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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8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6. 인터미션 IV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1.29 | 회차평점 0 0

 

 

 * 읽기 전 중요 공지: 요한계시록 성경 특강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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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메시아닉 유대인들의 지리적 권역이 보존되리라는 기대. 그녀가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정치적, 시사적 추론에 기반하지 않았다. 그저 성경에 계시된 예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리온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혹시나 인류연합이 유대인들을 핍박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나님의 예언에 기반한 추측이라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머리로 이해되진 않아도 일단은 믿었다.

   ‘그래, 굳이 그 예언을 상징으로 치부할 이유는 없겠지. 내 이성을 성경의 권위 앞에 내려놓고 생각해보면 유대인들이 말세에 고토에 모이리라는 예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은 없다.’

   과연 얼마 안 가 그녀의 예상은 부분적으로나마 적중의 낌새를 보였다. 중립지대에 모여 살던 70만여 명의 메시아닉 유대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120명의 유대인 원로와 5천여 명의 젊은 유대인들이 먼저 나서서 이방 세계의 교회와 연합했다. 몇 사람은 이미 본부에서 여러 차례 마주치긴 했지만, 이제는 행동에 나선 무리의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이제부터 지구 전역의 선교에 매진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루디아, 그 아이 덕택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소. 그 아이가 타지인들을 향해 연민을 품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과 노력을 바치는 모습을 보고서야 부끄러움을 느꼈소. 지금껏 우리가 만민을 하나님께 이끄는 임무에 소홀했으며 그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통회할 따름이오.”

   이방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의 고백과 선언에 고무되었다. 이는 말하자면 유대인들이 ‘우리가 지구라는 후방을 맡아줄 테니 당신들은 염려하지 말고 더 넓은 세계를 악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헌신하셔도 됩니다’라고 독려해준 셈이었다. 더욱이 선교팀의 일원인 루디아가 유대인 동포들의 마음 문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자랑스러웠다. 이제 기나긴 지구 역사 내내 그리스도인 다수의 마음을 좀먹었던 ‘반유대주의’의 폐해는 흔적조차 남지 않고 지워졌다. 물론 진정으로 거듭난 참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속에서만.

   이어서 3월 중순에는 두 세계의 막힌 담을 허문 결정적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던 장본인인 루디아가 2차 여행에 합류하기 위해 선교팀에 복귀하였다. 지난 몇 달간, 그녀의 신앙 수준과 삶에서 드러나는 거룩함은 한층 더 아름답고 순결한 경지로 성장하였고 동료들은 그 모습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장차 활약할 바가 더욱 기대되었다.

   루디아는 1차 여행 때처럼 리온과 강윤혁과 더불어 한 팀으로 배정되었다. 아직 그녀에게는 하나님께서 선언하신 예언이 성취되어 동족 모두가 시작의 땅으로 귀환해 영적, 물리적 회복을 일으키는 장면을 지켜보고픈 소망이 있었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지구로 귀환해야 할 명분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귀환이 전제된 윤혁과 리온의 팀에 합세해야 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워, 루디아.”

   “나야말로 너희와 함께라서 영광이야.”

   리온과 루디아는 지난 2년간 같이 여행하며 이미 깊은 전우애를 형성한 상태였다. 이방인과 유대인, 두 무리의 대표자가 굳건한 영적 동맹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 교회와 메시아닉 유대인은 한마음으로 기뻐하였다.

   한편 아나스타샤는 루디아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곧 친애와 신뢰의 의지를 서로에게 확고히 언약하였다. 이후 아나스타샤는 동료가 된 루디아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채 모든 전략을 공유하였다. 물론 초인들과 거래한 내용에 대해서도 루디아에게 간단히 전해주었다.

   “안타깝게도 메시아닉 유대인은 선교팀에 합류하기 어렵습니다. 경제 체제의 오류 때문에 후원자도 처리에 애를 먹는 것 같습니다. 양산형 코드는 경제력까지 함유한 온전한 시민권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어서요.”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염려하지는 마세요. 다행히 지난 1차 여행 때 이미 참여했었던 루디아 씨는 기존 방식으로 코드 이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강윤혁 씨네 팀 이외의 백업팀들을 운송할 ‘복제 코드’에만 애로사항이 생긴다는 뜻이었어요.”

   “그렇군요.”

   내심 루디아도 동포들의 활약을 기대했기에 아쉬움은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잘됐어요.”

   지구의 정세나 주님의 말씀이 응할 먼 장래를 생각하면 유대인들은 지구에 남는 편이 낫다. 게다가 어차피 주님 안에서는 어디에 있건 한 형제이니 굳이 떨어진다고 의식할 필요도 없겠지.

   “현실적 여건도 여건이지만, 유대인들은 예언의 성취를 대비해야 합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에요. 저로서는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아나스타샤가 정중히 경의를 표했다.

   “고마워요. 저도 민족적 소명에 대해서는 늘 의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단 지금은 윤혁이와 선교 여행에 함께 하기를 원해요. 예슈아께서 제게 주신 임무이기도 하고 그 친구와의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당장은 그 일에만 집중하겠어요. 마르다처럼 여러 임무로 마음이 나뉘면 근심이 깊어지겠죠”

   이제 루디아의 용기와 결단력은 이전보다 더욱 굳고 확고해졌다. 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일전보다 강건해진 그녀는 이제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와도 기꺼이 극복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리온과 아나스타샤는 그런 루디아의 성장을 보고 내적 도전을 느낀 동시에 깊이 감사하였다. 의지할 버팀목이 하나 늘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약속 날짜를 일주일 앞둔 시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핵심 인물도 합류했다. 강윤혁, 그가 은둔 생활을 접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온전한 육체적, 영적 회복을 완수한 그는 이전보다 건실하고 듬직해져 있었다. 생기 넘치는 좋은 얼굴과 강건해진 몸에서 기력과 활력이 넘쳐 보였다.

   “돌아왔구나, 윤혁.”

   “훨씬 좋아 보이네.”

   “널 기다리고 있었어.”

   동료들은 일제히 기쁜 표정으로 그의 귀환을 반겨주었다. 그에 응답해서 해맑게 웃는 청년의 훈훈한 미소는 충만한 생명력과 선량한 향기로 친구들의 마음을 시원케 해주었다.

   “어서 돌아와, 친구.”

   리온이 윤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영하였다.

   “보고 싶었어.”

   루디아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수줍게 인사했다.

   “나 역시도.”

   윤혁은 싱긋 웃으며 둘에게 대답했다. 세 팀원이 다시금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스테판 씨만 함께 하면 완벽할 텐데. 마지막까지 용감히 투신했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리온과 루디아의 마음 속에 잔상으로 선명히 아른거렸다. 우주 인류를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깊은 숙면에서 깨우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도박에 뛰어들었던 그를 떠올리며 둘은 옛 감상에 잠겼다.

   ‘후원자가 그를 무사히 회수했다고 듣긴 했다만.’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이 여전히 아쉬웠다.

   “염려하지 마. 어차피 그도 곧 우리에게 합류할 거야.”

   윤혁이 두 친구를 위로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스테판 씨와의 동행을 다시 허락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인연을 선물해주신 데에는 반드시 뜻과 계획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

 

 

 

 

   제로원의 심장부에 놓인 궁정.

   “어머나, 반가워.”

   “난 전혀 반갑지 않군.”

   흑발금안의 초절정 미남과 은발의 초절정 미녀가 불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서로를 노려보며 마주하였다. 교차하는 두 시선은 영 심상치 않았다. 그나마 티아라는 가식적이나마 싱긋 웃고 있었으나 카이젤은 냉혹한 눈초리와 무표정한 모습으로 귀찮음의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옆에 서 있는 카이젤의 비서관, 붉은 머리의 데미안 룩스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곤경을 감내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황제께서 이 나를 제로원까지 소환하셨을까~?”

   살랑거리는 그녀를 카이젤은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네 커버넌트에 새겨진 하늘도시 입장 권한을 축소한다, 티아라.”

   “아니, 나한테 왜?”

   티아라는 자신이 마치 부당한 대우를 당한 피해자인 양 억울한 희생자의 행세를 하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이에 카이젤의 미간이 더욱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네게 감히 이유를 물을 권한이 있었던가?”

   “그렇긴 하네. 어차피 황제께서 시키는 일에 복종해야지 별수 있나. 하지만 적어도 이유만이라도 알려준다면 협조가 순조로울 텐데.”

   그러나 카이젤은 진짜 이유를 정직하게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적당한 변명으로 대체하기로 마음먹었다. 티아라와의 관계야 어차피 신뢰를 기반으로 세워진 것도 아니니 양심에 꺼릴 것도 없었다.

   “네 혹세무민의 능력은 장차 다가올 식민지 전면개방과 시민권 보편 부여에 있어서 골칫거리다. 지금까지는 네 행위가 사회 안정화에 쥐꼬리만큼이나마 유익이 되었기에 일부러 활보를 허락했건만, 이제는 정황이 바뀌었다.”

   “어머나, 그 말인 즉슨 이제는 인류연합이 본격적으로 그 본색을 드러내고 식민지들을 공식적으로 통치하겠다는 말씀이시네. 우주 단일정부로서 말이야.”

   카이젤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카이?”

   예민하기 그지없는 티아라는 미묘한 낌새를 눈치챘다. 물론 티아라의 능력으로는 카이젤의 마음을 파헤칠 수 없었다. 그의 철옹성 같은 방어력과 복잡한 심중을 꿰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표정도 늘 포커페이스인지라 간파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성녀는 직감적으로 그의 행동 양상이 평상시와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감지해내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법도 싶단 말이지.’

   한편, 카이젤의 발치에서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두 마리의 작은 동물과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한 동물은 윤혁이 선물한 고양이 태원,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회색 아기 양이었다. 태원과 케일은 제법 친해진 모양인지 서로를 그루밍해주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회색 아기 양은 케일의 애정 공세에도 무관심으로 응수했다. 심지어 호랑이의 콧잔등에 발굽으로 펀치까지 날리기도 했다.

   ‘엄한 기억이 떠오르게끔 하는군.’

   맹랑하고 엉뚱한 반려동물들을 감상하면서 그는 몇 달 전 자신을 호되게 꾸짖은 당돌한 선지자를 회상했다. 그가 티아라의 제자라고 했던가. 솔직히 이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교활한 티아라보다는 리온이라는 이름의 그 제자가 더욱 골치 아프고 당황스러운 존재로 느껴졌다.

   ‘다른 설교자 같았으면 무시로 가뿐히 응수했을 텐데, 왜 놈의 설교에 주눅 들어 버렸지?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던 이 내가?’

   고귀함. 영적인 순결함. 정직함.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신. 분명 리온 마흐무드에게는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 고집 센 제왕 카이젤조차도 경청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리온의 말에는 능력이 있었다. 그 선지자가 스스로는 범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리온의 뒤에는 정체불명이 권능이 도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카이젤은 그 정체불명의 힘에 대해 커다란 경외와 두려움을 은연중에 느꼈다.

   오늘 티아라를 하늘도시에서 추방하려는 목적도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리온의 꾸짖음으로 인해 야기된 이유 모를 꺼림칙함을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동생에게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우스꽝스럽거늘, 자신의 행태가 한 층 더 유약해졌다는 사실이 자각되었다.

   여하튼 티아라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뭐, 그래요. 알아서 잘해보셔요, 우리 잘나신 폐하.”

   카이젤은 그런 그녀를 가증스럽게 흘겨보았다.

   ‘올해 생일선물은 이것으로 대신하지, 동생.’

   그 아이가 고마움은 느껴주려나 모르겠다. 성가신 장애물을 하나 치워줬으나 절이라도 받아야 마땅하겠건만. 그러나 괜히 그런 일로 생색내자니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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