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0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7. 여행의 마무리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0.31 | 회차평점 0 0

 

 

 

 

 

 

 

Chapter 67. 여행의 마무리

 

 

 

 

 

 

 

   리온과 윤혁에 이어 마침내 루디아도 의식을 되찾았다. 칼리드의 중력에 짓눌려 크게 몸이 상할 줄로 알았건만 천만다행으로 가벼운 타박상 말고 다친 데는 없었다. 그녀는 두 친구가 무사함을 보고 안도하였다. 세 사람은 감사하는 심정으로 서로를 가볍게 부둥켜안았다. 암울하고 절망적이었던 상황 가운데서도 동료 중 아무도 죽지 않은 것에 다 같이 한시름 놓았다.

   다만, 윤혁은 에녹이 펜던트를 매개체로 TUNER를 실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약간 충격을 받은 탓인지 아직 완전히 성치 못했다. 루디아는 여기저기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을 살피며 마음속으로 속상해하며 염려하였다. 외관상으로는 그리 심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은 제법 높았다.

   치료를 하자니 칼리드의 침공 과정에서 선교팀이 보유했던 도구들은 전부 부서져 버린 탓에 변변한 것이 없었다. 다행히 현지 주민들로부터 받은 의료용 상자가 딱 하나 남아있었다. 급한 대로 루디아는 그것이라도 사용해 윤혁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아야!”

   “아파도 좀 참아.”

   윤혁은 루디아의 꼼꼼하고 정성 어린 손길에 어딘가 모르게 어머니의 자상함을 연상하였다. 그래서 아픈 것도 꾹 참으며 치료를 끝까지 받았다. 여전히 전신 근육은 쑤셔오고 다리는 골절되어 힘이 잘 안 들어갔지만, 부축과 간호를 받다 보니 한결 가슴은 편안해졌다.

   “그나저나 저것들은 아직까지 봉인되어있네.”

   리온은 펜던트의 특수 작용에 의해 봉쇄된 이후로 계속 멈춰 있는 군단을 불안 불안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저러다 갑자기 봉인이 풀려 공격이라도 재개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쉽게는 안 풀릴 거야.”

   윤혁은 걱정말라는 투로 안심시켰다.

   “이종족들을 제어하는 시스템인 조율 프로그램이 직접 현현해서 묶어놓은 것이니까. 굉장히 강력한 물리적 봉쇄령이 작동했어. 아마 움직임은 물론 녀석들의 빛이나 소리, 물리적 진동까지도 봉인될 거야.”

   윤혁은 예전에 하늘도시 주민 연합군이 ‘뿌리 공략 프로젝트’를 벌였을 때의 일을 기억했다. 그땐 일개 메타-아바타의 조각 하나가 손쉽게 거대한 군대를 봉인했었지. 에녹의 TUNER는 그만큼 어마어마한 강력함을 소유했다. 그래서인지 봉인이 풀릴 것이 딱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괜찮겠지 뭘.’

   그때 마침 칼리드의 최면에 걸려 멈추어 서 있던 하늘도시 주민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늘에 거대한 포탈이 열린 것과 그 위에서 강림한 외계 군대가 정체불명의 힘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광경을 보고 질겁하였다. 웅성거리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하니 사람들의 자유의지와 현실 인지력도 온전히 되돌아온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그러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리온과 윤혁은 의아해하며 상황을 잠잠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아직 하늘 위에서 어떤 반전이 임하였는지 알지 못했다. 칼리드와의 텔레파시 연결도 끊어진 지 오래였기에 정황을 엿볼 방도가 없었다.

   불현듯 루디아는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스테판 씨는 지금 어떻게 되었지? 그분은 무사하실까?’

   덜컥 염려의 마음이 들었다.

 

 

 

 

 

 

 

 

*

 

 

 

 

   정황은 한순간에 정반대로 기울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초인들과 달리 아무 세력도 권세도 갖추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세상의 승리법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독특한 ‘승리의 방정식’이었다. 칼리드는 그 방정식이 낯설고 불쾌했다.

   ‘최악이군.’

   기껏 준비해놓은 카드들이 죄다 헛수고로 귀결되었다. 계엄령도 해제되었고 현자의 눈에 담긴 최면 능력도 다시 제한이 걸렸다. 영적 이변으로 인한 표식의 교란 현상도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확대되었다. 조만간 카이젤이 직접 나서서 대대적인 정책 개편에 나서야 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단 하나, 셀레스티언의 폭주는 초인들이 힘을 합쳐 간신히 막아내었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쨌건 그들의 능력의 한계를 실컷 목격한 셈이었으니 이제는 쓰라린 현실을 직면해야만 했다. 카이젤로서는 그마저도 유익의 일종이겠지만 초인들로서는 썩 달갑지 못했다.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초자연적 판데믹 현상이 하데스 챔버에서까지 범람하는 바람에 여태껏 하늘도시의 역사를 거쳐 갔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종의 ‘신령한 현상’에 노출되고 말았다.

   이대로 놔두면 곤란해진다. 기억이라도 강제로 삭제하지 않는 한 이 망령은 장차 세워질 외계행성 콜로니의 사회에까지 대를 이어가며 확산될 것이다. 하필 그 영역은 철인왕들의 손을 떠난 곳이니 이제는 손을 쓰기도 너무 늦어버렸다.

   ‘어쩌면 아버지가 나서서 표식을 변형시켜야 할지도 모르겠군.’

   규제를 완화하건, 기억을 조작하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셔야 하겠지.

   물론 표식이 초자연적 변동에 의해 다소간 흔들렸다고 해서 일개 평범한 일반인들이 거대한 인류연합의 속박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리는 없다. 최소한 카이젤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리라. 하지만 나머지 초인들은 더는 표식이라는 반칙에 의존하여 민중의 충성심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완패로군.’

   참담한 심정이 들었으나 칼리드는 태연하게 승복했다. 불복하며 길길이 날뛰면서 대적하기에는 조금 전 직면했던 그 체험의 위압감이 너무도 컸다. 만일 이것이 진정으로 초자연의 개입이라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를 애당초 넘어선 시련이다.

 

 

   사색에 잠긴 중, 어떤 물체가 허공을 가르고 워프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개인이 장비도 없이 은하 여럿을 뛰어넘어 워프해온다고?’

   실패의 쓴맛에 젖어있을 틈도 없이 칼리드는 번쩍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현시점에서 그 정도의 충격을 견딜 내구력을 가진 것은 내가 알기로는…….’

   다음 순간, 무언가가 공간을 찢으면서 돌격해왔다. 섬광으로 뒤덮인 인간 크기의 물체였다. 얼마나 현란하게 곡선 궤도를 그리는지 칼리드의 현자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 물체는 물리법칙을 무시한 채 초광속으로 질주하여 요새 템플의 실드를 강타했다. 칼리드는 재빨리 초능력으로 침범자의 궤도를 틀었다. 가까스로 물체의 궤도가 뒤틀어졌다. 빗겨갔음에도 불구하고 항성마저 은하 밖으로 튕겨낼 고압축 실드 수천 겹마저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이내 물체는 다시 궤적을 변곡점에서 꺾은 후 칼리드를 향해 정면으로 돌격해왔다. 실드와의 충돌로 충격력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그 기세는 위협적이었다. 칼리드는 초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것을 막아내었다.

   “크윽.”

   간신히 회피하였지만 그사이에 중요한 물건을 빼앗긴 칼리드. 돌격해온 습격자가 이레귤러를 낚아채 버렸다. 이어서 초광속 물체는 다시 한번 칼리드를 향해 힘을 방출했다. 전력으로 막아내었으나 칼리드의 힘이 근소하게 부족했다. 충격의 여파로 칼리드는 아래쪽 고도로 튕겨져 밀려났다.

   추락한 그는 하늘도시 내부 쪽으로 열린 포탈을 넘어 대기권 안쪽으로 내던져졌다. 윤혁 일행은 하늘에서 무슨 섬광 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운석이나 포격인 줄 알고 질끈 눈을 감았다. 곧 굉음과 함께 대폭발이 벌어졌다. 벌판 전체로 거대한 충격파가 번졌다.

   “허억.”

   “다들 괜찮아?”

   다행히 눈을 떠보니 모두 멀쩡했다. 운석 충돌에 맞먹는 에너지 파동이 발생했는데도 도시도, 주민들도, 그 외 자연 경관도 그리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았다. 특히 윤혁 일행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뭐지?’ 

   얼마 후 윤혁은 어렵지 않게 이유를 알아차렸다. 펜던트와 연결된 특수 보호막이 활성화되어 일행의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금 전에 에녹이 펜던트를 매개체로 소환한 TUNER가 하늘도시 전역에 결계를 걸어둔 모양이었다. 운석 같은 물체의 충격파가 그 덕분에 상당 부분 상쇄되었다.

   ‘이걸로 조금 전의 무례는 용서해드리죠, 카가미 씨.’

   윤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 폭발을 일으킨 물체는 여전히 상공에 떠 있었다. 자세히 그것을 보니 다름 아닌 칼리드였다. 그는 무언가의 공격을 막아내려는 듯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약간은 지쳐 보였지만 다친 곳은 거의 없었다. 아마 그의 초능력 일부분이 흩어져 산란되는 과정에서 방금 전의 폭발이 일어났으리라.

   “저 사람이 왜?”

   리온이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잠깐만, 저 사람…….”

   루디아가 칼리드의 모습을 관찰하더니 유의할 점을 발견하였다.

   “스테판 씨를 데리고 있지 않아.”

   “엇, 그렇군. 설마 다른 곳에 옮겨둔건가? 아니면?”

   잠시 후, 빈정거리는 비웃음 목소리와 함께 칼리드를 공격했던 존재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칼리드는 자신의 내려다보는 그 존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곤란하다는 듯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이야, 이거 정말 오랜만이야.”

   윤혁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멀리서도 즉각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형과 자신과 더불어 은하 밖으로 여행을 갔을 때 동행했던 바로 그 사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바이오닉 솔져라는 얼티밋 워리어, 그들 중 하나인 ‘비숍’이었다.

   “……한즈?”

   마침 비숍은 어깨 위로 스테판을 들쳐메고 있었다. 스테판은 의식을 잃고 기절한 상태였다. 칼리드는 비숍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비숍은 여유롭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깔보며 깐죽거렸다.

   “네 놈이 왜 여기에 있지? 이레귤러를 무슨 권한으로 강탈하는 건가?”

   “뭐래. 난 킹의 명령으로 여기 왔는데 오히려 너야말로 뭔 상관이지?” 

   특유의 무례한 말투가 숨 쉬듯이 적나라하게 쏟아졌다.

   “아버지가 너에게?”

   “알잖아, 난 세계의 뒤처리 담당이라고.”

   “역시 그렇다면…….”

   “맞아, 엘 피어슨 그것을 척살하고 그녀가 숨겨둔 음모의 잔해를 남김없이 뿌리 뽑으라면서 손수 칙명을 받았다. 킹께서 직접 지시하셨지. 그분은 지금 은하 너머 머나먼 곳에서 처리할 일이 있으셔서 출타 중이라 직접 움직이기 곤란하거든.”

   칼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아버지가 엘을 처리하도록 비숍을 풀어 준동시키다니.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군.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칼리드는 다시 점잖은 척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녀의 처리는 어떻게 되었지?”

   “아버지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생포 일보 직전까지 가긴 했어.”

   “일보 직전?”

   “그 여자가 은하 곳곳에 숨겨둔 아지트, 재산, 비밀군단, 프로그램들을 모두 손수 멸절했다. 그리고 그녀의 영향을 받은 시스템도 완벽히 정화했어. 엘의 본체는 내가 찾아내었지. 죽이기 일보 직전까지 가기는 했는데 그녀가 동면 캡슐에 몸을 의탁한 채 블랙홀 내부로 무작정 제 몸을 내던졌다.”

   요약하자면 그녀가 남긴 잔재들은 비숍이라는 이름의 카이젤 전용 반란분자 청소부에 의해 깔끔히 숙청되었다. 비숍도 엄연히 SSS 클래스 초인이었기에 이 정도 색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끝마무리가 영 개운치 않긴 했다. 칼리드는 이 점을 맹렬히 비난했다.

   “한심하군. 결국, 놓쳤다는 뜻이군.”

   “어차피 그녀는 죽을 가능성이 커. 도망가기 직전에 내가 바샤크로 몸을 찔렀으니까 살아남아도 무력해지겠지. 시스템도, 통신장비도, 기계도, 차원 기술도, 타임필드도, 의료 기술도, 심지어 경제 시스템도 접속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테니까.”

   바샤크란 본래 그런 이형적인 힘. 무려 그 바샤크에 당했으니 99% 이상 확률로 그녀는 죽을 것이다. 살아남아도 어떤 기술과도 접촉할 수 없게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드는 엘이 죽는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이, 제 손으로 확인사살을 하지 못한 점이 영 껄끄럽고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잔재까지 마저 처리할 필요가 있어.”

   비숍은 스테판 머리통을 살살 주물럭거리며 만지작거렸다.

   “그러려면 그녀가 안배해둔 가장 위험한 불확정성, 바로 이 완성체 이레귤러의 점검이 필요해. 킹의 명령이니 너로서도 군말은 없겠지, 철인왕?”

   “쳇.”

   칼리드는 하는 수 없이 한 수 접었다.

   “그 녀석으로 무얼 어떻게 할 작정이냐?”

   “뭐, 필요하다면 해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죽겠지. 뭐.”

   한즈의 목소리에는 무슨 증폭 장치라도 심겨 있는지 저 멀리서도 제삼자가 듣기에 편하도록 소리가 선명히 구분되어 들렸다. 윤혁은 둘의 대화 와중 튀어나온 스테판을 해부한다는 기겁할만한 이야기를 알아듣고는 화들짝 놀라며 경악했다.

   “한즈!”

   그는 온 힘을 다해 목청이 터지도록 외쳤다.

   “응? 뭐냐?”

   “나야, 나! 내 목소리 들려?”

   “음? 이야, 이게 누구야.”

   탁월한 감지 능력 덕에 높은 상공에서도 윤혁을 한 눈에 감지해낸 한즈는 공간도약 능력을 써서 순식간에 그의 앞에 다다랐다. 한즈는 윤혁 일행이 혹시라도 충격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일부러 보호 작용을 덧붙였다. 윤혁이 다치지 않도록 자신 자신의 실드를 스스로에게 이용해 이동의 충격파를 완충해 주는 식으로.

 

 

 

 

 

 

 

 

(다음 회차에 연속됨)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400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6. 대역전 (3)
등록일 2024-10-23 | 조회수 21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402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7. 여행의 마무리 (2)
등록일 2024-10-31 | 조회수 10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