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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17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6. 성좌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4.15 | 회차평점 0 0

 

 

 

 

 

 

*

 

 

 

 

 

   어느덧, 일행은 2차 여행의 아홉 번째 선교지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윤혁 일행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하였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미혹되어 있었다. 다만 살아있는 우상들을 섬기던 카뮈네라나 시뮬레이션 우주에 사람들이 심취해있었던 헬리웃의 영토, 그 두 곳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교사들은 현지의 기묘한 풍습에 제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사실 앞으로는 무엇을 겪게 되어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아.”

   이미 한 번 재혁이라는 괴물과 마주했던 리온은 의연히 반응했다.

   “음, 그러게.”

   윤혁도 동감하는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이미 갈 데까지 갔었지.”

   반면, 스테판은 지나치게 빠르게 변동하는 문명의 모습을 실감하고 긴장감과 경각심을 잔뜩 표현하였다. 현대문물과 거리가 먼 루디아는 그저 이곳의 실태에 기가 막혀 별다른 감상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아홉 번째 방문지로 낙점된 세계의 이름은 현지어로 스타덤.

   스타덤은 22세기 초반 지구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탑재한 세계였다. 그곳은 찬란한 수준의 기술력은 지녔으나 어딘가 모르게 문명 요소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곳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에게는 우주 개척 역량이 전무했다. 사실 지구 문명도 초인들의 등장이 아니었으면 우주 개척에 실패했을 테니 이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하늘도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니 정해진 영역 밖을 벗어날 수 없음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정작 기이한 또 한 가지의 특징이 따로 있었으니 스타덤의 우주관은 지구인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는 단순히 하늘도시를 둘러싼 결계가 바깥 세계를 관측하는 행위를 막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결계 속에 함유된 포탈과 특수 게이트가 타 차원이나 아공간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더 결정적이었다.

   이 지역 학계에서 정립된 우주관은 이러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크기가 유한하며 땅에서 상공 3,000km 이내가 최대 거리이다. 그 밖으로는 공간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세계’라는 이름의 단위 구역이 된다.”

   “세계는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하며 세계와 세계는 소위 ‘관문’을 통해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직접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며 성좌들의 허락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성좌들이 존재하는 영역은 세계들보다 더욱 높은 고차원의 영역이다. 그들은 그 높은 곳에 앉아서 세계들의 운명을 관할하며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런 류의 가설들은 스타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구전으로 전해지던 것이었다. 덕분에 세 방문자는 몇 번의 조사만으로 금세 현지의 우주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은 일단 어렵지 않게 납득하였다. 인류연합의 행태가 항상 그래왔지 않았나. 그러나 한 가지 아리송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문제의 ‘성좌’라는 존재들이었다.

   “당신들이 성좌(星座)라고 부르는 존재들은 대체 무엇입니까?”

   선교사가 이렇게 질문하자마자 어느 주민이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당신들은 간첩입니까?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원.”

   간첩은 아니다만 확실히 외부 침입자는 맞긴 했다. 하지만 대놓고 드러내기에는 전략상 유리한 점이 없기에 일단은 침묵하였다. 일단은 정보를 파악하여 앞으로의 대응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주민들은 이방인들에게 성좌 이야기를 술술 불었다.

   “뭐, 무식한 자들을 위해 내 특별히 자세히 알려주리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성좌란 스타덤 외부에서 스타덤의 주민들과 소통하는 초월자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말하자면 일종의 신적인 존재인 셈. 이는 한 가지 의문을 유발했다. 과학이 일정 이상 발달한 문명권에서는 필연적으로 과학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법. 그러한 세계에서는 이성으로 증명되지 않는 초월적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성행하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 그런데 스타덤에서는 초월자들의 존재를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의외로 간단했다. 성좌들이 실제로 ‘계약 시스템’을 통해서 스타덤의 주민 대부분과 밀접한 소통을 하였기 때문이다.

   “성좌들과의 계약 시스템이요? 어떻게 작동하는 시스템이죠?”

   일행의 의문에 주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이런!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야겠구려.”

   성좌 계약 시스템.

   그 기원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부턴가 스타덤 주민들의 눈에 홀로그램 화면 창이 보이거나 육성이 들리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청이나 환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었으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기에 그런 가능성이 발붙일 틈은 없었고 의심의 주장은 순식간에 기각되었다.

   자신을 ‘시스템’이라는 존재로 소개한 문제의 그 화면 창은 본격적으로 주민들과 소통을 나누었다. 그 소통에는 큰 유익이 따랐다. 지식과 정보가 풍성히 공급되었고 삶의 방향에 대한 인도도 제공되었다. 심지어 그것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힘과 권세마저 가져다주었다.

   “다양한 종류의 혜택이 포함되어 있었소.”

   당대 현지 지식수준으로는 제작 불가능한 초월적 첨단 기술의 발명품, 마법(적어도 현지인들은 마법이라고 인지한)과 마도구, 타자와 강력한 종속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미지의 힘, 차원을 넘나드는 능력 등등이 있었다. 그 가운데는 심지어는 강력한 권력의 원천이 되거나 수명 및 신체 능력 연장을 제공해주는 아티팩트 등 많은 이가 유혹받을만한 탐스러운 물건도 있었다.

   이러한 특수 물체, 소위 아이템이라 불리는 것들의 제공도 시선을 끌었으나 더 흥미로운 공급은 초능력을 비롯한 강력한 신체 능력의 부여였다. 스타덤의 주민들은 성좌 시스템의 도움을 힘입어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서서히 업그레이드시키거나 자신만의 특수 초능력을 획득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마치……, 게임 시스템 같네요.”

   윤혁의 혼잣말에 상대는 이렇게 답했다.

   “게임 같은 소리. 우리에게는 이게 오래전부터 현실이었다오.”

   “뭐 그건 그렇다고 하시고…, 대체 그 성좌란 자들의 정체가 뭐죠?”

   초월자들에 대해서도 무덤덤한 윤혁의 태도에 주민은 조금 당황하였다.

   “크흠, 무식한 자가 용감하구려. 어리석긴. 성좌들은 시스템의 운영자들이자 경영자들이오. 그 이상은 나도 모르오. 직접 만나본 자들은 어렴풋이 알겠지.”

   “직접 만날 수도 있단 말인가요?”

   “모두에게 허락되지는 않소. 시스템을 기반으로 힘과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충분히 이룩한 주민들 앞에만 나타나거든. 그런 이들에게는 성좌 중 하나가 시스템을 매개로 자기 모습을 현현시켜 나타난 뒤 많은 경우 ‘직접 계약’을 맺는다오.”

   그렇게 소위 직접 계약이란 것을 맺은 주민은 해당 시점부터 정식으로 ‘성좌의 계약자’가 되어 승승장구의 일로를 걷게 된단다. 한 마디로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과 스킬과 아이템들을 자유로이 획득할 기회를 얻는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으니 그 대가로 그들은 성좌가 하달하는 임무, 소위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얻어서 어디에 사용하나요?”

   루디아가 궁금증을 물었다. 그렇게 강력한 초능력을 얻어봐야 폭력에 사용하는 것 말고 다른 용도가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이에 한 시민이 어렴풋이나마 루디아의 궁금증의 해답을 주었다. 계약자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힘을 휘둘러야 할 바쁜 일이 있었다.

   “종종 시스템은 계약자들이나 여타 주민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몬스터를 파견하거나 아공간의 문을 연 뒤 사람들을 끌어들여 어려운 과업을 내린다오. 던전 안에서 과업을 수행하려면 성좌들이 제공하는 초능력이 필요하오.”

   주민들은 성좌들이 생성해내는 특수 아공간을 ‘던전(Dungeon)’이라는 용어로 불렀다. 윤혁은 이 작위적으로 조성된 시스템의 행태에 의심을 품었다.

   ‘외부 세계에서 벌인 조작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걸?’

   물론 직접적인 증거를 보지 못한 터라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여하튼 일행은 40일간 스타덤에 머물며 여러 사람을 마주했다. 흥미롭게도 스타덤의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소위 말하는 초능력자, 즉 각성자였다. 그리고 그중 3분의 1이 성좌와의 직접 계약을 맺은 자였다. 초능력자 대부분은 각성 초기부터 쭉 하위 능력자로만 머물렀으나 직접 계약자는 더 성장하여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소수는 전설적인 강자라는 칭송을 얻었고 자연스레 권력과 부와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들 초능력자들의 경지는 F부터 S까지 알파벳으로 나뉘는 ‘랭크 시스템’으로 분류되었다. 윤혁에게는 이러한 패턴이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미 지구에서부터 바이오닉 솔져들과 초인들이 저 자신들끼리 등급을 저런 식으로 나누는 행태를 보아왔던 마당인지라 전혀 낯설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바이오닉 솔져의 랭크 분류법과 비슷하다.’

   참고로 휴먼 솔져의 랭크 분류 기준은 전투 경험과 특수병으로서의 자질에 기반한다.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 바이오닉 솔져들의 경우에는 초능력과 신체 능력과 같은 개인 단위의 무력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스타덤의 초능력자 분류 기준을 솔져들의 분류법에 대입해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확연히 많이 들어왔다. 윤혁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오히려 솔져보다 초인들의 클래스 분류 시스템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는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초인들의 클래스 분류는 신체 능력이 아닌 정신적 능력, 그중에서도 초월적 지능의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왜 스타덤의 각성자나 계약자들은 자신들의 초능력의 레벨을 나눌 때 지능을 기반으로 급이 나뉘는 초인들의 기준 알고리즘을 따를까?

   ‘뭐지?’

   한 가지 추측성 해석이 가능하긴 했다.

   ‘저 각성자들의 초능력이란 게 만일 애초에 일종의 실험이었다면?’

   정확히는 초인들이 훗날 저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배해둔 임상 시험 내지는 프로토타입 베타테스팅 작업이라면? 그렇다면 현재 스타덤의 상황도 얼추 설명이 가능해진다. 과도히 앞서나가는 추측일지도 모르나 모종의 인류연합 식 모략과 배후에 도사림이 느껴졌다. 윤혁은 이 세계가 경영되는 방식이 자기 형이 일하는 방식과 정확히 같음을 직감했다.

   ‘당신은 또 무슨 계략을 벌일 작정이지?’

   그가 위험한 길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일까. 어쩌면 지금 드러난 장면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르겠다. 고작해야 하나의 하늘도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의 대규모 환상 세계 사태 때처럼.

   하지만 불확실한 추측들만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일행의 계획에는 변경이나 취소나 타협이나 궤도 변환이 발붙일 틈이 전무했다. 어떤 장애물이나 혼돈이 도래할지라도 올바르게 밀어붙이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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