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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7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4. 크리스마스의 별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1.06 | 회차평점 0 0

 

 

 

 

 

 

 

 

*

 

 

 

 

 

 

   목욕을 마친 형제는 수건으로 간단히 몸을 닦고 반바지만 걸친 채 온천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는 별들이 아름답게 공간을 수놓고 있었다. 한때 저곳은 인류에게 있어서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런 특성 때문에 고대인들과 중세인들에게는 그릇된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인류는 다른 의미로 하늘을 침범하였고 경배가 아닌 자신감과 교만으로 별들을 대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따뜻한 밤공기를 누리며 느긋이 산책하였다.

   “밤공기도 적당히 괜찮군. 더운 것만 빼고는.”

   “그래서 두 달간 이렇게 지냈어요. 웃통 걸치면 땀 젖어서 불편하거든요.”

   “모기도 없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군. 선탠한 모습도 보기에 좋군.”

   “그러고 보니 형은 항상 피부색이 똑같네요.”

   너무 짙지도 너무 희지도 않은 근사한 구릿빛의 건강한 피부. 누가 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색깔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잘생긴 외양인지라 흰 피부도 지극히 잘 어울렸겠지만.

   ‘초인의 육체는 피부의 저항력마저도 강력한 모양이지?’

   여러모로 초인이란 존재는 신기했다.

   “아까는 심술부려서 미안했다.”

   산책하던 중 형은 멋쩍은 표정으로 동생에게 사과했다.

   “네? 미안하다뇨?”

   “그……, 괜히 무안하게 했던 것 말이다.”

   “아.”

   윤혁은 한 박자 늦게 그 말을 이해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하긴 목욕하던 중에 형이 자신 때문에 침울해하며 주눅 들었었지. 따지고 보면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동생 쪽의 불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리.

   “나도 참 못났군. 괜히 감정이나 상하고. 이해해다오.”

   “아, 아니에요.”

   사과를 받은 윤혁은 화들짝 놀라 손을 저었다.

   “평상시에도 난 남보다 못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야. 겸손하게 남을 칭찬하고 높여주는 마음은 나 같은 사람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어. 그러다 보니 못난 구석을 남 앞에서 드러내자마자 자격지심을 품었던 것 같다. 한심하게도 말이야. 정작 너는 아무런 우월감도 느끼지 않았는데.”

   하기야 항상 남보다 우월하기만 했으니 저런 성격이 된 것도 이해는 되었다. 형이 이렇게 사과해주니 오히려 동생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형의 마음을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아니에요, 사실 저도 간접적으로 형하고의 비교를 자주 당했는걸요. 저를 알아보는 초인마다 ‘네 형이 만 배쯤 잘생겼다’라고 대뜸 말하는걸요. 아예 다르게 생겼으면 모를까, 이목구비의 느낌이 비슷하니까 더 비교되는 것 있죠.”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비유하자면, 같은 캐릭터를 그려도 익살스러운 풍의 아마추어 만화가가 그린 그림과 극사실주의 화풍의 거장이 그려낸 그림은 확연히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다. 윤혁은 본인과 형의 차이가 마치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넌 참 재미있는 성격이군.”

   “전 원래도 유쾌한 성격이었어요. 전에는 형이 워낙 높은 분이라 대하기 어려워서 위축되었던 거죠. 서로 편해지니까 원래 성격이 나오는 거죠.”

   “좋은 현상이군.”

   “아무튼, 저도 남과 비교당할 때 의기소침해진 적 많아요. 형이나 저나 그런 면에서는 별로 차이 없다고요. 솔직히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고맙다.”

   “뭘요.”

   윤혁은 친밀감의 표현으로 형의 커다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둘은 고개를 들어 별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밝고 화려한 나머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곧장 쏟아져 내릴 기세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은 우리 은하의 별들뿐이라서 조금 아쉬워요. 이왕이면 더 먼 곳에 있는 은하들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역시 관측 장비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무리겠죠?”

   카이젤은 잠시 갸우뚱거렸다. 육안으로도 충분히 보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잠시 후 그는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어 허탈하게 실소를 흘렸다. 워낙 오랫동안 ‘현자의 눈’을 소유한 채 살다 보니 일반인들의 처지를 미처 잊고 있었다.

   “맨눈으로 보이는 외부 은하도 있긴 있지.”

   “아, 그……, 퀘이사인가 뭔가 하는 별 말씀이죠?”

   그 말에 진행 중인 극비사항이 하나 떠오른 카이젤은 멈칫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지금쯤이면 완성되었겠어.’

   수 시간 내에 레반 싱클레어 비서관이 보고할 것이다. 그 역사적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직접 확인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테서렉트 아키텍쳐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버금갈만한 파장은 일으키겠지.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는 남자였는지 강력한 에너지원을 향한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누르기 힘들었다.

   “형?”

   윤혁이 잠시 넋을 놓은 카이젤을 불렀다.

   “아, 미안하다. 다른 생각에 잠시 정신이 팔렸군.”

   “괜찮아요. 저희 별장에 돌아가서 크리스마스트리라도 만들래요? 아니다, 그 전에 저녁 아직 안 드셨죠. 시장하실 텐데 같이 고기라도 구워 먹을래요? 제가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그래.”

   수천 년 전, 메시아를 찾아 베들레헴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동방박사들의 여정을 축복으로 인도해준 크리스마스의 별. 올해는 전혀 다른 종류의 크리스마스의 별이 하늘 저편에서 꿈틀거리는 중이었다.

 

 

 

 

 

 

 

*

 

 

 

 

 

   {프로젝트 ‘퀘이사(QUASAR)’ : 최종 시퀀스 돌입.}

   장장 7개월의 긴 시간을 소모한 프로젝트.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 비밀병기의 탄생.

   번데기가 나비로 화하듯, 비밀병기는 화려한 모습으로 개화하여 무대 위에 데뷔할 채비를 끝마쳤다. 지구로부터 10억 광년 떨어진 이곳에는 본래 자연계의 천체 중 단연 가장 막강한 것이 자리해있었다. 인류연합은 항성과 은하를 넘어 결국 이 괴물의 힘마저 컨트롤하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이 비밀병기의 완성은 크리스마스 시즌과 딱 맞춰졌으니 덕분에 황제는 최고의 생일선물을 얻게 되었다.

   우리 은하 바깥의 여러 은하들 중에는 유독 중심부에 놓인 초대질량 블랙홀이 보통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경우가 으레 있다. 이런 경우 막대한 질량의 물질이 블랙홀 중력과 자기장의 마찰로 인해 순수한 에너지로 전환되어 폭발적으로 우주로 분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퀘이사(Quasi-Stellar, Quasar)다.

   퀘이사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천체로 단위시간 당 방출하는 에너지양이 우리 은하 전체의 빛을 합친 것의 수백 배에 달한다. 일개 초신성 따위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궁극의 힘. 욕심 많은 황제는 퀘이사 전체를 갈아 넣어, 원본 퀘이사마저 아득히 뛰어넘는, 한없이 영구동력원에 가까운 엔진인 Quasar-I을 제작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비밀리에 세웠다.

   불가능할 줄만 알았던 이 계획은 ‘테서렉트 아키텍쳐’라는 비약적인 발전에 덕을 입어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성사되기까지 여정이 만만치 않았다. 퀘이사 프로젝트 하나에 여태껏 인류가 적립해온 기술력의 전부에 더해 테서렉트 아키텍쳐의 특수한 능력까지 총망라될 정도였다.

   결과론적으로 지금 와서 보면 승리였으나 처음에는 장담하기 어려운, 공상에 가까운 도박이었다. 그럼에도 카이젤은 지체없이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심지어 테서렉트 아키텍쳐를 얻기 전부터 퀘이사 엔진을 먼저 계획했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벤처 사업가이자 실패의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는 재능을 지닌 그에게 이 우주적 도전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차피 실패하더라도 이미 정복해놓은 다른 은하들이 많았기에 손해 볼 것도 없었다. 반대로 퀘이사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다면 바야흐로 가시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을 정복할 원동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담대하게 도박을 감내한 결과는 놀라우리만큼 경이로운 수준의 성공으로 보답 되어 돌아왔다. 황제가 처음 예상했던 잠재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우주적인 규모의 황금알 낳는 거위로서.

   {파이널 시퀀스 발동}

   시블링 홀로그래피들과 실체화된 시뮬레이션 우주들이 빛의 괴물을 둘러쌌다. 이어서 특수 구조물들이 차곡차곡 배열되어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환원시켰다. 보이지 않는 벌크 차원 쪽에는 테서렉트 아키텍쳐들이 거대한 바벨탑을 형성하여 퀘이사를 사방에서 에워 두르고 압축했다.

   빛을 뿜는 괴물 천체는 양극단에 놓인 거대한 암흑의 구체에 짓눌려서 신음하였다. 적도 부근에는 일곱 채색의 구체들이 뇌전과 섬광을 뿜으며 퀘이사를 갈가리 찢어 흡수하였다. 하이에나 떼가 사체를 먹어 치우기라도 하는 듯한 광경. 퀘이사의 핵심부인 블랙홀은 처참하게 뜯겨나갔다. 그 희생으로 방출된 힘들은 더더욱 강력한 속성을 띤 힘으로 변환되었다. 이러한 죽음과 부활의 고리가 끝없이 순환되며 복제되었다.

   이내 리얼리티, 벌크, 소스, 곧 3대 상위 차원축의 상부계들이 한 지점에서 수렴하더니 고위 법칙들이 개변되었고 수렴부의 시공간이 뒤틀렸다. 최대 출력으로 활성화해 둔 타임필드마저도 서서히 한계점에 봉착하였다.

   {인위적 싱귤러리티(Singularity, 특이점) 생성 완료.}

   {시간 압축률 무한 근접.}

   {오버랩 월드 강제 공명.}

   {특수 물질 응축, 400단계 봉인진 활성화.}

   계획된 미션들이 단계별로 하나씩 차례차례 성사되었다. 시스템과 서버들은 이 일련의 흐름에서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연산력을 초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윽고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 마침내 원본 퀘이사가 완전히 소멸하면서 그것이 놓여있던 자리에 텅 빈 공동만 남았다. 압박하던 두 개의 암흑 구체, 일곱 색의 구체도 사라졌다. 극렬했던 공간의 양자 진동도 고요해졌다. 우주급 에너지체들의 전쟁이 격히 벌어졌던 자리에는 이제 달 크기의 인공천체 하나만 남았다.

   {퀘이사 엔진, 퍼스트 모델, Quasar – I. 제작 완료.}

   전무한 괴물의 탄생, 그러나 후무(後無)하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안정화 작업 가동.}

   이어서 한 시간 동안 엔진 내부 구조의 정비 작업이 이루어졌다.

   {노말 모드 발동합니다.}

   쉴 틈도 없이 정비 이후에는 시범 가동이 개시되었다.

   {밀리언 모드(Million-mode) 가동.}

   엔진이 포효하며 가공할 위력의 힘을 발산하였다. 원본 퀘이사의 에너지 분출률의 무려 백만 배에 도달하는 힘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단순히 무절제한 힘의 폭주가 아니었다. 초미세 단위로 정밀한 조정이 가능한 힘이었다. 이렇게 괴이한 힘을 뿜어내는데도 정작 엔진 자체에는 조금도 손상이 없었다.

   {모드 1단계 상향. 빌리언 모드 가동.}

   조금 전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크기의 힘이 분출되었다.

   {모드 2단계 상향. 트릴리언 모드 가동.}

   자연계 최강의 천체 퀘이사가 죽어서 남긴 괴물인 인조 천체 Quasar-I은 원본을 무색하게 할 끔찍하고 지능적이고 막강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것은 비밀병기답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우주를 수놓았다.

   {최종 모드. 인피니티 모드(Infinity mode) 테스트.}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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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 별이 기대하시던 그 별(?)이 아니었다는..... 늘 예상 이상의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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