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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7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4. 크리스마스의 별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1.0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테서렉트 아키텍쳐요?”

   당황한 윤혁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 단어가 주는 본능적인 직감은 언뜻 느끼기에도 심상치 않았다. 그저 윤혁 자신의 상식대로만 해석하자면, 4차원 입방체인 ‘테서렉트’와 건축물을 의미하는 ‘아키텍쳐’를 합친 단어이니 최소한 상위 차원 건축물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네가 직역한 의미와 똑같아.”

   카이젤은 동생의 생각을 훤히 읽으며 단언했다.

   “테서렉트 아키텍쳐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중심점으로 해서 상위 차원에 인공적으로 건설한 영구 유지형 구조물이다. 블랙홀 자체가 그것의 제작을 위한 재료 중 하나이자 씨앗이 되지. 지금껏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총망라되어 만들어진 산물이자 한 차원 높은 시대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지.”

   경악스러웠다.

   “아니, 상위 차원에 뭔가 구조물을 짓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도무지 불가능한 황당한 이야기로만 들린다. 당황한 동생의 얼굴을 본 형은 시청각 자료가 말보다는 훨씬 낫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맨손으로 허공에 홀로그램을 소환했다. 민간에서는 접하지 못한 초고차원 영상 기술이었다. 그 홀로그램은 통상 우주 너머의 상위 차원을 그린 도식도였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차원이다. 3차원 M-brane이지.”

   한 장의 평면이 펼쳐졌다. 모양은 평면이나 3차원에 대한 비유였다.

   “실제로는 3차원도 아니지. 아주 얇은 부수 차원들이 숨어있으니까.”

   이는 마치 종이가 완전한 2차원 평면이 아닌 것과 같다. 편의상 2차원으로 간주하기는 해도 엄연히 종이 내에는 ‘두께’라는 차원이 얇게 숨겨져 있다. 이처럼 통상 공간인 ‘우리 우주’라는 M-brane에도 종이의 두께에 비견되는 차원들이 최소 6개, 극 미세규모 차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이 숨어있었다.

   “우리 우주의 3차원 공간 위를 얇게 덮는 이 상위 차원 층을 소위 ‘칼라비-야우 차원’ 혹은 통상 ‘디멘션’이라고 부른다. 이 내용은 자주 들어봤을 거다. 우리가 인지하는 3차원이 종이의 면이라면, 칼라비-야우 차원은 종이라는 공간체 내부에 해당하지.”

   “두꺼운 양탄자와 비슷하네요.”

   카이젤은 일일이 대꾸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는 윤혁이 양탄자로 비유한 우리 우주의 본체, 곧 칼라비-야우 차원이 둥둥 떠 있는 더 넓은 차원의 거대한 공간이 그려졌다. 흔히 말하는 상위 차원은 칼라비-야우 차원보다는 이쪽이었다.

   “이 공간을 멤브레인(M-brane)에 대조하여 벌크(bulk)라고 부르지.”

   “벌크의 차원 수는 몇인가요?”

   “아직까지 총 차원 수가 얼마인지는 결정되지 않았어. 연구를 거듭하며 계속 발견되는 통에 끝없이 갱신되는 중이니까. 현재 기준으로는 우리 우주 멤브레인이 부유(浮游)하는 바로 윗 단계 위의 벌크 차원만 해도 차원 수가 최소한 12조 이상이지.”

   “진에게 들었던 것보다 훨씬 큰데요?”

   “아마 녀석은 최신 업데이트 버전을 몰랐을 거다.”

   “발견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나 보네요.”

   “그렇지. 그래도 이론적 발견, 실험적 관측, 실질적 정복, 이 셋은 달라. 우리가 실제로 조작할 수 있게 되려면 단순히 발견하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해. 아직은 많이 제한적인 편이지.”

   “혹시 우리 우주가 떠다니는 벌크 위에도 더 높은 상위 벌크가 존재하나요? 그러니까, 액자식 구조로 벌크 위에 더 거대한 벌크가 존재하나요?”

   “모든 이론과 관측 데이터로 보건대, 그렇다고 추정한다. 아직은 간접적인 증거뿐이지만 말이야.”

   벌크 위의 벌크, 그리고 그 위의 더 높은 벌크. 이러한 액자식 차원 확장이 실존한다고 상상하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지나치게 웅장한 우주의 규모에 피조물로서 탄복이 절로 흘러나왔다. 이 같은 액자식 확장이 반복되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 것인가. 설마 ‘무한 차원’까지 닿는 건 아닐까? 배우면 배울수록 거대한 우주 앞에서 작아지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이야기니까 집중해라.”

   카이젤은 동생을 일깨웠다. 이번에 그는 홀로그램 상에 카펫 형태로 비유되어서 그려진 칼라비-야우 차원 위에 여러 겹의 겹쳐진 투명한 막들을 빚어 덧칠하였다. 마치 크리스마스카드를 봉투에 담기라도 하듯 그 투명한 면들이 카펫을 앞뒤로 겹겹이 둘러싸면서 커버글라스처럼 에워 둘렀다.

   “저건…….”

   “오버랩 월드(Overlapped-world), 우리가 살아가는 M-brane을 안팎에서 두르는 보조 세계들이지. 저곳들 내부에서는 우리 우주와 법칙이나 시간의 흐름이 조금 달라. 즉 무언가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보조적 실체에 가깝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요?”

   “어렵게 생각할 것이 뭐 있지? 우리 우주 내에서도 블랙홀 같은 고 중력 환경에서는 시간이 느려지지 않나. 하물며 공간 밖의 실체인 오버랩 월드야 말할 것도 없지. 오버랩 월드 중에는 심지어 통상 공간과는 반대로 중력의 영향으로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는 차원도 있다.”

   금시초문, 점입가경. 세계관을 뒤흔드는 온갖 새 지식에 윤혁은 기가 찼다. 정말로 이것이 현실의 현대 과학에 관한 설명이 맞긴 하는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혼동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카이젤이 굳이 이런 이야기를 꾸며낼 이유는 없었다. 그는 철저한 검증이 가능한 지식이 아니면 단언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이쪽을 봐라.”

   이번에 카이젤은 오버랩 월드와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무언가를 그려내었다. 벌크 내부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멤브레인들이었다. 일차원 끈의 형태도 있고 매우 큰 차원 수를 지닌 멤브레인도 있었다. 그중에서 일부는 우리 우주에 해당하는 멤브레인과 가까이 접촉하면서 마찰하기도 했다.

   “부벼대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표현 참 저렴하군. 아무튼, 네가 말한 대로 통상 공간과 부벼대는 저것들이 바로 ‘우리 우주와는 별개인 다른 멤브레인’들이다. 1세대부터 85세대까지의 워프의 기술적 핵심을 이루는 요소가 저것들이지. 너도 알고는 있었지?”

   “네, 그래도 이렇게 생생한 시청각 자료로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문득 아름답다는 감상도 들었다.

   “우주의 구조란 참 경이롭네요.”

   “그렇지.”

   이제 홀로그램 프리젠테이션의 마지막 단계로 카이젤은 우리 우주가 담긴 멤브레인을 비유한 양탄자 형태 도형 위에 움푹 파인 특이 구조물을 형성했다. 그것은 송곳으로 종이를 찢고 구멍을 형성하듯 멤브레인 기하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더니 벌크 쪽을 향해서 끝없이 휘어져 탑처럼 솟구쳤다.

   “뭘 말하는지 알겠나?”

   “블랙홀이겠죠? 아마도 크기로 봐서 중급이 아니라 초대질량…….”

   사실 오늘날의 현대 물리학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고전물리학으로 전락한 일반상대성이론만 잘 알아도 어느 정도는 추측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중력이 공간을 왜곡하는 모습을 나타낸 도식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블랙홀이니까.

   “나름대로 발전이 좀 있군. 뿌듯하군.”

   정작 카이젤이 정말로 확인시켜주려던 것은 곧바로 나올 다음 장에 있었다. 그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표현한 구멍 모양 그림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홀로그램 상에서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

   “어……, 저건!”

   ‘말도 안 돼.’

   윤혁은 그 충격적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에서부터 씨앗처럼 생긴 것이 싹을 틔우더니, 겨자씨가 자라나 공중의 새들이 둥지를 트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기라도 하듯 상위 차원 쪽을 완전히 뒤덮어가며 성장하더니 기이한 형태의 인공 구조물이 형성되었다.

   “저게 설마.”

   “저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과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지.”

   테서렉트 아키텍쳐.

   “단순히 벌크-멤브레인 축의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테서렉트 아키텍쳐를 세울 수 없었어. 리얼리티-시뮬레이션 축과 소스-홀로그래피 축까지 이해하여 모든 지식을 접목해야 했지.”

   분명 그것은 험난하기 그지없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블랙홀의 물리적 성질을 뼛속까지 파헤치기 위해 무려 백억 개가 넘는 중급 블랙홀들을 철저하게 해부하고 분석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과업이 남아있었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시간이 느려지지. 그곳 안에서의 1초의 시간 낭비도 바깥에서는 수천 년이 되지.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타임필드 기술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궁극의 경지까지 끌어올려야만 했었지.”

   카이젤은 유려한 손짓으로 수많은 물리 공식과 수학 공식들을 허공에 그려내었다. 너무도 복잡했기에 윤혁은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그가 아니라 어느 누구를 데려와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자원을 모으는 것도 어려웠어. 발상의 전환 위에 발상의 전환을 수없이 더해왔지. 그리고 시뮬레이션 우주 속에서 예비 건설도 연습해봐야 했지. 그 안에서도 시행착오를 헤아릴 수 없이 거쳐왔어. 그렇게 고생한 끝에야 비로소 벌크, 리얼리티, 소스의 세 종류 상위 차원에 속한 자원을 자체적으로 이용케하는 반칙 스킬을 획득했지.”

   “자체적으로 이용한다고요?”

   “쉽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직접 자원을 캐는 것이 아니라 상위 차원에 세워둔 구조물이 스스로 상위 차원의 질료들을 채취해서 자기 자신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말이지.”

   “우주 개척과 비슷한 원리……, 아니, 그보다 더한 경지군요.”

   어찌 됐든 그런 식으로 어찌어찌 우여곡절을 거쳐 초대질량 블랙홀 내부에 최초의 건축물을 세우는 데 성공하자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계산된 순서를 따라 흘러갔다고 한다.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을 줄로 알았는데, 그런 엄청난 위업이 오차도 없이 전개된 것이 참으로 경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기초석이 된 건축물을 분할한 뒤 그 일부를 이동시키거나 복제하여 새로운 건축물도 드넓은 상위 차원 영역 곳곳에 세워나갔지. 마치 감람나무의 가지를 떼어내어 접목하듯 말이야.”

   의도적으로 말씀 속의 비유(롬 11:17-21)를 오용하는 카이젤의 표현이 평소 같았으면 즉각 거슬렸지만, 윤혁은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괴이한 테서렉트 아키텍쳐의 위용에 압도당한 탓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인류의 발전 속도가 현재 지나치게 가속되었음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수평 방향의 우주 정복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정말로 저런 걸 지으셨다고요? 진은 아무 말도 없었는데요.”

   “아직은 시의적절한 때가 아니어서 다른 초인들에게는 비밀로 해두었다. 현재는 나와 내 휘하의 시스템 및 비서 서버들만 아는 정보이지. 뭐, 이제 조만간 알리긴 해야겠지만.”

   “솔직히 믿기지 않아요.”

   “무슨 이익이 있다고 네 앞에서 거짓말을 하겠나.”

   형이 허풍을 떨 리는 없었으나 여전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여하튼 이 테서렉트 아키텍쳐라는 발명품은 지금껏 세상에 존재해온 모든 영역을 송두리째 갈아엎을 만큼 엄청난 존재임은 분명해 보였다. 아직은 그 응용 범위가 제한적일 테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활성화되어 인류의 우주 진출을 가속할 것이다. 학문적 지식은 물론 실질적인 기술력과 산업도 비약적으로 도약하겠지.

   “지난 1년 사이에 나는 내가 정복해놓은 모든 은하계의 중심부에 테서렉트 아키텍쳐를 세웠지. 그것들은 씨앗이 되어 나무처럼 자라났고 한 데 연합되어 거대한 복합체를 이루었다. 그 부산물로 우리는 눈부신 신기술들을 무수히 획득했지. 내가 집권한 이래로 지금까지 이룩해온 분량을 합친 것마저 우스울 정도로.”

   “하, 하지만 저런 걸 유지하려면 적잖은 에너지가 소모될 텐데요?”

   “그렇지 않아. 테서렉트 아키텍쳐는 일단 세워놓으면 상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힘을 채취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건 초기 건설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드로서의 에너지. 하지만 그것도 간편한 해결 방법이 있지.”

   이번에 카이젤은 벌크를 묘사한 홀로그램 자료를 해제한 뒤 통상 우주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은하 중심부에 놓인 초대질량 블랙홀의 위용 가득한 모습이 나타났다. 중력에 이끌린 입자들이 블랙홀 주위로 빙빙 돌며 ‘강착 원반’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블랙홀의 북극부와 남극부에서는 강력한 에너지빔인 ‘제트’가 분사되고 있었다. 실제 우주 사진으로도 자주 본, 익숙한 형상이었다.

   “우선 블랙홀의 양쪽 극단에서 뿜어지는 ‘블랙홀 제트’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구조물을 블랙홀 주변에 설치하였지. 그것을 제트와 공명시켜 엔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걸로 테서렉트 아키텍쳐 초기 비용을 충당했다.”

   카이젤은 자연 상태의 블랙홀 근처에 구조물들을 그려 넣었다. 과연 우주로 분사되던 제트가 양축으로 끌려가 흡수되더니 일종의 발전기처럼 작동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이런 게 과연 현 인류 수준에서 가능한 일인지 심히 의심스러웠지만, 이미 테서렉트 아키텍쳐라는 괴물까지 본 뒤라 의외로 납득이 되었다.

   “블랙홀 제트 엔진……. 이젠 항성도 아니고 무려 블랙홀이군요.”

   그 짧은 1년 동안 무슨 격변이 있었단 말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구전 속담이 실로 무색했다. 불과 몇 달 만에 강산을 넘어 은하계까지 변모하는 마당이니, 감개무량하면서도 허탈했다.

   “우리는 늘 자연을 극복해왔지. 늘 해답을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윤혁은 그 패기 넘치는 당당함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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