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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04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8. 전면개방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1.02 | 회차평점 0 0

 

 

 

 

Chapter 68. 전면개방

 

 

 

 

 

 

 

 

   너무 오랜만이라 낯선 기분. 윤혁은 조금 떨리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정적이 흐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았다. 부모님과 만나면 무엇부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여태 겪었던 고초와 위기들을 정직히 털어놓아야 할지, 하나님께서 이루신 위업 중 무엇부터 증언해야 할지 곰곰이 고민해보았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실지 궁금했다.

   이윽고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혀온 익숙한 종소리가 고막 위에 울렸다. 문이 열렸다. 윤혁이 미처 머뭇거리며 상대를 맞이하기도 전에 큰 품이 와락 그를 먼저 끌어안았다. 순간 숨이 답답할 정도로 강한 힘이었는데 그 익숙한 품은 여전히 단단하면서도 포근했다.

   “아빠?”

   성한은 말 없이 아들의 등만 두드렸다. ‘다행이야. 우리 아이가 무사히 돌아와서.’ 성한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내였다. 뒤이어 유진까지 달려오더니 성한 옆에서 윤혁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다행히 부모님 두 분 모두 마지막으로 뵈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전보다 활기가 넘치시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들 잘 지냈니?”

   “네.”

   “다치진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몇 번 그러긴 했는데, 지금은 멀쩡해요.”

   어머니의 예리한 질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던 아들은 얼추 얼버무렸다. 만일 여행 도중 있었던 기상천외한 사건을 모두 다 듣는다면 두 분 다 기절초풍하시겠지. 유진은 서둘러 아들 몸을 살피면서 걱정어린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잘 다녀왔니?”

   “네, 아빠.”

   성한도 뿌듯한 웃음과 함께 의젓해진 아들을 맞아주었다. 떠나기 전의 윤혁은 아직 세상 물정을 온전히 모르던 어린 아이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윤혁에게는 성숙한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겨 어딘가 모르게 대견스러웠다. 수년 이상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아들의 얼굴에서는 깊은 관록까지 느껴졌다.

   “정말 많이 컸구나.”

   성한과 윤혁은 이제 부자 관계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쌍둥이 형제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외관상 나이가 엇비슷해 보였다. 영적으로 본다면 그만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좋을 동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고.

   “들어가서 어서 밥 먹자, 윤혁아. 네 엄마랑 마음이 통했나 보다. 네가 이맘때쯤이면 혹시나 집에 올까 생각나셔서 맛있는 걸 많이 준비하셨거든.”

   “네, 기대할게요.”

   세 식구는 마침내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

 

 

 

 

   며칠 후, 우주 인류 거주지 전역에 전면 문호개방의 명령이 실행되었다. 물론 모든 인간에게 해당 사항이 있지는 않았다. 하데스 챔버 속 동면 인간들은 예외였다. 시민권의 배부는 일단 하늘도시 지상에 활동 중인 주민들 한정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대적인 변화의 족적은 상당했다. 이른 바 주민들의 삶의 모든 영역 전반을 휩쓸었다. 과거 지구에서 벌어졌던 산업 혁명과는 궤를 달리하는 거대한 여파가 인류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사실 전면개방 이전부터 준비 단계로서 하늘도시 내에서는 치밀한 교육을 통해 인류연합 곧 우주 통합 정부의 통치가 예고되긴 했었다. 주민들 기준으로 최소 열 세대 이상에 걸쳐 교육을 했으니 전면개방이 아주 청천벽력 같은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막상 더 큰 세상의 일부로 흡수되는 일을 겪자 우물 안의 개구리로만 살아왔던 인간들은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물론 과거에도 그들은 인지하지만 못했지 엄연히 인류연합의 통치하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원래 카이젤은 처음 하늘도시라는 것들을 발명하고 건설할 당시부터 전면개방이라는 최종 플랜을 염두에 두었다. 그랬기에 그는 미리부터 철저히 준비해왔다. 그 덕에 때가 이르자마자 모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는 자원 소모율, 기술의 발전속도, 테라포밍 행성의 준비 실태, 은하들의 정복 등 모든 변수를 정확히 계산하여 전면개방의 최적 타이밍을 정해두었고 개방하기 한참 전부터 추후 벌어질 혼란을 차단할 방책까지도 완벽히 세웠다. 남은 건 쌓아둔 채비의 결실을 누리면서 다 완성된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뿐이었다.

   “이 시간부로 하늘도시들을 인류연합의 공식적인 시민 거주지로 설정한다. 하데스 챔버에 잠들지 않은 우주 인류에게 우선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우선은 2등 시민권으로 정해두고 이후 차차 1등 시민권으로 승급시킨다.”

   카이젤의 뜻이 공식적인 명령의 형태로 인류연합 영토 전역에 전달되었다. 이 명령이 가져온 여파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아직 태평하게 늘어져 도태되어 있던 지구 시민들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바야흐로 우주 인류는 막대한 변화의 폭풍우 한가운데 놓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발생했다.

   제일 우선적으로 표식의 속성에 대대적인 전반 수정이 가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애초부터 계획되어 예정된 바도 있었으나 칼리드가 벌인 셀레스티언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문화 충격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초인들은 이 점을 불편해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일곱 개의 표식 중 사상제어의 표식은 상당히 느슨한 형태로 완화되었다. 물론 표식 자체는 남겨두고 스위치의 온오프만 제어한 것이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표식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다만, 강압이라는 방식 대신 ‘자유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 노선이 바뀌었다.

   이제 사상제어의 표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마음의 소리를 따르도록’ 만들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생각,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 자신의 도덕 관념을 중시하도록 했다. 말 그대로 사람들로 그릇되게 행동하여 각기 제 길을 가도록 부추긴 셈이다.

   확실히 이러한 새 방식은 기존의 강압적 우민화 정책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이로써 복음이라는 진리를 믿는 것으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정신적 자유의 메리트는 희석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막후에서 세상을 조율하는 영적인 권세가 있었다. 악의 권세는 한 번 쓰디쓴 패배를 당한 이후로는 같은 실수를 어리석게 반복하지 않았다.

   이를 영적 세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대신 정치적 관점으로 해석하자면 칼리드의 이데올로기가 거절되고 진의 방식이 대안책으로서 채택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해석이겠지만.

   한편 충성의 표식도 위버멘쉬를 절대적 충성 대상으로 설정하는 고지식한 방식을 버렸다. 대신 은밀한 충성심을 꾸준히 심어 넣는 상대적 제어 방식으로 전략 전체를 바뀌었다.

이렇게 바뀐 충성 유도 방법에는 많은 장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울러 이 방식은 설령 충성의 표식이 제거되고 난 뒤에도 충성심이라는 여파가 후유증으로서 그대로 남는다는 장기적 이점도 있었다.

   슬프게도 이 전략은 한동안 칼리드의 골칫덩어리였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일정 부분은 먹혀들었다. 비록 새사람을 입었다지만, 그들에게도 옛사람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속의 표식도 변화하였다. 특정 시공간 내에 개인을 구속하는 강제성이 폐기되었다. 구속의 세기 자체가 완화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하늘도시 사이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제한적이나마 다른 항성계, 인공 콜로니, 심지어는 지구에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 끈이 풀린 건 아니었다. 식민지 출신 시민들에게 있어 워프나 게이트, 포탈 같은 상위 이동기술의 활용이나 우주선 탑승 같은 물리적 이동 방법은 조건부로 허락되었다. 완화된 소속의 표식이 그 이동 범위를 제한하였다.

   물론 시민권의 등급도 이 제한에 반영되었다. 이동 과정에서 사람들은 여러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사람과 물자의 움직임은 전부 보이지 않는 감시하에 놓였다. 사소한 이동마저도 인류연합의 기록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정작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기억의 표식은 여전히 작동했으며, 전면개방의 시대를 여는 데 있어 그 역할은 막중했다. 그 표식은 주민들이 하늘도시의 옛 역사를 잊어버리도록 유도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이 말이 옳다면 우주 인류에게는 민족이라는 하위 구분 단위가 존재할 수 없었다. 카이젤은 민족성이라는 개념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역사를 지워버림을 통해서 그는 민족성의 형성 또한 엄격히 금했다. 그의 청사진 속에는 오로지 하나로 통합된 우주 인류만 있었다.

   여하튼 기억의 표식의 영향력으로 인해 우주 인류는 자기들의 기원이나 역사에 대해 완전히 망각하였다. 그들은 그 사실에 불편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마침 급변하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라 사람들은 미래에 대비하여 새 정보와 새 지식을 익히기에도 분주했다.

   이렇게 과거는 자연히 잊히고 미래라는 망령이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한편, ‘초월 진화의 표식’과 ‘기억의 표식’의 조합은 사람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비록 초인이 추가적으로 탄생하지 않은 지 오래라지만, 그렇다고 초월 진화의 표식이 무가치해지지는 않았다. 두 표식은 한 짝이 되어 사람들이 방대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보조해주었다.

   아울러 초월진화의 표식은 사람들의 혼에 내장된 창조적인 사고방식의 잠재력을 활성화할 수 있었기에 초인에 근접한 인재를 대량으로 양육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였다.

그리고 ‘생사의 표식’도 약간은 완화되었다. 원래는 워프 마커로 활용되던 그것이었으나 시민권을 받은 이후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시민이 아니었을 때는 마음대로 죽을 권한도 없었지만, 시민이 된 이상 자신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은 주어진 셈이다.

   물론 어차피 차이는 없었다. 작정하고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시민이 죽을 일은 앞으로는 사실상 없을 것이다. 최첨단 의료 기술이 보편화될 예정이었고 인류연합은 이미 피코머신의 대량 양산에도 성공했다. 수년 내로 일반인 모두에게 거의 영원토록 노화를 완벽히 차단하고 끝없이 젊은 나이로 회춘시킬 수 있는 완성형 버전의 피코머신이 주입될 계획이었다.

   이렇게 의술이 극도로 완결됨에 따라 ‘생사의 표식’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서 끝내는 보조자의 역할로 전락할 전망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환상의 표식’에는 특별한 변경이 가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그것을 조율하도록 스위치 제어권이 개인에게 이양되었다.

아울러 시뮬레이션 우주는 이제 공개적인 장소로 공표되었다. 인류연합은 시뮬레이션 우주를 새로운 정복지, 꿈과 희망의 땅, 자유로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지식과 자원의 보고로 소개했다.

   동시에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해 중독될 경우를 대비해 환상의 표식 속에 인위적인 현실 구분 감각도 함께 심어주었다. 인류연합도 사회가 마약중독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보다 훨씬 실제적인 S-unvs의 매력 탓에 중독에 빠지는 자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그렇게 사람들은 꿈보다 더 완전한 꿈의 능력을 통해 원하는 때마다 원하는 좌표의 시뮬레이션 우주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곳에서 실체화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유용한 정보나 지식, 심지어 실제 사물까지도 들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카이젤이 7세대 버전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바람에 과거 6세대 S-unvs 때의 불완전하고 일시적이었던 실체화 능력이 이제는 반영구적으로, 아니 사실상 영구적인 수준으로 진보했다.

   그렇게 된 결과 이제는 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곳을 자기 집 앞마당처럼 애용하였고 이를 통해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사회적 이윤을 창출하는 데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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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복음이 온 땅에 편만히 전해지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 기대와 달리 세상은 여전히 세상입니다. 여전히 세상의 원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그리스도인들은 나그네들이죠. 소설 속의 우주 세계나 현실의 지구 국가들이나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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