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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29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2. 티아라 로페즈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09.30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어떤 말로도 변명이나 위로가 되지 못하겠죠.”

   그녀는 사랑하는 제자의 죽음에 본의 아니게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며 크나큰 유감을 표하였다. 당시의 그녀는 스스로의 목숨을 지킬 공적인 의무와 당위성이 있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이 희생되었으니 죄책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왜 마라크나 저에게 미리 경고해주지 않았죠?”

   여전히 미련을 못 떨친 것인지 리온이 되물었다.

   “저도 희생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당신들과 다른 희생자들이 그 위기에 얽혔음을 깨달은 시점에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였죠. 저는 그때 손발이 꽁꽁 묶인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만일 그때 무리해서 연락을 주었다면 그 연락조차도 일종의 ‘정보 교류’로 여겨져 확률 피격 병기의 추적 실마리가 되었으리라. 그랬다면 오히려 티아라도 죽고 그녀의 지인들도 전멸했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확률 함수가 절대 관측되지 않도록 통신 체계는 물론 아예 모든 정보 체계와 격리를 자처했던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즉각 피살되거나 납치당했겠죠. 그 뒤에는 리더가 없어진 불안정한 인류연합이 그 범죄 주동자들과 싸움을 벌였겠죠. 필시 큰 전쟁으로 이어졌을 거예요.”

   하마터면 지배자들의 탐욕이 인류를 소멸시켰으리라. 리온은 사라져버린 그 가능성을 생각하며 속으로 치를 떨었다. 사부의 고백을 통해 그 초인이란 족속의 민낯을 보게 된 기분은 생각보다 불쾌했다. 마치 인간의 민낯을 더 짙게 농축해놓은 실상을 보게 된 것 같아서.

   “흐흠, 그나저나 말이지.”

   사제 사이의 절제된 신경전을 조심스레 보고만 있던 윤혁이 정적을 깼다.

   “리온 너는 저분의 ‘의심스러운 부재’를 당시에 어떻게 미리 눈치챘던 거야? 단순히 연락이 없었다는 것만으로 추리해내기에는 다소 비약이지 않나? 뭔가 결정적 확신을 심어준 단서가 있었을 텐데?”

   제삼자로서는 충분히 의아해 할만한 부분이었다. 티아라와 리온에게는 워낙 당연한 이야기인지라 대화 도중 이 부분의 설명은 생략되었고 윤혁으로서는 궁금증만 생기고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

   “아, 그게…….”

   “설명해드릴게요.”

   리온이 해명하려던 차에 티아라가 말을 가로챘다. 곧 두 사람의 교차 해설이 이어졌다. 워낙 설명력이 뛰어난 성녀의 정리 덕분에 번갈아 가며 쏟아지는 정신없는 설명에도 귀에 쏙쏙 박히듯 이해가 되었다.

   그날의 비극이 있기 한참 전, 티아라는 제자 중 유일하게 리온을 택해 자신의 특수 연락망을 선물해준 바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만 소유한 어떤 ‘물체’의 기능을 공명해 만든 연락 체계였다. 일반적인 통신망과는 운용 패러다임이 달랐으며 ‘텔레파시’ 원리를 부분적으로 차용한 메커니즘을 지녔다.

   “종교학 수업을 잘 수료했으니 보상으로 이걸 줄게요.”

   티아라는 아무런 생색도 없이 이 말과 함께 선물을 건넸다. 워낙 자연스럽게 건넨 탓에 리온은 그 선물이 얼마나 희귀한 진품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세상 경험이 늘면서 깨닫게 되긴 했으나 그때는 이미 비극의 사건으로 인해 사부와의 연이 닿은 모든 것을 버린 뒤였다.

   선물 받은 그 연락망은 시시각각 말을 주고받는 식의 통신 체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영 혹은 초자연적 실체가 인간과 소통하는 방식을 모방한 듯한 연락 플랫폼이었다. 티아라는 종종 그 플랫폼을 통해 텔레파시 노이즈를 간간이 전송해 꼬마 시절의 리온이 그 속에서 모종의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도록 해주었다.

   신호는 불규칙하고 무질서한 패턴으로 찾아왔다. 매 순간 자신이 신호를 받는 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조차도 대단한 집중력과 지혜가 필요했다. 경험과 요령도 이 판단 능력의 향상에는 적용이 안 됐다.

   또한 신호에 담긴 내용을 판단하는 것을 한 차원 더 어려웠다. 단편적 조각들만으로는 부족했다. 최소한 수주, 수개월, 수일의 시간 동안 신호들을 적립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그마저도 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때 분석하면 아무 정보 소득이 없었고, 기대하지 않은 때에 불시로 시도하면 의미 있는 해석이 도출되기도 했다.

   참고로 그 운이라는 변수는 매우 강력했으며 수신자의 개인적 두뇌 능력에 비례하지 않고 무작위적이었다. 그렇기에 천재성을 갖추지 못한 리온도 어느 정도는 운에 힘입어 간간이 해석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다.

   선물을 받은 이후로 리온은 티아라와 헤어진 뒤 다시 재회하기까지의 기간에는 항상 그 연락 장치를 활용했다. 물론 성령께서 사용하시는 잠잠한 영적 소통법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불쾌하긴 했다. 어쩌면 성령의 방식을 모방한 다른 영들의 방식을 본뜬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도 들었다. 어느 쪽이건 영 기분이 찝찝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연락 장치 자체는 영적인 물건이 전혀 아니었기에 리온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직 아이에 불과했던 그가 호기심을 과감히 뿌리치기에는 그녀의 발명품은 너무도 흥미로웠다.

   티아라는 한 만남이 끝난 후 다음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항상 불규칙한 듯 주기적인 신호를 노이즈 형태로 빚어 반지속적으로 전송해주곤 했다. 신호를 잡아내기란 쉽지 않았고 해석 성공률은 더욱 낮았다. 그래서 리온이 얻을 수 있는 깨달음과 정보는 지극히 적었다. 그래도 운이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사부의 안전 여부, 그녀의 지상 존재 여부, 개략적 위치 정도는 얼추 유추할 수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쉽진 않았다. 어떨 때는 티아라와의 만남이 약속된 당일 아침에 겨우 그녀의 안위를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그녀는 워낙 신출귀몰했기에 그런 식으로밖에 행방을 확인할 길이 없었지. 다른 식으로는 도통 연락이나 소식 듣기가 불가능했거든.”

   다행히 보통 약속 시점 최소 1시간 이전에는 그녀의 행방에 관한 신호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잘 점검되곤 했다. 그때마다 리온과 마라크는 ‘아직 사부가 살아있구나’, ‘오늘은 그녀가 올 수 있겠구나’ 하고 여기며 안도했었다. 이 과학적인 듯 비과학적인 듯 모호한 안부 확인법은 한 번도 오차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마라크의 가족이 희생된 날은 달랐다. 그날로부터 한 달 전부터 리온은 전에도 그랬듯 스승으로부터 받은 연락책으로 신호를 모아보았으나 아무리 그 파편을 종합해봐도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무의미한 노이즈뿐이었다. 그러한 경우가 없었기에 당황했으나 리온은 차분히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당일 저녁이 다 되도록 티아라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우리는 재앙의 화염에 휩싸였지.’

   만일 조금만 더 타이밍이 안 좋았다면 에이든과 켄 할아버지도 가까스로 피하지 못한 채 죽었으리라. 어쩌면 리온 자신도 벌써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 곁으로 불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녀와 얽힌 만큼 그 확률 피격 병기의 사정거리 내에 충분히 있었을 테니까.

 

   회상을 마친 리온은 약간의 정도 담기지 않은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로서도 딱히 사사로운 감정으로 원한을 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예전의 그 은인으로 바라볼 생각도 없었다. 이제 이 관계는 완전히 정리되고 청산되어야 한다.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정은 모두 다 들었으니 이제는 그만 우리를 떠나주십시오. 저와 사부는 더는 얽혀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길은 우리의 소명과 화합될 수 없어요.”

   과거는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미래였다.

   “리온의 심정은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부디 제 친구들에게마저 감언이설을 늘여놓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경고가 담긴 예리한 일침. 그러자 지금까지는 아련함과 미안한 감정을 잔뜩 담아내었던 티아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그것은 자애로운 스승이 어리석은 제자를 꾸짖기 위해 내려다보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노기 같은 모양은 전혀 없음에도 불안감을 유발하는 위엄이 느껴졌다.

   “과연 내 제자답네요. 그 신념은 높이 평가해요.”

   옆에서 경청하던 윤혁은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스승으로서 조금은 걱정되네요. 당신들의 배타성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괴로워할지 말이에요. 당신들의 무책임함으로 싸움이 번질 것을 뻔히 알면서 마냥 내버려 두려니 찝찝한 기분이네요.”

   그 상냥한 목소리에는 거역지 못할 무서운 힘이 담겨있었다.

 

 

 

 

 

*

 

 

 

   선교팀은 티아라로부터 떨어져 일단 숙소에 모였다.

   “다들 그녀를 조심해.”

   회담 자리에서 리온이 나머지 세 친구에게 경고하였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으로 공격받거나 군중에게 공개 비난을 당했었지.”

   그 일들도 매우 곤혹스럽긴 했다.

   “혹은 많이 해봐야 기묘한 실체들과 얽힌 정도였어.”

   그것들도 결코 가벼운 모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종류의 위험과는 전혀 달라.”

   도대체 어떤 위협이길래 이 같은 경고가 필요하단 말인가? 셋으로서는 온전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제자였던 이는 그 무게를 쉽게 실감했다. 조심해야 할 요소는 물리적 위협이 아닌 그녀의 사상. 사부와 오랜 시간 함께하며 그녀를 알아 온 리온은 그 사상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도 그녀가 작정하고 미혹했다면 속절없이 당했으리라. 자신이 세뇌당하지 않은 것이 그녀의 방치로 인함임을 그는 알았다.

   “음, 아무래도 조심해야겠지. 언변이 상당하더라.”

   윤혁도 나름 경각심을 갖기로 다짐했다. 무려 자신의 형인 그자에 버금갈 정도로 탁월한 초인이라고 하니 가벼이 여길 바는 아니었다. 자칫하면 그 정신 빼놓는 화술에 이용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심각성 인지는 온전하지 못했다.

   “단순히 언변만이 전부가 아니야.”

   리온은 심각하게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굳혔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는 네 형보다 더 위험할지도 몰라.”

   “뭐? 그 정도까지? 말도 안 돼!”

   쉽사리 믿기 힘들었다. 장차 멸망의 아들이 될지도 모를 존재인 위버멘쉬보다 위험하다고? 물론 리온은 위버멘쉬의 본질에 대한 진실을 듣지 못했다지만, 어쨌건 영적으로 민감한 그가 받은 직감이니 간과할 수는 없는 지적이었다.

   “그녀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길래?”

   “너도 3대 지도자, 법황, 미황, 도황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 있지?” 

   “뭐, 그야 당연히…….”

   근현대 역사책에서 심심찮케 들어본 명칭이었다. 그 단어들에서 윤혁은 꺼림칙한 직감을 받았다. 루디아도 그 호칭을 대강 아는지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 부정적인 감정 반응이 드러나는 쪽으로. 스테판 혼자서만 도통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게 티아라 씨와는 무슨 관련인데?”

   “그녀가 그 파편들의 최종 수렴점이니까.”

   잠시 짤막한 역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사라져 역사의 뒤안길로 떠난 로마 교황청, 그것의 세 후계 직위가 있었으니, 바로 법황(Karma pope), 미황(Maitreya pope), 도황(Sage pope)이었다. 이 세 줄기의 기원에 관해 논하려면 근대사를 간략히 짚을 필요가 있다.

   21세기 중반 무렵, 초대째 위버멘쉬는 권력을 공고히 한 이후 몹시 거슬렸던 집단 중 하나를 제거 표적으로 정했다. 그는 수백 년간 네오 오더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교황청을 과감히 해산시켰다.

   그러나 뿌리 깊은 교황 시스템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종교 통합주의라는 사조에 편승하는 기묘한 방식으로 맥을 유지했다. 기존의 자존심은 버린 채 불교, 도교, 힌두교 등의 동양 종교 속에 기이하게 융화된 뒤 기타 다양한 종교들을 흡수하여 새로이 변모하였다.

   그 결과로 교황청이라는 씨앗이 죽고 새로운 세 축의 종교 권력이 새싹으로서 피어났다. 그것이 바로 법황청, 미황청, 도황청이었다. 해산 명령의 주체인 초대째 위버멘쉬인 칼튼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세 일파 모두 죽은 듯 잠자코 수면 아래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칼튼이 죽고 혼돈의 시대가 도래하자 교황청이라는 어미가 낳은 세 딸은 기다렸다는 듯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훗날 초인 3세대가 인류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면서 이 세 종교 시스템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성녀 티아라 로페즈는 명맥뿐인 법황청, 미황청, 도황청의 자격과 권한을 모두 양도받았다. 아니, 양도보다는 흡수라는 표현이 적합하리라. 그녀는 기존의 법황, 미황, 도황을 폐위시킨 뒤 적법한 후계자로 자기 자신을 지목한 뒤 기어코 세 축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이후 카이젤의 인류연합이 지구 전역과 은하 식민지를 석권하면서 세 종교 기관은 칼튼의 교황청 해산 때처럼 영구적으로 폐쇄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껍데기뿐이었던지라 큰 의미는 없었다. 알맹이와 유익은 이미 모두 성녀에게 고스란히 흡수된 상태였다.

   세 기관의 폐쇄 후로도 티아라는 성녀라는 이명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선한 존재로 추억되었다. 게다가 비공식적이나마 세 종교 기관의 권위를 미리 흡수해둔 것도 효과를 지속적으로 발휘했다. 정통 복음주의자가 아닌 종교인들은 성녀의 권위와 명성과 타이틀에 매혹되어 그녀를 아름다운 위인으로 신봉하였다. 종교를 하나로 합치는 구심점, 그것이 그녀의 직위가 가진 힘이었다.

   “허나 타이틀보다 더 무서운 건 능력이야. 기존의 종교 통합주의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궁극의 존재, 그게 바로 사부야. 당장 나부터가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의 사사를 받고도 정반대의 대척점에 남아 있었는지 이해가 안 돼. 아마도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허락된 성령님의 권능이었겠지.”

   가히 최고로 위협적인 호칭과 직위와 능력이 최고의 적임자를 만나 극강의 조합을 이룬 셈이었다. 윤혁과 루디아는 그제야 티아라 로페즈라는 인간이 얼마나 드높은 태산인지를 깨달았다. 특히 초인의 지혜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잘 알고 있는 윤혁에게는 성녀라는 장벽이 더욱 가파르게 느껴졌다. 그녀와 말을 섞고도 온전한 신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윤혁.”

   리온의 염려하는 어투에 윤혁은 말하기를 주저하였다.

   “되도록 사부와 마주하지 말고 그 자리를 피해. 그래도 매너 자체는 신사적인 분이니까 너를 함부로 다루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일단 한번 토론에 빠져들면 절대 네 힘으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어.”

   사실 제로원에서 한 번 형과 토론했던 적이 있던 윤혁은 내심 이번에도 유혹에 넘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교리에 있어 제일 튼튼하고 믿음직한 리온조차도 저토록 경고하는 것을 보아 보통 심각한 상대가 아님은 분명했다. 아마 친구는 앞서나가기를 좋아하고 경계심이 부족한 윤혁의 약점을 염두에 두고 충고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다.

   “루디아도, 스테판 씨도, 마찬가지예요. 부탁할게요.”

   둘은 말없이 승낙의 표시로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안전한 걸까?’

   당부하는 리온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만일 티아라가 작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흔들려 한다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그녀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게 가능키나 할까? 상대는 귀를 넘어서 머릿속으로 텔레파시를 직접 쏘아붙일 수 있는 존재. 더욱이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거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능력도 보유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심령을 잡아먹힌다.

   ‘신앙을 없애진 못하겠지. 그건 하나님의 영역이니까.’

   어디까지나 영혼 속에 새겨진 참된 믿음이라는 가정하에서만. 그렇지 않은 피상적인 믿음, 지식적 차원의 믿음이라면 얼마든지 부숴버리고도 남을 위인이다. 또한 설령 대상이 참된 믿음의 소유자라도 헌신의 삶은 포기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이를테면 낙담하여 선교의 길을 포기하게 유도한다거나. 그 일이 자신과 친구들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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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렇습니다. 이번 편 보스는 '종교통합'. (신호 어쩌고 이야기의 자세한 설명은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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