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1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17. 신들의 전쟁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8.25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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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렵기는 해도 마땅히 이상히 여길 일은 아니었다. 기술 수준이란 일정 임계치를 뛰어넘으면 그 발전 수준 곡선이 점점 가파르게 솟구치는 법.
지금껏 인류사는 이를 충실히 증명해왔다.
직선 함수(linear)에서 지수(exponential) 함수로, 지수에서 팩토리얼(factorial) 함수로, 더 나아가 팩토리얼에서 탄젠트(tangential) 함수로까지, 그 가파름이 비약적으로 솟구친 발전사. 그 성장 곡선은 변곡점을 넘을 때마다 제어할 수 없는 대폭주와 함께 초법적인 도약을 일으켜왔다. 지금도 이러한 데 장래에는 얼마나 더 기가 막힌 일들이 펼쳐질까?
‘고작 식민지 관리용 하수인에 불과한 녀석들이 이 정도 수준이면, 지금의 인류연합의 본 군대는 대체 얼마나 강력하다는 거지?’
어쩌면 지난해에 형과 함께 우주를 탐험하며 보았던 인류연합 함대는 지금 수준으로는 하찮은 구세대 유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인류연합 군대와 마주하게 될 일이 문득 두려웠다.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에 맨눈으로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짜 신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넓은 안목과 세계관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경외감에 잠식되었을 만큼 압도적인 위엄들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니 신들의 외향은 참으로 독특했다. 생명체인지 허상인지, 기계인지 생체인지, 물리적 존재인지 소프트웨어인지도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의 하드웨어는 카테고리를 나누는 최소한의 분류 경계선마저 허물어져 버린 상태였다.
“위험하오.”
스테판은 떨림을 억누르며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우리를 노리는 건 아니겠죠?”
루디아의 눈동자도 긴장감에 빠르게 격동했다.
“윤혁과 스테판 씨만이라도 빨리 숨겨야 해.”
다행히 리온은 차분한 분별력으로 상황을 판단하였다. 현재 제일 위험한 건 본체 상태로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 세 로봇과 반지의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신들과 정면승부를 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둘이라도 살려야 한다. 로봇들을 소모품으로 소모해서라도.’
그때 갑자기 신들이 한 좌표로 모여들었다. 네 일행 근방에 있는 어떤 지점이었다. 그다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 직접 일행을 노리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과연 그것들이 신경 쓰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저기에 뭔가가 있어!”
루디아가 신들이 모여든 장소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녀의 말대로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작은 물체가 하나 있었다. 거대한 신들에 비해서는 덩치가 작았지만, 위압감만큼은 그들을 도리어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곧 그것으로부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발원하였다.
-중생들이여, 어찌하여 번민하는 겐가.
토속신들은 그 소리에 일제히 반응하였다.
-너는……, 설마 호문쿨루스인가?
-외부 세력이 왜 이곳에 간섭하지?
다시 인간 형체를 입은 물체가 대답하였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공중에 앉아 있었는데 카뮈네라의 신들의 기운과는 완전히 다른 기운이 그에게서 스며 나왔다.
-나는 ‘해탈한 자’, 보리붓다(Bodhi Buddah)라고 하오.
일행은 잠시 멍하니 얼어붙었다. 즉각 판단이 섰다. 저건 카뮈네라의 거짓 신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그나저나 왜 불교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하는 거지? 상황이 너무도 난처하고 어처구니없어서 이젠 더 깊이 생각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싶었다.
-그대들을 윤회의 고통에서 해방해주겠소.
보리붓다는 가부좌를 틀던 그 자세로 엄지와 중지를 말아서 손으로 원 모양 도형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근방 시공간 전체의 기운이 뒤바뀌며 시공 좌표가 왜곡되었다. 일행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이한 힘이 사방으로 확산하며 증폭되었다. 신들은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면서 보리붓다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힘과 권능이 충돌하면서 지각변동과 천재지변이 벌어졌다.
*
그 시각, 진은 여러 영상을 동시에 지켜보았다.
“해킹 툴 속에 보리붓다와 미후왕의 작동 개시 명령어도 같이 집어넣길 잘했군. 덕분에 칼리드의 의심을 조금이나마 더 덜 수 있겠어.”
현재 1만 개 이상의 하늘도시에서는 호문쿨루스 쌍이 활동 중이었다. 전부 같은 개체, 곧 보리붓다와 미후왕이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공명형 분신들이 전투 활동 중이었다. 본체가 따로 한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닌, 모든 분신이 동시에 본체인 시스템. 진이 지금껏 심혈을 기울여서 ‘분신술’ 테크놀로지를 개선해둔 덕이었다. ‘양자적인 얽힘’의 원리를 용케 활용한 덕에 이 수준까지 도달했다. 연구자로서 새삼 감격스러웠다.
“칼리드도 어느 것이 본체인지 못 알아보겠지. 애초에 전부가 본체니까.”
여유만만해진 진은 겸사겸사 윤혁 일행의 상황도 확인했다. 포탈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슬슬 텔레파시로 알려줘야 한다. 그들도 떠나길 아쉬워하겠지만 이번 여행지는 곧 포기해야 한다. 진 입장에서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나저나……, 저건 뭐지?’
텔레파시 채널을 통해 강윤혁의 눈을 빌려 상황 정보를 관측하던 진은 별안간 정체불명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의문에 싸였다. 하늘도시 내부인지라 명료히 관측하긴 어려웠지만 희미하게 촉이 전달되었다. 강윤혁 근처에 상당히 이상한 인간이 붙어있었다. 흥미롭게도 그에게서는 좋지 않은 낌새가 느껴졌다. 식민지 주민들에게 새겨진 보편적 특수 표식. 분명 그것이 존재하거늘 문제는 표식의 작동 패턴이 기묘하게 변형된 것이 감지되었다.
‘시민권을 얻은 주민……, 일리는 없지. 이놈은 뭐지?’
의구심이 점점 증폭되었다.
‘이레귤러? 지금 여기서만 봐서는 제대로 조사할 수가 없는데?’
이런 용어를 붙여도 될는지는 모르겠다만, 정말로 이레귤러로 분류해야 할 듯한 낌새. 만약 저 인간이 정말로 이레귤러가 맞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가 된다. 아버지에게 보고해야 한다. 만약 다른 철인왕들이나 인공지능들이 눈치챈다면 필시 저것을 잡아갈 것이 분명하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어찌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려고 했건만.”
그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였다. 현 표식 시스템의 완전성을 고려할 때, 자연적으로 이레귤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개입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치명적인 오류인가? 후자일 가능성은 현 단계에서는 희박하다. 그렇다면?
‘만약 개입이라면……, 누구지?’
의심 가는 범인 후보자가 몇몇 떠올랐다. 하지만 막연하게 추측만 해서는 아무 결론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일단 지금은 다른 초인들이 선수 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저것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해결책밖에 없다.
“원숭이.”
-뭐냐, 주인?
“시끄럽고……, 저것도 같이 데려와.”
즉각 진은 미후왕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송했다.
*
대격돌.
북구 신화 속의 라그나로크가 마치 딱 이런 모습일까? 무수한 이능력들이 현란히 충돌하였다. 중력파와 입자 빔이 사방으로 산개하였다. 국소적이나마 물리법칙 그 자체가 불안정하게 뒤흔들리며 시공간의 파동이 울려 퍼졌다. 그 여파만으로도 일행을 비틀거리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로봇 실드의 보호로 겨우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곤란해하는 건 구경꾼들만이 아니었다.
-저 녀석 도대체 뭐지?
-괴물 같은 녀석!
-알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고 있어.
-질량 변환, 환영 실체화, 거대화라.
-그것도 모자라 부분적이나마 법칙 간섭까지 벌이다니!
거짓 신들은 단 한 기의 호문쿨루스, 보리붓다를 상대로 엄청나게 고전하고 있었다. 물론 보리붓다도 한꺼번에 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벅찬지 힘겨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무적은 아닌 듯했다.
-전적인 나의 불찰이로다. ‘무아(無我)의 지경’에 이르고는 방심해서 수련을 게을리했으니 원. 이번 기회에 그대 미천한 중생들을 내 법술의 경지를 높일 연마의 도구로 삼겠노라.
말이 좋아서 무아지경이지, 초고도 문명의 결실로서 손에 넣은 물리적인 기능에 불과했지만, 보리붓다는 아무 말이나 붙이며 떠들어대었다. 이러한 기이한 사상적 습성은 개발자인 진이 개체 운용 소프트웨어를 이식할 때 적합 사고 체계로써 불교를 택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선택의 이유는 진의 개인적 신념이나 믿음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다. 단지 호문쿨루스에 장착된 이능력을 운용하고 연산하기에 가장 궁합이 좋은 사상이 불교였기 때문이었다.
한편, 숨어있던 윤혁 일행의 바로 위쪽에 다른 그림자들도 드리워졌다. 신들보다 힘은 약했으나 숫자는 훨씬 더 많았다. 신들의 수하들이었다. 그것들은 공중을 가득 메웠다. 곧 스크류와 쿠앤크와 비빅이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한 마리조차 상대하기 버거운 마당에 저런 어마어마한 수효는 무리였다.
쿠콰콰콰쾅.
바로 그때 폭음과 함께 신들의 권속들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 무참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공기 중에 묵직한 질량감이 느껴졌다. 유성이라도 떨어진 느낌이었다. 곧 하늘에서 거대한 산처럼 생긴 돌덩어리가 하강했다. 그것은 마찰력이니 중력이니 하는 법칙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유유히 움직이면서 살아남은 권속들을 야구방망이로 공치듯 쳐냈다. 그러더니 돌덩어리는 한점으로 응축되어 스스로 새로운 형상을 입었다.
-안녕.
그 돌덩어리가 씩 웃으며 윤혁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원숭이? 사람?’
정확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 분간이 안 갔다. 세 로봇은 일제히 그것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존재는 팔을 거대한 돌덩어리로 바꾼 후 크기를 거대하게 증폭시켜 로봇들을 후려쳤다. 순식간에 로봇들의 기능이 마비되어버렸다.
-설마 상하 관계를 잊었어?
긴장한 윤혁은 재빨리 친구들을 자기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러자 그 원숭이같이 생긴 개체는 다시금 소름 끼치는 미소 비스무리한 표정을 얼굴에 띄우더니 두 쌍의 꼬리를 뻗었다. 뱀처럼 길게 늘어뜨려진 꼬리가 순식간에 리온과 루디아의 몸을 휘감았다.
“리온! 룻!”
비명을 질러보았으나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놈은 미리 프로그램되기라도 한 듯 민첩히 행동했다. 그러나 구조의 손길도 거의 동시에 뻗쳤다. 일행이 칼티엔누르에서 보았던 이동 포탈들, 그 탈출구가 허공에 열렸다. 위기 중 반가운 신호였다. 그런데 즉각 기이한 일이 이어졌다. 원숭이 같은 그것이 리온과 루디아의 인형 몸체를 그 안쪽에 집어 던졌다.
‘탈출을 도와줘? 아니, 애초에 목표물이 아니었나?’
그 자리에 남은 인간은 윤혁과 스테판, 둘 뿐이었다. 원숭이는 축지법이라도 쓰듯 광속을 연상시키는 민첩함으로 스테판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윤혁도 스테판도 전혀 감지하거나 반응하지 못했다.
-네가 주인이 말한 그 녀석이구나, 이레귤러.
당황한 스테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원숭이는 꼬리로 그의 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내 놈의 근방에 있던 공간이 격자처럼 해체되더니 아공간 방식 차원 문이 열렸다. 그 너머로는 허허벌판의 우주 공간만이 보였다. 포탈과는 원리가 달라 보였다. 발악하며 외치는 윤혁을 뒤로하고 원숭이는 스테판을 들고 그 열린 문으로 유유히 물러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원숭이가 비틀거렸다. 그는 공간 틈새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문 입구에서 멈췄다. 마치 문턱을 넘으려다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라도 한 것마냥.
-뭐지? 소속제약의 표식? 풀린 게 아니라 그대로 있다?
당사자인 스테판은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있었다.
-설마 자기 마음대로 소속제약의 표식을 제어한다고?
윤혁은 원숭이가 고심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틈에 재빨리 달려들어 스테판을 내빼려 시도했다. 그러나 귀신처럼 그 움직임을 포착한 원숭이는 제 손을 검의 형태로 바꾸어 윤혁을 향해 팽창시켰다. 절체절명의 순간, 손날은 윤혁의 눈앞에서 멈췄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이 막혔다. 미후왕이 멈칫하는 것으로 타의인 듯했다.
{최우선 감시대상.}
호문쿨루스의 뇌리에 심겨진 컴퓨터가 개체의 전신 신경을 억제하였다. 미후왕의 시야에 들어온 윤혁의 얼굴 위로 그의 CPU가 발원하는 메시지가 튀어나오며 겹쳐졌다. 미후왕의 뇌리는 자체적으로 강렬한 경보음을 울렸다.
{절대 보호! 요주 인물.}
-이 녀석은 정체가 뭐지?
원숭이가 당황한 틈을 타서 윤혁은 스테판을 성공적으로 낚아챘다. 그러나 상황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그것의 시선이 이번에는 윤혁의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향하였다. 본능적으로 뭔가 중대한 의미를 깨달은 것인지 호문쿨루스의 눈빛이 돌변하였다.
-저건!
미후왕의 뇌에 심겨진 기계들과 텔레파시 수신 전용 내장이 본능적으로 윤혁의 반지 속에 심겨진 막강한 기술로부터 위압감과 경외감을 느꼈다. 그 반동으로 이내 미후왕의 머릿속에서는 넘칠 듯한 탐욕이 끓었다. 탐욕은 이내 비이성적인 충동을 낳았고 이는 비정상적인 돌발 행동으로 이어졌다.
-혹시 저것만 내 손에 넣으면……, 나도 해탈과 해방을?
원숭이의 손이 이번에는 윤혁의 가슴 쪽으로 향해 확장되었다. 회피하기에는 늦은 상태였다. 목걸이를 붙잡은 괴물은 거칠게 줄을 당겼다. 잡아당겨지는 줄 너머로 전달되는 완력이 상당했다. 어찌나 억센지 목덜미 피부로 사슬이 파고들 지경이었다. 아찔한 통증과 질식감에 윤혁은 실신하여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러던 중 갑작스레 목을 압박하던 힘이 사라졌다. 풀려난 윤혁의 몸은 반작용으로 넘어졌고 실신했던 그의 정신이 맑게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윤혁과 스테판은 원숭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 있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오는 쪽을 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원숭이의 손은 불에 탄 듯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진 상태였다. 녀석은 괴로운 듯 소스라치는 섬뜩한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뭐지? 다행인건가?’
피로감이 잔뜩 누적된 윤혁은 다시금 의식이 어지러지는 것을 느꼈다. 스테판은 쓰러져가는 윤혁을 재빨리 등에 업었다. 그의 예리한 직감이 어느 쪽으로 달아나야 할지를 선명히 알려주었다. 방금 전에 두 동료가 통과했던 포탈, 원숭이가 열어놓은 다른 유형의 문이 아닌 그곳으로 달아나야만 한다.
‘설마 또 막히는 건 아닌지?’
스테판은 아주 잠깐 망설였다. 원숭이가 그를 세계 밖으로 데리고 가려 했을 때 스파크가 튀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자기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본능적 직감이 들었다. 스테판은 눈을 딱 감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무사 탈출을 염원하며 포탈을 향해 몸을 내어맡겼다.
화르르르륵.
두 사람이 포탈을 통과함과 동시에 극적으로 그 지점이 무너져내렸다. 토속신들의 전투로 인해 파생한 불꽃과 섬광의 폭우가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려 이내 포탈이 있던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신들의 치열한 격전은 인근 평야를 남김없이 잿더미로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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