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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27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2. 티아라 로페즈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9.27 | 회차평점 0 0

 

 

 

 

 

Chapter 22. 티아라 로페즈

 

 

 

 

 

 

   혼돈의 시대라는 풍파가 선명한 흉터를 남겼던 땅, 곧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가 교차하는 사이 땅 부근. 이스라엘과 인접 몇몇 지역은 중첩된 전쟁의 여파로 망가진 뒤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22세기 초반, 인류의 영광을 재현한 신(新)인류연합은 다른 지역은 훼손되기 이전을 넘어선 아름답고 찬란한 문명지로 복구시켰으나 유독 이 사이 땅에 대해서만큼은 무관심하게 손을 놓았다.

   자연히 그 지역에서 태어난 두 소년 리온 마흐무드와 마라크 러츠는 다른 이웃들이 그러하듯 상대적으로 불우하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디까지나 외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말이다.

   당시 지구의 모든 종교는 종류나 규모를 막론하고 소멸 추세에 있었다. 자칭 기독교 신자들은 배교나 종교 통합 운동에 참여했다. 불교와 힌두교 역시 본체를 잃은 기이한 변질 형태로 통합 종교에 합병되었다.

   이슬람도 궤적은 비슷했으나 한 가지 예외는 하나 있었다. 22세기 무렵에 들어서 신흥 세력으로 일어난 이슬람 분파가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현월을 숭배하는 크레센트 일파였다. 물론 정작 절대신을 믿는다 여기는 본인들은 자신들의 초승달 숭배를 인정치 않았지만.

   그들은 코란 경전에 예언된 선지자 마흐디를 극단적으로 갈망했다. 십수 년 전쯤 마흐디 기대 사상이 극에 달할 즘에는 현월 숭배자들이 마침내 이 땅에 마흐디가 강림했노라는 확신에 차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녀’를 숭상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추종자들을 쓰다 버리는 폐기물 정도로 취급했지만, 그 숭배의 여파는 질기고도 길었다.

   이 크레센트 집단은 근현대사적으로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을 괴롭히는 중동 지역의 주된 폭력배들이요, 악랄한 숙적들이었다. 불똥은 자연히 이스라엘과 인접한 나라인 구(舊) 이집트 지역에까지 튀었다.

   당시의 북아프리카는 국가라는 경계가 이미 해체되어 사하라 연합 속에 복속되는 추세였다. 불행히도 이집트 일부 지역은 이런 연합 결성에마저 참여하지 못한 채 버림받았다. 이내 그 퇴출 지역들은 황무지로 변했다. 이런 보호의 결여 상태에서 사이비 괴뢰 집단의 난동은 치명적이었다.

   그런 지역에 살던 빈민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적잖이 있었다. 이들은 이집트 본토의 전통 종파인 콥트교에서 파생되기는 했으나 인접해있던 이스라엘로부터 찾아온 메시아닉 유대인들과 프로테스탄트 선교사의 영향을 받아 교리적 특성이 초대 교회만큼이나 정결해진 종파였다.

   이들 21세기 후반부터 22세기 초반 무렵의 이집트 기독교인들은 물리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었으나 영적으로는 전보다 더 풍성해진 상태였다. 폐쇄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들은 외부 선교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였고 배교치 않은 신실한 프로테스탄트 신자들과도 많은 영적 교제를 나누었다. 성도 개개인도 신실한 삶과 행동으로 그리스도인다움을 증명했다.

   여하튼 이 버려진 불모지에서 가난한 삶을 간간이 이어가던 공동체 안에서 두 명의 성실한 청년이 성경 말씀을 읽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천재는 아니었으나 사리 분별에 능했던 둘은 세계의 회복과 하나님 나라 강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가난과 척박함은 그들에게서 공부할 기회를 앗아갔다. 훗날 인류연합의 신 경제 시스템이 ‘생명과 유착된 자본’ 체계를 정립하면서 그들의 공동체도 가난에서 벗어나긴 하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살던 중, 여덟 살의 리온과 마라크가 살던 마을에 한 신비로운 은인이 찾아왔다. 인류연합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섰던 인물, 전설적 영웅, 사람들이 ‘성녀’라고 칭송해 마지않던 여인. 당시의 티아라 로페즈는 고작 열네 살에 불과한 소녀였음에도 이미 친구들과 함께 세계를 논하던 위대한 거장이었다.

   그녀는 거금을 들여 척박하고 가난한 지역에 구제를 베풀었고 탁월한 의료 기술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무수히 살렸으며 주민들이 교육받지 못해 낙후되어가던 지역에 계몽을 선사하였다. 카이젤이 권력을 쥔 황제였다면 그녀는 만민에게 환호받는 교황에 준하는 존재였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티아라는 리온의 고향을 향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하도록 도움을 베풀었다. 사실 그녀는 그곳뿐 아니라 자신이 방문하는 곳마다 항상 그와 동일한 선행을 해왔다. 사정이 어쨌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기에는 충분한 인품과 업적이었다. 리온의 할아버지인 켄 역시 그녀의 선량함을 높이 평가했고 그 이외의 모든 이웃이 그녀를 호평했다.

   이집트 지역을 순회하며 가난한 이들을 돕던 중 티아라는 어린 두 소년에게 유난히 관심을 기울였다. 여덟 살의 리온과 마라크. 아직 어린 나이에도 그리스도에게 충성할 줄 아는 신기한 이들. 그녀는 둘을 보고 무슨 생각을 품었을까? 당시의 티아라는 둘을 간과하지 않고 눈여겨보았다.

   어린 리온과 마라크도 티아라를 나름 꽤 좋아했었다.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세계 제일의 미녀로 꼽힐 만큼 아름다웠고 선량함이 미소에 녹아있었으며 행실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런 사람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는 없으리라. 티아라가 북아프리카 지역을 구제하는 동안, 두 소년은 성녀와 친하게 지냈다. 또한 성녀는 종종 두 이웃집, 곧 두 소년의 가정에 개인적 초대를 받아 식사도 나누곤 했다.

   얼마 후 티아라는 주민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희망을 남긴 채 리온의 마을을 떠나갔다. 한 달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남겨진 그녀의 행보는 사람들의 뇌리에 강력히 새겨졌다. 심지어 리온과 마라크에게도. 떠나기 전 그녀는 둘을 이렇게 다독였다.

   “누나가 언젠가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착하게 지내세요.”

   몇 년이 흘러 두 소년은 열두 살이 되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열여덟 살의 아름다운 숙녀가 된 티아라가 그 마을을 다시 방문했다. 때는 이미 인류연합의 활약으로 인해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지구상에 가난한 지역이 남지 않은 때였기에 티아라의 역할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친구들과의 경쟁을 내려놓고 권력을 포기한 티아라는 자유로운 혼이 되어 세계 곳곳을 순회하던 참이었다. 종종 카이젤의 부탁을 받아 여러 젊은 초인들을 가르친 것만 빼면 공적인 업무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던 중 문득 이집트에서 스쳐 가듯 만난 두 소년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던 티아라. 그녀의 귀환은 운명적이었다.

   소년들은 돌아온 티아라를 환영했다. 그녀도 둘을 사랑스럽게 대해주었다. 문득 티아라는 두 소년을 자신이 직접 가르쳐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주로 초인, 그것도 탁월한 축에 속하는 이들만 가르쳤던 그녀였기에 평범한 일반인, 그것도 낙후 지역 출신의 못 배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녀는 기꺼이 도전에 뛰어들었다. 리온과 마라크의 가족들도 마을의 은인이 직접 자녀들을 교육해준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였다.

   가장 강력한 다섯 초인 중 하나였던 티아라,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특수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교육’과 관련된 재능이었다. 위버멘쉬로 등극한 카이젤이 비록 그 재능마저도 완벽히 습득해버리긴 했으나 그는 정치와 경영과 연구에 바빴기에 남을 가르칠 시간이 부족했다. 자연히 그 재능을 써서 3세대 초인을 가르치는 일은 주로 티아라의 몫이었다.

   그녀의 재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피교육자 고유의 재능을 각성시켜 아주 예리한 명검으로 재각성시키는 것’이었다. 단순한 차원의 교육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기현상. 그것은 현실적인 재능이라기보다는 어떤 비현실적인 고유 능력, 가히 영적 현상에 한없이 근접한 것이었다.

   여하튼 그런 위대한 교육자가 두 소년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뇌파 공명을 통한 강제 지식 주입이나 가상 현실 접속 따위의 현대기술적 산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가 관심을 쏟는 부분은 리온과 마라크 본신의 능력을 온전히 향상하고 더 나아가 자기 스스로 성장하는 능력을 그들에게 영구적으로 심어주는 것이었다.

   리온에게는 ‘종교’와 관련된 비상한 능력이 내재되어 있었다. 티아라는 처음 만난 순간 단번에 이를 파악하였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세상 모든 종교와 교파를 객관적으로 해부할 지식과 혜안을 주었다.

   이를 위해서는 혼합 종교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일이 필연적 수순이었다. 하지만 티아라의 교육은 세뇌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철저히 피교육자가 자율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끌고 교육하였다.

   티아라는 리온에게 온갖 종류의 무기를 한 번씩 만져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그 가운데 리온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어릴 때 배웠던 성경이었다. 거짓들을 하나씩 재확인한 덕에 역으로 리온은 기가 막힐 정도로 진리를 잘 분간하는 재능을 획득했다. 아울러 기존 기독교 교파들의 교리에 담긴 세부적인 잘잘못도 성경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가르친 티아라 본인은 세상의 모든 교훈이 하나로 융화될 수 있다고 여기는 자였다. 실제로 그녀는 탁월한 언변을 발휘하여 종교적 분쟁을 지구상에서 종결시키기에 이르는 기염도 토했었다. 혹자는 22세기의 종교 통합에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그녀라고 평가했다. 물론 티아라 스스로는 무대에 직접 올라서서 발언하기를 즐기지 않았다. 그러나 성녀라는 타이틀이 가진 영향력과 평화를 제창하는 달콤한 속삭임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녀의 교육이 인간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은 가장 순수하고 완벽한 복음주의자를 빚는 데 이바지했으니 참으로 역설적인 노릇이었다. 리온은 그녀의 사상은 받들지 않고 그녀의 교육 방식만 받아들였고 덕분에 최고의 종교 통합 주의자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고로 철저한 복음주의자가 탄생했다.

   그렇다고 마냥 티아라와 리온 둘 사이가 대립 관계였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종교적 사상에서는 대립하였지만, 인간적으로는 티아라도 리온을 존중했고 리온도 사부의 두뇌와 실력만큼은 순수하게 인정하며 경의를 표했다.

   게다가 그가 그녀에게서 배운 지식은 비단 종교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리온과 마라크에게 수사학, 논리학, 수학, 현대 과학, 사회 과학, 정치학, 언어 등 광범위한 영역의 학문을 가르쳐주었다. 이는 훗날 리온이 활약하는 데 좋은 밑천이 되었다. 리온은 이 점에 있어서는 그녀를 은인으로 여겼다.

   석 달에 한 번씩 정해진 날짜가 돌아오면, 리온네 가족과 마라크네 가족은 은인이자 사부인 티아라를 자기 집에 초대하여 저녁 식사와 다과를 나누었다. 영리한 티아라는 종교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녀의 사상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녀와 두 집안의 인간적 관계는 그럭저럭 원만하고 부드러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두 소년의 20개월간의 훈련이 끝났다.

   티아라는 북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마라크 러츠의 가정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녀로부터의 별도의 추가 연락은 없었지만, 정해진 날짜마다 어김없이 그녀가 방문했기에 마라크의 가족은 당연히 그녀가 오리라 생각하고 대접을 준비하였다.

   그때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집안일을 하던 마라크에게 절친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걸려왔다.

   “지금 집에 있어?”

   “응, 무슨 일이야?”

   리온의 다급한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네 식구들은 어디야?”

   “같이 있어. 네 할아버지도 여기 오셨어.”

   “마라크, 일단 모임을 파하고 사부를 기다리지 마.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한 달째가 되었는데도 사부로부터의 시그널이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아. 지난 한 달간 사부 행방에 대한 정보가 부재해. 연락도 안 돼.”

   리온은 마라크와 가족들에게 긴급하게 정황을 살필 것을 제안했다. 급한 나머지 횡설수설에 가깝게 설명이 이어졌기에 마라크로서는 리온이 말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알기 쉽게 설명해봐!”

   “그러니까!”

   그러나 두 친구의 대화는 자세한 설명을 나눌 만큼 여유롭게 이어지지 못했다. 정체불명의 폭발음과 함께 느닷없이 불길이 마라크의 가정을 집어삼켰다. 마침 마당에 있다가 곁에 있던 어린 에이든을 안고 뛰쳐나간 켄 할아버지를 제외한 모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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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음 회차는 복잡한 설명이 나올 수도 있으나 세세한 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충 훑어 넘겨보셔도 스토리 이해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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