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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98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0. 기계들의 통치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3.02 | 회차평점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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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구역 내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양식에는 크게 서너 유형이 있었다.

   첫째, 어떤 지역들에서는 인공지능 지배자가 존재하긴 하되 현대의 인간 사회처럼 자유가 제법 보장되었고 그 덕에 겉보기나마 합리적으로 보이는 통치 방식이 나타났다. 그런 곳들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점령했다는 현실이 좀처럼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엄연히 주권의 우열은 존재했다. 도심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감시자 로봇들이 활개 치고 다녔다. 경찰력과 군사력 또한 철저히 로봇에 의해 관리되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인간의 자유를 침탈하였고 은연중 많은 권리를 제한했다.

   둘째 유형, 첨단화된 자율 전투 로봇들이 도시 곳곳을 노골적으로 휘저으면서 명령에 불복하는 인간들을 체포하는 사회. 그런 불행한 지역에서는 과거 공산주의와 나치즘 휘하의 세계 이상의 참혹함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인공지능들이 계산한 잠정적 위험성(주로 각 사람의 사상이나 성격적인 경향)에 따라 숫자와 알파벳으로 분류되었고 위험군에 해당하는 인간들은 강제 체포되어 특정 격리 구역에 몰아넣어졌다. 종종 달아나거나 저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금세 체포되었다.

   셋째 유형, 인간 독립군들이 가까스로 기계들을 상대로 저항을 벌이고 있다지만 수효와 무력에서 밀려 점점 코너로 몰려가는 지역. 이곳의 상황은 더 비참했다. 식량과 물의 공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투는 철저히 기계 측에 유리했지만, 기계들은 모종의 법칙 때문인지 인간의 생명을 절대 해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대립 구도는 지리멸렬하게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죽을 바에야 차라리 비굴해지더라도 살겠다는 심정으로 독립군 진영을 탈영해 기계 측에 항복하는 편을 택했다. 주민들의 머릿속에는 ‘사상제어의 표식’이 있었기에 목숨을 초개처럼 내버리는 선택은 허락되지 않았다.

   넷째, 아예 기계들이 인간의 자율성을 말살해버린 지역. 이런 류의 지역을 다스리는 기계 지도자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정신 활동만 지속하도록 허락하였고 몸은 봉인해버리는 정책을 택했다. 대개는 동면 상태로 얼려버렸다. 비용 낭비가 크긴 했지만 죽일 수는 없기에 지속적으로 영양 공급을 하고 근 자극을 주고 생체 징후를 점검해 건강도 유지시켰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기계들도 비용 대비 이득을 고려하여 사람들의 정신 활동을 자원으로써 착취해냈다. 정보 재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시뮬레이션 우주나 가상 현실로의 강제 접속도 동원되었다. 극히 드물게 기계가 동면 중인 인간들로 하여금 ‘교미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존엄성 때문인지 가상 현실 속에서 실제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된 쌍들 한정으로만 집행되었다.

   “21세기에나 유행하던 디스토피아 배경의 영화 속 장면 같네.”

   “디스토피아 영화?”

   문득 윤혁이 옛날 영화 이야기가 떠올라 혼잣말하자 이해하지 못한 리온과 루디아가 갸웃거렸다. 둘에게는 윤혁과 달리 일부러 고전 작품을 찾아 비판적으로 감상하는 취미가 없었다. 머쓱해진 윤혁은 재빨리 얼버무렸다.

   “아, 그런 게 있어. 너무 신경 쓰지 마.”

   아쉽게도 이번에는 제1구역 때와는 달리 반복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지는 못했다. 마치 바깥 세계의 체제와 이 세계 내에서 만들어진 것, 두 부류의 소프트웨어끼리는 간섭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힘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무력을 이용한 대립 또한 불가능했다. 이쪽 세계에서 만난 기계들은 하나같이 윤혁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다. 반대로 일행의 인형 몸체도 현지 기계를 향한 공격을 시행할 수 없었다. 두 세력은 무언의 제약에 속박되어 있었다.

   ‘역시 리온의 말대로 저쪽도 이쪽도 기계 율법의 지배를 받는 건가?’

   하지만 마냥 그렇다고 단언하기에도 모호했다. 현지의 기계들이 벌이는 행위를 종합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계 율법의 ‘인간 보호’ 조항에 위배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명만 해하지 않는다 뿐이지 사실상 반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절묘하게 율법 위반을 회피한 건가?’

   고민해보아도 뾰족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선교팀은 깊은 의논 끝에 제1구역 때와는 반대로 오프라인 선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였다. 어차피 현지를 지배하는 토착 기계들과 무력 충돌할 염려도 없고 설령 부딪히더라도 기계 몸이라 다칠 염려도 없다. 그러니 눈치 볼 필요 없이 적극적으로 복음 전파에 나서는 편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본체와의 접속이 언제 또다시 끊길지 몰라.”

   리온은 최대 효율을 고려하여 각자 흩어져서 전도하는 전략을 짰다.

   “최대한 빠르게 많은 사람을 만나서 복음과 성경을 전해주자.”

   이렇게 세 명의 선교사는 각자의 개성과 방식을 살려 선포 활동을 개시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기계의 강압 때문인지 제2구역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자유를 향한 갈급함이 있었다. 그들은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기를 간절히 원했다.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기계에게 패배했다는 좌절과 열등감을 극복하기를 소망했다. 더욱이 자신들이 기계와 차별화될 수 있는 결정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기를 몹시 바라였다.

   제2구역 주민들이 맨 처음 자유를 쟁취하고 의미를 발견하고자 택한 방식은 무력 투쟁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 방법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차츰 거듭된 패배에 지친 이들은 자유를 향한 갈망 그 자체를 망각해갔다.

   수십 년간 그런 상황에 놓여 있던 마당에 패배주의에 젖은 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자유가 전해지자 일대 혁명이 벌어졌다. 획기적이고도 기쁜 소식이었다. 선교사들은 주민들에게 인간은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그 영혼이 죄의 억압으로부터 놓임 받을 필요성이 있음을 일러주었다. 나아가 그걸 이루기 위해 신께서 하신 일들을 차근차근 전했다. 낙망하던 이들은 복음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절망적인 상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겠소?”

   간혹 비관주의자들은 이렇게 비방했다. 복음이나 철학적 탁상공론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면서. 그들에게 그럴싸한 위로의 말을 지어낼 만한 말주변까진 없었기에 선교사들은 투덜대는 이들과는 몇 번 말을 섞은 뒤 헤어졌다.

   한편 혹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저 기계들은 한때 우리들의 피조물이었습니다. 피조물이 이렇듯 창조주를 핍박하고 공격하는 마당입니다. 그렇다면 설령 우리의 창조주가 존재한다 한들 그 존재를 진정으로 공경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기나 합니까?”

   같은 맥락의 질문이 여기저기서 흔히 반복되자 윤혁은 이렇게 답했다.

   “인간은 어떤 것도 스스로 창조하지 못합니다. 기계를 지어낸 것도 외부 세계의 지식을 모방하고, 기존에 쌓아온 과학적 관찰의 결과를 응용하여,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흉내를 낸 뒤, 이미 존재하던 자원을 가공해 하드웨어를 만들고 인간의 뇌를 모방한 소프트웨어를 덧붙인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온 만물을 통틀어 진정한 의미의 ‘창조’를 행하는 분은 오직 스스로 계시는 하나님 한 분뿐입니다. 피조물은 그저 모방만 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기계들의 창조주 역시 우리 인간이 아닌 하나님입니다. 기계들은 창조주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창조주 행세를 하던 우리의 미련함을 일깨워주었을 뿐입니다.”

   한편 누군가는 이렇게도 질문했다.

   “우리가 인공지능들을 발명한 것이 실수였단 말이오?”

   여기에 대해서는 리온이 상세히 답해주었다.

   “기술 문명 그 자체를 악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명이란 선하게 이용될 수도 있고 악하게 이용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죠.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심어진 죄의 본성, 이기심, 욕망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제아무리 인간들의 힘과 문명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해도 죄의 본성은 기어코 인간 자신이 지어낸 발명품들을 악한 용도로 쓰도록 유도하고야 맙니다. 노동에서 해방되려는 탐욕이 잉태해낸 ‘기계들의 반란’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보십시오.

   인간 스스로는 선해질 수 없습니다. 설령 선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내면에는 뿌리 깊은 악의 본성이 웅크리고 있죠. 거기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실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분이 우리 마음을 변화시켜 주실 때, 비로소 죄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요 8:36, i). 그분을 떠나 인간끼리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의 직설적인 설교와 가르침에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거나 겁에 질려 외면했다. 그럼에도 진리를 향한 간절한 갈망을 품고 있던 일부는 리온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고이고이 담아두었다. 리온은 사람들이 기계들의 눈을 피해서 말씀을 읽을 수 있도록 비밀 집회가 벌어지는 인간 아지트마다 성경책을 전달했다. 이에 일부 무력 저항 세력은 항쟁을 내려놓고 신앙 공동체로 노선을 변경했다. 세상을 올바르게 개혁할 힘이 폭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루디아는 고난받는 지역을 방문하여 핍박받는 자들과 눈물을 나누었다.

   “포기하지 마세요.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여러분을 깊이 사랑하고 계세요. 당신들은 결코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에요.”

   그녀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망가진 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분들은 당신께서 당신의 형상으로 지으신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이들이 악으로 말미암아 큰 고통 가운데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예슈아께서 세상에 재림하실 때 모든 악을 바로잡으실 것을 믿습니다. 그때 부끄럼 없이 이분들이 당신의 오심을 맞이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이분들의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이 연약한 제가 간절히 소원합니다.”

   루디아의 진심 어린 이타적 기도는 어렵게 사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심령의 감옥 문을 활짝 개방했다. 그들은 그녀가 증언하는 ‘사랑의 하나님’에 대해서 궁금증을 품었다. 루디아는 기꺼이 예슈아께서 행하셨던 사역을 전하였다. 나아가 왜 그것이 진정한 소망이며 참된 사랑의 실현인지까지 가르쳐주었다.

   “이대로 여기를 떠나가시렵니까?”

   어떤 이들은 아쉬운 나머지 그녀가 더 오래 남아주기를 원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제 진짜 몸은 다른 곳에 있어요. 이 몸체는 이곳에서 발명한 기계와는 별도로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로봇이에요. 저는 단지 이것을 단말기 삼아 입을 빌렸을 뿐이죠. 하지만 제 마음과 영혼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주님 안에 있는 자들은 시공을 초월해서 늘 모두가 함께이니까요.”

   일부는 그녀의 스쳐 가는 말을 듣고는 외계 세력이나 그들이 부리는 기계에 관해서 궁금증을 품었다. 혹시라도 이 상황을 타파할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루디아가 전해줄 만한 도움은 없었다. 윤혁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기술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만일 윤혁의 추측대로 정말 지구 세력이 이 일들의 배후라면 어떡하지.’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선교는 상당히 진전되었다. 그리고 제2구역에 착륙한 인형들이 선교사들의 정신과 연결된 지 정확히 열아홉 날이 지나자 링크는 다시금 칼 같이 차단되었다. 우주선을 관리하던 세 전사는 특수 필드의 통신 간섭 효과에 대해서 분석하려 시도했으나 이는 그들의 지식 너머의 일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선교사들의 정신은 다른 대륙에 착륙한 인형 몸체 쪽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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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미래에 어떻게 운명을 맞이할지 성경의 예언을 알고 싶으면 위 동영상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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