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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38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5. 산 위에서의 대결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10.18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강윤혁의 말이 사실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윤혁은 한꺼번에 하이테로의 모든 종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누가 인간이고 누가 아닌지를 밝혀낸 셈이었다. 다시 말해서 티아라의 과제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자기 자신의 계산력이나 두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도 해결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답과 정확하게 일치해.’

   티아라는 하이테로에 서식하는 모든 종족과 모든 개체를 일일이 알았다. 그녀는 그들 중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인간이 아니며, 각 무리와 족속이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형성되었는지, 그 기원의 역사와 변천사를 정확히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윤혁이 제출한 답안이 정답과 일치함을 부인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일개 일반인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지?’

   그녀는 이것이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지혜가 아님을 직감했다.

   “괜찮소?”

   스테판이 지쳐 주저앉은 윤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고마워요. 스테판 당신이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정확히는 성령께서 알려주신 것이지만, 그래도 당신이 준 힌트의 힘이 컸어요.”

   “과찬이오.”

   그들은 전일의 일을 잠시 떠올렸다.

 

   전날 밤, 윤혁은 스테판과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텔레파시라는 기술력에 관해 각자가 추리하는 바와 알고 있는 바를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이 대결의 가장 큰 관건이자 가장 중요한 보상인 만큼 토론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물론 스테판에게 티아라의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서 생각할 의의가 있었다.

   스테판의 특이한 정체성과 텔레파시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이해해야만 하다 보니 둘의 대화는 점점 개인적인 담화의 영역으로 흘러갔다. 스테판은 윤혁의 부탁을 받아들여 자신이 걸어온 지난날의 행적에 관해, 그리고 그 행적들로 인해 자신의 정신세계에 불어닥친 여러 변천의 역사를 숨김없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레귤러로서의 삶, 나그네로서의 여정, 그리고 윤혁 일행을 만난 이후로 겪은 변화와 회심으로 말미암은 정신 변화까지. 깊은 공감 능력 없이는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그 덕에 윤혁은 중요한 실마리를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성녀의 텔레파시 운용 방식은 하늘도시 주민, 즉 식민지 주민들에게 태생적으로 주어진 ‘표식’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것이 분명해요.”

   “왜 그렇게 생각했소?”

   “형이라면 틀림없이 허락도 없이 다른 초인들이 식민지 주민들을 마음껏 농락하는 일을 허락지 않았을 거예요. 소수의 신뢰할 만한 자들에게만 정신 간섭을 허락하겠죠. 그것도 자신의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에서 말이죠.”

   윤혁은 진에게서 들은 이야기들과 카이젤이라는 인간의 방식을 떠올리며 차분히 추리해보았다. 그 많은 인간을 다스릴 권리를 자신 이외의 다른 존재에게 양도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는 뜻은 정신 간섭이 마음대로 자행되지 못하도록 보호장치를 두었다는 말인데, 그에 합당한 후보로는 스테판이 말했던 ‘표식’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부하인 초인들에게도 엄한 제약이 따르거늘, 한 번 불미스러운 일로 얼룩졌던 성녀에게 더 엄한 제약이 따르지 않을 리 없어요. 그녀가 어떤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건 그것은 ‘표식’을 적법하게 통과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구의 시민을 상대로 텔레파시로 간섭할 때와는 달리, 식민지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 간섭이나 텔레파시 송신을 하려면 반드시 표식과 보편적으로 연동할 권한이 필요하다, 그 뜻이오?”

   “네, 그리고 추측하건대 그것이 아마 스테판 씨에게만은 성녀의 텔레파시 간섭이 잘 닿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스테판은 표식이 일그러진 이레귤러. 아예 표식이 지워졌다면 모를까, 표식은 여전히 남아있되 표식이 질서에서 벗어나 버린 미묘한 케이스. 그렇기에 스테판만은 티아라의 정신 제어로부터 면역이었으리라. 그를 상대로 텔레파시를 전하려면 표식을 거치긴 해야 하는데, 인류연합의 제어를 벗어난 고장 난 표식이기에 인류연합에서 받은 티아라의 라이센스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그리스도께 마음을 돌려 회개한 사건도 내 표식이 제어로부터 완전히 탈출한 일에 모종의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체험과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오?”

   “글쎄요. 아마 완전히 같지는 않을 거예요.”

   스테판은 크레센트의 선지자로부터 모종의 조작을 받은 특수 사례니까. 그렇기에 다른 식민지 주민들은 복음을 듣고 심령에 찔림을 받는다고 해도 스테판과 같은 이레귤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리라.

   그럼에도 다른 희망의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다만, 복음을 들었을 때 그 영혼의 깊은 심부에서부터 하나님을 찾으려는 반응이 일어날 수는 있죠. 그것이 하나님을 싫어하여 거부하려는 마음으로 나타나건, 아니면 정말로 하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발현되건 말이에요. 그러면 그 영향력이 표식에까지 변화를 미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테판은 윤혁이 하고자 하는 말을 마침내 이해했다.

   “영혼의 변화가 정신적 변화로, 정신적 변화가 표식의 변화로, 그리고 그 표식을 매개체로 거쳐야만 하는 성녀의 텔레파시 네트워크에도 거시적, 미시적 ‘흐름의 변화’가 발생하겠구려.”

   “네, 오로지 ‘영혼을 지닌 존재’에 한해서요.”

   인간이 아닌 존재는 그 변화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윤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사나 동물이 아닌 인간의 영혼만을, 그것도 집단별이 아닌 개별적으로 구원하기 위해 땅에 내려오셨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인간 개체가 아닌 존재는 설령 인격체의 모양을 띠었다 한들 아무리 복음을 들어도 영의 울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그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오늘 실전을 통해 사실로 입증되었다.

   ‘강윤혁의 머리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티아라는 속으로 패배를 시인하였다. 그녀도 정당한 결과에 승복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패배의 원리를 지식적으로 몰라서라기보다는 영적 차원의 진리를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하지만 너무도 강력하고 효과적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지? 내가 해내지 못한 일을 이 아이가 해냈다고? 한낱 평범한 인간이 저 아이가?’

   겉으로는 의연하게 굴었으나 그녀의 속은 의혹과 혼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혁이 지금껏 당했던 걸 돌려주었다. 그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주었다. 물론 텔레파시나 정신 능력이 없는 그로서는 그저 어림짐작으로 찍어서 읊을 뿐이었지만, 이 상황에서만큼은 정확했다.

   “혼란스럽겠죠? 왜 패배했을까? 궁금하실 테죠.”

   “감히…….”

   “좋든 싫든 둘 중 하나를 인정해야 할 겁니다. 최고의 초인 중 하나인 성녀께서 고작 일반인 넷에게 두뇌 싸움에서 패했다. 이것이 첫 번째 해석. 이건 금붕어에 인간이 패한 것만큼이나 치욕이겠죠.”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온몸의 근육을 바르르 떠는 윤혁. 하지만 그런 몸 상태와는 정반대로 상대를 비판할 권한은 이제 그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나 윤혁은 한 치의 거만함도 없이 온유한 어투로 선언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인간을 넘어서는 절대적 지혜가 이 순간 저와 함께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죠. 당신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이기 싫겠죠. 절대적인 진리, 인격체이신 진리께서 실존하시며 그분이 내 편을 들었다는 뜻이니까요. 다시 말해 당신의 가르침이 틀렸으며 우리가 옳았다는 방증입니다.”

   분명 어느 쪽을 인정하건 티아라에게는 크나큰 굴욕임은 틀림없었다. 초인인 그녀가 미련함 때문에 하찮은 지능의 존재들에게 패했건, 이제껏 참된 진리를 외면한 채 거짓을 믿어왔음을 겸허히 인정하건. 그녀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당신은 성녀를 자처하셨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진리를 수호하려는 리온이야말로 거룩한 성도(聖徒)라는 호칭에 합당한 자입니다.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자칭 성녀시여, 당신은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경건의 능력은 부정하는 자니까요.”

   “……경건의 능력이라고?”

   “지혜의 영이신 성령님의 능력 말입니다.”

   이번에 윤혁이 세운 전략은 간단했다.

   텔레파시를 매개로 하이테로의 모든 지성체에게 한꺼번에 본질적 진리를 전하는 것. 창조자의 살아계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 그리고 기독교에서 전하는 근본적인 진리를 상세하게 설파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타락과 죄, 심판과 구원, 자격이나 공로가 아닌 믿음을 통한 구원, 천국과 지옥, 하나님의 속성과 만물 창조, 예수 그리스도의 속성, 그분의 죽음과 부활과 재림까지.

   이렇게 많은 내용을 전부 전파하기에는 극히 시간이 짧겠지만 다행히 정신세계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특성이 이를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한바탕 설교를 마치자마자 전달자의 육체와 정신이 넝마가 되어버리겠지만, 그 정도는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만약 계획대로 복음이 잘 전파되기만 한다면 하이테로의 주민 중 진짜 인간들에게는 반드시 ‘사망의 향기’ 아니면 ‘생명의 향기’로서 복음의 영향력이 나타날 것이다. 그들은 심령에 찔림을 느껴 하나님을 간구하게 되거나, 심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복음을 꺼리고 거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적 단계에서의 변화는 정신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사상을 제어하는 표식이 뒤흔들릴 것이고 그 영향으로 티아라의 텔레파시 망도 흔들릴 것이다.

   반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체들에는 복음도 무미건조한 일개 정보의 나열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 메시지를 듣고도 전혀 두려워하지도 싫어하지도 기뻐하지도 감격하지도 않으리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는 만물 중 인간뿐이며 복음의 일차 대상자도 인간뿐이니까.

   그러나 이 계획을 시행하기 전 염려했던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영적 존재들, 마귀와 그를 따르는 천사들이었다. 만일 그들이 텔레파시를 매개물로 사용하여 인간 외의 이종족들에게 정신 간섭을 시행한다면, 인공생명체들에 가짜 생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복음을 들었을 때의 인간의 영적 반응과 비슷한 반응을 만들어낸다면, 텔레파시 네트워크 역시 인간이며 비인간이며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흔들릴 것이다. 그 경우 윤혁의 계산은 처음부터 뒤틀어지며 인간과 나머지를 구분하는 일도 수포가 되게 된다.

   ‘바로 그렇기에 합심 기도의 지원 사격이 필요했지.’

   굳이 이 중대한 시점에 루디아가 접속을 잠시 끊고 지구로 잠시 돌아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구 선교 본부에 머무르던 선교사, 사역자, 메시아닉 유대인 동료를 모조리 불러 모아서 악한 영에 대항하는 중보 기도를 쉬지 않고 시행하였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는지 악마들의 방해는 윤혁의 계획에 전혀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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