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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6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7. 뿌리 원정대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7.31 | 회차평점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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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네 번째 하늘도시에서는 염려했던 바와는 달리 예측 밖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늘도시에 진입하기 전 진이 모종의 수를 써둔 덕분에 하늘도시 내부의 문명이 외부인 진입을 감지하지 못했다. 아울러 미리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점의 좌표를 착륙지로 설정해둔 점도 도움이 되었다. 그래야 확실히 사람들 사이에 몰래 섞여들기 쉬울 테니까.

이번 세계는 바로 직전에 거쳐온 세계와 유사하되, 여러 방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일종의 상위호환에 가까웠다.

   이번 세계도 행성들을 기본 블록으로 하는 ‘유사 우주’ 체계의 공간이었다. 그 유사 우주의 행성 간 배경 영역에는 특수속성의 아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전에 본 하이퍼스페이스보다 더 발전된 속성을 띤 공간이었다. 행성 하나 당 딸린 위성은 평균 스무 개 정도였다. 그렇게 행성과 위성이 모여 유한한 크기의 행성계를 이루었고 여러 행성계들이 특수속성 배경 공간 내부에 콩알처럼 잘게 흩어져 있었다.

   행성계들은 수천 개 이상씩 모여 군집을 이루었다. 이 군집은 행성단이라고 불렸다. 행성단들이 모이면 초행성단을 형성했다. 참고로 행성 사이의 특수공간, 행성단 사이의 특수공간, 초행성단 사이의 특수공간은 각기 재질이 달랐다. 초행성단이 단위의 끝은 아니었고 이와 같은 확장 패턴이 반복되어 더 큰 단위의 우주를 거의 끝도 없이 이루어나갔다.

   이곳 인공우주에는 항성과 같은 초거대 자연 에너지원은 없었다. 이것이 우주의 천체 집합 단위가 항성계가 아닌 행성계인 이유였다. 그 대신 이곳 주민들에게는 훌륭한 테라포밍 기술과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기술력이 이미 확보되어 있었기에 항성 없이도 행성의 대기 조성이나 기온이나 습도를 완벽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일행은 그 놀라운 수준에 크게 감탄했다.

   ‘저 정도면 거의 몇 년 전 인류연합과 맞먹는 수준 아닌가?’

   물론 지금 이 인공우주를 생성해낸 주체가 인류연합임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인류연합과는 감히 비견할 수 없으리라. 또한, 이곳 문명의 기술들은 상당 부분 인류연합이 몰래 배후에서 제공한 것일 테니 주민들로서는 감히 자만할 자격이 없는 셈이었다. 애당초 항성이 없는 세계관 속에서 인류가 혼자 살아남아 미개 수준에서 고등 문명으로 발전했을 리는 없었을테니 외부의 간섭이 존재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더욱이 이 주민들에게는 지구 인류와는 달리 타임필드 속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을 고려한다면, 불과 십수 년 만에 수천 년 분량의 문명 건설을, 그것도 아무런 외부 도움도 없이 이룩해낸 인류연합의 성장이야말로 진정 호평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발전된 세상이든, 낙후된 세상이든 선교지인 것은 동일.

   “이번에도 잘 해보자.”

   네 용사는 한 번 더 합을 맞춰 용기를 내었다.

   이번 텀에는 리온이 인형에 접속했다. 진입 전에 진은 리온이 빌린 몸체에 정보 검색 기능을 첨가해뒀다. 덕분에 선교팀은 단시간에 하늘도시 내부의 인공우주의 지리를 검색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검색 기능은 진이 스테판을 치료하면서 얻은 것이었다. 스테판이 체험했던 ‘세계관 정보를 획득하는 기능’을 연구하면서 착안된 기술이었다. 덕분에 이번에는 위험한 해킹 시도나 스테판의 노력 없이도 세계관의 중요 정보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일행은 광활한 하늘도시 내부의 인공우주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행성계, 행성단, 초행성단, 그리고 그 상위의 천체 군집, 그리고 그사이를 지나는 특수공간의 너비. 이것들을 확인하자마자 일행은 경악했다. 더욱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행성들은 껍질뿐인 구각형 유사행성이 아닌 실제로 꽉꽉 채워진 행성이었다. 흔히 행성하면 상상하는 바로 그 모습. 몹시 충격적이었다.

   “저 거대한 공간에 행성들까지…….”

   “인류의 힘으로 저런 걸 직접 건설할 수 있다고?”

   리온과 루디아가 거듭 경악을 표현했다. 지금껏 거듭 인공우주 구조물을 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적응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항성을 갈아 만든 인위적 건축물들보다도 더 대단한 수준이 아닌가. 윤혁도 당황했다.

   ‘아니, 하기야 테서렉트 아키텍쳐부터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작품이었지.’

   상위 차원에 거대 구조물을 세운다니, 그것도 자체적으로 증식하고 확장해나가며 시간의 구애마저 받지 않는 건축물을! 애초에 그 시점부터 인간 문명은 이미 성장 제한 한계를 뛰어넘어버렸을지도 모르지. 윤혁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스테판도 큰 의구심을 표했다.

   “저걸 지을 자원이 과연 있기나 하겠소? 제아무리 현 인류가 수많은 은하를 정복했다지만, 수억 개가 넘는 하늘도시 안에 일일이 저런 거대 구조물과 행성들을 심어놓으려면 자원 소모가 상상을 초월할 터인데.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 같소.”

   그러자 윤혁이 이에 대해 자기 견해를 밝혔다.

   “어쩌면 바깥의 자원을 끌어모아 이곳의 행성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부터 행성을 생산해서 바깥에 공급해주는 것일지도 모르죠.”

   사실 윤혁의 상식선에 비춰봐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었다. 인류에겐 이미 복제 기술, 영구 동력원에 근접한 에너지 생산 기술, 시공간 조작을 이용한 개체 증식 기술이 존재하는 마당이니까.

   심지어 ‘정보체로 된 주물 틀’을 통해서 허공에서 물질을 찍어내기도 하는 시대이다. 더구나 테서렉트 아키텍쳐가 발명되어 대량 건축된 현시대라면 무한복제가 전보다 한층 더 쉬우리라. 상위 차원에 존재하는 넘쳐나는 자원과 에너지를 무제한으로 꺼낼 수 있으니까.

   ‘형은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사람이지.’

   그자는 허영심에 자원을 낭비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그는 지금 이 하늘도시와 같은 유형의 소형 다중우주들을 테서렉트 아키텍쳐와 연결하여 인위적인 천체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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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 시 일행이 최초로 착륙한 좌표, 아니 행성은 ‘우주연합’의 수도 행성으로 이름은 ‘파라다이스’라 불렸다. 참고로 이곳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진정한 우주의 전부라고 여겼고 이점은 일행이 전에 본 세계들과 똑같았다. 파라다이스는 인공태양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곳으로 행성 전역에 찬란한 규모의 도시가 세워져 있었다. 그곳은 인간과 유사 인간 종족, 그리고 인간의 수하 종족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교류의 장이었다.

   이곳의 역사는 함축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고 복잡했다. 쉽게 요약하자면 지난번에 거친 스물세 번째 하늘도시에서 보았던 ‘휴먼연맹’의 역사를 다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제한 모습을 연상케하였다.

   이곳의 우주연합도 과거에는 수많은 이종족을 발견한 바 있었고 심지어 그 이종족이 인류에 흡수당해 인류 구성원이 된 역사도 제법 잦았다. 인공지능 로봇이나 인공생명체의 생산도 자주 있었다. 금지된 생체실험도 수를 셀 수 없이 빈번히 자행되었었다.

   신인류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성별이 정착되는 일도 있었고 혼종도 종종 탄생했다. 유전자가 조작되어 만들어진 괴물들이 외부의 간섭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분화되어 인간과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 괴물 중 일부는 항복해 노예가 되었고, 일부는 진멸되어 실험체가 되었으며, 일부는 공로를 세움으로써 인권을 획득하였다.

   또한 이곳의 우주에도 외계 종족도 존재했다. 그들도 나름대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다. 판툴라 족보다도 현란한 행적을 지닌 종족도 있었으며 비교적 짧고 굵은 역사의 종족도 있었다.

   외계 종족 중 일부는 지적설계종을 자처하며 하위종족을 탄생시켰다. 때때로 하위종족이 발전하여 별도로 독립을 이루거나 자기들끼리 다시 지적설계 행위를 자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복잡하긴 했으나 근래 들어 모든 외계 종족은 다음 중 하나의 운명을 맞이했다. 쇠퇴하거나 인류 측에 흡수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하거나.

   그리하여 100년 전부터 인간의 시대가 선포되었다. 여러 차례 문명이 성장하고 쇠퇴하는 사이클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곳 인간들은 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상 최고로 융성한 시대를 이룩해내었다.

   인간의 시대 이후 문명의 모든 영역이 크게 발전했다. 발전한 건 기술력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양한 종들이 인류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섞이는 바람에 유전적, 능력 측면에서 개성이 풍부해졌으며 문화적 다양성도 증대되었다. 또한, 긴 전쟁사 덕택에 온갖 형태의 전투, 전쟁 기술이 발전했다. 심지어 지구의 ‘마도 문명’ 같은 휘황찬란한 형태의 마공학도 만들어졌다.

   요컨대 스물네 번째 하늘도시 속 소우주를 다스리는 우주연합은 그야말로 ‘헤테로’의 극한이요, 문화와 문명의 용광로였다. 슬프고 비통한 역사를 거치며 상처와 상흔도 많이 남았으나 시간이 약이 되어 이들을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역경을 딛고 화합의 장을 이뤄낸 이곳 인류의 모습은 마치 혼돈의 시대를 이겨내고 하나로 융화된 22세기의 지구를 연상시켰다.

   ‘화합이 진정으로 선한 가치에 기반한 것은 아닌 듯싶지만…….’

   윤혁은 배후에 도사린 이질감을 정확히 포착해내었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이곳에는 모두의 마음에 드리워진 뿌리 깊은 망령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진화론적 사고에 입각한 귀소 본능이었다. 우주연합은 유독 ‘뿌리(root)’라고 불리는 근원적 존재를 향해 강한 집착과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마치 스물세 번째 하늘도시의 연합군이 LTO를 증오했던 것처럼 말이다.

   “뿌리란게 대체 무엇입니까?”

   파라다이스 행성의 주민들에게 ‘뿌리’에 관해 묻자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파편화된 정보를 한군데 모아놓자 얼추 그림이 그려졌다. 뿌리, 그것은 우주연합 소속 주민들이 믿는 ‘생명체가 기원한 근원’이자 ‘우주의 기원’이었다.

   사람들마다 학자들마다 뿌리를 묘사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고 모호했다. 절대적 근원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을 보면 창조론적 사고관을 대변하는 모체 같기도 했으나, 의지도 없이 그저 무작위적인 자연선택을 통해 생명체를 창출하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진화론을 대변하는 듯도 했다. 혹자는 뿌리가 뚜렷한 의지를 가진 존재로 자신이 낳은 자녀들을 미워하고 학살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지적설계론적 가설도 투영된 게 엿보였다.

   신화인지 이론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이곳 가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

 

   “뿌리는 우주 팽창의 씨앗이었다. 그것은 공간을 펼쳐내었으며 행성이란 열매들을 낳았다. 수많은 행성을 낳고 힘을 소진한 뿌리는 자기의 형태를 변화시켜 자신을 우주의 가장 깊은 중심부에 은폐해두었다. 이후 정착한 중심부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수억 년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명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생명체들은 우주 곳곳에 흩뿌려졌다. 뿌리는 자기 몸체 안에서 생명체를 진화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에서 떨어져 나간 생명체들에 원격으로 영향력을 가해 진화를 조정하기도 했다.

   뿌리는 때때로 문명을 선사하거나 자원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등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행동했지만, 때로는 자기 뜻을 거역한 자들을 무자비하게 심판하기 위해 새로운 종을 생성하여 이종 간의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행성들과 세상들과 종족들이 뿌리의 농간으로 인해 멸망하였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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