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96회 하늘위의 도시들 Ch 65. 셀레스티언 대 솔져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0.14 | 회차평점 0 |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부대표는 냉철하게 비상 상황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셀레스티언들의 광역 제어는 내 쪽에서 책임지고 맡겠습니다. 당신으로서는 국소 영향력이 한계겠죠. 도무지 제어가 안 되는 극소수의 폭주 셀레스티언 개체들을 주로 맡으시죠.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에녹이 간략하게 요약된 대응 전략 플레이북을 뇌파로 전송하였다.
“알겠습니다.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없습니까?”
“이미 다양한 버전의 왜곡 명령어가 셀레스티언 사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휘하던 개체 말고도 칼라비-야우 차원에 주둔하던 후속 부대에까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엘의 개입이 생각보다 심각한 듯싶군요.”
에녹은 자신의 오랜 숙적 중 하나를 회상하였다. 카이젤에게야 하찮은 벌레와도 같은 그녀이지만 자신에게는 벅찬 상대이다. 적어도 같은 조건, 같은 노력, 같은 자원을 가진 상태로 싸운다면. 하지만 오랜 세월 초인들은 많은 성과와 성장을 쌓아왔다. 아무리 그녀라도 그 방대한 성장의 축적을 상대로 맞설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자원이나 시스템은 일절 사용하지 않은 채 남의 것들을 더럽히고 역이용하는데 이골이 난 야비한 전술가이니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승산에 대한 믿음과 상관없이 에녹은 원칙대로 엄중한 경계를 명했다.
“그러면 제가 해야 할 일은?”
칼리드가 질문했다.
“제가 어떻게든 나머지 셀레스티언들을 억눌러보죠. 당신은 서둘러 엘 피어슨을 수색하는 일에 집중하시죠. 가능하면 그녀 본체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그녀가 지금껏 쌓아두었을 세력 기반, 그녀가 안배해둔 음모나 장치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색출해서 모조리 부숴버리십시오. 다시는 훼방거리가 되지 못하도록.”
부대표는 다시금 그녀의 행방을 해결하는 일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기회가 닿는대로 그녀를 완벽하게 무장해제시키고 고립시켜 코너로 몰아넣으십시오. 그 뒤 최선을 다해 찾아내세요. 생포한다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다면 사살해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진과 유리스와 에르샤는?”
“그 인간들에게는 이미 내가 위버멘쉬 권한을 대행해 원격 명령을 내려뒀습니다. 사태 해결을 위해 그들의 재능에 맞춰 적재적소에 배치해 임무를 주었죠. 각자 대응에 나섰으니 당신을 도울 틈은 없을 겁니다.”
곧 은하계와 인근 차원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크기의 TUNER가 본체의 모습을 드러냈다. 1천 개의 아바타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메타-아바타는 소환용 희생 제물이 되어 홀연히 증발하였다. 그 희생을 매개로 하여 서버 본체의 절반 정도가 소환되었다.
조율 프로그램은 현재 날뛰는 셀레스티언들과 잠정적인 폭주 가능성을 지닌 개체들을 전부 포괄하여 모조리 봉쇄하고 묶어버렸다. 나아가 혹시라도 다른 개체가 날뛸 가능성을 대비해 아예 모든 개체 위에 일괄적인 봉인을 걸어버렸다.
이에 위험 개체 및 잠정 위험 개체들이 일시 정지했다. 변형된 명령어에 감염된 개체들의 몸체는 결계와 봉쇄 에너지와 특수 필드에 겹겹이 포박되었다. 그중에서도 활동성이 커서 유독 거칠게 날뛰는 것들에게는 더 강력한 속박이 부과되었다.
몇몇 셀레스티언들은 사슬에 묶인 늑대 펜리르마냥 맹렬히 저항했다. 칼리드는 가장 험하게 날뛰는 개체들을 검색한 뒤 그것들을 강제로 한 좌표에 소환시켰다. 대부분은 초능력으로 묶어둘 수 있었지만, 최고도로 활성화된 몇몇 폭주 개체는 힘만으로는 완전히 잡아두기가 어려웠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초능력을 무력으로 활용해 깨부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도리어 변형 명령어가 퍼질 가능성이 염려되었다. 사실 편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생각 없이 그런 접근법을 쓰는 게 낫지만 가뜩이나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위험 요인을 더하는 것은 우매한 행동이었다.
“단번에 부수지 않을, 적당한 수준의 무력으로 놈들을 견제해야 할 텐데.”
함대를 사용하기에는 비용 상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저런 대형 개체들은 상성 상 함선에게 강하다. 괜한 소모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극소수의 정예부대를 셀레스티언의 몸 안쪽에 투입하는 것이다.
“휴먼 솔져들을 움직일 권한이 없으니 이를 때는 참 아쉽군.”
다행히도 카이젤은 이미 전에 칼리드에게 몇몇 정예병의 운용 권한을 부여한 바 있었다. 비록 그 수가 매우 적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처럼 격렬히 날뛰는 몇몇 개체를 제압하는 정도의 작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용도의 카드일 것이다. 즉시 칼리드는 자신의 직속 부대인 최정예 바이오닉 솔져 군단에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모스, 몰렉, 밀곰.”
칼리드는 전사들의 코드네임을 호명했다.
“지금 전송해준 좌표로 신속히 워프해와라.”
셀레스티언들의 이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플랜 B, 그것은 바로 정예병을 통한 침투 진압이었다.
“지금부터 비상 명령 체계를 발동한다.”
텔레파시를 받은 그들은 봉인에서 풀려나 즉각 단독 워프를 가동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곧이어 소형 캡슐 세 개가 템플 앞으로 워프하였다. 관처럼 생긴 캡슐이 해체되면서 그 속에 담긴 갑주를 입은 세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인류연합 측에 단 열둘 밖에 없는 귀중한 인적 자원, 곧 Ex 랭크 바이오닉 솔져들이었다.
현재 Ex 랭크 열둘 중 여섯은 에르샤에게, 나머지 여섯은 칼리드에게 비상 제어권이 놓여있다. 원래는 카이젤의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며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닉 솔져지만 몇몇 예외적인 경우 한정으로 칼리드나 에르샤도 가동시킬 수 있다.
네 명의 Ex 랭크 바이오닉 솔져 그모스와 몰렉과 밀곰은 대마왕 앞의 사천왕마냥 칼리드 앞에 소환되어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칼리드는 텔레파시를 통해 이들의 뇌리로 대량의 정보를 삽시간에 주입했다. 셀레스티언의 특성과 강점과 약점에 대해 세세히 정리한 데이터였다.
“부수지는 말고 적당히 제압만 하도록. 엔진 폭주 유도도 안돼. 자칫하면 더 큰 일에 휘말린다.”
그의 설명을 모두 이해한 바이오닉 솔져들은 긍정의 응답 후 곧장 격렬히 날뛰는 셀레스티언들을 향하여 날아서 돌진하였다. 곧 시공간의 심한 흔들림과 섬광과 폭발이 발생하였다.
“이번 기회에 바이오닉 솔져들의 능력치까지 점검해볼 수 있겠군.”
현재까지 바이오닉 솔져의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신체 개조를 기반으로 획득한 이능력이 대부분이었다. 관성과 중력과 물리력을 제어하는 능력, 피코머신을 원동력 삼아 발생시키는 특수 에너지 공격, 시공간에 간섭하는 능력, 확률 파동에 간섭하는 능력, 그리고 네 명의 최상위권인 얼티밋 워리어만의 전용 능력인 바샤크, 이렇게가 전부였고 전부 과학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낸 능력뿐이었다.
엄연히 물리적인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다보니 능력의 종류는 큰 범주로는 위와 같은 카테고리들로 제한되었다. 또한 아무래도 솔져의 신체적 용량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에 강력한 능력을 여럿 압축해서 담는 데도 제한이 있었다. 즉 만능에 가까운 유닛을 만들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패러다임 전환 이전의 이야기. 초능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 바이오닉 솔져의 능력도 대대적인 혁신을 겪었다. 인간 승리의 상징과도 같은 현 세대의 발명품 초능력 채널 시스템에 기존의 신체 개조 기술을 더하고 여기에 몇 가지 추가적인 테크놀로지까지 얹으면서 바이오닉 솔져들의 능력은 다양성, 위력, 범용성, 잠재력 등 모든 면에서 전과는 비교를 불허할 만큼 폭발적인 도약을 이룩했다.
여기에 더해 히어로들의 활동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바이오닉 솔져의 신체에 업데이트한 것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급격한 발전을 가능케 했다. 이는 처음 히어로들을 편성하면서 성운과 재혁이 추구했던 목적 그대로였다.
지구에서 두 차례의 냉전을 겪는 과정에서 히어로들의 전투 경험 및 이능력과 무장을 다루는 실력은 비약적으로 항진되었다. 더욱이 그들은 좀 더 느슨한 군기 안에서 다양한 개성을 함양하며 여러 가치관을 기반으로 적들과 맞서왔기에 창조성 측면에서는 바이오닉 솔져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런 이점은 바이오닉 솔져들의 시스템에 반영시키기에 충분히 유의미한 유익이었다.
예를 들어 지구의 히어로들은 각종 현장 임무 경험을 거치면서 체험적 지식을 터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초능력 운용법을 구축하였다. 즉각 이 운용법들은 회수되었고 초인들의 정밀 연산을 거쳐 체계적으로 이론적 정립을 이루었으며 이내 더욱 우수한 버전으로 개선되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다시금 바이오닉 솔져와 휴먼 솔져들에게도 전수되었다.
그 유익의 수혜는 실로 막대했으니, 새로운 초능력 운용법들은 정작 그것을 창출해낸 히어로들보다 바이오닉 솔져들에게 더 잘 맞는 옷이었다. 가뜩이나 신체적 우월성이 우수했던 바이오닉 솔져들은 초능력의 발현 폭과 저장 폭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새 힘을 얻은 후 히어로들을 미세한 크기의 개미처럼 취급할 만큼 강력한 괴물로 성장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칼리드가 운용하는 이 괴물들을 진화시켜준 또 하나의 막강한 원동력은 의외의 출처에 있었다. 일반 히어로들과는 별도로 활약하는 조직, 크로스솔져들. 신실하고 경건한 용사들로 구성된 이 히어로 집단은 비록 초능력의 수용은 일절 거부했으나 그 대신 놀라우리만큼 탁월한 도덕적 우월성, 협응력, 그리고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든 역전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애초에 히어로들을 자기 소유의 데이터처럼 취급했던 성운은 다른 히어로들에게 자행했던 것처럼 크로스솔져의 두뇌 데이터도 당사자들의 허락 없이 몰래 복제해내었고 그 자료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카이젤의 수중에 들어갔다.
“비록 영혼 자체를 복제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껏 연구해온 디지털 인격 기술에 상위 차원 모듈 형성 기술을 더한다면, 이들의 능력을 일부만이라도 흉내내어 바이오닉 솔져들에게 심을 수 있겠군.”
카이젤은 이 발칙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태연하게 실천으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오늘에 이르러 바이오닉 솔져들은 카이젤의 계산치를 넘어선 성장까지 이룩했다. 비록 영적인 상태를 옮겨심을 수는 없었지만, 그 부산물을 복제하여 활용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히어로와 크로스솔져들의 데이터를 양분 삼아 새로이 거듭난 바이오닉 솔져, 그리고 인류연합의 기술력과 Quasar-I의 2차 복제형 엔진의 생산력과 신수에서 얻은 전투 데이터를 총망라해서 완성된 셀레스티언. 인류의 두 무력은 진검 승부의 링 위에 올라섰다. 누군가의 예상대로 지구에서 벌어졌던 신수와 히어로의 대결은 보다 더 큰 스케일의 무대로 확대되어 우주 대격전의 발현으로 이어졌다.
(다음 회차에 계속)
이전회
39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5. 셀레스티언 대 솔져 (1) |
다음회
397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5. 셀레스티언 대 솔져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