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06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8. 전면개방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1.06 | 회차평점 0 0

 

 

 

 

 

 

*

 

 

 

 

 

 

   하데스 챔버에서 동면 중인 인간들은 기나긴 하늘도시 역사와 함께한 살아있는 화석이었다. 그러나 깨어있는 지상의 인간들에게 2등 시민권과 그 부속 혜택이 부여되는 동안, 이들 동면 상태의 인간들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방향의 운명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상의 주민들이 2등 시민으로 승격되면서 자연스레 가사상태의 지하세계인 하데스 챔버는 더는 하늘도시와 붙을 이유가 없어졌다. 수조 개의 하데스 챔버는 하늘도시 본체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저장소로 옮겨졌다. 그곳에 축적된 총인구는 깨어있는 2등 시민들의 숫자의 무려 오백 배 이상이었다.

   이 중 일부는 따로 분리되어 테라포밍이 완료된 100만여 개의 우리 은하 내부의 행성들로 옮겨졌다.

   참고로 이것들을 테라포밍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우선 지구와 거의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행성의 대기, 지질, 질량, 밀도, 부피는 물론이거니와 항성의 재질마저도 새롭게 조정해야 했다. 게다가 계절과 일주기를 지구의 모습대로 재현하도록 정교하게 공전 궤도, 자전 궤도 및 자전축을 조정해야 했고 대기나 물의 흐름도 미세조정해야 했다.

   심지어 타 행성이 미치는 중력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연산은 한층 더 복잡했다. 은하계의 별들 대다수를 갈아서 인공물로 제작하는 데 성공한 인류연합조차도 세세한 테라포밍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이렇듯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한 테라포밍 작업임에도 중도에 하차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늘도시와 테라포밍 행성, 이 두 모델 각각에 서로 교환되지 않는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였기 때문이었다.

   하늘도시의 경우 처음부터 완전한 환경에 가까운 인공물을 제작해놓을 수 있으나, 그 대신 유지비용이 많이 들었다. 좋은 환경조건을 유지하고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고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외부 천체들을 끊임없이 침식해야 했다.

   그나마 테서렉트 아키텍쳐가 개발된 이후에는 상위 차원으로부터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기에 상황이 좀 나아졌고 덕분에 하늘도시 내부에 인공 다중우주 같은 구조물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격 대비 효율이 뒤떨어졌다. 억지로 작은 공간 안에 큰 구조물을 욱여넣느니 바깥 공간에 넓게 펼쳐놓는 편이 효율적이었으니까.

   반면, 하늘도시와 달리 테라포밍된 외계행성은 초기 미세조정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이 꽤 많이 소요되는 대신 일단 완성만 해놓으면 그 뒤로는 별도의 투자 없이 인간의 생존 터전으로써 지속적으로 기능이 가능했다.

   원래 카이젤에 의해 계획된 테라포밍 대상은 고작 수만 개의 후보 행성이 전부였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기술이 빨리 발전되자 후보는 십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최근 도래한 우주 산업 혁명이 건설 속도를 대폭 앞당긴 덕분에 당초보다 열 배 이상의 목표치를 채워버리고 말았다.

   하데스 챔버 내에서 꺼내진 동면 인간들 중 일부는 거대한 캡슐 탱크에 봉인된 채 백만 개의 테라포밍 행성의 주요 대륙에 심겨졌다. 그 와중에 노화를 역행시키는 피코머신이 그들의 몸속에 주입되었다. 그들은 그 상태로 소규모 타임필드 안에 놓인 채 신체가 온전히 재구성될 때까지 준비 기간을 보냈다.

   몇몇은 회춘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오류를 겪었으나 피코머신의 학습능력 덕에 금세 그런 문제들도 극복되었고 거의 모든 인간들은 무사히 젊은 전성기 육체로 되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이전 생의 기억 상당수를 잃었으나 이는 오히려 인류연합의 계획했던 바와 부합하였기에 부작용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이렇게 젊은 몸과 두뇌를 되찾은 인간들은 이내 하나둘 각성되었다. 깨어난 이들은 거주 행성 내에 설치된 특수 콜로니 시설에 보내져 기초적인 지식 교육 및 정신 수련을 받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였다.

   구성원들의 출신 하늘도시나 출신 시대가 각기 달랐기에 같은 공동체 내에서도 뚜렷한 유대 관계는 형성되지 않았다. 지상에서뿐 아니라 하데스 챔버에 동면 상태로 들어간 뒤로도 셔플이 자주 이뤄져 왔기에 같은 출신끼리 시공간을 오래 공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점도 차기 인류 통제를 위한 연합의 목적에는 부합했기에 별도의 조정 없이 방치되었다.

 

   한편, 콜로니 내부에서는 실내 환경을 행성의 거친 환경에 동기화시키는 장치가 주기적으로 작동했다. 완벽에 가까운 테라포밍이라지만, 지구와 완전히 똑같기는 어려웠던 행성들인지라 사실 콜로니라는 울타리 없이 행성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은 불편함에 던져짐을 의미했다.

   시스템은 일부러 사람들을 적정 선 내에서 적응의 고통 속에 노출시켰고 이는 의도된 바였다. 사실 편안한 거주 공간만을 확보할 목적이었다면 하늘도시 선에서 충분했고 구태여 외계 행성을 활용할 의미는 없었으리라. 말하자면 외계 행성들과 그 속의 콜로니들은 인류의 우주 적응 연습용 훈련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신체를 행성에 적응시키는 작업, 그리고 행성 환경을 조금씩 지구와 가깝게 고쳐나가는 두 가지 작업이 시스템에 의해 병행되었다. 콜로니에 심긴 주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를 위한 모르모트가 되었다. 환경 부적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그들은 크고 작은 고통을 겪었다.

   다만, 그 고통은 죽음이나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피코머신이라는 오버테크놀로지의 산물은 외계행성 환경의 특성마저 학습하며 실시간으로 진화하였고 각자의 학습 데이터를 우주 전체의 피코머신들과 공유했다. 따라서 점차 인류의 환경 적응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예정이었다.

   모르모트들의 수고에 힘입어 가까운 미래에는 온 인류가 폭넓은 범위의 환경에 적응된 육체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극한의 열기와 냉기, 방사선과 항성풍, 고중력에도 끄떡없는 초인적 신체를. 현재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만 제한되어 적응 훈련이 진행 중이지만, 장차 노출 환경의 범위를 넓혀가며 여러 세대를 거치다 보면 언젠가는 일반인도 맨몸으로 우주 생존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었다.

   훈련소이자 거주지인 이들 콜로니 내부에서는 저압축도의 타임필드가 상시 발동되었다. 즉 그곳에서는 매일 년 단위의 세월이 흘러갔다. 수세대 이상이 생성되었다. 노화가 차단되었기에 기성세대는 죽지 않았고 인구는 축적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신세대의 신체는 차츰 우주 환경에 적합하게 되었다.

   환경 압박 훈련으로 인한 부적응자도 생겨났으나 여기에 대해 연합 측의 윤리적 책임을 묻기란 애매했다. 만일 내버려 두었으면 죽었을 인간을 회춘시켜 두 번째 생애을 선사해준 장본인이 그들이었으니까.

   환경 적응 능력 획득과 관련해 짚고 가야할 또 다른 특이 사항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계 유전자의 다양화였다. 참고로 하늘도시들의 지난 역사 속에서는 이종족과 인간와 기계가 뒤섞이는 일들도 자주 있었다. 그 바람에 혼혈 유전자가 많이 형성되었고 그 잔흔은 지금까지 남은 상태였다. 이것들 역시 유용한 방향으로 재활용하자는 식의 합의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인종 분화는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체내에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 이외에도 수억 가지 형태의 초소형 생체구조물이 정착하여 숙주와 하나로 융화된 뒤 대대로 유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놀랍게도 이 구조물들은 개체의 퇴화가 아닌 특수화만을 촉진했다. 체내에 투입된 피코머신들이 이런 변형 생체구조물들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화롭게 융화시키고 적응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하데스 챔버에 담긴 나머지 인간들은 다른 목적으로 처분되었다. 이들 군집은 반반으로 나누어졌다. 두 무리는 각기 다른 곳으로 사출되었다.

   첫 절반은 최근 정복된 400여 개의 초은하단 곳곳에 흩어진 은하들로 파송되었다. 이들은 해당 은하들에서 현재 추가 테라포밍 중인 행성들에 심겨졌다.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행성 환경 적응 프로젝트를 머나먼 다른 은하들에서도 똑같이 시행할 계획이었다.

   물론 아직 다른 은하의 외계행성은 환경 동기화가 완료되지 않았기에 그곳에 파견된 동면자들은 곧장 해빙되지는 않았다. 대신 미리부터 조금씩 생체 활동을 각성시켜 거친 우주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게끔 하는 훈련을 시켰다. 부적응으로 인해 생체 징후가 위태로워지면 다시 동면시켜 치료하였고 이 같은 패턴을 반복적으로 적용하였다.

   나머지 절반은 전혀 다른 목적, 곧 차세대 우주 인류 제작을 위한 후속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우주 인류 형성의 첫 단계는 하늘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성취되었고 둘째 단계 조성을 위해서는 ‘방주 프로젝트’가 마련된 상태였다.

   동면자 중 행성에 보내지지 않은 나머지 절반은 초거대 구조물, ‘방주’에 비치된 공간 압축형 컨테이너에 저장되었다. 방주의 완공까지는 아직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기에 미리 해빙시키지는 않았다. 대신 환경적응을 미리 하도록 피코머신들을 주입해 인체 강화작업에 착수했고, 그 외에도 여분의 기술적 요소를 체내에 투입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장차 완성된 방주들이 광학적 측정 한계를 넘어 드넓은 우주로 진출하여 본격적인 대정복 시대가 이르면, 방주들과 그 안에 승합된 인간들은 새 종족의 씨앗이 되어 한 차원 더 강대한 문명을 형성할 것이다. 이것이 제왕이 내다보는 궁극적인 청사진의 한 축이었다.

 

 

 

 

 

 

 

 

*

 

 

 

 

   전면개방이 개시되고 하늘도시 주민들에게 시민권이 부여된 지 정확하게 두 달 후, U-society 총회가 개최되었다. 국제회의와는 달리 이종족이나 기계나 시스템이나 일반인은 일절 배제하고 오로지 위버멘쉬에게 복종하는 초인들만 참여하도록 된 회의로 실질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였다.

   지구 출신과 우주 인류 출신을 포함해 총 125만 9720명의 초인이 참석했다. 급박한 업무로 자리를 비우지 못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전원 참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미리부터 3대째 위버멘쉬가 중대 선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SSS 클래스부터 F 클래스까지 차별 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의석이 허락되었다. 등급과 무관한 자유로운 발언권도 함께.

   “한꺼번에 모이는 것도 거의 5년 만이로군.”

   먼저, 카이젤이 운을 뗐다. 광년 단위의 원격 회의임에도 사념파, 정신파, 텔레파시만으로도 모든 회의 참석자에게 묵직한 두려움이 전달되었다. 최근 실수한 전적이 있던 몇몇은 긴장으로 몸을 떨었다.

   “긴장하지 마라. 오늘은 편안한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군. 이제부터는 내 휘하의 모든 초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활동하며 협력 관계를 맺을 테니까 말이야.”

폭탄 같은 발언에 일제히 술렁거림이 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

   ‘대등한 관계라고?’

   초인들의 머리는 황급하게 다음에 이어질 내용들을 예상하기 시작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40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8. 전면개방 (2)
등록일 2024-11-06 | 조회수 14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407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8. 전면개방 (4)
등록일 2024-11-09 | 조회수 11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