법칙은 그런 의미에서 가변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옳은 지적이오.”
“하지만 그 어떤 차원이나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궁극적인 기반 원리도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수학처럼 말입니다. 제가 방금 지적한 ‘만물의 기초 개념’은 바로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기야 수학은 만유를 포섭하는 보편적인 언어이긴 하오.”
마침 시의적절한 화제로 대화의 초점이 옮겨졌다. 리온의 2부 특강은 본질적으로 수학과 긴밀히 맞닿은 것, 곧 ‘코드’에 대한 해석이었다. 에드레이가 리온에게 주석 책을 유산으로 물려준 것은 참으로 선견지명이었다. 그 주석 책에는 성경에 대한 신학적, 과학적, 역사적 통찰뿐 아니라 성경 원문에 대한 수학적 분석도 담겨 있었다. 이는 통해서 에드레이는 하나님이야말로 우주의 본질 중 한 축인 수학의 창조자이시며 수학의 진정한 근원이자 주인이심을 여러 가지 분명한 증거들을 들어 독자에게 폭로하고 있었다.
‘소천하신 후에도 계속 도움을 주시는구나.’
리온은 주께서 주신 달란트를 후대를 위해 소중히 활용한 선배에게 깊은 존경심과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감상에 젖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스테판에게 가르쳐줄 것들이 산더미였다. 그는 핵심적인 것들만 뽑아서 정곡을 찌르듯 전수해주었다. 이를테면.
“성경의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히브리어 ‘YHWH(יהוה)’로 나타내셨습니다. 흔히들 ‘나는(I AM)’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에는 그 자체로 신비한 이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대 히브리어에는 자음마다 대응되는 고유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인 ‘YHWH’의 네 구성 자음에 대응되는 고유 의미를 뽑아서 배열하면 ‘손을 보라, 못을 보라’라는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그 손을 보라! 그 못을 바라보라! (Behold the hand! Behold the nail!) 바보가 아닌 이상 무언가를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주야장천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리온에게서 들은 스테판은 곧장 정답을 알아맞혔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손을 말하는 거요?”
“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리온은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개 더 알려주었다. 그중에는 족보와 언어학을 관통하는 진리도 있었다. 하나님 자신이 언어와 수학과 역사를 지배하는 분이 아니고서는 이해되지 않는, 우연의 일치라고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비밀이었다.
“인류의 조상 아담부터 방주를 만든 노아까지 창세기 족보의 인물 이름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봅시다. 그들의 이름에 내포된 의미를 단어로 나열하면 이런 문장이 됩니다.”
‘인간(아담)은 놓이게 되었다(셋). 죽음(에노스)과 슬픔(게난) 위에. 그러나 복 되신 하나님(마할랄렐)께서는 강림하셔서 손수 사람들을 가르치셨다(에녹). 그분의 죽음은 가져올 것이다(므두셀라). 절망(라멕)과 더불어 평안(노아)을.’
스테판은 진지한 어투로 경탄하였다.
“계속해보시오.”
대화는 점입가경에 접어들었다.
“모세 오경을 의미하는 단어, ‘토라’에도 신비가 숨겨져 있습니다. 7의 제곱수인 49를 생각해보죠. 모세 오경의 첫 권인 창세기의 히브리 원문을 나열한 뒤 최초의 ‘T’부터 시작해서 49개 알파벳의 간격으로 총 자음 네 개를 뽑아내면 ‘토라’라는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리온은 직접 히브리어 성경을 펼쳐 시현해보았다. 창세기에서의 규칙은 출애굽기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민수기와 신명기에서도 각각 동일한 일을 시행해보니 이번에는 ‘토라’를 거꾸로 쓴 단어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모세 오경의 중간 번째 책인 레위기에서 7개 간격으로 자음을 뽑아내 보니 ‘YHWH’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흠, ‘토라’라는 단어들이 가리키는 중심 방향에 절대자의 이름을 놓여있군. 토라가 계시하는 진정한 본질이 절대자, 곧 하나님이라는 의미 같소.”
신학의 본질이라고 하긴 어려웠으나 우연치고는 신비했다. 적어도 초심자의 관심과 충격을 이끌기에는 충분했다. 이것 말고도 소개할 내용은 많았다. 예를 들어 창세기 원문 첫 문장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에는 오묘한 수학 규칙이 여럿 녹아 있었다. 또한 요한복음에서 종교 지도자들은 헤롯 성전이 지어지는 데 걸린 시간이 ‘46년’이었노라고 증언하는데, 놀랍게도 46은 성전의 본체이신 예수의 인간으로서의 육신, 곧 인체와 관련된 숫자이기도 했다. 본래 사람의 염색체 개수가 46개였으니까.
흥미로운 일화도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머리 팻말에 쓰인 히브리어 문장. ‘이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 이를 히브리어로 써서 단어 앞 글자만 따와서 합쳐보니 놀랍게도 ‘YHWH’가 되었다. 사실 그 당시 유대인 지도자들은 이 팻말의 문장을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는 말로 바꾸라 요구했었으나, 빌라도는 굳이 들어주지 않았었다. 만일 순순히 요구를 들어줬더라면 ‘YHWH’라는 단어는 만들어지지 못했으리라. 하나님이 그 상황마저 다스리고 계셨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증거가 자연과 수학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속성을 계시하였다. 스테판은 놀라워했다. 어찌하여 이런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지구라는 고향 세계의 주민들은 신을 믿지 않는단 말인가. 그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인간은 객관적인 증거만으로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하나님을 멀리하려는 죄악 된 성질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계시하기 위해 스스로 땅으로 내려오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 스스로는 신을 찾아 올라갈 방법이 없으니 그분께서 인간을 향해서 내려오신 것이죠.”
이어서 리온은 삼위일체에 대한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스테판은 왜 절대자가 하나이면서 세 위격을 가져야 하는지 당장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성경에는 분명히 반복적으로 삼위일체의 증거가 제시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전해 듣고 나니 막연하게나마 진리를 인정하게 되었다.
“참으로 어렵소.”
“하나님의 속성을 온전히 100%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어차피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분께서 그분 자신을 소개해주신 만큼만 깨달을 수 있죠. 그러니 이성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더라도 전혀 낙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날의 배움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스테판의 뇌리에는 한 문장이 자리 잡았다. 인간 스스로는 신을 찾아갈 수 없다. 신께서 직접 인간이 거하는 곳으로 내려오셔야 한다. 그 말의 일차적인 의미는 명백한 신의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신께서 인간으로 화하여 땅 위에서 인간과 아픔을 같이 나눠야 한다는 뜻. 하지만 이 진리를 단순히 역사적 관점에만 국한해야 할까? 한 개인의 마음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문득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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