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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16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6. 성좌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4.13 | 회차평점 0 0

 

 

 

 

 

Chapter 46. 성좌(星座)

 

 

 

 

 

 

 

   윤혁, 리온, 루디아, 스테판은 일곱 텀에 거쳐 몇 하늘도시를 더 방문했다. 어느새 그들은 복음의 진리와 예수님의 사랑을 말과 삶으로 표현하는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타인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자라난 덕분이었다.

   여러 고난과 위기를 겪으면서 자기중심적 사고는 옅어졌고 주님 이외의 사물을 의지하려는 마음도 닳고 닳아서 줄어들었다. 게다가 먼저 떠난 다른 선교사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게으름 피울 틈새가 없었다. 그들이 남겨놓은 유산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하나님께서 맡기신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윤혁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감했다.

   ‘진의 설명대로라면 재혁이 형은 식민지 우주 인류의 문호를 개방하고 교류를 활성화한 다음 다른 행성에 그들을 심어 넣을 예정이야. 그 후에는 순식간에 은하를 넘어선 영역까지 우주 인류가 퍼져나가게 되겠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확대되기 전까지는 모두에게 복음을 들을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할 텐데. 의무감이 가슴을 눌렀다. 과연 가능할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겠지.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는 마시오.”

   촉박한 그의 심리를 읽은 스테판이 만류했다.

   “절박한 마음은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설령 우리가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다른 일꾼들을 보내실 것이오. 그분의 위업은 우리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전진도 좋지만 때로는 앞만 달려가기보다는 천천히 옆도 돌아봐 주시오. 미처 놓치는 것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오.”

   마침 윤혁에게 가장 필요한 적절한 충고였다. 과연 스테판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동료들을 일깨우고 권면하는데 탁월함이 있었다. 그런 동역자가 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일깨워주셔서 감사드려요.”

   “별말씀이오. 그나저나.”

   스테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신중히 하고픈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넘어서야 한다던 그 ‘태산’은 어찌 되었소?”

   “아, 그게…….”

   주제로 그쪽으로 닿자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아직 스테판에게는 카이젤에 관한 얘기를 자세히 나누지 않았다. 동료 중에서 그자의 정체를 자세히 아는 이는 그나마 리온이 전부였다. 기회가 된다면 루디아나 스테판에게도 그의 정체를 알려주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여겨졌다.

   “리온이 곁에서 도와줬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다행히 스테판은 과도한 호기심은 보이지 않고 응원으로만 대응했다.

   “힘내시오.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도 반드시 응답하실 거요.”

   “네, 고마워요. 스테판 씨도 어서 기억을 되찾으시길 바라요.”

   “고맙소. 아, 그러고 보니!”

   뭔가가 생각난 스테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 나온 김에 첨언하였다.

   “사실은 당신들과 헤어진 뒤 일부분을 더 되찾긴 했소.”

   “오 정말요?”

   “그다지 쓸모 있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니겠소.”

   스테판은 하늘도시라는 모듈의 보편적인 내부 구조 패턴을 이해하는 데에 약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잡동사니 정보를 일행과 공유하였다. 그가 말한 대로 언제 어떻게 쓰일지는 감이 안 잡히는 불확실한 정보뿐이었다.

   “식민지에서 살아가다 죽은 사람……, 아니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들은 실제로는 어떻게 되는지,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하네요. 아직 아시는 바는 없으시죠?”

   “나도 그건 아직 잘 모르겠소.”

   사실 이는 일행 전부가 전부터 몹시 궁금해하던 사항이었다. 하늘도시 출신의 사람들은 사고사든 병사든 자연사든 죽기 직전 상황에 이르면 동면 상태로 보존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죽은 것으로 알려진 채로 시스템에 의해 빼돌려지는 셈. 그들은 대체 어디서 어떤 식으로 관리되는 것일까? 나이 들어서 수명이 다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노인을 젊은 육체로 되돌리는 프로토콜이 존재하는 걸까? 인류연합의 기술력이라면 이상하지도 않을 텐데. 아니면 그저 모종의 실험체로 소모되는 걸까? 

   ‘동면시키는 제도는 식민지 주민에게만 적용되는 걸까?’

   선교사 동료들의 생사에 미련이 남은 리온은 궁금증을 머금었다.

   ‘이런, 쓸데없는 미련이겠지.’

   문득 돌아갈 동포들의 품이 남아있는 루디아가 부럽게만 느껴졌다. 메시아닉 유대인들의 존속이야 성경 속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직접적인 안전 보증이 되어있으니 그들은 결코 지구에서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민족의 대와 신앙의 대가 끊기는 않겠지.

   ‘그런데 강재혁 대표, 그분이 과연 유대인들을 우호적으로 대할까? 세계의 단일 지배자이니 민족이라는 구시대적 인류 구분 단위를 좋아할 사람이 아닐 텐데.’

   여러 잡념으로 고민이 들긴 했으나 리온은 여러 가지 근심을 잠시 뒤로 남겨두었다. 그는 지구에서 잃어버린 동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새로운 형제자매들을 얻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일에 정진하였다.

 

 

 

 

 

 

 

*

 

 

 

 

   바쁘게 업무들을 정리하는 칼리드.

   “이제 정말 일 년도 안 남았군.”

   모든 하늘도시가 일제히 전면 개방되는 시점. 그때가 되면 하데스 챔버들이 일제히 열려고 봉인된 망자들이 깨어나 새로운 우주 인류의 씨앗으로 쓰이게 된다. 그 시기를 대비해서 미리 해둬야 할 임무가 많았다. 이 때문에 칼리드는 온갖 정치 이슈, 과학 기술 개발, 인구 배분 정책 수립, 그리고 다른 철인왕들과 아크삼형제와의 외교 문제로 고민하느라 몹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셀레스티언의 양성이라는 공동 프로젝트도 이제는 제법 수위에 올랐다. 초반에 펼쳐놓은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덕이었다. 워낙 각자 할 일이 많았기에 주요 업무의 마무리는 에녹에게 양위하였고 칼리드와 진, 에르샤는 간간이 보조 업무 위주로 돕는 중이었다.

   한편 칼리드는 일에 열정적인 성격인지라 본인에게 맡겨진 임무에서 한 발짝 더 나가 앞으로의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를테면 추후 만들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의 생산 자원을 확보하는 문제라든지. 실제로 그는 최근 카이젤과 이 문제로 상의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만든 셀레스티언은 확실히 효율성과 잠재력은 높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초기 생산 단계에서 자원이 대량 소모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여러 은하계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추후 많은 종족을 생산하려면 이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카이젤은 이 부분도 미리 간파해두었는지 간략히 대답했다.

   “상관없다. 해결책은 이미 마련해두었으니까.”

   “해결책이라 하신다면?”

   “빅뱅 제너레이터(Big-bang generator)를 제작할 생각이다.”

   “정말입니까?”

   표정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칼리드의 등에서도 식은땀이 흘렸다. 빅뱅 제너레이터. 철인왕들조차 공상과학쯤으로 여기던 꿈의 물건 아닌가. 자체적으로 가상의 빅뱅 인플레이션(Big-bang inflation)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자원 투입조차 없이 에너지와 물질을 대량으로 생성해내는 장치.

   그걸 제작해서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만 있다면 더는 별을 갈아서 자원으로 쓰지 않고도 셀레스티언 급의 종족을 무제한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능하다. 워낙 현실성 없는 이론이라 지금껏 시도조차 못 했을 뿐.

   “실제 제작에 성공하신 겁니까?”

   “한 세트만. 도면은 아직은 미공개지만 곧 드러낼 예정이지.”

   “어떤 원리입니까?”

   “십만 개의 2차 복제형을 응축해 공명을 일으켰다는 점만 말해두지.”

   십만 개. 과한 낭비 같으나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퀘이사 엔진은 복제형을 낳아도 본체의 기능이 동일하게 유지되므로 십만 개 정도는 소모해도 아무 상관 없다. 오히려 빅뱅 제너레이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커다란 이득이다. 영속적으로 작동하는 인공 빅뱅을 통해 막대한 생산력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

   “셀레스티언 작동은 차질 없나?”

   “가까스로 제어력 한계 정도는 맞추고 있습니다.”

   “좋군. 너무 쉬운 임무이면 곤란하지. 딱 적당해.”

   역시 애초에 카이젤은 철인왕들이 이 임무를 감당하는 데 있어 한계에 자주 봉착할 것도 감안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 난관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 관찰하는 동시에 잠재력을 저울질할 계획이겠지.

   “여러 임무로 분주히 일하는 건 고맙지만, 한 가지 덧붙여도 되겠나?”

   아버지가 칼리드에게 추가 임무를 하나 제안했다.

   “물론입니다, 아버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쉬어가는 이벤트 정도로 여겨.”

   카이젤이 보낸 파일을 열어본 칼리드는 눈빛이 변했다.

   ‘이건 설마……, 능력자 실험? 초능력인가?’

   흥미진진했다. 대단히 독창적인 프로젝트였다. 아마 초인들과 인류가 추후 강력한 초능력을 보편적으로 소유하게 될 미래를 준비해서 미리 예비 사업을 구상하라는 지시겠지. 내용을 보아하니 지금까지의 실험들, 바이오닉 솔져 및 휴먼 솔져 강화술, 시뮬레이션 우주 실체화, 시블링-홀로그래피 차원 제어술 따위의 낡은 것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이런 게 실현 가능할 줄이야.’

   특이하게도 이론상 신체 개조 실험 같은 부분이 일절 필요 없었다. 거기다 무제한의 성장까지 가능한 듯했다. 발현 스타일을 보아하니 소문으로만 무성한 그 헌터 시스템인 지구의 ‘히어로즈’를 모방한 것 같았다. 참고로 칼리드는 대다수 초인과 마찬가지로 히어로들을 헌터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얕잡아 보는 자였다.

   ‘역시 유성운의 기획을 허락하셨던 것은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내리신 결정이었나? 헌터 시스템을 모방해 아예 새로운 개선 버전 초능력자를 만드시려는 작정이었군.’

   프로젝트 계획서는 많은 부분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기틀은 카이젤이 고안한 상태였고 나머지는 칼리드가 창의적으로 디자인해서 채워 넣어야 했다. 다만 이 계획서에 제시된 과제는 기껏해야 발현 스타일을 빚어내는 부분까지였다. 정작 가장 궁금한 ‘초능력 채널의 물리적 작동 원리’에 관해서는 설명이 전무했다. 아마 그 영역에 대한 계획서는 따로 카이젤의 손에 쥐어져 있으리라. 과학자가 아닌 주술사 역할을 맡는 것 같아 다소 씁쓸했다.

   ‘아버지는 이번에도 핵심은 기밀로 하실 작정이로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왕 맡았으니 성취로 증명하는 수밖에.

   칼리드에게 공급된 프로젝트는 그 기틀이 크게 제1안과 제2안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우선 시범적으로 제1안을 시행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임계치에 이를 때까지 발전한다면 그다음에 제2안을 발동시키도록 당부가 첨부되어 있었다.

   “제1안, 성좌(星座) 시스템…….”

   초인들과 인공지능, 그리고 기타 서버들이 맡아야 할 모종의 역할. 이미 지금까지도 유사한 일을 많이 해오긴 했으나 이런 노골적인 방식으로 확대하는 일은 시도해본 바 없었다.

   “어처구니없군. 과연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칼리드는 착실히 도면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자신만의 창조성 넘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들로. 고맙게도 실험 대상이 되어줄 인간들은 넘치도록 많으니 실현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부디 모두의 마음에 들기를.”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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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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