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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4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7. 히어로즈 III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11.04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그나저나 형씨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인데 괜찮겠어? 연합에서는 썩 종교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로스트엠페러들만 해도 종교 대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불순분자는 교묘히 배척한다면서?”

   크리스의 질문에 성운은 잠시 멈칫했다.

   순간 떠오른 것은 지난 몇 달간 보아온 제 막내 아우의 바뀐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늘 은연 중에 자신을 두려워하고 피했던 아이였다. 그랬는데 최근에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히려 큰형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거리감은 여전히 남아 있긴 했으나 지현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성운 눈에도 선히 보였다.

   전부터 가족들로부터 애정의 공세를 자주 받아왔던 성운은 초인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자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 사랑을 방어해왔다. 그런데 최근 변한 지현과 그가 취하는 접근 방식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사랑과는 조금 속성이 다른 듯하게 느껴졌다.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무조건적인 성질이라고 해야 할까? 성운에게 그것은 은근히 낯설고 두려운 것이었다.

   지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세쌍둥이나 현아를 냉정한 성운과 더 화목하게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숫기가 많지 않은 지현이었기에 그러한 파격적인 태도는 은연중 놀라움을 주었다. 더욱이 막내에게서 전달되는 상냥함이 어찌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질적인지 성운 스스로도 속이 간질거릴 지경이었다. 정신 너머의 영역, 영혼의 레벨에 가까운 본질을 휘젓는듯한 감각으로 달콤함이자 역설적인 불편감이었다.

   ‘그러고보니 지현이 녀석이 달라지면서 세쌍둥이나 현아도, 어머니나 아버지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 대체 무슨 영향력이 있어야 그런 일이 가능하지?’

   보통 사람 같으면 그저 ‘긍정적인 정서적 변화가 발생한 모양이다’ 하고 생각하며 단순히 넘어갈 일이었으나 성운에게는 그 어떤 과학보다도 미스터리로 다가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막내 남동생이 믿고 신뢰하게 된 존재의 이름에 무형의 권능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성운 자신의 이성은 그것을 쉬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직감은 끝없이 불편감을 유발하는 향기를 맡았다.

 

   회상을 마친 성운이 크리슈나에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도리어 직면해봐야 하려나?’

   성운은 근심하는 표정을 애써 감췄다.

   “뭐, 그래. 그렇다면 댁이 알아서 잘하던가.”

   크리슈나는 자신은 별 상관없다는 듯 대꾸하며 하품을 하였다. 어차피 그로서는 얼굴 아는 형씨와 조금이라도 더 자주 부딪히고 마주하면 즐거운 일이므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둘은 몇 가지 논점을 좀 더 상의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새로운 영웅들을 대거 선발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힘이나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도덕심과 책임감, 시민의식이 투철한 자들을 위주로 모으죠.”

   마침 최근 냉전이 끝날 무렵 성한 덕분에 좋은 표본을 하나 얻기도 했는데 덕분에 좋은 참고 사항이 되었다. 어떠한 식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인재풀을 충원해야 할지 청사진이 잡혔다.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은 뭐지?”

   “크리슈나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연약하되 마음의 고결함은 탁월한 자들을 기존 인재풀을 구성하는 전쟁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상향평준화를 시켜주기 위해서는 힘과 경험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현재로서 이를 잘 도와줄 인재는 눈앞의 이 무뢰한이었다.

   “잘해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뭐, 일단 최선은 다해보지.”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성운은 크리슈나에게 자신의 비기를 하나 맡겼다. 성운의 고유 재능인 ‘확률 연산 재능’과 그 재능을 주물 삼아 본떠 만든 ‘유사 텔레파시 채널’, S-unvs의 실체화 기술, 그리고 홀로그래피 차원 조작 기술을 접목해 빚어낸 복합 무형 문화재였다.

   “기술염동력(Psycho-engineering)입니다.”

   “호오.”

   기술염동력, 현재 성운이나 진 라흐블뤼크를 비롯해 여러 초인이 즐겨 사용하는 무기로 사물의 이치를 분석하는 이해력을 기반으로 구축된 이능력이었다. 그것은 고도의 창조성이 반영된 공학 설계안도 즉각 현실화, 물질화하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오로지 시전자의 두뇌, 연산력, 관측 능력만 받쳐준다면 갖가지 발명을 즉석에서 거의 무제한으로 생성해낼 수 있는 비술 중의 비술이기도 했다. 특히 발명과 제작 사이의 시간적 간극과 시행착오로 인한 오차를 무마해주는 특성이 매우 두드러지는 강점이었다.

   “원래 기술염동력을 제대로 다루려면 트리플 스페셜 클래스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더블 스페셜인 당신도 부분적으로는 다룰 수 있을 겁니다. 제게 인계받은 기술 염동력 코드를 활용하면 매번 제 지원이 없이도 당신 스스로 직접 히어로들의 무장을 개발하고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군. 잘 써먹도록 하지.”

   기술 염동력 제어 코드 인계가 성사된 직후, 성운은 곧장 자리를 떴고 크리슈나도 별 감흥 없이 일어나 자기 갈 길로 갔다. 두 거물에게 영웅들이라는 서사는 이렇듯 한 편의 유흥거리에 불과했다.

 

 

 

 

 

 

*

 

 

 

   냉전 종료 후 5개월이 지났다. 세상은 언제 싸웠냐는 듯 평화로이 번영했다. 외적으로는 모든 삶의 부분이 편리하고 행복해 보였다. 최소한 물질적으로는. 하지만 사람들의 영혼은 날이 지날수록 메마르고 어두워졌다. 성한 부부는 그 때문에 옆구리가 허전한 기분이었다.

   “윤혁이 녀석 몸은 잘 챙기고 있겠지?”

   아들이 집을 떠난 후로 일 년 하고도 넉 달이 더 흘렀다. 늘 가정 예배와 공예배 때 모두의 마음을 모아 삶으로 하나님을 찬양했던 착한 아들이 같은 공간 속에 없으니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저도 걱정이에요.”

   어쩌면 험하게 고생하며 구르고 있는 현재의 윤혁을 못 보는 것이 이들로선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건 부모님으로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주님의 안전한 손길을 믿으며 기도만 할 뿐.

   아니, 기도만으로 손 놓고 안위하기에는 때가 급했다.

   “여보, 아들도 먼 타지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도 가만히 멈춰 있지는 말자. 윤혁이가 열심히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으니 우리는 여기 이곳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사랑과 말씀을 전해야 해.”

   “제 생각도 같아요”

   아들의 헌신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인지 성한과 유진 부부도 어느덧 삶을 통해 하나님의 명령을 시행하고자 하는 열정이 더욱 깊어져 갔다. 그들은 날마다 기도를 통해 아들을 응원하였고 자신들도 아이가 돌아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삶의 모든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다.

   개인적으로 성한은 지난번에 차신해가 찾아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배우고 그분의 은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광경을 보면서 가슴이 누그러졌고 동시에 강한 성령의 감동을 받았다. 그 사건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고 생각의 변화를 체험했다. 세상을 바꾸는 위업은 어떤 혁명적인 사상이나 사고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소중한 영혼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품어주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길이다.

   ‘젊은 시절에는 왜 그것을 몰랐을까.’

   다행히 아직 그에게는 건강한 몸이 있었다. 노화가 느리고 병 들지 않는 육체. 지금까지는 홀로 아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냥 이런 현실을 슬퍼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아내가 천국에 대한 확고한 소망을 고백한 후로는 그 생각도 바뀌었다. 어차피 훗날 천국에서 모든 형제자매들과 같이 할 수 있으니 지금 누가 먼저 늙고 누가 먼저 죽느냐는 별로 상관없지 않겠는가?

    이제 성한은 자신에게 허락된 긴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상처 입은 청년들을 품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그래, 마치 그때처럼.’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전 무렵을 회상한 성한.

   그는 신해라는 청년에 이어서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또 다른 영혼의 삶 속에서 직접 목격했다.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신실함에 경외감을 금치 못하며 벅차올랐다. 그는 그분께서 성도를 진심으로 대접하는 모든 이에게 기필코 보상하시는 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날 성한은 아들의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건물 폭발 사건 때 화재로 위기에 처해있었던 윤혁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김찬영. 그는 어떤 연유인지 그날 우연히 유진의 음식점을 방문했었다.

   “혹시 윤혁이의 형님이신가요?”

   “네?”

   “아, 아닌가?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과 몹시 닮으셔서요.”

   찬영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사과했다. 성한은 또 젊은 외모로 오해받았음을 깨닫고 실소를 터뜨렸다. 워낙 흔한 일인지라 이해는 되었다. 그는 자신이 윤혁의 친아버지임을 알려줬다.

   그러자 찬영은 자신과 윤혁의 인연을 알려주었다. 일전에 사고로부터 아들을 구해준 은인이 눈앞에 있음을 깨닫고 성한은 뛸 듯이 기뻐하며 그를 환대하였다. 그동안 얼마나 보답하고 싶었는데, 참으로 감사한 기회였다.

   이윽고 유진도 찬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그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였다. 부부와 젊은 소방관 청년은 웃음꽃을 피우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 대화하던 중 찬영은 은연중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혁이는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네요.”

   “네, 아이가 자진해서 어려운 일을 맡아 고분 고투하는 중이라서 말이죠.”

   “저도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요.”

   찬영은 윤혁의 용기나 결의에 대해 칭찬했다. 그러나 신앙이니, 선교니 하는 일에 대해서는 딱히 어떤 공감을 느끼지 못했는지 구태여 언급하거나 거론하지 않았다. 아직 찬영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이자 와닿지 않는 담화였다. 친절한 그 태도 속에서 성한 부부는 미약하게나마 의미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오랜만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아들 녀석이 찬영과 꽤 각별한 친분을 쌓았음을 알게 된 성한.

   ‘좋은 사람인데, 주님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구나.’

   작게나마 기회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 건강히 계세요.”

   “그래요, 우리도 당신의 앞길을 축복합니다.”

   부부와 젊은이는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작별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찬영이 식당을 떠나려던 무렵, 성한이 거주하는 동네에 재난 경보음이 울렸다. 몬스터의 출현이었다. 이렇게 민간 지대 부근에 몬스터가 출현하는 일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필 외곽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편이어서 방어 시설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난국이었다.

   물론 첨단화된 방어력을 갖춘 지구 방위 시스템 덕에 제아무리 낙후된 곳이라 해도 피해를 막아낼 여력 정도는 충분했다. 대지와 상공에 공동 방위용 배리어가, 건물마다 각각 방위용 실드가 발동되었다. 몬스터들이 방출하는 방대한 열과 에너지와 빔과 중력 포가 실드에 부딪혀 상쇄되었다. 조금씩 여파가 안쪽에 전달되긴 했으나 붕괴가 발생하는 곳은 없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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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오랜만~~!! 찬영 어서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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