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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18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6. 성좌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

 

 

 

 

   리온의 탁월한 지도 하에 스타덤 전역으로의 전도 여행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워낙 문명이 발달한 세계인 데다가 최첨단 교통 기술과 통신 기술이 존재하는 곳이라 단기간에 복음을 퍼뜨리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였기에 한층 더 이목을 끌기가 쉬웠다. 영상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크게 끄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들의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차리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성좌, 그리고 계약자와 각성자의 존재 탓이었다. 그릇된 세계관이 확립된 세상에서는 아무리 하나님의 존재를 전해도 헛수고일 따름이었다. 주민들은 비록 성경의 가르침을 아예 헛것으로 여겨 외면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하나님을 여러 성좌 중 하나 정도로 격하하여 취급했다. 이미 기적들을 숱하게 보아온 마당에 성경 속의 기적이 특별하게 느껴질 리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이들에게 강제로 믿음을 주실 작정이었다면 당장 성좌들을 모조리 바닥에 내팽개치시거나 그들을 압도하는 우주적 기적을 보여주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침묵하셨다. 그분은 미혹에 취한 사람들을 그저 버림받은 심성 그대로 내버려 두셨다. 진심으로 진리를 사랑하기를 추구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기적을 보여주시지 않는 분이셨으니까.

   이러한 유기(遺棄)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책임이었다. 스타덤의 주민들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기적이나 자기 손으로 휘두를 수 있는 막강한 권능의 유혹에 심취하여 스스로 자신만을 높이려는 교만한 생각에 마음이 매몰되었다. 그들은 몰라서 진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닌 진리에 순종하기 싫어 일부러 진리의 책망을 억누르고 외면한 자들이었다.

   여러 방책이 실패로 돌아가자 스테판이 한 가지 대안을 제안하였다. 일전 시뮬레이션 우주에 뛰어들어 잠든 사람들을 강제로 깨웠던 체험에서 기반한 아이디어였다. 강제적인 방법으로 충격을 주어 성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엎어보자. 이미 충분히 복음을 전했음에도 열매가 전혀 맺히지 않는, 막다른 궁지인 마당이라 동료들 모두 그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철옹성 같은 시스템을 강제로 깨트릴 무력이나 권력이나 지혜가 없다는 데 있었다.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생각의 길이 막히자 모두의 입은 저절로 다물어졌다.

   “크게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 

   한참 후에야 윤혁은 한 가지 변변찮은 방법을 제시했다. 항거였다. 항거는 예로부터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맞서 싸우던 전통적인 병기였다. 믿음의 선진들은 불의와 악에 항거하였고, 거짓된 믿음에 항거했고, 영혼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항거하였다. 폭력이 아닌 거룩한 말과 삶의 모본으로써.

   윤혁 일행이 지금 상황에 맞서야 할 항의 대상은 다름 아닌 성좌들이었다. 물론 큰 기대는 어려웠다. 완악한 인류연합의 하수인들이 주님의 명령에 순응할 리는 없으리라. 잘해야 콧방귀만 뀌겠고 최악의 경우에는 응징으로 대응하겠지.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마냥 현실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희생 역은 내가 할게. 스테판 씨는 어떻게든 저들의 시선에서 멀어져야 하니까 안돼. 루디아도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려면 피하는 편이 좋아. 유대인들에게 화액이 얽혀서도 곤란하고. 잃을 기반이 없는 내가 맡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야.”

   리온은 떠나간 동료들이 그랬듯 자신도 짐을 짊어질 작정으로 제안했다.

   “아니.”

   그러나 윤혁은 친구를 만류하였다.

   “내가 감당할게. 그 역할.”

   “윤혁!”

   반대하려던 리온은 굳은 결심이 선 윤혁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지난번에 네가 우리 형 앞에서 당당히 간언자 역할을 해줬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인데, 누구도 용기를 못 냈단 말이지.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도 넌 그 일을 감당해줘야 해. 그러니 룻이나 스테판 씨뿐 아니라 너도 마지막까지 꼭 무사해야 해.”

   배려와 신뢰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

   “……그러는 넌 괜찮겠어? 말 그대로 사냥감과 표적이 될 텐데?”

   “뭐, 위험하지만 해봐야지. 그리고 이번 일의 적임자는 나야. 형처럼 누구의 눈치도 안 보는 자에게는 네가 나서는 게 맞겠지. 하지만 저 성좌라고 불리는 작자들은 달라.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비겁자들이야.”

   그래, 마치 헬리웃처럼. 윤혁은 그런 부류들에는 이제 이골이 났다.

   “그런 놈들에게는 차라리 내가 나서는 편이 낫겠지.”

   강윤혁이라는 인간은 무서워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와 얽혀있는 존재는 무서워할 테니까. 인맥과 이름의 권세가 이 정글 같은 현실 속에서 얼마나 막중한지를 체험해본 윤혁은 저들의 행태를 빤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정작 가장 두려워 떨어야 할 분께는, 온 우주의 창조주께는 눈곱만큼도 경외의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참 모순적이고 불쌍한 인간들이야.’

   아무튼,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긴 해도, 윤혁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고지를 이용할 의향이 있었다. 사도 바울 역시 회심 이후 자신의 로마 시민권을 배설물처럼 여기긴 했으나, 복음의 진전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 않았던가.

   “알았어. 네가 훨씬 더 안전하겠지. 그래도 부디 조심해줘.”

   리온은 마지못해 승낙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한편 루디아는 혹 윤혁에게 또 해로운 일이 닥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납치되었던 날 이후로 늘 그녀는 그가 신경 쓰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재고해줄 것을 조심스레 부탁했다. 그러나 윤혁은 웃으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 이번에는 절대로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걱정되면 내가 아무 탈 없이 안전하도록 기도해줘.”

   “그, 그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난 네가…….” 

   “난 네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으면 무섭지 않아.”

   이제 루디아도 윤혁의 굳은 신념과 고집을 꺾기 힘듦을 깨달았다. 오랜 경험으로 체득해보지 않았던가. 평범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그는 의지력으로 무장된 젊은이였고 자신이 믿는 바에 순종할 줄 아는 신실한 사람이었다. 더욱이 더는 예전의 온실 속 화초도 아니었다. 가시밭길을 거치며 고난을 이겨낸,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한, 연단된 은금이었다.

   “네 뜻이 그렇다면야.”

   그녀는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항거의 전장으로 그를 내보내 주었다.

 

 

 

 

 

 

 

 

*

 

 

 

 

   스타덤에서 후퇴하기로 예정된 날로부터 정확히 하루 전날 윤혁은 위험한 거사를 집행했다. 그는 반지의 간섭력을 이용해서 성좌 시스템 네트워크 전체를 뒤틀어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예상했던 대로 성좌 시스템이란 건 별도의 신비가 아니라 텔레파시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통신 기술을 뒤섞어놓은 잡탕, 인류연합의 부산물이 응집되어 생산된 응결체인 모양이었다. 인간의 기술력은 기본적으로 상위 계통 기술에 무력한 법. 그래서인지 반지의 힘도 잘 먹혀들었다.

   ‘애초에 진짜 신비일 리가 없지.’

   윤혁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게 다졌다.

   “헛수고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갑자기 미지의 개입자가 나타나 대놓고 성좌들의 본체 쪽으로 한꺼번에 직통으로 메시지를 전하자 그들은 일제히 당황하였다. 성좌 시스템은 철저한 단방향 통신이다. 위에서 아래로는 일방적으로 메시지와 퀘스트를 줄 수 있으나 역방향 통신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외적인 경우에도 반드시 시스템 측에서의 특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웬 정체불명의 녀석이 허락도 없이 접속해오다니. 그것도 모두에게 한꺼번에. 이게 가능한 사태인가. 당황할 노릇이었다. 혹 오류가 생긴 건 아닌지 부랴부랴 점검에 나섰으나 시스템의 자체 이상은 전혀 없었다.

   {오류 대상 발견. 봉인할까요?}

   {예외적인 경우를 남겨둬서는 안 돼.}

   -잠시만요, 좀 더 상대를 점검해보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점검을 시행하려면 하늘도시 내부를 감찰해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내가 인류연합의 허가를 받겠다. 긴급 상황임을 설명하면 허락해줄 거다.”

   여러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체와 초인들이 수억 광년의 거리를 두고 원거리 회의를 나누었다. 그들은 예상을 벗어난 사태에 대응코자 신속히 행동했다.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목소리의 발원지를.

   {분석 시행. 유전 정보 파악.}

   {일급 관측 금지 대상.}

   “뭐라고?”

   “대충 감이 오는군. 일전에 한창 난리를 쳤다던 그 녀석들인가?”

   몇몇 초인들은 과거 하늘도시 기록 데이터베이스 백업 본과 미래예측시스템의 도움을 활용하여 상대가 누구인지 빠르게 후보를 좁혀나갔다. 이윽고 그들은 문제를 일으킨 자, 곧 요주 인물의 정체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이건 좀…, 매우 곤란하군요.”}

   초인의 인격을 복제해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그분과 얽힌 문제가…….”}

   곧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항의가 시스템 심장부에 투척되었다.

   “거짓말에 중독되어 양심이 무뎌지기라도 하셨습니까? 언제까지 비겁하게 숨어서 남들을 속이실 생각입니까. 당신들이 그러고도 인류의 지배자를 자칭할 자격이 있습니까? 양심과 윤리의 책망 앞에 책임감을 느끼십시오.”

   윤혁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른 구성 요소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기도 힘든 인공물들이니까. 그의 칼날은 오로지 시스템의 그늘에 숨어 암약하는 인간들, 정확히는 초인들만을 향했다.

   “그리고 당신들 말고 다른 인간들은 바보인 줄 아십니까? 성좌 시스템? 퀘스트? 주민들을 조종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들이 권능을 얻는 과정을 실험 데이터로 삼아 사리사욕을 채울 작정인 걸 모를 줄 알았습니까? 양심 위에 손을 얹고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거짓의 하수인들이여.”

   질책하는 자는 당돌하게 성좌들의 잘못을 고발했다.

   “당신들은 영원히 조종자의 위치에 서 있을 줄로 아십니까? 훗날 당신들도 당신들보다 강력한 존재에게 똑같이 이용당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미혹의 행위를 버리시지 않으면 재앙과 징벌이 임할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몹시도 거슬리고 불편했다. 성좌들은 강제로라도 그 음성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했다. 혹 시스템을 매개로 사람들에게까지 진실이 퍼지면 몹시 곤란했다. 그런데 이상한 힘이 개입된 탓인지 저지도 먹히지 않았다. 때마침 저 인간의 활약상에 관한 소문이 도처에 퍼지던 참이라 섣불리 무력으로 나서기도 곤란했다.

   {저 개체는 극도로 주의해야 할 존재입니다.}

   -하필 ‘왕’과 유전 정보가 얽혀있군요.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곤란해. 그분의 형제가 시비를 걸 줄이야.”

   “그런 주제에 권위나 연(聯)에 호소하지 않고 양심만을 거론하다니, 더 상대하기 곤란한 녀석이군.”

   “올곧고 곧은 인간. 순전히 옳은 말만 하되 굴하지 않는 타입이야. 동시에 우리가 녀석에게 쉽게 손대지 못할 것을 알고는 더욱 당당하게 굴고 있어.”

   여러 사람의 판단이 오간 끝에 한 초인이 의견을 냈다.

   “이런 경우는 우리끼리 논의해도 별 의미 없어. 헬리웃의 사례를 기억해. 틀림없이 인류연합 대표께서도 내버려 두도록 명하시겠지. 그분은 공정하지만 유독 본인답지 않게 혈육에게는 나약해지시니까.”

   이럴 때는 귀찮은 일에서 손을 떼는 편이 나은 법.

   “그러니 우리보다 상위의 책임자에게 모든 책무를 떠맡겨버리자.”

 

   칼리드는 느긋한 표정으로 와인을 홀짝이며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한동안 봐줬더니 우리 숙부님께서 쇼맨십을 발휘해 재롱을 부리셨군.”

   천장에는 그의 수하 인공지능들이 홀로그램 형체로 대기 중이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저자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기계도 이종족도 강윤혁이라는 개체에는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칼리드는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상관없어. 우리 방식대로 대응하면 된다. 상대가 옳은 발언을 꺼냈다고 무조건 억누르는 것은 하등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지. 상대의 요구에 맞춰주면 된다.”

   {그게 무슨……!!!}

   “제2안을 곧바로 발동시킨다.”

   제2안 : ‘낡은 시대와 새 시대(The Old Age and The New Age)’.

   현재 시행 중인 제1안이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두거나 혹은 한계에 봉착했을 때만 발동하도록 약속된 차기 플랜이다. 감히 궁극이라고까지 칭해도 좋을 만한 보편적 능력자 각성 실험이기도 하다. 부작용은 전혀 없으며 어떤 인간이든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끝을 모르는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류를 위대한 다음 단계로 진보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다마다. 난 늘 제2안을 발동시키기를 갈망하고 있었어.”

   칼리드의 유려한 눈매가 가늘게 찢어졌다. 일렁이는 불꽃 눈이 화면 건너에 있는 강윤혁이라는 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 눈에 먹잇감을 향한 흥미가 깃들었다.

   “시비를 걸어줬으면 그에 걸맞게 응수해줘야지. 지금 막 번져나가고 있는 역병, 더 골치 아파지기 전에 소강상태가 되어버리도록 만들어줘야 하겠지.”

   선교팀은 이로써 전에 겪지 못한 유형의 역경과 맞닥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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