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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0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7. 니르바나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이전 회차에 연속됨)

 

 

 

 

 

 

   세월이 흘러 차츰 신종 타입의 karma들이 대거 개발되었다. 이에 순수 분리 및 안정적인 제어가 가능해졌고 자연히 니르바나 주민들에게 투입되는 karma의 용량도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띠었다. 아울러 인류연합의 인간 인격 데이터화 기술, 곧 디지털 인격 기술도 급속도의 진보를 겪은 뒤 karma 기술과 만나 결합하였는데 이는 경이로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이러한 개량으로 인하여 특이 현상이 일어났다. 니르바나 내에 환생을 인식하거나 전생을 기억하는 인간들이 점차 누적되었다. 단순히 전생의 정보를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엄밀한 용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의, 일종의 ‘깨달음’ 현상이 실제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의 혼에 축적되었다. 이는 사실 체내에 축적된 karma에 융합된 정보들이 서로 뒤섞여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2차 정보를 무제한 창출해내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런 내막을 주민들이 알 턱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긴 역사가 흐르던 중 어느 날, 니르바나에 특이한 가르침을 전수해주겠다고 나선 한 무리의 조직이 찾아왔다. 그들은 유령 같은 몸체를 지닌 존재들이었는데 그것들은 인간들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 주겠다며 선뜻 교훈을 베풀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차츰 많은 이들이 그 집단의 가르침을 수용하였다. 실질적인 유익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실제적인 힘을 얻기까지 했다. 백 년도 지나지 않아 그 일련의 교훈은 편만하게 퍼졌고 그로 인해 니르바나 내에는 능력자들이 대거 생성되었다.

   그들의 가르침의 첫 번째 핵심 요소는 ‘경계 허물기’였다. ‘아(我, self)’라는 기틀을 깨부수고 타 존재와의 경계를 부수는 것이 그 교훈이 가르치는 ‘초능력을 획득하는 첫걸음’이었다. ‘경계가 허물어지면 존재들이 섞여서 공명을 이룩하고, 더 확장되면 자연과 개체의 경계가 사라지리라.’ 그렇게 ‘경계 허물기’의 가르침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결과 많은 검사, 전사, 마도사, 전투 승려, 도사들이 자연의 거대한 실체 속에 스스로의 의지를 투영시켜 자연을 마치 무기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융합이 허락된 범주가 물질로만 국한되었지만, 차츰 원소와 파동까지 확장되었고 추후에는 시공간과 상위계와 근본 법칙에까지 확장되었다. 

   사실 그 원리의 실체를 들춰내 보면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그들이 ‘경계 허물기’라고 여겼던 수련법은 실상 그저 karma의 양자역학적 공명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마술쇼였다. karma는 인체에만 결합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인위적인 문명의 산물이지만, 그것은 3차원 물질계와 상위 차원에도 침투 가능했다. 그랬기에 니르바나 주민들 체내의 karma는 외부의 karma와 공명을 일으켰다. 이런 간섭 현상 덕에 주민들에게 자연에 대한 제어력이 허락되었다.

   이러한 인위적인 반칙에는 반대급부로 부작용이 뒤따랐으니 바로 karma를 활용하는 개개인의 ‘정신적 취약성의 증가’라는 약점이었다. 무형의 karma를 물질적 매개체로 비유한다면 이는 일종의 마약 중독 같은 원리로 비견될 수 있었다.

   한편, 현지의 법사들이 강력한 자연 계열 능력을 획득하자 정체불명의 전수자들은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교리를 전수해주었다. ‘개변(改變)’이었다. 이는 이런 개념이었다. ‘경계를 허문 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킨 후 그 변화를 세계에 투영시킬 수 있다.” 이 괴이한 원리를 통해 술자들은 부분적이나마 현실 자체를 개변하는 것마저 가능했다. 단 그 ‘개변’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한 상대주의적 사고 체계가 필요했다.

   “물질이나 사물에 특정한 고정관념을 새겨넣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특정한 것은 좋은 것이며 어떤 것은 나쁜 것이라고 기준을 세워서 여겨서도 안 된다. 만물이란 끝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이런 철학에 기초해 두 번째 수련법을 거듭 연습하자 정말로 몇몇 정신 감응력이 뛰어난 주민들은 조금씩이나마 현실 개변을 시현해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사소하기 그지없는 법칙의 비틀림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초능력과 섞어내거나 법칙의 비틀림을 여러 번 중첩하면 기존의 초능력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힘을 선보이는 일이 가능했다.

   물론 시전자들은 둘째 교리의 진정한 원리를 잘 몰랐다. 사실 karma는 인체나 물질뿐 아니라 정보와도 융합할 수 있었다. 당연히 ‘확률 파동 실체화 기술’ 관련 알고리즘과도 결합할 수 있었다. 개변이라는 능력은 애초에 획기적인 가르침이나 본질적인 진리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karma와 결합한 확률 파동 조작 기술에서 기인한 현상이었다.

   니르바나 거의 전역이 ‘경계 허물기’와 ‘개변’에 통달하자 전수자들은 끝내 마지막 교훈, 곧 ‘양극 융화’를 가르쳤다. 빛과 어두움이 만나 삼라만상을 이루고, 고통과 행복이 만나서 일생을 이루듯, 상반되어 보이는 두 속성은 자석의 양극처럼 같은 본체의 두 얼굴에 불과하다는 가르침이 그 핵심이었다. 그 교훈은 상극의 속성을 얼마나 잘 하나로 융화시키느냐에 따라 더 높은 경지로의 도약 여부가 결정된다고 가르쳤다.

   문제의 그 ‘양극 융화’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이미 니르바나에는 온갖 유형의 초능력 스킬이 개발되어 범람 되는 중이었다. 개개인이 자기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실상은 karma를 통해 외부에서 유입된 힘이었지만) 개발해낸 특수 초능력들이 특수한 대련을 통해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로 전수되기를 반복하였고, 그 결과 차츰 세계 전역에 온갖 초능력이 보편적으로 퍼져나갔다. 확산된 초능력들은 서로서로 대립하였다. 상이한 성질의 것들이 충돌하였고 그로 인해 엉키고 뒤섞이기도 했고 기존에 없던 아류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무수한 충돌을 통해 다양화된 능력들이 점점 재련되고 가공되면서 서서히 진화의 극의(極意)의 영역에까지 도달했으나 그럼에도 일정 상한선을 넘지는 못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양극 융화’의 도입이 필수적이었다. 사람들은 전에도 그랬듯 경계심 없이 셋째 교리를 수용하여 새로운 도약을 이루었다.

   거듭 반복해 말하지만, 니르바나 주민들은 자신들의 세상이 그저 하나의 거대한 시험장에 불과함을 깨닫지 못했다. 저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깨달아낸 초능력이라는 결실, 그리고 그것을 강화, 진화, 융화시켜 낸 각종 결과물이 종국에는 높은 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만일 알았다면 누구도 허황함에 놀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자가 챙기듯 니르바나 주민들은 농락당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다른 부작용이나 계약의 대가 없이도 강력한 힘을 베풀고 높은 차원에 들어설 기회도 주었으니 인류연합 입장에서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타심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으나 큰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건 니르바나를 비롯한 실험장들에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위대한 초인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초능력이라는 힘을 획득할 생각이었다. 지금 이 힘에 놀아나는 실험체들과 차이가 있다면 온전한 과학적 원리에 기반해 훨씬 이성적인 방법으로 능력을 다루게 되리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이게 바로 상호승리 전략.”

   지독한 집단 이기심과 오만함에 전체주의에 물들었음에도 정작 관리자들 자신은 오히려 자신들이 인류 전체를 공정하고 올바르게 이끄는 중이라 여기며 도덕적인 정신 승리를 만끽하며 자축하였다.

 

 

 

 

 

 

 

 

*

 

 

 

 

   열한 번째 텀에 이르러 선교팀은 니르바나가 좌정한 하늘도시에 착륙하였다. 그들이 도착했을 시점의 니르바나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서 ‘권능의 법도’라는 이름의 가르침이 굳건히 뿌리내린 상태였다. 권능의 법도는 정치적 이념인 동시에 종교였으며 생활 양식이었고 문화의 근본이자 문명의 근간이었다. 나아가 그것들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초월로 나아가는 실존 양식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경적 가르침이 머무를 자리는 남아있지 않은 형국이었다. 지구의 교회사를 회고하면 니르바나와 흡사한 예시가 하나 존재했으니 바로 아시아 선교지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선교 진척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령 숭배 같은 원시적인 수준의 신앙에 머물러 있던 아프리카는 오히려 선교사들의 가르침이 전해질 때 빠르게 호응하였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여 기독교를 수용하였지만, 불교나 힌두교처럼 체계적인 고등 종교를 소유했던 아시아는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선교사들에게 호응보다는 거절을 내비쳤었다.

   니르바나는 과거의 아시아보다 더 심각했다. 권능의 법도는 단순한 종교가 아닌, 육안적으로 확인 가능한 실제적인 힘과 능력을 선사해주는 체제였다. 그것도 선택받은 소수만이 아닌, 대중마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범용성 높은 초능력 시스템. 비유컨대 칼티엔뉴르의 마법이나 카뮈네라의 신들이 비교적 원시적인 지구 종교를 가시적 형태로 가공해낸 실체화 산물이라면, 니르바나는 극도로 체계화된 고위 종교 철학에 실질적인 모습을 입힌 형태였다.

   그래서인지 그 체계는 약점을 공략하기도 어려웠다. 권능의 법도라는 가르침 자체가 대단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면서도 나름 이해하기도 쉬운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기도 쉬웠다. 더욱이 사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만물과 사람과 영혼의 본질이 무엇인지, 법칙과 진리가 무엇인지와 같은 중대한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서도 권능의 법도는 저 나름대로 그럴듯한 설명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법도에 능숙해져 고수가 된 여러 선인(仙人)들이 자신들이 획득한 강력한 권능을 높은 수준까지 연마하는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었기에 누구도 ‘권능의 법도’의 능력을 의심치 않았다.

   가르침뿐 아니라 경험적으로 증명된 튼튼한 세계관의 뿌리 역시 외부의 가르침에 대한 저항 작용을 증대했다. 니르바나는 스타덤과 유사하게 여러 차원과 연결된 ‘반(半)-개방형’의 하늘도시였다. 즉 니르바나의 통상 공간은 상위 차원의 일부분, 아공간, 접히거나 변형된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이뤘다. 현지 주민들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휠 사이클(Wheel Cycle)’이라고 칭하였고 이는 사람들이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되었다.

   종종 휠 사이클의 다른 영역에서 이계의 존재들이 건너오는 일도 심심찮게 주민들의 눈에 들곤 했다. 이러한 관찰적 경험에 힘입어 니르바나 주민들은 휠 사이클 속 모든 존재는 ‘생’과 ‘사’를 반복하며 순환한다는 결론을 내려 자신들의 굳건한 신념 체계로 확립했다.

   너무나도 정교한 시스템이었기에 윤혁 일행도 처음 주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처음에는 혼동을 느꼈다. 물론 윤혁은 테서렉트 아키텍쳐 같은 기술력의 존재를 알았기에 소위 휠 사이클 역시 자연적 질서가 아닌 인위적인 구조물에 불과하리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해냈다. 하지만 일전의 카뮈네라 때와는 달리 증거를 획득해 공포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나 또한 그 기술들의 실체를 목격한 적이 없지.’

   애초에 테서렉트 아키텍쳐라는 이름의 상위 차원 구조체의 개념도 형에게서 일방적으로 들은 말인지라 곧이곧대로 믿기에도 석연찮은 면이 있었다. 마냥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직접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증명하지 못하겠지.

   “설마 현 인류가 저 정도 수준까지 차원과 시공간을 조작할 수 있겠소?”

   의아해하던 스테판은 윤혁에게 물어보았다.

   “잘 모르겠어요. 의심은 충분히 가지만…….”

   불가능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본 바는 없어서요.”

   일단은 현지를 복음으로 개혁하는 임무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의 기묘한 내막을 파헤쳐 안다고 해서 크게 전략이 달라질 일은 없으니까.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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