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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5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4. 지적설계종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7.06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마침 얼마 전 진이 하늘도시 경영 방침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알려줬었다.

   일행이 1차 선교 여행을 다녀오던 사이에는 하늘도시의 전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1차 여행 출발 당시에는 백만여 개라고 들었는데 2차 여행으로 지구를 떠날 무렵에는 이미 5억 개에 근접하였다고 한다. 이는 재혁이 말했던 대로 인류연합이 많은 은하계를 정복하면서 경제력이 향상된 덕이었다.

   반면, 2차 여행 기간에는 신규 하늘도시가 거의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늘도시 하나하나의 크기와 질이 비약적으로 확장되었다. 이전에는 고작 대륙 정도 규모였던 하늘도시가 어느 새 작은 지구급 규모에 도달했고, 나중에는 아예 아공간 기술을 응용해 소형 다중우주를 하늘도시 안에 압축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마법의 주머니 마냥.

   수억 개의 인공 다중우주를 운용하려다 보니 인류연합 측에서도 비용적 부담이 컸으리라. 아마 그래서 개수를 더 늘리지 않았으리라.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 진은 자원 소모 부담 이외에도 ‘안정성의 문제’가 있노라고 언급했다. 현재 하늘도시들은 모두 우리 은하 안에만 존재한다. 좁디좁은 한 은하 안에 여러 개의 차원을 구겨 넣으면 아무래도 안정성이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나.

   또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륙이나 행성 규모의 세계와 달리, 인공 다중우주를 무대로 하는 세계는 지나치게 넓다. 다시 말해 내부의 주민들을 통제하기도 어렵다. 인구수의 상한선도, 문명 수준의 상한선도 훨씬 더 높아지니까.

   ‘형이 왜 이런 비효율적인 사업을 벌였지?’

   그 사람에게는 나름의 목적이 다 있었을 텐데. 윤혁은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1차 여행 때 그들이 방문한 하늘도시는 총 열다섯 개. 동일 기간 전체 하늘도시의 개수는 5백 배로 늘어났다. 새로운 세계의 새 주민을 따로 창조할 리는 없으니 기존 하늘도시들의 인구 집단을 분산해 새로운 하늘도시 여럿에 나눠 담았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거쳤던 열다섯 세계 또한 5백 배로 확산된 셈이다.

   만일 운이 좋게도 선교팀이 방문한 식민지마다 안정적인 복음화가 이루어져서 대대손손 복음이 전승되었다고 가정하면? 하지만 아무리 낙관적으로 예측해도 최종적으로 복음화된 하늘도시는 많아야 7천 여 개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2차 여행 때 몇천 개의 팀이 더 추가되었지. 하지만 2차 여행 도중에는 신규 식민지가 거의 제작되지 않았어. 그러니 그 팀들의 영향력을 합쳐도 선교의 발자취가 닿은 하늘도시는 잘해야 수천 개만 추가된다.’

   조금 더 넉넉하게 잡는다면, 윤혁 일행이 썼던 서브 인형들의 착륙지점을 포함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많아야 추가 개수는 수천 개. 아무리 높게 잡아도 복음화 가능성을 품은 하늘도시는 다섯 자릿수 이하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하늘도시의 개수는 억 단위이다. 전체 대비 비율은 지극히 작다. 또 경험 상 복음을 수용하기보다는 배척한 식민지가 다수였음을 고려한다면,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실질적인 수확은 훨씬 적게 추산된다.

   ‘내가 모르는 요소가 숨겨져 있는 건가?’

   궁리하며 고민하던 윤혁에게 루디아가 의견을 꺼냈다.

   “주님께서 쓰시는 도구는 우리만이 전부는 아닐 거야. 어쩌면 우리가 밟은 자취가 남은 땅마다 주님께서 우리보다 더 훌륭한 신앙의 위인들을 세우셨을 수도 있잖아. 그도 아니면 그분께서 직접 주민들에게 계시하셨을 수도 있고.”

   윤혁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었으나 루디아의 낙관은 일리가 있었다.

   “꼭 우리가 짐을 전부 다 짊어질 필요는 없어.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수가 적어도 열매를 자라나게 하시는 분께서 의도하신다면 우리의 산수 이상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때로는 연약한 자들이 오히려 위대한 일에 쓰임 받을 수 있다. 작게 시작된 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일꾼들이 세워져 덧붙여진다면 처음 씨를 뿌린 자의 기대보다 거대하게 확장될 수 있다. 겨자씨가 거대한 나무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나도……, 정말로 그랬던 것이라면 좋겠어.”

   “굳게 믿고 용기를 내자.”

   아직 의문에 잠겨있는 윤혁에게 루디아가 미소와 함께 격려를 건넸다. 이에 윤혁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에게는 동료의 마음을 일으켜세우는 아름다운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한켠의 궁금증이 뒷맛처럼 남았다.

   ‘루디아의 말은 옳아.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 다른 식민지끼리 격벽을 넘나드는 전도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번 일을 설명하긴 어려워.’

   만약 그러한 전파 경로가 정말로 존재했었다면 그것을 긍정적인 징조로 보아도 괜찮을까? 혹 인간들이나 영적 권세의 함정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려나? 하나님의 뜻을 명료히 깨달을 수만 있다면 답답하지 않을 터인데.

   물론 윤혁은 주님께서 어둠의 세력이나 인간 지도자들의 활동마저 온전히 그분의 통제 아래 두실 수 있음을 믿었다. 인간이 제아무리 활개를 쳐도 종국에는 하나님의 큰 계획 아래에 농락당할 것을 그는 굳게 확신했다. 그럼에도 그 지식만으로 매순간 답답함이 속 시원히 풀리는 건 아니었다.

   ‘하나님의 계획은커녕 인간들의 계략조차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원.’

   무지의 베일 때문인지 아무래도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두려움을 버리고 평온한 마음으로 주님의 계획을 의지하라는 성경의 권고는 알고 있으나, 그 실천은 좀처럼 간단치 않았다.

   아는 것은 힘이지만 어설픈 앎은 독이 되기 쉬운 법. 윤혁은 네 팀원 중 유일하게 인류연합의 계획을 파악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지녔으나 도리어 바로 그 점 때문에 자연스레 염려도 더 잦았다.

   이미 인류연합은 그 짧은 몇 년 사이에 온갖 사업을 성사시켰다. 그들은 우주의방방곡곡을 정복했으며 생산력과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켰고, 상위 차원에까지 마수를 뻗쳤다.

   일전에는 가짜 신과 마법으로 주민들을 무지몽매의 상태로 남겨두더니, 이번에는 고등 철학과 초능력을 융합해 계몽을 빙자한 미혹에 성공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초능력은 자기들이 쓸 양인지 회수해버렸고 지금은 하늘도시의 공간 구조를 다중우주 식으로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도무지 그 의중이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왜지? 왜 식민지가 자유롭게 문명을 발전시키도록 방임하는 거지?’

   설마 그렇게 놔둬도 주민들이 끝내 진화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내버려 두는 걸까? 아니면 이미 자신들은 충분히 막강해졌으니 발전하는 식민지 정도는 손쉽게 제어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는 것일까?

   루디아는 윤혁이 혼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려니 썩 기쁘지 않았다.

   ‘차라리 나도 너의 짐을 나눠 짊어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기도 했다. 그 열심히 본질적으로는 동료들과 이웃과 하나님을 향하는 것임을 알기에. 그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앞으로 멀리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

 

 

 

 

   스물세 번째 하늘도시 방문이 개시되었다. 여느 때처럼 세 사람과 한 기의 인형은 장비 화물과 함께 텔레포트 제어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루디아가 인형 작동을 맡을 차례였다.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마침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원격 이동 기술 덕택에 이제는 충격파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진입이 자연스러워졌던 참이었다. 첫 진입 당시를 돌이켜보면 긴장감은 상당했건만 그때와 비교해서 이제는 출근하는 정도의 기분만 들었다.

   “여어, 다들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 

   리더답게 리온이 다시 한번 군기를 넣어주었다.

   ‘맞다, 일전에도 진입하던 도중에 당했었지.’

   과거 1차 여행 때 하늘도시에 착륙하자마자 별안간 헬리웃에게 납치당했던 기억이 떠오른 윤혁은 몸서리를 쳤다.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텐데.

 

   그런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진입 프로세스가 개시되자마자 수상한 낌새가 짙게 느껴졌다. 평소 진입할 때의 감각과는 상이했다. 정확히 언어로 표현하기는 힘들어도 뭔가 일이 틀어지고 있다는 직감이 선명했다.

   심지어 전에 윤혁이 납치당했던 때마저도 적어도 진입하는 와중에는 위험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건만 이번에는 착륙하기도 전에 뭔가가 삐걱거렸다.

   ‘이상해.’

   ‘위험하다.’

   ‘이건?’

   추락하는 비행기에 갇힌 승객의 심정이 꼭 이러할까.

 

   “이런!”

   동시에 그 시각, 당황하여 깜짝 놀란 진은 다른 일들을 멈추고 관측 장비를 해당 좌표로 돌렸다. 고운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평소 식민지 주민들의 자유를 갈망하던 그였지만, 그렇다고 그 자유가 이런 식의 방종으로 이어지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주민들이 정식 시민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인류연합에 자발적인 충성을 바치기를 원했다. 맹세코 이런 식의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기를 원치는 않았다.

   “멍청한 놈들! 제 스스로 자유를 박탈당할 명분을!”

   아니, 오히려 똑똑한 놈들이라고 평가해야 하려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동시에 인류연합 회원으로서의 고고한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아무리 자신이 방심했다지만 감히 식민지 문명의 주민 따위가 인류연합의 기술에 간섭하다니! 공간의 틈새가 벌어지는 기회를 포착해 역소환을 시행하다니! 물론 식민지 쪽에서는 비장의 카드까지 동원한 모양이고 이쪽은 기초적인 기술만 사용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자존심 상하는군.’

   주민들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도 자기 전문 분야인 과학 기술에 있어서만큼은 자존심의 역린을 건드린 자들을 참아주지 못했다. 하등한 존재들을 철저히 깔아뭉개고 짓눌러 격차를 인지시켜주지 않고는 못 배겼다.

   “이거 원. 넷을 다시 회수해야 하려나?”

   내키지는 않지만 넷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애초 계약 사항이니 원칙대로라면 일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흐르기 전에 여행을 취소하는 게 맞다. 저 하늘도시 내부에 어떤 문명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자신의 기술력에 도전할 정도면 그리 가볍게 여기기도 힘든 규모일테고.

   하지만 기이하게도 이번만큼은 진의 직감이 합리성에 반대되는 선택을 취하였다. 식민지 문명이 인류연합의 완벽한 제어에서 살짝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번 사건이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만 같았다.

   “지적설계종.”

   문득 진은 도박을 시행해보고픈 유혹이 들었다. 상황이 악재로 흘러 강윤혁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아버지가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하리라. 그래도 궁금했다. 혹시 저 일행이 하늘도시 안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빚어낸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서 혹시 지적설계종에 대해 단서를 획득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마냥 덮어둘 수만도 없겠군.”

   뒤늦게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몹시 귀찮아질 것이다. 그러니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그와 더불어 지적설계종이라는 테마에 대해 논의하는 편이 안전하리라.

   ‘아버지도 지적설계종과 관련해서 칼리드의 일을 몰래 묵인해주셨을 테니 내 쪽에서도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겠군. 차라리 잘됐어. 대놓고 물어봐야겠군.’

   진은 섬세히 시간차를 두고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유리스가 나머지 지적설계종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제어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완성할 때까지는 시간만 벌어본다. 그 후에 아버지를 찾아가 칼리드가 꾸미는 일에 대해서 정보도 알아낼 겸, 만약에 발생할 통제 불가의 사태도 대비하자.

   “제로원을 방문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

   이렇게 마음 속 계획을 대강 정리한 진은 마지막으로 납치당한 넷을 보호할 겸 하나의 안배를 더 들어두었다. 고작 미개한 주민들을 상대로 이것까지 사용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트랜스 모드(Trans-mode)를 발동한다.”

   하늘도시 속의 문명권 세력에 의해 역소환을 당하던 일행. 그 중에 포함된 루디아의 몸, 아니 그녀가 빌린 인형 몸체. 그 몸체의 목덜미 부위에서 희미하게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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