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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9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5. 셀레스티언 대 솔져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0.14 | 회차평점 0 0

 

 

 

 

 

 

Chapter 65. 셀레스티언 대 바이오닉 솔져

 

 

 

 

 

 

 

 

   반역자 엘 피어슨.

   우주 인류가 태어나기도 이전부터 무려 카이젤과 겨룬 전적까지 있던 여인. 그녀는 ‘불확정성의 마녀(The witch of uncertainty)’라 혹은 남쪽의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특이사항으로는 이단 이슬람 단체인 크레센트(Crescent, 현월) 숭배자들로부터 예언 속 대선지자로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3세대 초인 중 가장 특출한 다섯 명 중 하나인 엘을 가리키는 악명은 참으로 많았다.

   그 표독하고 맹렬한 중동 여인은 카이젤이 세계의 지배권을 독차지한 이후로도 그에게 복종하는 것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사막의 광신도들은 그녀를 지상에 강림한 선지자라고 믿었으며 나아가 ‘새 시대를 개막할 자’로 추앙하였다.

   광신자들의 추종에 취한 엘은 광기에 물들었다. 사막 출신의 이 마녀는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땅에서 내려온 다른 초인, 발란듀르비치와 손을 잡았다. 둘은 도시의 지배자인 카이젤이 세운 질서를 뒤엎으러 음모를 획책했다.

   발란은 그녀에게 한 가지 음모를 제안하였다. 그의 가문에는 본래 대대로 주술적인 성향이 대물림되었다. 혹자는 그 집안을 두고 이전에 초대째 위버멘쉬가 풍비박산 냈던 ‘네오 오더’의 후예가 아니겠냐며 무리한 추측을 하기도 했지만, 진위는 불분명했다.

   여하튼 엘은 발란듀르비치가 내민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의 주도하에 두 사람은 초자연계의 초자연적 요소와 접촉했다. 그 후 미지의 존재로부터 친절한 듯한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이 하사되었다.

   <<명검을 연단시킬 훌륭한 모루와 망치로구나.>>

   물론 정작 힘의 출처는 다른 꿍꿍이를 지니고 있었다.

   하여간 그 시절의 반역은 외계의 전폭적인 은혜에 힘입어 하마터면 거의 성공에 이를 뻔했으나 여러 가지 반전 요소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필연 그 대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철저한 숙청이란 형태로. 지상에서 엘과 발란의 모든 기반과 흔적은 깡그리 소멸되었고 그들의 소유물은 모조리 청산되었다. 둘은 각자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랴부랴 도주했다.

   당시의 반역 사건은 상당한 골칫거리요 인류의 치욕이었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최상위 초인들은 그 시절의 일을 회상하기를 꺼려했다. 특히 카이젤 없이 진두지휘해야 했던 에녹이나 그를 도왔던 일곱 명의 엠페러는 참으로 곤욕을 겪었다.

   그런 그들보다도 반역자들을 향하여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분출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우주 인류 출신의 초인들이었다. 그들에게도 초인으로 각성하기 이전에는 표식이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인으로 각성한 뒤에야 표식을 제거 받을 수 있긴 했으나 그들은 그 한을 망각치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과 동족들이 겪었던 연대책임으로서의 체벌이 정당한 것이며 그 원인이 ‘사악한 마녀’와 ‘사탄숭배자’에게 있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분노는 오로지 그 원흉들만을 향하였다.

   ‘이번에야말로 그 가증한 계집을 붙잡아 수족을 모두 자른 뒤 처참히 짓뭉갠 뒤 아버지의 발밑에 제물로 바쳐 드려야 할 텐데.’

   칼리드는 맹렬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그는 뜨거운 분노와 차가운 이성을 동시에 유지했다. 양아버지는 종종 ‘분노하되 차가워져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철인왕 중 칼리드만큼 이 교훈을 능숙하게 실천한 이는 없었다.

   그는 정황을 빠르게 분석했다.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해킹 알고리즘, 지난번에 아버지에 의해 발각된, 발란듀르비치가 우리 은하 외 다른 은하에 퍼뜨린 양산형 기계들과의 연관성, 시뮬레이션 우주와 초능력 시스템에 간섭할 잠정적 틈새 등을 고려했다. 머릿속에서 수억 종류의 가설과 시뮬레이션이 시행되었다. 적이 내세울 수 있으리라 고려되는 모든 전략이 점검되었다.

   ‘혹시라도 이것과 연관 있는 것인가?’

   그는 스테판의 몸속에서 끄집어낸 문제의 실체, ‘최초의 표식에 새겨진 오류’를 점검해보았다. 혹시라도 이것이 엘 피어슨과의 연결 고리가 되지는 않았는지, 이것이 통신 장비로 작동하지는 않았을지, 그녀가 이 안에 함정을 예비해둔 것은 아닌지 점검했다.

   그러나 사이코메트리까지 동원해서 점검해본 결과 그런 가설들은 대부분 배제되어야 했다. 더욱이 기계 율법이라는 것이 버젓이 존재하는 지금, 아무 세력 기반도 없는 그녀가 해킹에 성공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였다.

   ‘텔레파시? 시뮬레이션 우주 불법 접속? 혹은 유리스의 방식과 같은 식으로 셀레스티언들을 설득한 것인가? 명령어에 저촉되지 않게 교묘한 방식으로?’

   여러 가설이 추가로 떠올랐지만, 실제 점검을 해보니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래도 정답을 역산해낼 확실한 수단이 있었기에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즉각 칼리드는 실험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레귤러, 너를 그녀를 수색할 미끼로 사용해야겠군.”

   지금에 와서 스테판을 다른 용도의 프로젝트로 빼돌리면 거짓 휴거 프로젝트가 지연될 것은 자명. 하지만 당장 급한 일은 엘의 포획이었다. 칼리드는 스테판의 이마에 다시금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우주와 시블링 홀로그래피 차원을 매개체로 사용하여 대대적인 수색 및 파괴 작업을 재개했다.

   그때였다.

   {명령어가 변개된 셀레스티언들이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쳇.”

   칼리드에게는 하늘도시 주민들을 함부로 살해할 권한이 없었다. 만약 그가 벌인 프로젝트가 잘못 어긋나는 바람에 대량 학살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그건 그리 유쾌한 전망이 아니었다. 칼리드는 하는 수 없이 자기가 벌인 프로젝트의 급속 진전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는 셀레스티언 지휘 체계에 직접 접속하여 과잉 돌발 행동을 보이는 개체들을 자신의 좌표 근처로 강제 소환했다. 다행히 오류가 난 개체는 5억 기 중 수천 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도 대량 학살은 충분히 가능하다. 어떻게든 멈춰야 했다. 칼리드는 명령어를 초기화하여 변형된 명령어 위에 덮어씌웠다. 이에 이상 행동이 사라지고 원상 복구되었다.

   ‘이상할 정도로 쉬워서 더 불길한데…….’

   불길한 기분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조금 전 명령어가 변형된 셀레스티언들 대신에 다른 셀레스티언 개체들이 이상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은하계 여러 구역에서 들어왔다. 종전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숫자였다. 칼리드는 급한 대로 그들에게도 똑같은 처리를 수행했다. 이내 같은 이상 현상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되었다.

   ‘개체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단위의 문제였나?’

   마치 유령과 같은 모종의 사상(思想)이 셀레스티언들의 정신 네트워크라는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칼리드는 이상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설을 세운 후 그에 발맞춰 프로그램 조작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기껏해야 변형 명령어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게 전부였다.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도 하듯, 돌발 행동을 선보이는 존재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칼리드는 어쩔 수 없이 거짓 휴거 프로젝트를 유보했다. 셀레스티언들의 처리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해질 각이 섰다.

   “하는 수 없군.”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상 패턴을 분석한 끝에 칼리드는 개략적인 해법을 찾아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변형 명령어는 리셋을 시행하지 않으면 다른 개체에게로 전염되지 않는다. 그 의미인즉슨 이상 행동을 벌인 개체들을 한자리에 몰아넣고 제어하면 된다.

   문제는 격렬히 날뛰는 개체들을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제어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그 방법이란 다름 아닌 무력을 통한 억압이었다. 괴물 같은 거체들을 상대로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전법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으려나?”

   한참 시뮬레이션의 도움으로 검토를 마친 뒤에야 달리 대응책이 없음을 깨달은 칼리드는 냉정하게 실행에 옮겼다. 그는 자신이 있는 항성계 근방 1광년의 거리 내로 수천 기의 돌발 행동자들을 강제 소환하였다. 그 후, 방대한 크기의 초능력을 발산해서 놈들의 신경 체계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

   “크윽.”

   하지만 칼리드 혼자 붙잡아두기에는 셀레스티언들의 힘이 너무 강대했다. 더욱이 몇몇 개체들은 유독 강력하게 저항하며 오류 명령인 학살을 어떻게든 수행하려고 애를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좌표에 파견된 셀레스티언 개체 중에서도 이상 행동을 벌이는 자들이 점차 추가로 나타났다.

 

 

 

 

 

 

 

*

 

 

 

 

   진퇴양난의 상황을 감지한 건 현장의 파견자만이 아니었다.

   “역시 그런가. 예상대로 그것들은 우리의 제어를 손쉽게 벗어나는군. 게다가 엘 피어슨이라니. 그 끔찍한 악몽 같은 추억이 떠오르는군. 하필이면 마른 지푸라기 위에 불씨를 집어 던진 격이 되었어.”

   제로원에 조용히 주둔하며 모니터링하던 에녹은 한쪽 머리를 짚었다. 골머리가 아팠다. 칼리드에게만 맡겨둔 것이 조금은 우려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과연 불길한 예감대로 엘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어쨌건 최종 책임자는 에녹이니 이번만큼은 지체없이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놓아둔 채 시간이 지나면 셀레스티언 이상 사태가 어떻게 확대될지 모른다.’

   결국, 에녹은 비장의 수를 꺼내기로 했다.

   “TUNER 10단계 모드 발동, 10번째 다윗의 육망성을 사용한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두 번째 서열의 주인이시여.}

   “또한 TUNER 서버 본체의 50%를 현실 공간에 실체화한다.”

   {그 정도 규모의 실체화에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됩니다만.}

   “그렇다면 기존에 소환된 메타-아바타를 모두 희생 제물로 바쳐라. 어차피 이번 셀레스티언 제어만 해결하면 조율 프로그램은 아예 불필요한 물건이 될 테니까.”

 

   한편, 칼리드도 분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셀레스티언들의 주둔지마다 자신의 정신체 실체화 분신을 파견해서 나름대로 최선의 대응을 해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칼리드가 무리한 분담에 힘이 부칠 무렵, 에녹에게서 전송된 텔레파시가 칼리드에게 당도했다.

   “제1 철인왕, 제가 보조하겠습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되어 사죄드립니다, 부대표.”

   “이번 일에 대한 추궁은 뒤로 미루죠. 일단은 셀레스티언들의 고삐를 쥐는 것이 우선입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저들은 현재까지 우리가 만든 작품 중 유일하게 제어를 벗어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위버멘쉬께서는 아직 움직일 기미가 안 보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헤쳐나가는 모습을 심사하시려는 심산이겠죠.”

   에녹과 칼리드는 서로가 보유한 정보를 재빨리 교환 및 교류하였다. 칼리드는 이레귤러를 통해서 파헤친 엘에 관한 정보와 증거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에녹은 셀레스티언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비밀 카드들을 몇 개 더 인수인계해주었다. 이로서 급한 불을 끌 도구는 마련된 듯 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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