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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10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5. 크로스솔져 I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3.30 | 회차평점 0 0

 

 

 

 

 

Chapter 45. 크로스솔져 Ⅰ

 

 

 

 

 

 

 

 

   나포된 하늘도시 안에서 선교팀이 활약하던 사이, 신해와 히어로들은 약 한 달 동안 우주선을 보호하고자 고군분투했다. 참고로 그 당시는 과도기라 다른 하늘도시들은 모두 개방기간이 30일에서 15일로 단축되던 때였으나 하필 신해 일행이 착륙한 하늘도시는 나포된 상태인지라 이 같은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터였다.

   갈트론의 마수는 단지 하늘도시 안에 심어진 것들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괴물 같은 이종족 군단을 비롯해 각종 괴뢰 시스템의 하수인이 결계 안쪽 1.2AU (주: 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반경의 우주 상공에 득실거리고 있었다. 한창 우주 정벌이 물오르던 시기라 인류의 생산력은 이미 상상의 범위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였고 자연히 이에 맞물려 적의 군세도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였다.

   맞상대해야 할 적들은 객체화된 유닛들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천 겹으로 겹친 아공간, 변형 조작당한 공간, 기계 군단, 초거대 오브젝트, 시시각각 소환되는 이동 무인 요새와 특수 구조물, 그리고 필드 전역에 펼쳐진 특수한 고차원적 힘까지 출현했다. 공간과 유닛과 환경이 한 마음 한뜻으로 숨통을 조이는 개미 지옥. 그야말로 적진 한복판에 갇힌 셈이었다.

   “끝도 없이 징그럽게 몰려오는군.”

   무디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최악의 상황이야. 이런 걸 한 달씩이나 당하려니 진절머리가 날 지경인걸.”

   케리도 슬슬 한계였다. 그의 정신에너지도 소모되어 바닥이었다.

   “원체 간사한 놈들인 건 알았지만 이번 상대는 최악 중의 최악이네.”

   이전 휴먼솔져 시절에도 지독하게 겪어봐서 알지만, 초인들의 간교한 책략과 기행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예전에도 그러하였거늘 이미 권력의 규모가 우주적 범위로 확장된 지금은 더욱더 지독하였다. 셋은 이를 갈며 탄복했다.

   세 영웅은 지치지 않도록 번갈아 가면서 역할을 교환했다. 한 명은 함의 조종 및 제어, 다른 한 명은 직접 전투 슈트를 입고 함 근처에 다다른 지능형 소형 유닛을 격퇴하는 일, 그리고 남는 한 명은 치료용 캡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식이었다. 인원수가 원체 부족했기에 격납고에 따로 비치해둔 솔져 전용 원격 인형 로봇들까지 동원되었다. 보통 일반인들과는 달리, 훈련받은 솔져들은 본체를 움직이면서 동시에 인형까지 함께 제어하는 고난이도 전투술을 쓸 수 있었다.

   어느덧, 이번 텀의 전투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조금만 힘내라!” 

   조종 역을 맡은 신해는 있는 힘 없는 힘 죄다 짜내어 함선의 몸체를 괴수 머리에 들이박았다. 준 행성급 포식 종(種) ‘갤럭투스’가 충격파로 인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몇 분 후면 금세 재생하겠지만, 그래도 쉴 시간을 번 셈이었다.

   “헉헉.”

   지친 신해 곁으로 케리와 무디가 다가오더니 그를 조종석에서 끌어내었다.

   “무리하지 말고 잠깐 쉬어라.”

   “그래, 조금 전 일격으로 적들도 잠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어.”

   셋은 잠시 교대를 멈추고 다 같이 휴식 차 바닥에 걸터앉아 숨을 가다듬었다.

   “애초에 우리 정도 전력으로는 무리였다. 적들에게 인간을 죽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프로그램되었기에 그나마 어느 정도 대치가 가능했을 뿐이었어.”

   무디의 말대로 만일 양 세력이 죽일 기세로 일기토를 했다면 함은 진작에 녹아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적들에게 심어진 불살 원칙이라는 핸디캡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며칠의 싸움은 그야말로 행운의 연속이었다. 일단 온전히 목숨이 붙어있었다. 포획도 어찌어찌 잘 피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하, 그래도 잘 이겨냈어. 우리가 이겼다고!”

   “뭐 그리 좋다고 실실 웃는가?”

   녹초가 된 상태로도 호탕하게 웃는 신해가 부러우면서도 조금은 얄미운지 무디가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자의 기운을 곁에서 공유하는 것도 제법 나쁘진 않았다. 무디는 녀석의 지치지 않는 정신력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넌 쉬는 도중에도 신의 말씀을 손에서 안 놓고 찬송을 입에서 끊지 않는군. 그게 네 기쁨의 원천이라도 되는 건가?”

   “감사하니까 그렇지 뭐. 죽을 위기 가운데서도 하루라는 시간을 덤으로 선물 받은 셈이잖아. 뭐, 육체를 떠난다 해도 주님 얼굴을 뵐 테니 감사하고, 여기에 남더라도 임무를 계속할 수 있으니 또 다른 의미로 감사하지.”

   어찌 보면 극한의 궁지에 몰린 암담한 상황인데도 신해의 의연한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참으로 놀라웠다. 흔히 말하는 긍정적인 사고 전환이나 정신 승리 따위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격이 다른 소망이 넘쳐나는 것이 엿보였다. 솔져 시절,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겨온 무디도 그런 평온을 머금은 얼굴의 솔져는 보지 못했다.

   “강성한 씨가 네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군.”

   “야, 너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신해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의 조언대로 너희도 언젠가 꼭 깨달아야 해.”

   “네가 입이 닳도록 말했던 ‘신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말인가?”

   “그래, 마. 슬슬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지?”

   무디는 피식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어린아이 같은 소리라고 무시했으리라. 발달 단계 아이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친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적어도 얼마 전의 그는 인격적 신이라는 존재를 그리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신해가 내미는 제안이 가슴속 깊이 심상치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말이야.”

   신해는 담담한 목소리로 옛날이야기를 읊듯 화제를 돌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홍해를 마주했을 때, 파라오의 군대가 붙잡기 위해 추격해왔었지. 지금의 우리보다는 조금 더 절망스러웠을걸? 우리에게야 무력이라도 있지, 그때의 이스라엘은 싸울 전사마저 없었으니까.”

   “기적만을 바라야 했던 처지라 이건가? 신의 도움과 개입을?”

   “그렇지. 보통 비신자도 참호나 구덩이에 빠져서는 신이나 절대자를 찾게 마련이잖아. 하물며 선민이었던 그들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아? 하나님께서 일부러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에 자기 백성들을 몰아넣으신 셈이잖아.”

   이에 두 친구는 의아해하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건 그렇군. 애초에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위기 자체를 겪지 않게 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백성들이 원망했던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군.”

   그러자 신해는 피식거리며 등을 벽에 기댔다.

   “왜 그러셨는지 알아?” 

   청중은 잠잠히 침묵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위기의 순간,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돼. 마냥 무너지거나, 아니면 전능한 손길을 향해 눈을 돌리거나. 보통 아무리 완악한 사람이라도 목숨이 위험해지면 생전 한 번도 안 찾던 전능자를 찾게 되어있어. 하지만 누군가는 전능자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믿음으로 매달려 간구하지.”

   비록 하나님의 존재를 알았다고는 해도 이스라엘 백성은 전자에, 모세는 후자에 해당하였다. 결국, 하나님이 택하신 것은 후자. 그분은 모세의 지팡이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홍해를 가르셨다. 신뢰하는 자들을 들어 신뢰치 못하는 자들 앞에 영광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고난 속에서 역동하는 신의 원리였다.

   “There can be miracle, when you believe.”

   신해의 슈트에 내장되어있던 스피커가 그의 흥얼거리는 감정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가동되었다. 철 지난 시절의 노랫말이 음률과 함께 흘러나왔다. 무디의 귀에는 문득 가사가 자신들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게 네가 솔라 타나토스 앞에서도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나?”

   “반쯤은 맞는 말이지.”

   “뭐, 네 신념은 인정한다. 하지만 믿음만으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아. 잊진 않았겠지? 우리가 솔져가 된 이래로 히어로가 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주입받은 가르침,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라는 것 말이야.”

   신해는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야. 믿음의 세기가 중요한 건 아니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믿느냐가 아니라 진정한 진리를 믿느냐의 여부야. 겨자씨만 한 믿음이라도 그 믿음이 진실하고 그 뿌리가 진리에 박혀있다면 위대한 힘을 발할 수 있지.”

   “너는 네가 믿는 신만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확신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단정 짓는 확신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았나?”

   무디의 깊은 질문에 신해는 눈을 돌려 창문 너머를 내다보았다. 부서진 우주 괴물의 잔해들이 잔뜩 즐비해 있었다. 속박 필드의 검은 에너지가 공간을 자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아름다운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약속.”

   “약속이라고?”

   “그래. 믿음이라는 심리 현상보다는 그 대상의 온전함과 신실함이 중요해.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상상해서 믿는다면 그런 신앙에는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겠지. 나는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그분의 입을 통해 직접 주신 말씀, 그 말씀에 약속된 진리에 내 삶을 걸어보기로 했어.”

   신해의 한없이 진지한 고백에 무디의 궁금증은 점점 더 깊어졌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때로는 우리도 얼마든지 사망의 골짜기를 거닐 수 있지. 갖은 불편을 면제해주시겠다는 약속은 주신 적 없으니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하게 지키시겠다고 약속하셨지.”

   신해는 윤혁 일행이 잠들어있는 인형 접속 장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저 선교사들이 장차 하나님의 막강한 무기로 성장하리라고 굳게 확신했다. 비록 자신은 그들이 맡은 임무와 같은 것을 맡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저들을 보호하는 일은 허락되었다. 그렇다면 이 또한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이라 보아야 하리라.

   ‘그렇게 믿어보고 싶군.’

   그 후로도 며칠이 더 흘렀다. 한 달 동안 굳건히 함선을 지키는 데 성공한 영웅들. 그 와중에 케리와 무디의 심경 변화는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신해는 성경 속에 계시된 진리의 본체인 그리스도라는 존재를 소개해주었고 그들은 잠잠히 그 가르침을 경청했다. 직접 성경을 펼쳐보지 않더라도 듣는 것만으로도 유익은 있었다. 며칠간 쉴 새 없이 싸우면서 두려움이 밀려오면 그 가르침을 되새겨보았다.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두려워 말아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전투 중 죽을 고비와 맞닥트릴 때면 삶의 의미와 사후의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구조되거나 살아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위안과 따스한 보호의 손길을 체험했다. 그렇게 수일간 굴곡진 인생 체험을 압축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신해가 전해주는 말씀과 찬송의 본질이 진실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그 영은 둘의 개인적인 세계관 속에 침투했다.

   그렇게 괴로움의 시간은 나름의 의미를 머금은 채 흘렀다.

   고생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고 했던가. 마침내 진이 파견한 함선이 갈트론의 결계를 깨부수고 하늘도시를 회수하였다. 상공에 떠다니는 적 군세도 모조리 아공간에 봉인되었다. 세 히어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해는 제일 먼저 주님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그는 무사히 하나님의 일꾼들을 보호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다.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앞으로는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겠지.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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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참고로 이들의 결성은 6부작 전체를 걸쳐 매우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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