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6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7. 뿌리 원정대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7.2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지금의 하늘도시들이 작은 다중우주를 내부에 함유하고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기술’ 때문이지.”

   “엄청난 수의 블랙홀들을 해부하고서야 얻은 그 기술 말입니까?”

   “그래.”

   카이젤은 블랙홀 내부 사건의 지평선, 그리고 특이점, 그와 관련된 여러 신비한 비밀들을 생각했다. 과거 한때 우주 전체가 하나의 초거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에 들어있다고 상상하던 우주론 학설이 존재했다.

   폐기된 가설이긴 했지만 카이젤은 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독특한 식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끝내 작은 공간 안에 우주를 집어넣는 기술을 창안해내었다. 정확히는 집어넣은 우주를 안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장막을.

   “현재 하늘도시 안쪽 우주와 바깥의 원래 우주, 두 영역 사이에는 우리가 인공적으로 펼친 ‘마(魔)의 경계’가 존재하지. 일종의 변형된 사건의 지평선이긴 한데 여기에는 너희조차 잘 모르는 성질이 하나 더 첨가되어 있지.”

   진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버지의 말을 경청했다.

   ‘역시나 그 비술 속에는 다양한 목적이 숨겨져 있었군.’

   “마의 경계에는 자체적인 분석력이 담겨 있어. 그 경계선 안쪽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을 더 고차원적이고 다양화된 버전으로 확장 해석하는 성질이 있지.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무한한 범위로까지 확대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들의 보편화 총 목록을 한 번에 점검하지.”

   “홀로그래피 소스나 시뮬레이션 우주……, 와도 성질이 흡사하군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것들보다 더 효율적이지.”

   어렴풋하게 손으로 더듬는 식의 이해였지만, 진도 대강 그 의의에 대해 감을 잡았다. 인증 없이는 물질도, 에너지도 결코 드나들 수 없는 ‘마의 경계’, 그 안쪽에서 가상의 ‘문명의 폭발’ 현상을 일으킨다면 ‘마의 경계’가 알아서 연산을 시행해 ‘문명의 폭발’ 현상의 잠재력을 확대 분석해줄 것이다. 덕분에 인류연합은 미래에 잠정적으로 마주할 ‘문명의 폭발’ 위험성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석해내게 된다.

   “완벽한 백신이란 이와 같은 것이지.”

   잠정적인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실패 따위는 없는 백신.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지적설계종이라는 플레이어 필요했던 이유……, 우리 인류의 제어력에서 벗어난 지적설계 현상과 거기에서 파생할 문명의 폭발 현상을 안전하게 재현해내기 위함이었군요.”

   “특별히 그 지적설계 과정에서 우리의 의지의 개입이 배제되어야 했지. 그래야 가설에 대한 올바른 타당성을 반영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사실 카이젤이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이유가 더 있었다. 이는 그가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욕망에서 기인한 생각이었다. 그는 정말로 피조물이 창조자에게 대적할 방도가 없는 것인지 해답을 알고픈 욕구가 있었다. 인간이 더 이상 초자연계에 휘둘리기를 원치 않았기에 말이다.

   그래서 그는 ‘문명의 폭발’의 위험성을 예방하는 김에 일부러 자신의 호기심도 알아볼 겸 하나의 그림을 그려냈다. 피조물들이 모여서 창조자에게 대적을 일으키는 그림을.

   그러나 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일은 실패로 끝났다. 마의 경계가 지닌 해석 능력도 이 부분에는 적용이 불가능했다. 카이젤은 자신이 치기를 부렸음을 인정하고는 깔끔히 포기했다. 덕분에 동생이 자극한 양심이라는 감정, 그리고 선지자 꼬마의 꾸지람이 한동안 되살아나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심정을 견뎌야만 했다.

   ‘오히려 더 골치 아프게 되었어.’

   이제는 인류가 초자연을 따라잡을 방도를 찾기에 앞서 도리어 자신들 밑의 존재들이 제어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부단히 연구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높은 영역을 정복하기 이전에 자신의 뒤통수부터 보호해야 할 상황.

   ‘게다가 비단 이종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같은 인간끼리도 얼마든 역전극이 벌어질 수 있다. 우주 인류도 제어에서 벗어날 위험이 농후하다. 카이젤은 차분히 고민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에녹이 대응을 수행할 것이다. 그 친구라면 틀림없이 기대해도 좋을만한 결과물을 들고 되돌아올 것이다.

   ‘아울러 그때쯤이면 인비저블 마인드도 완성 단계에 더욱 가까워진다.’

   그것만 완성되면 또 하나의 축이 단단하게 설립되겠지.

 

 

   그때였다.

   “음?”

   “무슨 일이지?”

   전송 신호를 포착한 진은 잠시 데이터 분석을 시행했다.

   “아버지, 숙부님이 계신 곳에서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곧 회수하겠습니다.”

   “녀석은 별문제 없겠지?”

   “물론입니다. 아, 일부러 곧바로 회수하지 않은 점은 죄송합니다. 우주 인류가 우리의 제어력을 일부나마 벗어난 행보를 보였으니 곧장 대응했어야 했는데.”

   늦기 전에 진은 잘못에 대해 곧바로 이실직고했다.

   “괜찮다. 고작 그 정도로 당할 아이는 아니야. 그리고 만약 그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녀석의 그릇도 딱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뜻이겠지.”

   의외로 카이젤은 동생에 대해 냉담하고 차분하게 평가했다.

   “네, 어쨌건 그분은 무사합니다. 다만 지금은 조금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적설계종의 분신? 이미 모든 식민지에 퍼진 마당에 손 쓸 도리가 있나. 내버려둬라. 실험 결론까지 다 얻은 뒤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할 테니까.”

   “아니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특이한 일입니다.”

   “긍정적인 소식인가? 부정적인 소식인가?”

   금빛 눈동자가 푸른 눈을 쏘아보며 어서 말하라며 독촉했다.

   “그……, 긍정 쪽에 가갑습니다. 식민지 주민 중 하나가 지적설계종 개체의 분신이 일으킨 전쟁을 계기로 초인으로 각성했습니다. 최근 삼년간 단 한 명의 각성도 없었건만 이런 이례적인 각성은…….”

   “호오, 새로운 초인이라.”

   카이젤의 눈이 옅은 흥미로 젖었다.

   “클래스는?”

   “직접 데려와서 측정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만, 즉석에서 초능력을 권능으로 구현하는 스케일을 보건대, 최소한 C 클래스는 되는 듯합니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3세대 초인의 각성이 갑자기 재개되었다. 어쩌면 거의 끝물일지도 모르는 각성.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적설계종과의 조우로 인한 영향인가?”

   “아마 제 추측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흥미롭군. 다른 수확을 얻었어. 신규 각성자를 본부로 회수하여 잘 가르치도록. 표식을 제거하고 시민권을 부여한다. 충분히 정신력 운용법을 교육한 뒤에 신뢰할만한 수준이 되면 U-society 정식회원으로 가입시켜.”

   식민지 주민을 초인으로 후천 각성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전에 성과물을 다 뽑아낸 뒤 슬슬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적설계종의 난동이 그 한계를 타파해낼 새로운 단서를 밝혀주었다. 진의 보고에 카이젤은 기분 좋게 흥얼거렸다.

   ‘그나저나 귀여운 동생 녀석도 신규 초인의 각성 순간을 지켜보았으려나?’ 

   설마 별일은 없겠지? 석연찮은 기분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

 

 

 

 

   우주선으로 회수된 팀원들은 곧바로 신체 검진 및 치료를 받았다. 한동안 인형 몸체에 정신이 갇힌 상태로 있었던 루디아도 다시 본체 몸으로 되돌아왔다. 다행히 다들 회복 속도는 빨랐다. 진입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로 인해 약간의 충격을 받기는 했으나 그리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작 윤혁을 불편케하는 부분은 다른 쪽이었다. 그는 깊은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에 그들은 특이한 일을 보았다. 인류연합이 완벽하게 식민지를 제어하지 못했다. 형의 치밀한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의아했다. 그자는 절대 자신의 영토 내에서 반동 현상을 허용할 자가 아니다. 이중 삼중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모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건 기본이었거늘. 어째서인가.

   한편, 스테판은 다른 불편을 느꼈다. 자신의 속성을 눈치챈 자가 나타났다. 아니 인간이 아니니 눈치챈 존재라 해야겠지. 어쨌건 긴장되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해서 벌어졌다가 끝내 동료들의 발목이나 잡는 꼴이 되는 게 아닐까. 그것만은 꼭 피하고 싶었다.

   리온도 착잡해했다. 그는 장차 제어 불능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내심 예견했다. 지구에 있을 적부터 선교지란 본디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일이 비일비재한 위험의 터임을 알았기에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다. 우주 선교라고, 특혜를 받은 자신들이라고 재난이 알아서 피해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대전쟁을 눈앞에서 보니 나도 모르게 두려웠어.’

   주님의 제자들이 갈릴리 바다 한가운데서 폭풍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었던 것처럼 막상 공포의 근원과 마주하자 평온을 유지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분명 주님께서 살아계심을 앎에도 불구하고. 육신의 생각이란 이렇듯 연약한 것인가.

   ‘앞으로는 훨씬 위험한 일도 벌어질 터인데…….’

   반면 루디아는 동료들을 안전하게 구해냄으로 인해 나름의 용기를 얻었다. 동시에 온전히 자기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겸허한 태도로 일관했다. 만약 후원자가 개입했을 때 그가 루디아의 인형 몸체를 악한 용도로 조종하려 들었다면 그녀의 의지로는 피할 겨를이 없었으리라.

   ‘언제까지나 그런 외력을 의지할 수는 없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형 같은 기술력의 지원이 없으면 이번 같은 사태가 벌어질 때 대응할 도리가 없음을 잘 알기에 섣불리 포기할 엄두도 안 났다. 우리의 능력이란 보잘 것 없고 연약하구나. 뼈저리게 느껴졌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섭리 속에서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미 몇 차례고 넘어졌으리라.

   ‘앞으로도 믿을만한 힘이라곤 그분밖에 없겠지.’

   한편, 돌아온 넷은 각자의 자리에서 보고 들은 정보를 공유하였다.

   아마겟돈 전쟁을 묘사한듯한 종족 간 연합 구도, ‘보이지 않는 마음’이란 그 존재에 대해서 어렴풋이 아는 촉수 괴물, 가증스러운 인체실험을 남용한 탓에 혼합 종족이 되어버린 인류, 사이킥 파워라는 텔레파시 계열 초능력, 지적설계론을 재현해놓은 듯한 판툴라 종족의 역사, 정보생명체의 특성을 머금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다시금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에슈타르까지. 흥미진진한 정보가 많았다.

   흩어진 단서들이 한데 모이자 명료치는 않아도 얼추 윤곽이 드러났다. 인류연합은 지난번에 거둔 성과들로도 만족하지 않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 모략을 전개하는 중임이 분명했다. 그 궁극적 목적은 알 수 없겠지만.

   “너무 마음 쓸 것 없어. 도리어 이번 기회에 인류를 속이던 외계인 가설이니 진화론이니 하는 쓰레기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한 낭설인지 더 확실히 깨달았잖아. 잘된 일이지.”

   윤혁은 친구들을 다독이며 격려했다.

   “만약 다음번에 이번 같은 위기에 봉착한다면…….”

   그는 큰 맘을 먹고 이렇게 제안했다.

   “그때는 내가 앞장서서 비밀을 파헤칠게. 너희는 선교를 완수해줘.”

   더는 동료들이 복음 전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 엄한 난관으로 인해 고심하기를 원치 않았다. 불가피하게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 도래한다면 역시 팀원 중 자신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설령 최상위 초인들이 나타나더라도 최소한 대화를 강제할 정도의 네임벨류는 있으니까. 비록 그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과는 무관한, 빌려온 권위라고는 해도 당장은 쓸모가 있으리라.

   “알겠어. 고마워.”

   리온은 긍정의 답변과 더불어 한 가지 충고를 더 했다.

   “대신 너야말로 지나친 낙심이나 무의미한 고민에 잠기진 말아야 해. 우리도 네가 힘들어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포기해도 좋아. 꼭 우리를 향하신 부르심이 지금 이 기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야 물론이지.”

   윤혁은 은연 중 자신이 친구들에게 심려를 자주 끼쳤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함이 들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다음 회차에서 계속)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36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7. 뿌리 원정대 (1)
등록일 2024-07-28 | 조회수 66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36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7. 뿌리 원정대 (3)
등록일 2024-07-31 | 조회수 73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