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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46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27. 히어로즈 III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3.11.06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몬스터가 출현한 지 일분도 채 되지 않아 한 팀의 히어로가 출동하였다. 먼 곳에서부터 텔레포트를 통해 당도한 그들은 몬스터 무리와 격전을 벌였다. 사람들은 싸움의 여파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을 보고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였지만, 차차 히어로의 맹활약에 안도하였다.

   그런데 과도하게 힘이 중첩된 탓인지 취약했던 실드에 일부분 미세하게나마 균열이 발생했다. 틈새는 작았으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복구 속도가 느렸다. 사람들은 균열 틈으로 새어 나오는 에너지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며 우왕좌왕했다. 민간 지역은 실드 보호 없이는 히어로나 몬스터의 막강한 화력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불안해하며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허둥지둥 달아나던 와중에 찬영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즉각 휴대 중이던 플레어 파이터 용 전신 나노슈트를 착복하고 실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뛰어올랐다. 뒤에서 성한이 그를 향해 큰 소리로 위험하다며 외쳤지만, 찬영은 듣지 못한 것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사적 행동이었다.

   찬영은 활용 가능한 모든 종류의 플레어 파이터 전용 특수 장비를 동원해서 붕괴하는 실드의 틈을 막아내었다. 방대한 열과 빔으로 인해 나노 슈트가 녹아내렸다. 미리 철저히 준비했더라면 조금 더 확실히 막았겠지만, 임무가 아닌 휴식 도중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대비할 방도가 없었다.

   두렵고 떨리는 조마조마한 시간.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히어로들이 몬스터들을 제압하였고 실드의 균열도 오류 복구 프로그램의 시스템 재생 덕에 재생되었다. 시민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재산상의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열기를 몸으로 막아낸 찬영은 그렇지 못했다.

   나노 슈트 기능이 정지되면서 비행 능력이 중단되자 그의 몸은 맥없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슈트는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고 몸의 상태도 처참했다. 도무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화상이었다. 그야말로 목숨만 겨우 붙어있는,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더 위험한 건 화상이 아니었다. 특수한 에너지 작용으로 인해서 시작된 인체 입자의 초 물리학적 붕괴 현상. 느리지만 천천히 진행 중이었다. 놔두면 전신이 가루가 될 판이었다.

   성한은 가장 먼저 찬영에게 달려갔다.

   “안돼!”

   응급의료체계는 이미 발동된 뒤였다. 하지만 성한은 무인 의료 시설이 도착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이상, 이 청년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민간 의료 기술의 능력 밖의 영역임이 자명했다. 다급한 마음에 성한은 ‘그’를 소환했다.

   ‘늦지 말기를.’

 

   유성운 회장은 크리스와 성한이 다시 재회했던 그 날.

   “크리슈나 씨와의 계약을 기꺼이 맺어주셨으니 저도 보험으로 당신께 선물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강성한 씨. 혹시라도 경각에 처하면 곧바로 이 통신 라인을 통해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어떤 상황이건 대응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 소환 기회는 단 한 번뿐인 일회용이니 신중하게 사용해주십시오.”

   성운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성한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당신이 신호를 주면 그로부터 5분 전 과거 시점의 제가 경고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 인과율에 어긋나지 않도록 설계하느라 제법 애를 먹었습니다. 그 경고를 받으면 즉각 당신을 구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보스의 부친인 당신께 드리는 최고의 예우입니다.”

 

   단 한 번뿐인 아까운 기회. 스스로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나 사용해야 할 비장의 카드. 하지만 성한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소모했다. 이내 기다렸다는 듯 유성운이 다수의 로봇 군단과 소형 우주선들과 함께 해당 위치로 워프하였다. 성한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불가시 모드 상태로.

   “강성한 씨?”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이 사람을 구해주십시오.”

   성운은 다소 놀랐다.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그 기회를 지체없이 낭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니 의무는 충실히 이행했다. 그는 곧장 메디컬 머신을 소환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이른 찬영에게 긴급 소생술을 시행했다.

   특수 빔의 영향으로 몸 전체가 세포 단위로 녹아내리기 직전이었기에 일반 의학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의 개입이 필요했다. ‘분자 단위 재구축 프로그램’이 가동되었다.

   “일단 시도는 해보겠지만……, 살아난 대상이 본인이 될지 아니면 그저 조립된 세포 조직체일지는 불확실합니다. 저로서도 장담은 못 드리겠군요.”

   “가능성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10% 미만입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 기껏 아들의 은인을 만났건만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이란 말인가. 성한은 청천벽력 같은 비극에 눈물을 흘렸다. 몸의 치료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생명의 존속은 하나님께 비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성한은 눈을 감고 생애 처음으로 찢어지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한참 울던 사이 찬영은 현장에서부터 특수 치료실로 옮겨졌다. 치료는 꼬박 하루 소요되었다. 치료실 밖에서 임시 보호자 신분의 성한은 떨리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다른 외부인에게는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 성운은 무엇인가 연구하고 분석할 일이 있는지 찬영을 치료하는 캡슐 앞에 서서 계속 모종의 데이터를 정리하며 프로그램을 조작하였다. 초조함이 고조되었다.

 

   다음 날, 찬영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문득 성한은 몹시 두려웠다. 찬영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의식을 되찾은 것은 영혼이 떠난 육체 덩어리일까 아니면 가까스로 소생된 찬영 본인일까? 성한은 성운의 허락을 받고 겨우 찬영을 대면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차마 결과를 확인하기 무서워서 찬영에게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아저씨.”

   “…….”

   “저 지금 살아 돌아온 것 맞죠? 제 몸이 아직 붙어있어요.”

   성한의 말문이 먹먹함에 막혔다. 찬영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아저씨의 모습도 보이고요. 조금 전까지는 불 가운데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때 찬영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성한은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청년이 정말로 살아 돌아왔다. 진짜일까? 아직 현실감이 온전히 들지 않았다.

   “아저씨, 저는 잠깐 죽었었어요.”

   찬영은 무거운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믿기시진 않겠지만, 죽음을 경험했어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떨림으로 인해 갈라졌다.

   “그런데……, 전 정말로 큰 위기 가운데 있었어요. 저는 지금껏 제가 착하게 살았기 때문에 벌을 받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죽는 순간에 제가 평생 지었던 모든 잘못들을 짊어지고 있었어요. 그 죄들이 제 혼에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었어요. 그리고 중력 같은 게 그 찌꺼기를 잡아당겼어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사후세계 체험에 대한 증언? 아니면 그저 환각?’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거짓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저는 끝없이 죄의 침전물과 함께 어딘가로 떨어졌어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를 거예요. 그야말로 바닥조차 존재하지 않는 무저갱이었죠. 저는 외쳤어요. 살려달라고.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저를 도와달라고.”

   찬영은 몹시 무서운 것을 본 양 소스라치게 몸을 떨었다.

   “그때 저는 깨달았어요. 제가 저 자신이 죄인인 사실을 평생 외면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하마터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했어요.”

   안도감인지 두려움인지, 이유를 모를 눈물이 떨어졌다.

   “사방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곳에는 열기가 있었어요. 온몸을 태울 것만 같은 끔찍한 열기. 너무도 이상했어요. 사방이 캄캄하여 빛이 없는데 불길이라니!”

   “……찬영 씨.”

   “그런데 그렇게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던 그 순간에……, 아저씨가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더니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청년의 머릿속에서 희미한 회상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이 녀석은 내 거야. 자기 죄 안에서 죽었으니 더는 기회가 없어.>>

   놀랍게도 그때 다른 누군가가 대답했었다.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자 첫 번째 목소리가 다시 외쳤다.

   <<안 됩니다. 기필코 그를 끌고 가겠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목소리가 대답했다.

   [내가 내 종의 부탁에 응답하여 그가 죽음을 면토록 허락했다.]

   찬영은 생생하게 그 일들을 묘사로 그려냈다.

   “그러더니 어떤 따뜻한 손길이 제 손목을 붙잡았어요. 두 번째 목소리의 주인이었죠.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저에게 부탁했어요.”

   [어서 돌아가서 아이의 아비를 만나라. 내가 내 말을 전하게 하고자 그를 보냈다. 그가 증언하는 ‘나 곧 나(I even I)’에 관해 전해 들어라. 그리하여 다시는 이곳에 한 걸음도 디디지 말아라. 내가 너를 위해 고통을 대신 맡으마.]

   기나긴 여정을 고백한 뒤에야 찬영은 두려움이 환기되었는지 안도의 눈물을 터뜨렸다. 구태여 성한이 끼어들 필요도 없이, 찬영 쪽에서 먼저 성한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의 의미를 질문하였다.

   “그분의 정체……, 우리의 허물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신 분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윤혁이를 구했던 사건을 기억하시고 육체의 생명을 한 번 건질 기회를 주셨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분은 공의로우시기에 모든 이를 공정하게 판단하십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그분 앞에서 회계 보고를 해야 해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세요.”

   전도자는 죄인을 심판으로부터 건지기 위해 심판을 대신 감당하신 그리스도의 일생과 사역, 그리고 그분의 정체성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나아가 죄인이 그분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영원한 용서와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까지. 사람의 선행이나 자격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순전한 은혜로서의 구원, 그것이 젊고 선량한 청년이 직면해야만 했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자신의 선행을 신뢰했겠지만, 주님의 자비와 엄중함을 실제로 대면했던 찬영은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는 성한이 전하는 말을 남김없이 믿었다. 그 후, 그는 자신을 구하러 깊은 구덩이까지 내려왔던 은혜의 왕을 울먹이며 마음속으로 찬미했다.

   찬영의 고백에 따르면 그날 이후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시는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자질과 기질을 그분 안에서 비로소 온전한 모습으로 승화시켰다.

   한편, 분자 재구축 치료를 받은 부작용인지 찬영의 신체는 탁월한 내구성과 내열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참고로 사고가 벌어진 날에 그의 행적을 눈여겨봤던 성운은 추후 그를 찾아가 조용히 스카우트 제의를 하였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영웅 후발대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무력을 휘두르는 일이라 꺼려지고 염려되었다. 하지만 맞상대해야 할 상대가 위험한 인조 발명품임을 알게 된 찬영은 이를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새로운 도전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타인을 지켜내는 일에 헌신하기를 바랐다. 지금의 영웅들과는 다른 형태의 겸손한 일꾼으로. 그래서 찬영은 자기 야심을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께서 두신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그 제의를 받아들였고 고된 훈련을 감당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갖춘 채 떠났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요.”

   믿음의 사람들도 세상 속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감당하며, 사람과 부딪히며 살아간다. 겉보기에는 신을 믿지 않는 이들과 동일한 형태의 과업을 감당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새로이 참된 믿음의 씨앗을 얻게 된 찬영은 깨달았다. 같은 직무라도 세상 밖에서는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을, 하나님 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소명으로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통의 소시민으로 사는 삶 또한 그러건대, 흔치 않은 기회의 직무라면 얼마나 더하겠는가.

 

   회상을 마친 성한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분명히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나겠지.”

   성한은 찬영이 지금도 하나님과 사회로부터 더 귀한 일꾼으로 쓰임 받기 위해 연단되는 중이라고 믿었다. 훗날 신해나 찬영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삶이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양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리라. 그날이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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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개인적으로 임사체험보다는 성경에 근거하여 영원에 대한 사후 세계관을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임사체험이 다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중 일부는 진짜 체험에 기반한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충격요법을 위해 그런 식의 경험을 어떤 이들에게는 주권적으로 허락하실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런 목격담을 들었을때 성경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판결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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