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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1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69. 에필로그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1.2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만일 그렇게 해서 완전한 분신의 생성에 성공한다면 딜레마들은 깔끔하게 해결된다. 분신도 인간인 카이젤의 연장선이니 인간 스스로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에도 어긋나지 않고 무인 시스템과의 생산력 경쟁 문제도 해결가능하다. 나아가 분신들에게 끊임없이 학습과 경험을 쌓게함으로써 본체와 분신 모두가 실시간으로 성장할 추가적인 기회를 얻는 이점도 있다.

   ‘대신 내 간섭이 실시간으로 개입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분신이여야 하겠지. 이왕이면 각기 다른 개성과 고유의 전인적 특성까지 보유한 존재들이어야 하고.’

   카이젤은 신속하게 두뇌를 회전시켜 시뮬레이션하였다. 그는 클론솔져를 발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신중하게 계산하였다. 곁에서 대기 중이던 에르샤는 중대한 고민에 잠긴 아버지가 최종적인 선언을 내려주기를 기다리면서 잠잠히 조바심을 감추었다.

   “알겠다. 네 의견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지.”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휴먼 솔져 제도를 바로 폐지하지는 않겠다. 설령 네 말대로 그자들이 무용해지는 시점이 오더라도 굳이 버릴 것까지는 없어. 정치인으로 훈련시키는 대체 방안도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재활용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또 새로운 클론솔져가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스페어는 남겨야겠지.”

   “물론입니다. 당신의 뜻을 수행하겠습니다.”

   허가의 뜻을 받은 에르샤는 임무 수행을 위해 물러났다.

   이후 카이젤은 홀로 자신만의 기밀 실험실로 이동했다. 자신 이외에는 어떤 시스템이나 인격체들도 간섭하지 못하는 가장 높은 보안의 장소. 그곳에는 곧 그가 흡수할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메이저급 초지능체가 보관되어있었다.

   ‘하나가 될 시간이다.’

   초지능체란 것은 대단히 기이한 발명품. 그것은 이식받을 이의 본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이물질이기도 하다. 아니,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 자체가 곧 이식자의 혼과 정신을 가공한 정제물이기에 엄밀히는 ‘이식’이라는 용어도 합당하지 않다.

   현존하는 초인 중 초지능체를 제작하는 핵심 비법을 아는 이는 최초 고안자인 카이젤뿐이었다. 나머지 초인들은 그저 그에게 핵심 절차를 의탁함으로써 자신에게 이식할 초지능체를 제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비에 싸인 초지능체 중에서도 일반적인 초인들이 제공받는 일반적 규격의 마이너급과는 달리, 메이저급은 그 수량과 제작 성공 기회도 제한적일뿐더러, 본질적 탄생 원리조차도 베일에 감싸져있었다. 오로지 그것들은 카이젤에게만 허락된 특혜였다.

   “이터널바이탈, 메타뉴런.”

   그는 그 중에서 특히 메타뉴런이라는 존재의 완성을 주목하였다.

   반투명한 신경조직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나무 형태의 조직체를 형성하는 중이었는데 그 한가운 작게 응축된 보라색 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신속하게 계산 결과가 세워졌다. 여섯 번째인 메타뉴런을 응용하면 클론솔져의 제작도 손쉽게 해결되리라. 당장의 눈앞의 과제들에만 접목해봐도 이럴진데 장기적으로 발견될 가능성들이야 어떠하겠는가.

   하지만 쾌감에 앞서 고통스러운 통과 의례가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 번에 여섯 개라…….”

   마이너급들과 달리 메이저급은 정착 과정에서 존재적 구성 원소의 재배치가 수반되며 그 과정에서 정신이 송두리째 재조직되는 아픔이 따른다. 더욱이 수용하는 개수가 늘면 그 통각의 양은 거듭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적응 과정에서만 괴로움이 상당하겠군.”

   평소에도 밤마다 겪는 악몽이 이제 초월형 초지능체들과의 추가 결합으로 인해 몇 곱절로 증가될 앞날을 생각하니 입맛이 썼다. 상상 속 시뮬레이션으로 느껴지는 가상통만으로도 두 다리가 떨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고통의 트라우마는 상당했다.

   ‘하지만 독기를 물고서라도 견뎌야 해.’

   아마 이번 적응을 마칠 때쯤에는 다시 그 아이를 찾을 수 밖에 없겠지. 부끄러운 몰골을 보여주기도 싫고 되살아나는 양심의 따끔한 질책도 싫으나 그렇다고 무방비하게 무한의 고통에 함몰될 수도 없는 노릇. 어김없이 그 아이를 자기를 위해 이용하려는 자신이 한심스레 여겨졌다.

 

 

 

 

 

 

 

 

*

 

 

 

 

   아늑하고 비좁은 강당 안에 사람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갈색 피부의 청년이 청중을 앞에 두고 또렷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는 키도 작은 편이고 외향적으로도 특별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쩌렁쩌렁 울리는 강렬한 연설보다도 신선한 기백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의 뜻을 전하거나 웅변하지 않았다. 한없이 순결한 유리가 투명함을 통해 자신 안에 담긴 진귀한 보배를 그대로 비춰보이는 것처럼, 그의 증언은 오로지 자신을 다스리고 인도하는 이의 전언만을 녹여내었다.

   “하나님의 진노는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거나 매력적인 주제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의 진노와 사랑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붙어있음을 압니다. 죄를 향한 진노, 그 의롭고 정의로운 진노의 무게를 모른다면 사랑의 절실함 또한 깨닫지 못합니다.”

   설교를 듣는 이들 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으며 정숙함이 임하였다. 청년의 가르침은 상대를 두려움으로 찍어누르는 협박도, 매섭게 몰아붙이는 비난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그가 섬기는 이의 말씀을 운반하는 통로가 되고 있었다. 그 진솔함만으로도 겸손한 자들의 심령을 숙연케하는데는 충분했다.

   “골고다 언덕 위에서 하나님의 가장 모든 진노가 한순간에 쏟아졌습니다. 그의 외아들이신 예수님께 쏟아졌습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나와 여러분의 추악한 죄악의 본성, 그리고 우리가 범한 모든 죄들로 인해서 말입니다. 정작 주님께서는 한점도 죄가 없었음에도…….”

   정적이 흐름과 동시에 리온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다. 그는 강단 위에서 한참동안을 선포하였다. 온 세상 군상에 속한 다양한 이들이 범한 죄를 나열하였다. 특별하게 악한 자들이나 높은 지위의 인간들이 범한 죄가 아닌, 평범한 인간들이 일상적으로 으레 짓는 사소한 죄들을 위주로. 그 가운데는 입술로 범한 악한 말, 생각으로 범하는 부당한 사고 행위들, 그리고 감정과 의지와 지식으로서 짓는 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최종 결론은 그것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죄를 마치 예수님께서 지으신 것마냥 그분을 십자가에서 처벌하셨습니다. 마치 그분께서 교만, 신성모독, 용서치않는 죄, 게으름, 망령됨, 성적 문란함, 간음, 동성애, 폭력, 살인, 미워함, 위선, 탐욕, 거짓말과 속임수, 우상숭배, 그리고 이 세상을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죄, 이 모두를 범한 것으로 간주하고 상응하는 무한의 형벌을 그분께 쏟아부으셨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여섯 시간 동안 주님께는 나와 여러분을 포함한 전 인류의 형벌이 압축되었습니다.”

   청년의 짙고 무거운 메시지를 듣고자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린 이의 수는 지극히 적었다. 이미 지구 출신의 신실한 그리스도인 대다수는 하늘도시의 이웃들을 섬기기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있는 제사로 드리고자 떠나간지 오래였다. 몇몇 신실한 이가 남긴했으나 수가 극히 적었고 그마저도 지구촌 전역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기에 연합을 이루긴 힘들었다.

   어느 시대건 이런 류의 부담스러운 설교를 좋아할 이는 드물겠지만, 물질적으로 풍요의 절정을 누리는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였다. 방주를 짓던 노아가 심판의 위기를 부르짖으며 사람들에게 진리를 외쳤을 때 그 절박한 외침의 대다수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얼마나 쓰라렸겠는가. 리온도 비슷한 현실을 마주하였다.

   다만, 남은 소수를 위해서라도 멈춰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노아의 때보다 지금은 많은 면에서 감사할 점이 있었다. 적어도 지구 바깥에는 희망의 바람이 다시금 불어닥치고 있지 않은가. 복음이 하늘 끝까지 선포되고 많은 이가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되새기니 마지막 때를 기꺼이 견딜 용기가 생겨났다.

 

 

   예배 후 사람들과 교제를 나눈 뒤, 리온은 윤혁과 통화하였다.

   “말씀은 잘 들었어. 녹화본은 내가 편집해서 온라인 형태로 업로드 할게.”

   “고마워, 윤혁.” 

   최근 윤혁은 우주에서 통용되는 네트워크의 운용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행성과 행성, 항성계와 항성계, 그리고 우리 은하 내부를 촘촘히 연결하는 여러 단계의 민간 네트워크들을 분석하였다.

   이는 앞으로의 대우주 선교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세상 사람들은 맹렬한 변화 속도에 발맞춰 경이로울 정도로 민첩한 적응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리고 하루에만 최소 열 번 이상의 산업혁명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윤혁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거룩한 임무를 맡은 자로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과학 공부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네가 설교한 녹취본들을 모아 최대한 먼 곳의 세계까지 전달할 생각이야. 아직 은하와 다른 은하를 잇는 네트워크는 민간 세계에서 많이 쓰이지는 않는지라 나도 좀 더 배워야 해.”

   “너는 이미 훌륭히 잘 하고 있으니 무리하진 마.”

   “하지만 아직도 배울 게 산더미인 걸.”

   이미 은하 바깥에도 식민지들의 건립이 진행되는 중이니 조만간 은하간 네트워크도 민간화되어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방심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윤혁으로서도 개인적으로 초고도 정보화 현상에 자신을 맞추라는 시대적 요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하려면 패러다임 변화도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었다.

   “영혼의 갈증으로 허덕이는 우주 시민들이 네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서 옳은 길로 돌아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쁠텐데 말이지.”

   “하지만 과연 그런 이가 많이 나타날까?” 

   솔직히 말하면 리온이 바라본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는 인류가 일정 이상으로 물질 문명의 혜택에 노출되면 영적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 무뎌지리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최근에 하늘도시에서는 일곱 표식의 능력과 칼리드의 음모가 역설적으로 작용하는 바람에 복음이 융성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은혜로 주어진 것일뿐. 앞으로는 그리 녹록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벌써 최첨단 우주 시대의 편리한 혜택이 시민들의 삶을 휩쓸며 지배력을 행사하는 듯한 징조가 보이는 중이었다. 더욱이 곳곳에서 거짓 교리와 거짓 종교가 성행한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대중매체는 은밀히든 노골적이든 하나님의 말씀과 상충되는 메시지를 교묘히 퍼다날랐고 사람들은 갈수록 그 같은 매체들이 주는 쾌락에 열광하였다.

   ‘굳이 초인들이 개입을 하지 않더라도 이 모양이구나.’

   가만히 내버려두면 인류는 스스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다. 이 진리는 지구에서만 국한된 실패의 역사가 아니었다. 인간의 본질이 거주하는 행성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 법이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차라리 강재혁 대표님이 표식들을 만들어 인류를 통제하던 정책이 그 자체만으로는 불의할지언정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는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핍박과 억압을 종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본래 부흥이 찾아오기 무섭게 배도가 뒤따르는 법이다. 역사는 이러한 쳇바퀴를 잘 증명해주었다. 과거에도 수차례 이상 그래왔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그러고 있고 추후에도 되풀이될 것이다. 세상이 완전히 끝날때까지 그럴 것이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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