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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3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1. 인터미션 VI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27 | 회차평점 0 0

 

 

 

 

 

*

 

 

 

 

 

   느긋하게 목욕을 마친 칼리드는 가운을 걸친 채 소파에 걸터앉아 와인을 홀짝거렸다. 그에겐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최근 그가 맡은 업무들이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우수한 성과물들이 창출되었다.

   그 덕분인지 칼리드의 감정은 제법 쾌감으로 고양되었다. 다른 철인왕에게 워커홀릭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웬만한 성과에는 만족지 못하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에게 휴식과 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인류 초능력 진화 프로젝트 제2안.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

 

   이번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우주 인류 전반을 크게 끌어올렸다. 문화, 문명, 지식, 철학, 경제 등 전 분야에서의 혁명을 대대적인 규모로 이룩해냈으며 주요 목적인 체계적인 능력 공급 시스템의 정립도 성왕리에 마무리되었다. 아울러 식민지 문명이 제어 불능의 경지까지 성장해 궤도에서 벗어날 미연의 가능성마저 완벽하게 차단할 틀을 마련했으니 참으로 깔끔한 마무리였다.

   “수고했다. 네 수고 덕에 인류 문명을 몇 단계 이상 앞당길 수 있겠어.”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다음번에는 더 중요한 임무를 맡기지. 널 선택한 안목은 틀리지 않았군.”

   유일하게 칼리드가 존경하는 인간인 양아버지 카이젤도 그를 향해 간만에 후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칼리드의 야심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짧게나마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족했다.

   에녹 부대표도 이 프로젝트에서 만족감을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몇 달 간 에녹은 이종족의 초능력 이식 가능성 및 인류와의 화합 가능성을 실험해보기 위해 칼리드와 적극적으로 MOU를 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결과적으로 에녹도 칼리드와의 연합을 계기로 칼리드의 탁월함을 확실히 인정해주었다.

   “당신 덕분에 소형 다중우주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력은 물론, 여러 이종족을 인류를 구심점으로 평화적으로 융화시키는 전략을 확립했습니다. 티아라 로페즈의 괴이한 방식과는 달리, 위버멘쉬의 청사진에도 온전히 부합하는 융화 전략을 말이지요.”

   아울러 에녹은 초능력을 인위적으로 이식받은 이종족이 패러사이트로서의 기능을 각성해낸 점을 기뻐했다. 한 마디로 셀레스티언의 힘을 견제할 제어 카드, 일종의 통체 장치가 생긴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값진 성과라고 생각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그 연구 결과가 반영된 이후 셀레스티언에 대한 불안정한 제어는 금세 놀라우리만큼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조만간 카이젤의 보조없이 홀로서기를 해도 될 판이었다.

   “물론 위버멘쉬에게 빌린 트리니티 알고리즘 덕도 컸지만, 칼리드 당신의 발 빠른 협력과 창의성이 없었다면 충분한 도전의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과찬입니다, 부대표.”

   그 와중에 칼리드는 머릿속으로 상대적인 공적을 재보았다.

   ‘트리니티 알고리즘……, 소문으로만 듣던 그 비장의 카드인가.’

   칼리드도 트리니티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간간히 들어보긴 했다. 아크삼형제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 그 특수한 연동 공식. 탐이 나기는 했지만 줄곧 보안에 감싸여져 있었기에 접근하지는 못했던 소프트웨어였다. 복제본이라도 선뜻 내주다니, 과연 부대표가 주군에게 받는 신뢰가 얼마나 큰 지 와닿았다.

   ‘어쩐지, 그랬던건가?’

   최근 실험 대상이 된 하늘도시들 중 상당수에서 유독 고대 지구의 힌두교와 동일한 유사 범신론적 사상 패턴의 초능력이 발전하긴 했다. 특히 신성을 삼위의 형태로 쪼개고는 다시 융합시키고 재생산하는 패턴이 유달리 자주 등장했었던 것 같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역시나 부대표가 내 초능력 프로젝트에 몰래 관여했었군.’

   어떤 의미에서는 칼리드의 원 구성에서 벗어나는 요인이 되긴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최종 소유자는 어디까지나 아버지이지 철인왕들이 아니기에 다른 초인들이 관여한다고 해서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수혜자는 인류 전체이니 모두의 의견이 잘 투영된다면 개선도 더 수월하게 이뤄지리라.

   ‘나쁠 것은 없지.’

   여하튼 이번 기회를 잘 잡아 성공적인 성취를 거둠으로 인해 인류연합 고위 간부 사이에서도 칼리드의 위상은 상당히 올랐다. 덕분에 식민지 전반에 행사할 권한과 권력도 증가했으며 은하계 바깥에서 수입해온 인류연합의 천체급 자산도 보상으로 상당량 하사받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성과라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권능이군.’

   그는 인류의 염원이 한걸음 진일보를 이룬 점을 가장 기뻐했다. 이 한걸음은 신적 존재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발전이 될 것이다.

   인간은 고대부터 언제나 슈퍼 파워를 얻기를 소망해왔다. 물리 법칙을 뒤흔들고 자연물을 움직이는 힘, 더 나아가 시공간을 비틀며 인과율에 간섭하는 슈퍼파워. 인간이 차원을 넘나드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 한계의 극복도 필요하지만 슈퍼 파워라는 발판도 필요하다.

   보통의 일반인도 인류 역사 전반을 거쳐 그런 일을 간절히 꿈꾸며 상상해왔거늘 하물며 탁월한 지능만큼 야심도 큰 초인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그것을 실천해낼 역량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 말도 안 되는 꿈을 이루려면 특이점 너머의 재능이 필요했고 카이젤이라는 인류 최대급 변수가 도달하기 전까지는 시기상조였다.

   철인왕들의 양아버지인 카이젤은 놀랍게도 초자연의 도움 없이 순수한 과학적 이론과 기술만으로 초능력이라는 개념을 현실로 구현해내었다. 그 원리가 너무도 복잡해서 칼리드조차도 하드웨어 구동의 대강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만 몇 달의 시간을 투입해야 할 지경이었다. 카이젤은 일부러 처음부터 다 알려주지 않은 채 칼리드 혼자 원리를 이해해내도록 내버려 두었다. 혼자서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어려울 기세가 보이자 약간의 힌트를 주긴 했었지만.

   “과연 역사상 존재했던 초인 전체를 합쳐도 아버지를 따라가긴 불가능하다.”

   칼리드는 이번에 만들어진 초능력의 절묘한 물리학적 이치를 뒤늦게 깨닫고 경탄했다. 비록 소프트웨어의 모듈에는 그가 숟가락을 얹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인을 조금 보탠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진정한 핵심 작업인 하드웨어의 구축은 가히 신적 영역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작업은 언터쳐블 기술들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나름의 성취를 거두고도 더 거대한 아비의 존재감을 우러러보게 된 계기였다.

   ‘완전히 이해하려면 수 년은 걸리겠군.’

   인간계 최초의 정식 초능력 시스템.

   그것의 구축 과정에서 온갖 수고가 따랐고 각종 가공할 기술들이 동원되었다.

   무려 5천 개가 넘는 은하계의 중심 블랙홀을 주춧돌로 세워진 800종류 이상의 테서렉트 아키텍쳐들이 기틀이 되었다. 그것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특수 에너지와 특수 정보를 흡수하고 연산하고 발산하는 작용을 감당하였다. 이 작용이 초능력 시스템이 돌아가는 기초였다.

   여기에 테서렉트 아키텍쳐라는 일종의 부싯돌이 초능력이라는 불씨를 효과적으로 피워내도록 돕는 촉매제로써 퀘이사 엔진의 복제형 모델들이 원동력을 주었다. 카이젤이 이 복제형 엔진들을 테서렉트 아키텍쳐 속에 보관해둔 이유는 이런 목적도 있었다.

   한편, 카이젤은 테서렉트 아키텍쳐들의 힘을 제어할 중개핵으로 이데아(IDEA)를 사용하였다. 그는 이데아 본체의 극히 일부분을 선택적으로 복사해 0.00005% 정도의 실체화율로 현현시켰다. 이렇게 실체화된 이데아는 은하계마다 하나씩 세워진 ‘블랙홀 제트 엔진’ 총 200기와의 공명을 통해 별도의 자원 소모 없이 상시 가동되도록 프로그램되었다.

   여기에 더해 마법을 우습게 보이게 할 기적적 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 시블링 홀로그래피 차원 4,000여 종류가 현실 차원과 강제로 융합되었다. 이것들은 초능력 시스템의 보조자가 되었다.

   차원들끼리 촘촘하게 얽힌 실타래를 제어하기 위해 도입된 방정식이 어쩌나 복잡했던지 진과 칼리드조차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몇 날은 고민해야 비로소 일부를 이해하는 일이 가능했다.

   한편 ‘허수 차원(Imaginary dimension)’이라고 불리웠던 특수한 오버랩 월드, 곧 이매진 테크놀로지의 기반이 되는 영역도 이번 프로젝트에 접목되었다. 이번에는 테서렉트 아키텍쳐에서 나온 탐침이 허수 차원을 직접 침식했다. 덕분에 이전보다 이용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허수 차원 외에도 열다섯 종류의 오버랩 월드가 탐침에 침식된 채 허수 차원과 공명을 일으키도록 재설계되었다. 이러한 복합성 덕에 시스템의 잠재력은 종합적으로 수백 배 이상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카이젤이 완성해낸 궁극적인 물리학 이론, 곧 현재까지 발견한 상위 차원계의 각종 기본 상호작용을 완벽히 하나로 해석해낸 ΦΨΏΠ 이론도 맹활약을 하였다. 이론 정립 이후 최초로 실전 동원된 건 이번 프로젝트인 셈인데 이번 기회로 이론은 실효성을 증명해내었다.

   “어리석은 하위 존재는 ‘신앙’이라는 속임수를 동원해야만 이 힘과 무의식을 연동시킬 수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

   정신적인 만취를 빌려야만 하는 보통의 인간이나 피조된 이종족들과 달리 인간의 궤를 벗어난 초인들은 힘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성적, 계산적 이해를 바탕으로 초능력을 운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유자재로 변형, 제어, 연산, 확산하는 일이 가능하다.”

   시험 삼아 칼리드는 허공 위로 손을 뻗었다. 우주 요새의 창 너머로 내다보이는 열 개의 행성들이 격렬히 진동하더니 궤도를 틀기 시작했다. 관성의 법칙마저 초월한 듯 그것들은 공전과 자전의 패턴을 무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변의 공간마저 두루마리 축에 말리는 종이처럼 휘몰아치며 압축되었다.

   칼리드 자신도 본인에게서 내뿜어지는 거대한 권능의 크기에 전율했다. 그의 몸은 진한 술 기운에 취한 사람처럼 강대한 능력의 자극에 경탄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해.’

   아버지가 구상 중인 최종 단계의 초능력 시스템은 지금 시현한 것, 곧 원시적인 수준의 첫 열매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수천 년 이상을 앞서간 위대한 것이다. 수천 년의 시간까지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초인들이라는 훌륭한 베타테스터들과 카이젤의 천재성이 더해지면 수 년 이내로 그 진도가 해결될 것이다.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허물은 이제 영원히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곧 힘과 지혜를 가진 초월자들이 나약한 존재들을 다스리고 계도하는 체제가 온전히 확립되리라. 물론 이미 지금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때에 이르면 더는 가식적으로라도 민주적 소꿉놀이를 흉내낼 필요가 없어진다. 절대적인 철인의 지배가 곧 진리요 윤리인 시대 질서가 정립된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왕이 있을 터이고 그를 보좌하는 자들이 그 곁을 차지하리라.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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