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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22회 아벨의 후예 Ch 2. 재회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1.15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크리슈나가 말해다.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아하니 사실인가 보군.”

   “그래서요? 도와주시기라도 할 심산인가요?”

   “큭.”

   크리슈나는 가벼운 조소와 함께 재현을 데리고 어떤 아공간에 들어갔다. 그곳은 물리법칙이 불안정한 진공상태였지만 크리슈나는 초능력 덕분에, 재현은 제복 덕분에 끄떡없이 견딜 수 있었다. 크리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먼저 네 이능력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능력을 만드는 작업보다 훨씬 더 어려워. 유성운 녀석도 거의 운에 가깝게 얻어걸린 작품이야. 나는 물론이고 그 녀석도 지금으로써는 제거하지 못할 거다. 괜히 손댔다가 상황만 더 악화할 수도 있고.”

   그 대단한 성운조차 속수무책이라면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 카이젤 정도가 직접 찾아와서 오랜 시간 신체를 확인해가면서 이능력의 근본 원리를 파헤쳐야만 제거가 가능할 것이다. 애초에 왕이 선뜻 그런 혜택을 베풀 턱도 없지만.

   “두 번째 방법은요?”

   “애매하게 강한 상태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확실하게 강해지면 되지.”

   재현은 영 탐탁지 않은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다른 히어로처럼 초능력을 배우라는 말씀인가요?”

   “다른 방도도 있지만, 그 또한 적절한 수단 중 하나는 될 수 있겠지.”

   “제 마음을 그런 위험한 힘 밑에 굴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흠, 마약 중독은 되도록 피하겠다? 뭐, 나쁜 마음가짐은 아니네. 하지만 너는 조금 특수하니까 굳이 정신을 굴복시키지 않고도 그 힘을 쓸 수 있어. 아예 네 신체 자체에 초능력을 이식할 수 있거든.”

   최초의 초능력 모듈은 둘의 대화로부터 2년 전 시점에 발명되었다. 기본 원리는 은하계 규모의 고차원 에너지 생성 장치인 파워소스(Source)에서부터 힘을 추출한 뒤에 메디에이터(Mediator), 허브(Hub), 스템(Stem)이라는 일련의 허상형 실체를 거쳐 힘을 전송해 최종적으로는 인간이나 여타 지성체의 정신을 리셉터(Receptor)로 삼아서 힘을 발현하는 방식이었다. 최초 버전의 초능력 시스템은 협력 발명품이었다. 기본 기틀과 파워 운송 시스템 부분은 카이젤이 제작했고 리셉터의 다각도 발현 공식은 칼리드의 아이디어로 디자인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초능력 시스템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자 후속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소스부터 리셉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단계마다 기존 모델보다 유용성과 위력과 안정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버전들이 도입되었다. 카이젤은 첨단 신기술들을 접목해 이전 모델을 압도하는 잠재력을 지닌 파워소스를 수억 종류 이상 제작했다. 나아가 메디에이터, 허브, 스템, 리셉터의 신식 모델도 직접 개량했다. 덕분에 이제는 워낙 초능력의 종류가 다양해져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뷔페처럼 고르는 것도 가능했다. 나아가 한꺼번에 여러 계열의 힘을 받아들여 융합시키거나 하나의 계열을 여러 형태로 분화시키는 일도 손쉬워졌다.

   “예전의 초능력은 단 한 계열뿐이었지. 성질 자체도 마약과 상당히 유사했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 사람의 정신은 전혀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만큼의 능력을 적절히 제공해주지. 마냥 마술적인 관점으로 이해하면 곤란해. 지금은 주술적 성질을 탈피해 현대 약학과 같아졌으니까.”

   재현은 잠깐 크리스의 제안에 솔깃했다. 마약이나 주술적 약물은 경건한 신자라면 반드시 거절해야 할 금기이겠지만 현대적 의약품은 다르다. 만일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적절한 범위 안에서 이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를테면 기존에 심어놓은 비가역적인 이능력이 폭주할 위기에 놓인 자신의 경우처럼. 하지만 선뜻 제안을 승낙하자니 마음의 거리낌으로 인해 망설여졌다.

   “사실 초능력 말고 다른 방법도 있긴 해.”

   크리슈나의 입에 음흉한 미소가 걸리자 긴장한 재현은 몸을 뒤로 뺐다.

   “수련으로 네 능력을 가공하면 되거든.”

   그는 즉석 대련을 청했다. 호전적인 크리슈나다웠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껏 크리슈나는 몇 번 재현을 상대로 대련을 해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출하는 기운이 영 심상치 않았다. 지금까지는 봐주었던 모양이다.

   “전력을 다해서 덤벼봐. 물론 나는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거다. 마침 네게는 그 제복이 있으니까 좀 더 수월하겠군. 난 U-society의 일원이 아니라서 제복이 없거든. 어느 정도 균형은 맞출 수 있겠어.”

   곧 크리슈나의 전신이 섬광으로 화하였다. 재현의 이능력이 발동될 때와 똑같은 효과였다. 광속을 넘어선 일격이 재현의 몸을 가격했다. 전에 레비아탄과 베헤모스를 사냥했을 때의 위력의 곱절 배는 되었다. 유려함과 유연성은 재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재현은 간신히 텔레포트로 회피하였다. 그러나 타격을 전부 흘려내지는 못했다. 크리슈나는 제복도 없이 그 큰 힘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옷 하나 찢어지지 않은 채 멀쩡했다. 재현이 그런 규모로 힘을 썼으면 발동하자마자 에너지의 파동 때문에 몸 전체가 찢겼을 것이다.

   “커억! 크윽!”

   “아직도 미숙하네.”

   “어떻게 그 정도의 힘을 내실 수 있죠?”

   “이 정도는 굳이 SS 클래스인 내가 아닌, F 클래스 초인도 쉽게 내.”

   “하지만 초인의 신체도 생물학적, 물리적 제약은 받는다면서요?”

   “그렇지. 하지만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기술이 있거든. 특히 그 7세대 버전은 영구적이고 완전한 ‘실체화’를 구현할 수 있거든. 물론 역 실체화도 가능하고.”

   크리슈나의 요령은 다음과 같았다. 재현의 이능력에 담긴 물리적 속성을 간파한 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축한다. 그 후 S-unvs 실체화 기술을 빌려 현실로 그 능력을 가져온다. 비록 이능력의 근원 자체를 복사해내지는 못해도 효과만큼은 동급 이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능력을 시뮬레이션할 두뇌만 있다면.

   “억울하지? 요새는 머리만 좋으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라서 말이야.”

   크리슈나는 재현을 농락하며 계속 수련을 빙자한 구타를 가했다. 그로서는 나름 살살 봐줘 가면서 싸우는 것임에도 재현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만약 초능력까지 사용했다면 한 합조차 성립하지 못했으리라. 한참 맞기만 하던 재현은 갑자기 본능에 가까운 감각에 이끌려 가까스로 마지막 일격을 막아내었다. 재현의 손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녹색의 힘이 깃들어있었다.

   “호오.”

   크리슈나는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재현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복이 주인의 생존을 위해 반응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련의 초능력을 주인의 몸에 심어 넣는 식으로.

   ‘옷 자체에 담긴 의지가 리셉터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인가? 흥미롭군.’

   이에 좀 더 상대방을 각성시키기 위해 크리슈나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수 시간 이상 겨룬 끝에 재현의 신체에는 서로 다른 열 종류 이상의 초능력이 깃들었다. 워낙 미약한 수준이라 주인도 간파하지 못했지만.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크리슈나는 지친 재현을 데리고 아공간 바깥으로 나갔다.

 

 

 

 

 

 

 

 

*

 

 

 

 

   크리슈나 밑에서 몇 차례 더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재현의 신체에는 여러 힘들이 깃들었다. 처음에는 본인도 그 힘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련을 반복하면서 힘의 씨앗은 차례차례 발아하였다.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초능력과 달리 재현에게 깃든 힘들은 사용하는 주체인 재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자리를 잡았다. 떨쳐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는 기존의 양자적 전송 과정에서 변형된 신체의 성질과 제복이 일으키는 초능력 융합 작용이 더해진 탓이었다.

   “저항하지 말고 순응해.”

   크리슈나는 재현에게 새로운 힘을 신체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다루라고 충고하였다. 하지만 힘에 의지를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차 다양한 종류의 힘이 축적되면서 폭주가 잦아졌다.

   “제 실력으로는 제어가 어렵습니다.”

   “아직은 애매하게 강해져서 그런 거야. 너는 초인이 아니기에 애초에 특수한 이능력이나 초능력들을 온전히 제어하기는 어려워. 그렇기에 네게 심어진 힘들은 마치 불완전한 퍼즐과 같아. 하나씩 떨어져 작동하면 폭주하기 쉽지. 그렇기에 여러 힘에 동시에 익숙해진 후 그것들을 잘 융화시켜야 해.”

   말은 쉬웠으나 실전은 그렇지 못했다. 재현은 다치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면서 배워나갔다. 어떻게서든 폭주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힘을 다스릴 필요성이 있었다. 그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최대한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자 피해 다녀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타인이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초능력 이용자들과 달리 재현은 자기 정신이 아닌 신체와 제복이 리셉터 역할을 하였기에 힘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다. 하루하루가 고독함과 괴로움과 불안감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간절히 기도하면서 주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겨우 견뎌 나갔다.

   ‘일단 어떻게든 안정화해보자. 그 뒤에 힘을 제거할 방법을 찾자.’

 

   어느 날, 재현은 심한 고통을 참으면서 인적이 드문 한 도시 골목에 숨어들었다. 힘들이 내부에서 엉키면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순간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으나 체내에 삽입된 피코머신 때문에 죽지도 못한 채 끝없이 몸이 재생되었다. 엉켜있던 힘들이 끝내 견디지 못한 채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공간이 뒤흔들리며 거대한 특수 에너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눈을 떠보니 일대의 건물들이 심하게 훼파되어 있었다. 재현 자신의 폭주 탓인 듯했다. 그나마도 힘을 최대한 억눌렀기에, 그리고 건물을 보호하는 실드가 있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으리라. 재현은 감당하지 못할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자책감에 마음이 찢어질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

   “근방의 사람들은 모두 대피시켰어요.”

   폭주 직전에 미리 찬영에게 연락을 해둔 덕에 시의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찬영은 에너지 공격에 면역이 있었기에 재현이 폭주하는 상황을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둘은 늘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왔다.

   “뒤처리를 시켜서 미안하게 됐네.”

   “아니에요, 이런 능력이라도 있으니 형을 돌볼 수 있잖아요. 다행이죠.”

   찬영의 보고에 따르면 사상자나 피해자는 전혀 없었다. 건물과 재산상의 피해는 미약하게나마 있으나 어차피 무인 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자동복구될 예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은 잘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고민되었다.

   ‘빨리 제어 방법을 익혀야 할 텐데.’

   재현은 털썩 주저앉아 힘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폭주 직후라 몸에 아무런 기운도 없었다. 몸의 제어를 되찾는 과정에서 제복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흡수한 탓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원래의 형태를 되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렇게까지 무력한 기분은 참 오랜만이네.”

   크로스솔져들을 도와 신수들과 싸웠을 때는 처음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뻤다. 하지만 결국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자신의 내면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어쩌면 쉽게 바뀌기 어려운 근원적 천성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과 당당히 대면하여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도망치기만 급급한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후유.”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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