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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1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5. 크로스솔져 I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4.0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그는 처음 보는 손님으로 이 지역 사람도, 히어로들의 지인도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식사하러 오셨으면 자리에 앉으시죠.”

   성한은 가정식 레스토랑 주인답게 즉시 일어나 능숙하게 손님을 안내했다.

   “아, 저기……, 저는 식사 때문에 온 것은 아니고요.”

   그 손님은 말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굴었다. 눈빛을 피하는 모양새를 보아 숫기 있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키는 185cm 정도였고 히어로만큼은 아니어도 어깨도 제법 넓고 체격도 탄탄해 보였다. 인상은 대단히 순하고 선량했다. 준수한 호감형 남자로 꼬리를 흔드는 골든레트리버가 연상되는 이미지였다. 붙임성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점만 제외한다면.

   “다른 목적이라면, 혹시 무슨 일로 오셨죠?”

   성한은 심상치 않은 일은 아닌가 하고 속으로 조금 염려했다.

   “사실……, 강성한 씨를 만나 뵈러 왔습니다.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이곳에서 그분을 만나라고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았습니다.”

   “저하고 말씀입니까?”

   성한과 낯선 훈남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면서 히어로들은 직감적으로 어떤 낌새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과 성한의 만남도 처음에는 그런 맥락으로 진행되었으니까. 윗선의 지시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저 사람도 히어로, 아니면 최소한 히어로와 연관된 자일까?

   ‘하지만 히어로라기에는 너무 정신력이 빈약해 보이는데?’

   전직 솔져 출신의 히어로들은 지구에 귀화한 인원끼리는 대강 서로를 잘 안다. 시민권을 얻어 지구에 정박하면서부터 계속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고 친목 모임도 자주 나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갈색 머리 남자는 히어로들에게도 초면이었다. 청각이 고도로 강화된 히어로들은 성한이나 사내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를 읊조리며 의사소통을 나누었다.

   “솔져 출신은 아니야.”

   “그렇다면 설마…….”

   “예의 그 2차 선발자인가?”

   히어로즈 1차 선발 대상은 예외 없이 솔져 출신으로 죄다 검증된 실력자들이었다. 반면 근래 뽑히기 시작한 2차 선발자는 그 선발 기준 자체가 상이했다. 주로 힘이나 실력보다는 도덕적 고결함을 기준으로 선발된 지구 시민들이라고 들었다. 아직은 냉전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적이 없기에 1차 선발자들도 2차 선발자들과 직접 대면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실례지만 성함을 물어도 될까요?” 

   성한이 상냥한 미소로 손님의 경계심을 풀어주었다.

   “음, 그게……,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아직은 외부에 드러날 수 없어요. 그래서 되도록 저를 만난 사실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해요. 사실 이렇게 신분을 드러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특히 가족들이 저와 접촉하게 된다면 더욱더 곤란해져서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는 허락되고 가족과의 접촉은 안 된다고? 난해한 말이었다. 게다가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니?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건가? 혹 모종의 이유로 협박이나 조종이라도 당하는 중인가? 아니면 가족 중에서 그를 쫓는 사람 내지는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건가?

   “혹시 가족 중에 유력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네, 한국에서는 제법요. 영향력이 큰 사람이죠.”

   ‘말 못할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성한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어쨌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리죠. 너희도 부탁할게.”

   영웅들도 비밀 지키기로 동의했다. 어차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그제야 마음을 놓은 손님은 천천히 조심스레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제 이름은 천재현이라고 합니다.”

   “흠,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난다면 제 착각일까요?”

   재현이라는 남자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기억이 맞을 겁니다. 현재 SL 회장으로 있는 천수현이 제 친동생입니다. 오랫동안 제 소식이 끊겨서 걱정하고 있겠죠. 건강히 지내려나 모르겠네요.”

   거대 기업 SL의 젊은 회장인 천수현, 언론에서도 찬미할 만큼 워낙에 유명한 인물인지라 성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화려한 미남으로 비록 가문의 회사를 물려받긴 했지만, 그 후광을 무의미한 것으로 무마시킬 정도로 규모와 위세를 수만 배 이상 상승시켰다지. 기껏 지구 범위의 회사였던 원래의 조직을 지금의 유니버설 기업(글로벌 기업에 대응되는 용어로 우주 식민지 무역까지 참여하는 성공한 회사를 의미함)으로 승화시켰다는 자였다.

   “음, 그러고 보니 천 회장에게 별세한 친형이 있었다는 소문은 들었…, 잠시만요, 그러면 당신 설마?”

   불현듯 제법 과거에 본 오래된 뉴스를 기억한 성한은 깜짝 놀랐다. 그 과거라는 게 하늘도시 시스템이 창안되기도 이전인지라 히어로 다섯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전혀 몰라 어리둥절했다.

   “사고로 죽었다던 그 집안의 첫째 아들이 당신입니까?”

   “뭐, 죽었다고 세간에 알려지긴 했죠.”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재현은 눈길을 피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죠. 실제로 한 번 소생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살아나신 것인지? 분명 장례식까지 치렀다고….”

   “그건…, 죄송합니다.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하거든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불편하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근 몇 달간의 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성운은 일라이저에게 선전포고를 듣자마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긴장감에 서둘러 천재현을 깨웠다. 그 뒤 그와 간단한 계약을 맺었다. 생명을 건져준 보답으로 히어로즈에 가입하라. 적절히 활약상을 채운 뒤에는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겠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자신의 복귀를 사회에 공개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사망 신고 때문에 재현의 신분은 법적으로는 말소된 상태였다. 또한 재현은 성운의 특수 실험체였기에 그 몸체 특성상 경제 시스템 이용에도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생명 유착형 자본 시스템 그 자체는 그에게도 적용되었으나 몇 가지 기능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사용을 위해 성운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한 마디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직 재현은 성운의 포로나 마찬가지였다.

   “약속대로 공로만 세운다면 원래 당신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는 사람과 접촉해서는 안 됩니다. 히어로 활동도 가면을 쓴 채 수행해야 하고요. 당신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무탈히 재회하고 싶을 테죠?”

   계약을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다.

   “알겠으니 수락하겠습니다.”

   “그래요. 잘 해봅시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유성운 회장님.”

   천재현이라는 인간 자체에는 사실 전사로서의 메리트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는 유능하고 잘난 사람이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일반인이었다. 동생 같은 초인에게는 비할 바 못 되었다. 사고 전에는 경영직에 종사했기에 솔져들과는 달리 방대한 전투 경험도 위기 대처 능력도 무력도 없었다. 쉽게 말해 몸 쓰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차 당신이 같이 어울려야 할 동료들은 인간은 인간이되 사실상 괴물이나 다름없는 전사들입니다. 휴먼 솔져 출신의 히어로들, 그들은 각기 특성에 따라 크게 세 부류의 유닛으로 나뉘죠.”

   첫 번째, 신체 개조를 전혀 받지 않은 채 오롯이 슈트와 장비를 통해 전투력을 발휘하는 부류. 언뜻 만만해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현 시대에는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도 많고 이능력을 담은 특수 무장도 워낙 많이 개발되었기에 경험만 있다면 부족함을 충분히 매울 수 있었다. 자연히 첫째 부류도 실전에서는 나머지 둘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총을 든 보통 사람이 격투기 선수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처럼.

   두 번째는 차신해처럼 신체 일부에 강력한 무장이나 이능력을 심어 넣은 케이스였다. 이런 경우에는 힘을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한 단련 및 적응 과정이 필요했다. 실제로 이 유형에 해당하는 히어로들은 대체로 솔져 적부터 신체 강화를 꾸준히 받아온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현시대의 강화 기술은 입자 단위 재구축 및 상위 차원의 속성을 이식하는 방식이 주이기에 부작용도 없고 잠재력의 증폭도 상당했다. 따라서 둘째 부류에 속한 이들에게도 별다른 약점은 없었다.

   세 번째, 태어날 때부터 모종의 프로젝트를 거쳐 개조를 거쳤거나 초인으로 강제 각성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아쉽게 턱걸이로 떨어진 이들, 이런 이들 가운데는 다양한 초상 능력을 아예 내재적으로 몸에 정착시킨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사실상 후천적인 초능력자인 셈이었다.

   “확실히 정의감만 갖춘 지구 출신들이 경쟁하기에는 벅찬 존재들이죠.”

   솔져 출신이 아닌 2차 선발 대상 히어로들은 위와 같은 류의 능력이나 경험은 없었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싸움에 능했다. 대개 탁월한 운동선수, 경호원, 경찰, 자경대, 플레어파이터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솔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무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의감으로 몸과 마음을 무장했다. 정신력이야말로 이들의 최대 장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두 부류 모두와 달라요. 분류하기가 애매모호하죠.”

   일반인인 2차 선발자 중에도 예외적으로 이능력을 지닌 이가 둘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불의의 사고로 죽기 직전 성운이 자신의 과학기술로 살려낸 존재이며, 죽음에서 소생한 영향과 기술력의 영향이 더해져 기적적으로 예상밖의 이능력을 획득했다는 점이었다. 김찬영과 천재현이 그 둘이었다.

   ‘김찬영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카드야.’

   찬영은 플레어파이터로 꾸준히 화재와 맞상대한 경험도 있었고 시민들을 구하려는 희생정신도 탁월한 의인이었다. 성운은 훈련받는 찬영을 관찰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다. 원래도 심히 선량했던 소방관이 강성한이라는 인간과 교류한 뒤로는 훨씬 더 높은 차원의 희생정신을 획득했다. 이미 선량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더 각성하는 일이 어찌 가능한지 성운도 의문이었다.

   더불어 열과 빛을 강제 소멸시킬 수 있는 특수 파동체를 체내 분자에 새겨넣음으로써 생성된 찬영의 새 능력, 곧 에너지 저항 능력은 그에게 딱 맞는 옷처럼 잘 어울렸다. 그 힘은 그의 올곧은 정신력의 영향을 받아 나날이 성장했다. 온전하게 다듬어진 마음이 이질적이던 힘을 아름다운 검으로 승화시켜 준 좋은 예였다.

   하지만 재현은 찬영과는 처지가 조금 달랐다. 그는 정신적인 측면이 빈약했고 스스로 히어로가 되기를 원치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 히어로에 적합한 자질이라고는 상냥한 마음씨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도 성운이 재현을 최후 비장의 카드로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대체 불능의 특수 이능력,’

   그 이능력은 성운이 의도적으로 직접 구축해낸 것이 결코 아니었다. 소생 목적으로 신체를 양자 복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획득된, 가히 행운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원래 발생 초기에는 불안정한 능력이었던지라 안정화하는데 무려 십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덕분에 고생은 했으나 대신 최종 결실은 놀라웠다.

   아직은 재현의 유약한 마음 때문에 그 위력을 온전히 끌어내지는 못하지만, 성장 정도에 따라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해질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래서 성운은 재현을 재빠르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솔져 출신 영웅들은 강하지만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는 무너지기 쉬워. 지구 시민 출신의 영웅들은 도덕적 책임감은 훌륭하나 힘이 약하다. 그리고 틀에 박힌 사고에 묶여있기에 돌발 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어렵지.’

   그러나 재현이 실력을 각성한다면 판도가 달라진다. 그는 솔져처럼 냉혹하지도 않고, 지구 시민들처럼 사고가 경직되어 있지도 않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녔다. 원래라면 그런 점은 전사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만, 재현의 특수 초능력이 더해진다면 오히려 큰 강점으로 작용하도록 반전될 것이다.

   이러한 계산 하에 성운은 크리슈나에게 재현의 훈련을 맡겼다. 크리슈나는 시뮬레이션 우주의 힘을 이용해 재현의 초능력을 가상으로 구현한 뒤 더 나아가 실체화 기술을 빌려 적용했다. 한마디로 재현의 능력을 복제한 셈이다. SS 클래스 초인인 크리슈나이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크리슈나는 그렇게 복제한 힘을 원래 소유자보다 더 능숙하게 활용하였다. 그 힘으로 훈련 때 재현을 혹독히 몰아붙였고 이를 통해 그가 제 능력을 응용하는 센스를 각성하도록 도왔다.

   반면 재현의 정신적인 각성 쪽은 성한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것이 성운이 재현을 성한의 집에 보낸 이유였다. 때마침 다른 히어로들도 있으니 그들과 유대감을 형성한다면 나약한 재현도 아주 조금은 쓸만한 정신 상태를 갖추리라. 적어도 모양새 정도는 흉내내겠지. 이런 계산도 성운의 머릿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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