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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89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38. 불구덩이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2.10 | 회차평점 0 0

 

 

 

 

 

 

*

 

 

 

 

 

 

   최근 들어 인류는 많은 은하를 정복하였고 그 과정에서 넘쳐나는 자원들을 수입해왔다. 그중에는 항성이나 행성 그 자체도 제법 있었다. 인류는 바다의 모래알보다 흔하게 널려 있는 그들 소유의 항성 중 상당수를 송두리째 개조하여 여러 새로운 시범작을 제작했다.

   기술적 경험이 쌓이면서 천체 개조 기술은 날이 갈수록 비약적 속도로 성장했다. 생산품의 타입도 다양해졌으며 이에 맞물려 양산형 인공항성 제작 기술도 급성장했다.

   솔라 타나토스 역시 그런 흐름으로 인해 탄생한 최신작 중 하나였다.

   솔라 타나토스 알파 타입에는 강력한 빔을 생성하는 구멍이 백여 개 존재했다. 구멍의 지름은 직경 2천 km였고 그 깊이는 항성 핵 중심까지 이어졌다. 구멍들은 에너지의 추출, 압축, 형태변환, 전송, 복제 등의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외부로 에너지를 사출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공격무기로의 이용도 가능했다.

   구멍 주변으로는 무시무시한 규모의 변형 중력장과 변형 전자기장이 압축되어 있었다. 이를 안정적으로 가둬두기 위해 특수한 신물질로 제작된 일련의 구조물들이 구멍을 감싸고 있다.

   가장 중심축에 가까운 내부에는 도넛 형태의 구조물들이 일렬로 구멍의 축을 따라 반복적으로 나열되었고, 그 바로 바깥에는 코일 형태의 긴 구조물, 그 바깥으로는 긴 원통형 구조물이 있었다.

   구멍은 무저갱을 연상시키듯 바닥도 없이 항성 핵까지 이어졌다. 핵에는 항성 개조 기술의 핵심에 해당하는 특수 시설이 있었고 상위차원과 맞닿는 구형 게이트 구조체가 자리하였다. 아울러 웜홀, 테서렉트 아키텍쳐의 부속품, 중력 및 반중력 생성 소자, 물질 에너지 변환 장치, 인공적인 준-영구기관 다수가 핵과 결합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핵 안쪽에서는 특수 기술의 도움 없이는 그 무엇도 절대 견디지 못한다.

   만약 정상적으로 솔라 타나토스가 작동했다면 차폐막이라도 형성되어 외부에서 유입된 이물질이 별의 자체적 중력에 이끌려 끼어들지 않도록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조작이라도 한 것마냥 이번에는 문제가 복잡하게 불거졌다. 게이트 항법 오류로 오착륙한 선교팀의 메인 우주선은 새로운 위기와 마주하였다.

   “엔진 폭주 현상이라고?”

   신해가 모니터에 계측되는 솔라 타나토스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확인하더니 흔들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래 3년마다 무작위로 나타나는 현상이야.”

   옆에 있던 케리가 가까스로 혼미한 정신을 붙잡고 해설해주었다.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고?”

   “응, 생각해보니 계산보니까 때마침 지금과 타이밍이 정확히 일치해. 낭패로군. 하지만 항성급 시설이 폭주하는 현상은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데?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항성 중에서 우리가 착륙한 이곳이 폭주했지?”

   “어이, 이봐, 지금은 고민으로 주저할 때가 아니야.”

   신해의 재촉에 히어로들은 급한 대로 솔져 시절 배웠던 프로토콜대로 행동을 서둘렀다. 그들은 함의 내열 기능 및 중력 방어 기능을 신속히 가동했다. 이후 슈트를 갖춰 입고 열과 압력, 중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케리, 무디, 너희 권한으로 함의 특수 모드 가동을 위한 인증을 해줘. 급한 대로 그것부터 해결하자. 내가 탑승자들과 화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게.”

   “……일단 알겠다.”

   신해는 민간인 탑승자의 보호 문제를 처리하고자 잠깐 자리를 비웠다.

 

   한편, 조종석에 남겨진 무디와 케리는 새로운 난관과 맞닥트렸다. 함을 지휘해야 할 인공지능 여럿이 게이트 웜홀에서 빠져나온 충격으로 타격을 입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힘의 개입으로 인한 오류에 감염된 것인지, 정지상태에 놓여버렸다.

   “야단 났군.”

   인공지능들의 도움이 없다면 수동 조종으로 부족분을 메꿔야 한다. 그것을 감당할 자는 이 자리에 영웅들뿐이었다.

   “이거 영 안 좋군. 나라고 모든 함의 조종법을 통달한 건 아닌데.”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

   낭비할 틈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함은 중력에 의해 항성 중심부로 빠르게 끌려가고 있었다. 케리와 무디는 당장 이용할 수 있는 함의 특수모드 및 특수설비를 모조리 가동해 가까스로 중력과 자기장에 저항하였다. 그들은 함을 바깥쪽으로 역주행시키고자 애썼다. 하지만 엔진 폭주 현상으로 인한 소용돌이와 구멍에서 작동하는 특수 입자가속기 때문에 좀처럼 대응이 간단치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항성의 거대 구멍 안에는 특수 구조물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이물질을 안정적으로 파쇄시키기 위한 자정 작용을 일으켰다. 마치 생명력을 지닌 마법의 미로가 스스로의 형태를 바꾸어가며 침입자를 서서히 말려 죽이듯, 구멍 내 구조물들은 세부 형태가 쉴 새 없이 변환되었다. 여기에 더해 특수 구조물들이 내뿜는 빔과 물리적 공격과 압력이 우주선 위에 가차 없이 가해졌다. 자칫하면 고래 뱃속의 물고기가 위산에 녹아내리듯 소멸당할 판이었다.

 

 

 

 

 

 

 

 

*

 

 

 

 

    윤혁, 리온, 루디아 셋은 한 겹의 캡슐로 둘러싸인 채 보호실로 옮겨졌다. 동면 모듈이 발동되기 직전 풀 무장 슈트를 갖춰 입은 신해가 보호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직전까지 주요 시설들의 상태를 살피면서 수동 조종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 함 내부의 특수 무장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점검을 마친 그는 마지막 절차로 보호 대상들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캡슐 너머로 윤혁 일행과 마주했다.

   “형! 바깥 상황은 어떻게…….”

   다급한 목소리로 윤혁이 질문했다. 선교팀 멤버 셋 모두 몹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세히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그들도 직감적으로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우주선이 큰 위기 가운데 놓였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불확실성과 위기 가운데 어느 누가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잘 들어. 놀라지 말고 진정해야 해.”

   신해는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두려움의 감정을 억누른 채 침착하고 표정을 갈무리했다. 저 세 명도 지금 엄청난 두려움과 마주하고 있을 텐데도 꾹 버티고 있거늘 하물며 자신은 히어로다.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자.

   ‘여기서 내가 흔들리면 보호를 받아야 할 자들도 무너진다.’

   자신이라고 왜 무섭지 않겠는가.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어.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해.’

   그는 이렇게 마음 먹고 입을 열었다.

   “하필 특수 목적으로 개조된 공업용 항성에 불시착했어. 그것도 대류층 내부에. 인공 중력에 이끌린 탓에 함이 사출구로 떨어지는 중이야. 솔직히 말하면 상황이 좋지는 못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바깥으로 탈출해볼게.”

   신해는 최대한 신중히, 그러나 정직하게 브리핑을 했다.

   “괜찮을까요? 탈출할 수 있겠죠?”

   “모르지.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내게는 너희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그러니 잠시 여기 캡슐 안에서 푹 자면서 기다려줘. 잠깐 동면 상태로 버티다보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되어 있을거야.”

   신해의 말을 듣고도 윤혁과 리온와 루디아는 여전히 두려움과 치열히 씨름하였다. 생리적 공포란 죽음의 위기를 직면한 승객이라면 필시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이라고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 선교사들에게서는 이유를 모를 의연함이 느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 자체보다 임무가 아쉬운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을 더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신해도 세 사람의 이러한 의연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져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아닌, 죽음에 대한 생리적인 공포를 역이용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함으로써 임무를 성공시키는 자들이니까. 어느 누가 진정으로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나도 알겠어. 저들이 왜 두려워하지 않는지를.’

   진정으로 죽음을 극복한 자들만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을 이기는 유일한 길은 영생과 부활에 대한 올바른 확신뿐이다. 참된 영생을 알고 믿는 세 선교사에게는 사망의 골짜기 안에서도 꺾이지 않을 굳건한 평온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불구덩이로 끌려가는 지금 상황에서도. 동일한 종류의 믿음을 소유하게 된 신해는 이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였다.

   “윤혁아. 잘 들어라.”

   “네, 형.”

   “우리에게는 함선의 무장에 접속할 특수 권한이 있어.”

   인류의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은 성장 위에 성장을 거듭 누적한 끝에 현시점에 이르러서는 극의에 달하고야 말았다. 그 폭발적인 발전 덕에 이제는 모든 우주선 기종에 초월적인 수준의 기술력이 내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내재 기능을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다.

   “아무나 그 무장들을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야.”

   범죄 및 반역 목적으로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오로지 높은 지위 혹은 특수한 직종에 해당하는 인물들만이 우주선의 잠재력을 쓰도록 허락되었다. 그것도 모종의 복잡한 ‘코드’를 통해 특수 장비에 접속하거나 특수모드를 활성화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통해서만 그 일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히어로나 솔져는 특수 직종으로서 여기에 해당사항이 있었다.

   “때마침 우리가 이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야.”

   신해 일행에게는 이것이 유일하게 걸어볼 수 있는 희망이었다.

   “이 함에도 분명 현 수준보다 몇 단계 위의 성능을 발휘할 잠재력이 내장되어 있어. 하지만 잠정적인 위험성이 높기에 오로지 훈련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지. 우리가 그 기능을 최대한으로 사용할 거야. 이 상황을 타파해볼게.”

   본인도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신해는 최대한 의연한 모습으로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들이 준비된 것인지도 모르리라. 이제부터는 자신이 모두를 책임져야 한다.

   “정직히 말하자면 성공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는 말 못 해.”

   신해는 두 주먹을 핏줄이 바짝 서도록 꽉 쥐었다. 거대한 긴장감, 압박감, 부담감에 더해 거룩한 사명 의식과 불확실성에 대한 큰 불안감이 그의 심장을 억눌렀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심령의 풍파를 초연히 짓눌렀다.

   ‘질 수 없어.’

   굳게 믿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믿어줘. 우리의 모든 명예를 걸고 싸울게.”

   “고마워요, 형. 부탁드릴게요.”

   윤혁에 이어 두 선교사도 전운을, 아니 선한 섭리를 빌어주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꼭 승리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몸조심하셔야 해요. 영웅님들을 주님께서 보호해주시길.”

   윤혁과 리온과 루디아는 모든 염려를 십자가에 못 박은 뒤 히어로들을 믿고 맡겨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현재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동면 상태로 기다리면서 히어로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뿐이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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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악이 창궐하고 역사할 때 주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던 이들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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