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99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6. 대역전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0.21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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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셀레스티언들은 봉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격동적인 개체들은 최후의 몸부림을 미약하게 벌였다. 칼리드는 IDD를 개방하여 위험분자들만 한 자리에 몰아넣었다. 그 후, 그모스와 몰렉과 밀곰,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수하들을 파견해 침투 을 개시했다. 수천 가지의 전술이 동원된 끝에 행성급 및 준-항성급 셀레스티언들이 거의 다 봉쇄되었다.
약체화된 천체 괴물들을 향해 세 명의 Ex 랭크 솔져들의 맹공격이 개시되었다. 세 팀원은 번갈아 가며 역할을 바꾸면서 세 종류의 포지션을 사용해 목표물들을 공략하였다.
가장 먼저 한 명은 수천 기의 셀레스티언들을 동시에 공격하기 위해 광역 계열 초능력을 발산해 셀레스티언들의 궤도를 뒤흔들거나 발목을 묶거나 결계로써 봉인하였다.
다른 한 명은 타겟 몇몇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막강한 화력 위주의 공격을 쏟아부어 뜨겁게 익혀버리는 동시에 적들의 에너지를 역으로 흡수해서 곱절배 이상으로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셀레스티언 신체 내부에 침투하여 백병전을 벌였다. 셀레스티언의 아바타들이 나타나 본체의 에너지를 빌려 대응했으나 바이오닉 솔져들의 손에 손쉽게 격파되었다.
셀레스티언의 분신들을 깨부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내장되었던 엔진들이 폭주하여 중력 제어장치가 훼손되었다. 그 탓에 여러 셀레스티언들이 서로의 질량으로 인한 중력에 이끌려 충돌 위기에 놓였다.
자칫하면 이들의 여파로 하늘도시나 다른 식민지 행성까지 피해를 입을 기세였다. 거대 질량의 물체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면 별들의 궤도와 자전축도 영향을 받는다. 내버려 둬도 후일 수습할 수는 있겠지만, 소모 비용이 성가실 것이다.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셀레스티언들을 항성계 바깥의 공터로 유인해라. 그리고 최대한 놈들끼리의 거리를 떨어뜨려 놓아. 인공 축조물들과 천체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칼리드의 지령을 받은 그모스는 IDD가 다시 열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셀레스티언들을 척력으로 밀어내 항성계 사이의 별 없는 공허로 튕겨내었다. 초능력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한 개체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력이었다.
이어서 바이오닉 솔져들은 장수들이 강제력으로 떨어트려 놓은 셀레스티언들을 신속히 제압하기 위해 워프 장비를 이용해 빠르게 여러 좌표를 이동해 다니며 공략을 전개했다.
이내 셀레스티언 본체 내부로 밀곰이 돌격해왔다. 별은 침입자의 강습을 막기 위해 수천억의 면역 세포를 동원하였다. 하나하나가 최상위 이종족의 최고 유닛과 맞먹는 전투력을 소유했다. 그런 면역 세포들이 메뚜기 떼처럼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하지만 몇 초 만에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곧이어 특수 에너지를 두른 밀곰이 지각을 관통해 그대로 맨틀까지 뚫었다. 강한 물리력에 의해 부서진다기보다는 마력에 의해 저절로 분해되는 듯한 느낌으로 층층이 방벽들이 해체되었다. 거대한 촉수와 생체조직들이 침입자를 죽이기 위해 한 지점에 몰려왔다. 별 효능은 없었다. 사실 Ex 랭크를 상대로는 이 정도만 해도 선전한 것이었다.
‘양쪽 다 괴물은 괴물이다. 하지만 셀레스티언은 양산될 수 있다. 그 점이 더욱 경악스럽군.’
개개의 개체간 싸움에서는 우세하다지만 바이오닉 솔져는 엄연히 그 수량이 제한적이다. 반면, 셀레스티언은 별 탈만 없으면 지속적인 양산이 가능하다. 이것은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따졌을 때 넘을 수 없는 벽과도 같은 이점이었다.
이번 공략전이 무사히 성사되었다지만,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폭주 셀레스티언들을 에녹, 진, 유리스, 에르샤의 협력에 의해 억제했기에 가능했다. 실전 전쟁이었다면 바이오닉 솔져의 패전이나 다름 없었다.
어느덧 공중에서 맹렬히 화력전을 벌이던 몰렉도 장기전의 여파를 받아 조금씩 피로 축적에 짓눌렸다. 현재는 잘 몰아붙이고 있지만 만일 셀레스티언의 수효가 조금이라도 더 늘어났다면, 혹은 오류 개체가 조금만 더 많이 생겼더라면 화력전에서 처참히 밀렸을 것이다.
“갤럭시 클래스, 과연 잘못 다루면 무시무시한 재앙이로군. 확실하게 통제할 지배책을 마련해두거나, 아니면 견제할만한 기계 군단을 만들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준비해야겠군.”
칼리드는 셀레스티언의 통제가 예상보다 만만치 않음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체감했다. 사실 애당초 에녹이 이 프로젝트를 제의했을 때부터 이 같은 위험성이 높음은 그도 짐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도박을 감내한 것은 장차 생산될 여러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비하기 위함이었다. 초인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카이젤은 원천적인 예방책을 마련할 것이며 이는 지금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가치고는 참 고통스럽군.”
요컨대 이번 일만 무사히 잘 막아내면 더는 이런 망아지 같은 종족을 다룰 일은 없으리라. 그러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셀레스티언 폭주가 확산되는 일을 막아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의 모든 신경이 여기에 몰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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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뜻을 아뢰소서. 저희가 수행하겠나이다.>
천사들이 전능자께 조아리며 의중을 밝히기를 간구했다.
<인간들의 완악함을 이만 종결에 이르게 하겠나이까?>
<아니면 그들을 인내하고 은혜를 베풀어야 할까요?>
보좌에 앉으신 분께서 묵묵히 무한한 크기의 임재를 드리웠다. 그 주위에서 경배를 올리던 거룩한 이들도 잠시 침묵에 잠겨 왕의 결정이 임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폭풍의 눈과 같던 침묵이 지나가자 다시금 무궁한 크기의 권능과 영광이 보좌에서 발원하여 천지 만물을 향해 흘러갔다.
[너희는 나의 행하는 일을 지켜보라.]
곧 전능자의 오른손에서부터 샘과 같은 맑고 깨끗한 정수(淨水)가 생성되어 강처럼 흘렀다. 그것은 이내 작은 시냇물이 되더니 곧이어서 거대한 강이 되어 만물을 집어삼킬 기세로 확장되었다.
강물은 스스로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갔다. 피조물이 아닌, 창조주에게서 나타난 힘이었기에 그것 안에는 제약이나 제한의 규칙이 없었다. 이윽고 생명수 강물로부터 튄 물방울들이 광휘의 줄기가 되어 땅으로 스며들었다. 그것들은 모든 하늘들의 권역을 넘어 낮고 낮은 왜소한 세계, 곧 인간들이 세상 전체라고 여기는 물리적 우주로 침투하였다.
이 일의 시작점은 어떤 이들의 기도에서부 기원하였다. 정작 간구한 자들 자신은 몰랐지만, 이미 그 기도는 시작 이전부터 응답이 완료되어 있었다.
그 작은 기도가 시작되자 곧 그의 기도와 동일한 소원의 기도가 시공을 넘어 사방에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하였다. 은하계 전역에는 하늘도시라고 불리는 1조 개의 콜로니가 있었다. 각 하늘도시의 평균 인구는 최소 10억 이상. 더욱이 이미 대부분의 하늘도시에는 생명을 얻게하는 복음의 진리가 옅게나마 전반적으로 전해진 상태였다.
물론 진정으로 회심한 자는 잘해야 전체의 천분의 일 미만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인원수는 충분했고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그리고 천상의 보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턴가 그 많은 회심자가 윤혁과 그의 친구와 더불어 동일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전의 모의나 합의 없이 이뤄진, 전적인 심령의 통함이었다.
그들 중 적잖은 수는 장차 도래할 환란을 은연중 환상을 통해 경고받았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함과 통회하고 나약함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회개하며 진심으로 엎드렸다. 경건함에 이르지 못했던 이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였다.
또한 물질만능주의와 우주 통합정부에 대한 광신으로 인하여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자신들을 둘러싼 세태의 현실을 보며 애처롭게 눈물을 흘렸다. 세상과 자신의 죄악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애통하는 자들이 하늘의 눈 앞에 발견되었다. 목숨과 심령을 건 기도의 울부짖음이 점점 널리 확산되었다. 그 결실은 신실한 마음의 회복이라는 형태로 발현되었다.
시간은 넉넉했다. 강윤혁과 그의 친구들이 칼리드의 공격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소요된 시간은 기껏해야 2시간 반. 하지만 아직 전면개방이 개시되지 않은 지라 하늘도시에는 여전히 타임필드가 가동 중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하늘도시에서는 사태가 벌어지던 사이 최소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믿음의 개혁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신의 섭리인지, 유독 이 기간에 탁월한 일꾼과 위대한 신앙인들이 하늘도시마다 속출했다. 100년 당 최소 스무 명 이상이 출현했다. 그들은 악한 세태를 꾸짖으며 진리를 선포하였다. 악으로부터 떠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주님의 은총을 갈구할 것을 외쳤다.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였다.
이를 촉매제로 하여 마지막 때를 준비하던 자들의 기도가 더욱 정결하게 가다듬어졌다. 이미 주를 믿던 신자들은 아직 떨치지 못했던 죄악된 옛 습성에서 돌이켜 진정한 평안과 자유를 누렸으며,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과 도전을 받았다. 자연히 표식 지배력의 약화와 퇴색은 더욱 신속하게 가속되었다.
각각의 기도자들은 영적 충만을 입고 성령에 힘입어 나아가 선교사들과 동일한 소원을 아뢰며 중보의 기도를 하였다. 그것들이 우주 전역에서 발원하자 중첩 효과는 폭발적으로 가중되었다.
“이 땅에 남은 모든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도록 허락하소서.”
참된 기도는 사람들의 내적 각성을 유발했다. 곧 더 많은 이들이 같은 제목으로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이 경향은 그 어떤 바이러스나 암세포보다 급진적인 추세로 증식했다.
만일 칼리드가 선을 넘지 않았다면, 방대한 영역에 걸쳐 최면의 힘을 씌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빠르게 각성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임박한 핍박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깨어 기도하도록 이끌었다. 섬뜩한 최면의 권세를 감지한 신자들은 비록 그 힘의 정체는 몰라도 자신들이 조만간 큰 위기에 처할 것이며 오직 살아날 길은 하나뿐임을 직감했다.
아니, 어쩌면 최면 이전의 문제였을지 모른다. 인류연합은 우주 인류를 속박할 목적으로 일곱 표식을 모든 이에게 심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는 오히려 사람들이 참된 자유의 맛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격이 되었다. 평생 표식에 억눌린 자들일수록 그것으로부터 부분적이나마 자유를 얻었을 때의 해방감도 더욱 컸기 때문이었다.
해방된 신자들 곁의 이웃들도 그 위대한 자유와 희락의 역사를 바라보며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어쩌면 저들이 믿는 신께 순종하면 우리도 내면의 공허감과 속박감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일곱 표식은 신자들로부터 발산되는 생명의 향기를 만방에 증언해주는 조미료의 격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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